소설리스트

183화 (183/930)

칸테로마 드 지오르네 후작(侯爵). 은십자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던 뛰어난 무장이자, 공포스러운 마왕과 결탁하여 악의 힘을 불러일으키려 했던 사악한 왕국 트루비아의 정복자. 트루비아 전쟁에서 은십자 기사단 파견대와 동맹국 군사력을 아무런 잡음 없이 잘 이끌어 악의 왕국과의 전쟁을 대 승리로 이끌어 낸 덕(德)이 많은 장군.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아 백작에서 후작으로 승진했고, 또 그때의 공훈을 인정받아 이번 코린트 동맹군 사령관으로 추대된 인물이었다.

“카돈 왕국의 크란켄 데 지그무스 후작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어서오시지요, 후작 각하.”

“송구합니다, 지오르네 후작 각하. 자, 앉으시지요.”

“트루비아 전쟁 후 처음 뵙는군요.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하하, 뭐 수고랄 것이 있겠습니까? 코린트 제국의 적은 우리 카돈 왕국의 적이기도 하니까요. 정예 기사 13명과 8대의 타이탄을 거느리고 왔습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약한 힘이라니요. 트루비아 전쟁 때보다 거의 두 배의 규모를 가지고 오셨는데. 자, 자, 앉으세요.”

“밖에 누구 있느냐?”

“옛!”

“카돈 왕국에서 도착하신 기사 분들을 정중하게 숙소로 안내해 드리고, 불편하지 않도록 특별히 잘 보살펴 드려라.”

“옛! 각하.”

“혹시 포도주를 좋아하십니까?”

“아, 예.”

지오르네 후작은 우아한 동작으로 두 개의 잔에 포도주를 따른 후 한 잔은 지그무스 후작에게 건네고, 하나는 자신이 들었다. 천천히 향을 즐기며 한 모금 마신 후 지오르네 후작은 말했다.

“바지오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우리 코린트의 보배라고 할 수 있지요. 어렵게 구한 로베르 7세 폐하 시절에 생산된 것입니다. 로베르 7세 폐하께서 통치하시던 때는 신께서도 코린트를 축복했는지 매년 풍년이 들었었죠. 그때 생산된 포도주의 맛과 향은 그야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죠.”

은근히 자신의 교양을 과시하는 지오르네 후작의 성의를 봐서 지그무스 후작은 포도주를 간단하게 한 모금 마셨지만, 지금은 포도주 맛과 향 따위나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궁금한 의문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예, 기탄없이 말씀하시지요.”

“예, 오다가 봤는데 대로의 좌우에 늘어서 있는 그 많은 타이탄들. 족히 80대는 넘어 보이는…, 정말 위압적인 장관이기는 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이쪽의 전력이 너무 노출될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상대의 말에 지오르네 후작은 자신감 있게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난 또 뭐라고요. 그래 그것들을 보시고 느낌이 어땠습니까?”

“예, 솔직히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타이탄을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타이탄 전시회라도 하는 듯 각양각색의 타이탄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것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예, 바로 그것을 노린 것이지요. 각하가 거느리고 오신 타이탄도 숙소 앞쪽에 도열해 놓으십시오. 오래전부터 코린트와 크루마는 잘 지내 왔었지만, 요즘 들어 그들은 흑마법을 장려하고,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마법 생물 키메라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악의 제국이 너무 강하기에 그 누구도 선뜻 그들에게 정의가 뭔지 가르쳐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용단(勇斷)을 내리셔서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크루마에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한다고 칙명을 내리셨습니다. 지금 악의 제국 크루마는 사악한 꾀로 미란 국가 연합을 꾀어 자신들의 동지로 삼은 모양인데, 서둘러서 전쟁을 벌인다면 미란과도 싸워야 한다 이겁니다. 우리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미란에게 충분히 인식시켜 준다면 그들은 사악한 제국을 버리고 다시 정의의 길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제 계획이?”

“후작 각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여러 전쟁터를 전전했던 본관도 이리로 오는 길에 수십 대가 넘는 타이탄들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 다리에 힘이 빠졌을 정도니, 아직까지 전쟁다운 전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그들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정의의 길을 외면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악의 길로 들어서면 어떤 희생을 치르게 되는지 먼저 가르쳐 준 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려고 하시는 후작 각하와 아그립파 4세 폐하의 덕(德)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본관은 폐하의 미천한 종일 뿐, 저에게 무슨 덕이 있겠습니까?”

“하하, 겸손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저희는 이렇게 덕이 많으신 사령관을 모시게 되어 절로 힘이 솟는 듯하군요. 언제라도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카돈 왕국의 모든 기사들은 정의를 위해 언제라도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오. 카돈 왕국과 지그무스 후작 각하의 도움,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지오르네 후작의 계획은 상당 부분 적중하고 있었다. 10만이 넘는 병력이 알렌 왕국과의 국경선에 포진하고, 또 1백여 대의 타이탄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고 전쟁이 곧 시작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인들은 없었다. 더군다나 코린트의 군세가 알렌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므 왕국과 토란 왕국 앞에 대규모로 집결 중이었기에 곧이어 전쟁을 예감한 약삭빠른 상인들은 미련 없이 미란 국가 연합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또 우직하게 미란 국가 연합을 떠나지 않은 상인들은 곧 할 일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란은 코린트와 크루마의 중개 무역을 주로 해 왔는데, 코린트 및 코린트 연합군에 의해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선이 완전히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코린트와 크루마 사이를 왕래하던 상인들이 미란을 통과하는 대신 훨씬 더 안전한 아르곤 제국과 산악국인 오실롯 왕국을 경유하는 루트를 통해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풍요롭던 미란의 경제 체계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시민들의 불만도 차츰 쌓여 가고 있었다. 다행히 시민들의 불만이 완전히 폭발하지는 않은 것은 아직까지 일부 상인들이 코린트-아르곤-알렌-크루마라는 무역 루트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한 적인 코린트와의 전쟁이 임박한 상태였고, 무역로가 막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어디 보자…….”

품속에서 꺼낸 얄팍한 마법책을 보며 배운 대로 이리 긋고, 저리 긋고 열심히 마법진을 그렸다. 본국의 마법사들이 원체 바쁜 관계로 마법사를 단 한 명도 데려오지 못한 덕분에 그녀는 직접 마법진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거느리고 있는 파견대 내에는 10여 명의 마법사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기밀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직접 그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가 알고 있는 그야말로 마법에 통달한 인물도 한 마리 있었지만 그 양반은 잔소리가 많아서 그런 걸 부탁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 번에 걸쳐 통신용 마법진을 만드는 것을 세밀하게 배웠다. 그렇기에 그걸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았다.

“휴…, 다 끝났군. 이제 수정구를 놔야지. 그런데 그걸 어디다가 뒀더라.”

이리저리 뒤적인 끝에 발견해 낸 지름 30센티미터는 족히 될 듯한 수정구를 마법진의 중간에 올려놓자 나머지는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마법책을 보며 알아보기도 힘든 룬어라는 망할 놈의 언어를 대충 흥얼거리며 마나를 법칙에 따라 유도하기만 하면 끝.

“안녕하셨습니까?”

“별로 안녕하지 못하다. 까만 토끼(토지에르)는 어디 있나?”

“예. 까만 토끼는 두 번째 귀염둥이(카프록시아Ⅱ)를 돌봐 주기에 바쁘죠. 우선 좋은 소식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까만 토끼는 5일 이내로 소포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호오, 제법이군. 15일은 걸릴 거라고 그러더니 대단히 열심히 일한 모양이야.”

“예,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혹시 잘 모르실 수도 있기에 보고 드립니다. 알렌 왕국을 점령하기 위한 코린트의 우익 공격대는 바실리시에 집결 중입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어.”

“예, 그런데 규모가 문제지요. 현재까지 파악된 것은 15개 보병 사단, 8개 기병 사단, 126대의 타이탄입니다.”

“126대? 확실한가?”

“예, 확실합니다. 만약 따로 놔뒀다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바실리 시가지에 보라는 듯이 쭉 세워 놨기에 덧셈만 할 줄 안다면 누구나 그 숫자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망할 녀석들. 절대로 1백 대는 넘어가지 않을 거라더니.”

“예? 저희는 절대 그런 보고를 드린 기억이 없는데요?”

“너희들 말고. 타이탄 성능에 대해서는 파악된 것이 있나?”

“예, 유명한 타이탄들이 떼거리로 모여 있기에 파악하는 데 별로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좀 위안이 되는 것은 코린트 동맹국의 근위 타이탄은 몇 대 없다는 것이죠. 대부분이 각국의 중앙 기사단 소속 타이탄들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정규 출력입니다. 1.2를 상회하는 타이탄은 정확히 9대입니다.”

“대단한 정예 부대군.”

“예, 하지만 동맹 연합군이기에 통일된 작전 수행 능력은 떨어질 것이 당연하니까 잘해 보시라는 까만 토끼의 전언이십니다.”

“놀고 있군. 그렇게 쉬워 보이면 자기가 직접 와서 해 보라고 해.”

“예,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쁜 소식 하나 더. 현재 집결 중인 코린트의 군사력이 워낙 엄청나기에 모든 국가들은 코린트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병력 파병을 망설이고 있던 많은 국가들이 이 기회에 아그립파 황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병력 파병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병력이 바실리시에 집결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쁜 소식은 그게 다냐?”

“예, 박쥐(첩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조만간에 더욱 정확한 보고가 들어올 것입니다.”

“알겠다. 그런데 3일에 한 번씩 연락을 하는 것은 정보가 너무 늦어. 하루에 한 번으로 하지.”

“예, 좋을 대로 하십시오.”

“좋아, 그럼 수고하도록!”

“옛!”

소녀는 상대방의 모습이 수정 구슬에서 사라지자 슬쩍 발끝으로 마법진을 지워 버린 후 수정 구슬도 한쪽에 숨기며 중얼거렸다.

“흐음, 크루마 녀석들…,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 주지도 않다니. 그러고도 동맹국이라고 떠들어? 이것들을 당장 달려가서 그냥…….”

투덜거리는 소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슬그머니 몸을 숨기는 인물. 그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그의 일행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나?”

“예, 예상이 맞았습니다. 그 소녀는 마법사더군요. 크라레스와 통신을 했는데, 마법진을 그리는 모습이 조금 엉성한 걸 보면 고위급의 마법사는 아닌 듯했습니다.”

“통신의 내용은?”

“예, 5일 후에 뭔가가 도착한답니다. 대화의 맥락으로 봤을 때 ‘까만 토끼’라는 인물이 보내 주는 ‘두 번째 귀염둥이’라고 했습니다.”

“까만 토끼? 그리고 두 번째 귀염둥이라. 그게 뭔지는 5일 후에는 알 수 있겠지. 그 외의 내용은?”

“현재 코린트 동맹군의 병력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말 타이탄이 126대나 집결하고 있는 겁니까? 그리고 보병과 기병을 합쳐서 23만이나 되는 대군에, 그 외에도 계속 집결 중이랍니다.”

“정말인가?”

“예, 방금 전에 들었습니다. 15개 보병 사단에 8개 기병 사단, 그 외에도 계속 집결 중. 정확합니다.”

“알겠다. 기사단 사령부에 문의해 보지. 만약 그 정도 규모라면 현재 이곳에 집결 중인 군대로는 역부족이겠는데, 어떻게 한다……. 이봐, 스칼! 본대에 연락을 취해라.”

“지금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

“옛!”

스칼이라고 불린 마법사가 열심히 마법진을 그리는 모습을 힐끗 보며 그 우두머리가 말했다.

“정찰대로부터 보고는?”

“아직 변동 없다는 보고입니다. 아무래도 미란 국내에서만 정찰 활동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 몇 개 조는 코린트 안으로 들어가라고 할까요?”

“그것도 괜찮겠지. 3개 조만 코린트 안으로 투입해. 나머지 6개 조는 위치를 조금씩 수정해서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지시해.”

“예, 정기 연락 시간에 통신을 시도하겠습니다.”

이때 마법진을 그려서 사령부를 부르던 마법사가 외쳤다.

“남작님, 사령부가 나왔습니다.”

마법진 위의 수정 구슬에는 음침한 표정의 마법사가 나타났고, 그 마법사는 수정 구슬 가까이에 위치한 인물들을 알고 있는 듯 곧장 인사를 건네 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바지오 남작님.”

“현재까지 바실리시에 집결한 적의 병력 상황을 알고 싶다.”

“예, 적 타이탄 99대, 15개 보병 사단, 8개 기병 사단입니다. 적의 병력이 많기는 하지만 타이탄의 수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니 선전을 바란다는 사령관 각하의 명령이십니다.”

“뭐? 126대가 아니고 99대라고?”

바지오 남작이라고 불렸던 우두머리의 말에 마법사는 약간 당황한 음성을 내뱉었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뭐야? 이 자식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예, 실은 사령관 각하의 함구령이 있었습니다. 지금 바실리시에 집결 중인 병력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숫자입니다. 만약 그 숫자가 정확히 동맹군 측에 전달된다면 최악의 경우 동맹군 측에서 전투 포기를 할 가능성까지 있기에 그들의 사기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126대가 정확한 거로군. 병력의 추가 지원은 없나?”

“예, 스므에에 주둔 중인 엠페론 기사단 5전대와 가므 주둔의 제4전대를 이틀 내로 그쪽으로 돌릴 예정입니다. 총전력은 로메로-H형 22대입니다.”

통상 가벼운 무게와 재빠른 몸놀림으로 유명한 타이탄 로메로. 하지만 로메로에는 두 가지 형이 있다. 통상 로메로 하면 로메로-L(Light)형을 말하는 것이지만, L형은 재빠른 몸무게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파괴력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알카사스에서는 본국에서만 사용할 예정으로 좀 더 중장갑 형태의 H(Heavy)형 50대가 생산되어 배치되었다. 30년 전부터 파괴력이나 출력에서 로메로보다 더 뛰어난 노리에급이 생산되어 실전 배치되면서 H형도 전량 타국에 판매되었는데, L형이 243대가 생산되었던 것에 미루어 보면 H형은 매우 적은 숫자만이 생산되었던 셈이다. 그 때문에 그냥 로메로라고 하면 L형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맹군은?”

“더 이상의 증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기랄! 충분히 막아 낼 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구멍이 뚫리는군.”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통신을 끊습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통신을 자제해 주십시오. 상대의 전력이 워낙 크다 보니 사령부의 통신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분투를 빕니다.”

마법사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우두머리는 지도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려운 전투가 될 것 같군. 증원될 것까지 합하면 엠페른의 로메로 36대, 크라레스의 타이탄 64대, 그리고 후방에 포진 중인 동맹 4개국의 타이탄 32대, 총 132대의 타이탄. 하지만 대부분의 동맹국들이 첫선을 보이지도 않은 신형 타이탄을 집어넣던지, 아니면 아예 수많은 국가들이 사용하는 로메로나 노리에를 보내 주고 있다. 물론 그 녀석들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는 있지. 표시 나게 본국을 지원해 줬다가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코린트의 노여움을 사게 될 테니까. 크라레스를 포함해서 5개국이 본국의 편을 들어 준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인 것이야. 그것도 인질을 잡은 채 반 어거지로 얻어 낸 것이 겨우 이 정도라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일세.”

“코린트라는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계속 집결 중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타이탄을 동원하려는 것이지?”

우두머리의 푸념을 뒤로하고 소녀는 아르티어스의 숙소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동맹국들조차도 못 믿어서 첩보전을 벌이는 쪼잔한 놈들이 어떻게 큰일을 할 수 있겠어. 바보 같은 놈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