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6화 (282/930)

미네르바 전하의 특명

이곳은 미란 국가 연합.

6년 전 전쟁에서 코린트와 크루마 사이에서 일어난 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그 전쟁터가 되었기에 미란의 피해는 막대했었다. 이제 그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려 하는데 갑자기 크루마가 대대적인 기습 공격을 가해 왔다.

미란의 정규군은 보병 10개 사단, 기병 4개 여단, 2개 기사단 체계였다. 거기에 6년 전 전쟁 때 편성한 4개 용병 사단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웬만한 다른 중소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대단히 강력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딴 것은 몰라도 미란의 기사단만은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미란의 기사단은 6년 전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거의 90퍼센트에 가까운 타이탄이 파괴되었고, 전체 기사의 반 이상이 전사했다. 그야말로 미란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6년이라는 평화로운 여유 시간이 있었기에 타이탄의 질과 양은 그전 수준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탄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력 있는 기사를 겨우 6년 동안 대량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타이탄이야 승전국의 대열에 들어갔기에 노획품이나 파괴된 타이탄을 수거하여 알카사스에 의뢰하여 재생산할 수 있었지만 이미 죽어 버린 기사들을 되살릴 길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취약한 미란을 크루마의 근위 기사단을 선두로 해서 수많은 병력이 한꺼번에 밀어붙였으니, 미란의 군대가 그야말로 손쓸 여지도 없이 무너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크루마 제국이 미란을 집어삼키려고 한 이유는 6년 전 전쟁에서 획득한 쟉센 평원과 관계가 깊다. 새로운 점령지인 쟉센 평원과 크루마 본국 사이에 위치한 미란 국가 연합은 그야말로 크루마로서는 눈에 들어 있는 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소수로 구성되어 있는 기사단의 경우 마법진을 이용해서 신속히 본토에서 쟉센 평원으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군대의 경우는 그게 힘들었다. 그렇기에 크루마의 군대가 대규모로 이동하려면 부득이 미란의 영토를 통과해야 하는데, 미란이 그걸 순순히 허락할 리가 없었다. 평상시라면 마법진을 이용해서 필요한 만큼의 병력을 수십 번에 나눠서 수송하면 되겠지만, 만약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대규모의 병력이 통과해야 하므로 미란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까지 몰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크루마는 전쟁을 일으키자마자 그토록 갈구해 왔던 미란의 도로망부터 집어삼켰기에 쟉센 평원으로 향하는 도로망을 갖추고 있던 토란과 가므 왕국이 제일 먼저 함락되었다.

꿈에도 원하던 도로망을 손에 넣게 되자, 크루마의 군부에서는 이제 더 이상 바쁠 것이 없다는 듯 주력 부대를 그대로 쟉센 평원 쪽으로 이동시켜 버렸다. 이미 가므 왕국과 토란 왕국을 집어삼키는 대규모 전투에서 미란은 기사단의 70퍼센트를 상실한 상태였기에 남은 잔여 세력을 소탕하는 데에는 소규모 기사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아름다운 호반 도시인 마로니카의 변두리 쪽에 미란 국가 연합의 의장인 지크프리트 데 가므 3세의 왕궁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격렬한 전투로 인해 군데군데 파괴되어 있었고, 여기저기에 파괴된 타이탄들과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부상자들을 처리하기에도 바빴기에, 타이탄의 수거라든지 전사자의 매장(埋葬)에까지 신경 쓰기 힘들었던 것이다.

마로니카에는 현재 5개 연대(5천 명) 정도의 보병이 주둔하고 있었고, 다섯 명의 기사가 남아 있었다. 크루마의 주력 부대는 이미 쟉센 평원을 향해 출발한 후였고, 미란의 잔여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부대들은 그들을 쫓아 남하(南下)하고 난 후였다.

그런데 마로니카의 왕궁 한쪽 귀퉁이에 마련되어 있는 영구이동 마법진이 한순간 밝게 빛나더니 거기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미란 국가 연합의 주요 인물들이 국외로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라는 아르티어스로부터 명령을 받고 미란의 맹주인 가므 의장과 상의하기 위해 급히 도착한 치레아 기사단이었다.

하지만 치레아 기사단을 이끌고 도착한 카슬레이 백작은 마법진 주위에 배치된 병사들의 군복이 크루마의 것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이 다크에게 완전히 속았다고 생각했다. 미란이 아직 점령당하지 않았으니 가서 구출하라는 명령이었는데, 이미 크루마에게 점령당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사령관 각하를 만나 뵈려고 오셨습니까?”

급히 정신을 수습한 카슬레이 백작이 마법진 주위에 서 있던 세 명의 경비병들을 해치우려고 하는데 이미 저쪽에서 인사를 건네 오고 있었다. 보통 마법진이 원활히 돌아가는 경우 높은 인물들이 그것을 통해서 이동해 오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아직 여기저기에 죽어 나자빠져 있는 시체들을 치울 일손도 없는 판국에 여기에까지 신경을 쓸 수 없어서 하급 병사 몇 명을 마법진 주위에 배치해 둔 것이 카슬레이 백작 일행에게 행운을 안겨 주었다. 어쨌든 경비병들도 그 한순간의 인사로 인해 목숨을 건진 것이다.

카슬레이 백작은 검 쪽으로 가던 손을 황급히 들어 올려 슬쩍 흔들면서 얼버무렸다.

“어? 어……. 그래, 수고가 많구먼.”

마법진 주위에 서 있던 크루마의 경비병들은 번쩍거리는 옷을 입고 있는 이 사람들이 본국에서 지원 나온 기사들인 줄 착각하고는 최대한 사근사근하게 대했다. 그 번쩍거리는 옷에는 저마다 자신들의 신분을 드러내는 문장들이 그려져 있었지만 낮은 지위의 경비병들은 그 수많은 문장이 뜻하는 바가 뭔지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곳에 좀 더 높은 계급을 지닌 인물이 있었다면 이들이 적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을 것이다.

경비병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카슬레이 백작은 주위를 쭉 둘러봤다. 아직도 군데군데 시체들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면 이 일대가 점령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복장을 하고 이 주위를 어슬렁거릴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이 멍청한 경비병 녀석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들을 알아볼 수 있는 놈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들 저쪽으로 가시지요. 사령관께서는 성안에 계십니다.”

여기까지 말한 경비병은 동료에게 급히 말했다.

“한스, 자네는 윗분들이 오셨다고 대대장님께 통보하게.”

카슬레이 백작은 부하들의 일부가 경비병이 달려가는 것을 보고 흠칫하는 것을 눈짓으로 막았다. 그런 다음 시치미를 떼고는 경비병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어쨌든 상대는 이쪽의 정체를 모르는 듯했고, 그것을 이용해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가므 의장은 잡았나?”

“옛,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요, 기사님. 대대장님이 오시면 물어보시지요? 아마 곧 오실 겁니다.”

“아니, 대대장보다는 사령관에게 안내하게. 그쪽에 볼일이 있으니까.”

“옛, 이리로 오시지요.”

성실하게 자신들을 안내해 가는 경비병의 뒤에 따라 붙으면서 카슬레이 백작은 슬며시 질문했다. 주위를 쭉 둘러보니 시체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고, 심지어 파괴된 타이탄까지 두세 대가 눈에 띄었다. 이걸 보면 이것들을 치우고 회수할 인원이 모자란다는 말일 것이다. 사실 주위에 시체를 치운다고 들것을 들고 다니며 힘을 쓰는 인물들도 간혹 보이기는 했지만, 그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전투는 언제 끝났나?”

“예, 약 30분 정도 전에 끝났습니다, 기사님.”

“30분이라……. 미란이 패배했다고 하지만, 아직 잔당들이 많이 남아 있을 테니 고생이 많겠구먼.”

“잔당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요. 놈들은 황급히 남쪽으로 철수했고, 여기 수비군을 남기고 모두들 놈들을 추격해 들어갔으니까요. 기사님들 대부분이 추격전에 가담하신 것을 보면, 미란도 이제 끝장 난 것이겠지요.”

그 말에 카슬레이 백작의 눈동자가 묘하게 빛났다. 이 경비병들은 기사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할 줄도 모를 정도니까, 결코 높은 계급은 아닐 것이고 또 그렇다면 군대의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보고 들은 것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슬쩍 유도 심문을 하니까 경비병은 대략적으로 자신이 아는 바를 토해 냈다. 물론 이쪽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물으면 수상하게 여길 테니 지나가는 듯한 말로 물었을 뿐이었기에 대략적인 대답밖에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크루마의 주력 부대가 여기에 없다면 안심하고 행동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만약 들키면 그때는 재빨리 튀면 될 것이고…….

“그런가? 오늘과 같은 대 승리를 거둔 것도 다 자네들 같은 하급 병사들이 열심히 해 줬기 때문이야. 아무리 기사단이 강하다고 해도, 병사들이 약하다면 힘들거든. 안 그런가?”

“그렇습죠, 기사님. 헤헤헤…….”

카슬레이 백작이 슬쩍 띄워 주자, 병사는 상관에게 치하를 받아서 신이 났는지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내가 이곳에 미네르바 전하의 특명을 받고 온 것은, 미란에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야.”

능청스레 말하는 카슬레이 백작에게서 ‘미네르바 전하의 특명’이라는 말이 나오자 병사는 바짝 긴장한 어조로 즉각 답했다.

“옛!”

“아무래도 미란의 동맹국인 크라레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거지.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왔는데, 예상외로 잘 풀리고 있는 모양이로군. 하지만 녀석들이 언제 손을 써 올지 모르니까 경계를 늦추면 안 되겠지.”

상관이 매우 긍정적인 어조로 말했기에 한껏 굳었던 병사의 표정은 조금 풀렸다.

“예, 전투가 끝난 후 사령관 각하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바쁘신 모양입지요. 그렇게 급하신 일이시라면 빨리 사령관 각하를 만나 뵈어야 하겠군요.”

병사가 걸음을 점점 더 빨리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장교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외양은 병사들이나 마찬가지인 투박한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갑옷에 작은 문장이 그려져 있었고, 대대장임을 뜻하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는 병사가 카슬레이 백작에게 보고했다.

“저기 대대장님이 오십니다.”

“아, 그렇군.”

이제 일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거리가 좀 멀어서 대대장은 이쪽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거리가 가까워져서 옷에 붙어 있는 문장을 알아보기만 한다면 산통은 다 깨질 것이다. 그 때문에 카슬레이 백작은 다급히, 하지만 자신의 그 초조함을 병사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슬쩍 말했다.

“파시르, 자네는 부하 몇 명 데리고 대대장과 함께 이 근처 경비 상황을 점검하게나. 한시가 급하다.”

카슬레이 백작이 한쪽 눈까지 찡긋 하며 말했기에, 오랜 세월 용병 생활로 잔뼈가 굵은 파시르가 그 속뜻을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는 “옛!”하고 대답함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기사들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기에, 그가 대대장에게 도착한 것은 거의 순식간이었다.

대대장은 갑자기 튀어나온 크라레스의 기사를 보고 기겁을 한 모양이지만, 파시르는 살짝 상대의 목에다가 다정스레 팔을 거는 척하면서 목뼈 안쪽에 숨어 있는 숨골을 지그시 압박했다. 대대장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저세상으로 떠나 버렸다. 정말 대단한 살인 기술이었다. 파시르는 일부러 호들갑스럽게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대대장에게 말을 걸며 그 대대장을 그야말로 물건 들듯이 양쪽 어깨를 잡아들고 쏜살과 같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남은 크루마의 병사들은 그 기사가 빨리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걸음이 느린 대대장을 도와준 줄 알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대대장이 이미 시체가 되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가므의 국왕을 구출하는 것도 중요하긴 했지만, 여기에 남아 있는 적의 기사들이 몇 명인가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잘못하면 그들과 정면충돌을 벌일 수도 있기에, 카슬레이 백작은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억눌렀다. 여기에 자신들이 침입한 것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은 적의 기사들은 충분히 해치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사가 있다면 반드시 주위에 마법사도 있는 법. 마법사들이 사방에 퍼져 있는 적의 주력 부대를 불러들이면 일이 아주 복잡해질 수 있었다.

카슬레이 백작은 슬쩍 걸음을 늦춰 뒤로 처지면서 뒤에서 따라오는 부하에게 낮은 어조로 속삭였다.

“건물에 들어가면 행동을 개시한다. 준비하도록!”

카슬레이 백작의 명령은 뒤따라오는 10여 명의 부하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되었다. 카슬레이 백작은 왕궁 안에는 보나마나 고급 장교들이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정체가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건물에 들어가는 그 순간 행동을 개시해야만 했다.

카슬레이 백작 일행이 건물 안으로 돌격해 들어간 지 20분쯤 흘렀을까? 그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왕궁 한쪽에 구축되어 있는 그 영구 마법진은 이제 두 번째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영구 마법진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밝은 빛과 함께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들은 처음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던 치레아 기사들처럼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어깨 쪽에는 쌍두의 그린 드래곤이 새겨진 문장이 붙어 있었다.

새로 나타난 인물들 중 두 명에게는 특이한 문장이 하나씩 붙어 있었다.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의 문장. 전 세계를 뒤져 봐도 드래곤을 죽였다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실력은 거의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을 크루마도 인정한다는 듯 그들의 갑옷 위에는 하얀 유니콘의 문장도 함께 붙어 있었다.

그 둘 중의 한 명이 조용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늘씬한 여기사(女騎士)였다.

“조용한데? 스펜, 여기가 아닌 것 아니야?”

“글쎄……. 여기가 아니라면 토란 왕국이겠지. 그쪽에는 워렌과 아더가 갔으니까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 아직 점령하지 못한 딴 왕국으로 갔다면 어쩔 수 없지. 알!”

스펜의 뒤쪽에 서 있는 기사들 중 한 명이 즉시 대답을 했다.

“옛!”

“자네는 먼저 가서 살펴봐라. 혹시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여기 사령관보고 나 좀 보자고 전해. 정보가 정확하다면, 놈들은 가므의 요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지.”

“알겠습니다.”

알이 왕궁을 향해 달려간 후 스펜은 샤트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일단은 왕궁 근처를 경계하는 것이 순서겠지?”

“당연하지.”

“에드먼드.”

“옛.”

“자네는 부하들을 궁 주위에 매복시켜라. 놈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서둘러라.”

“옛!”

에드먼드가 기사들을 이리저리 배치시키고 있을 때, 왕궁을 향해 달려갔던 알이 헐레벌떡 돌아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적입니다. 이미 놈들이 와 있습니다. 안은 시체투성이라구욧!”

“뭣? 이거 일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네. 정보가 아주 정확한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놈들은 벌써 도망쳤을까?”

“그거야 가 보면 알겠지.”

스펜은 시선을 저쪽에서 인원을 움직이고 있는 에드먼드 쪽으로 돌렸다.

“에드먼드!”

“옛!”

“실력 있는 녀석으로 20명 정도 차출해라. 궁 안으로 돌입하겠다. 그리고 남은 대원들은 왕궁을 포위해,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라.”

“알겠습니다.”

일단 에드먼드에게 대비 태세를 유지시킨 후 스펜은 샤트란에게 말했다.

“너는 밖을 맡아. 내가 들어갈 테니까.”

“훗! 정보에 의하면 이리로 온 것은 치레아 기사단이야. 드라쿤이라는 카프록시아급의 변형 20대밖에 되지 않아. 밖에 남아 있으면 어디 내 몫이나 있겠어?”

샤트란은 스펜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왕궁 안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스펜은 서둘러서 부하들을 인솔하여 그 뒤를 쫓았다. 왕궁 안에 들어서자 자극적인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물 안에는 먼저 정찰 갔던 알이 발견한 적나라한 적의 침입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에 크루마군의 복장을 한 시체들이 널려 있었던 것이다. 샤트란은 시체에 나 있는 검상을 유심히 살펴본 후 말했다.

“역시 정보대로 기사들이 침입한 게 분명하군. 조심해야겠는데?”

“역시 정석대로 나가는 것이 좋겠지. 녀석들의 목표는 아마도 요인들의 구출일 거야. 그러니 지하 감옥을 뒤지는 것이 우선이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좋아, 알!”

“옛!”

“자네가 앞장서라. 놈들은 실력 있는 기사들이다, 각별히 조심해라.”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나머지는 알의 뒤를 따른다. 모두들 타이탄을 꺼내라.”

“저 대장님, 여기서 타이탄 전투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놈들도 기사들이니 아마 타이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맨몸으로 들어갔다가는 죽음뿐이야. 자, 걸리적거리는 것은 몽땅 다 부숴도 상관없으니 타이탄을 꺼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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