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2화 (298/930)

사라져 버린 코린트의 수도 코린티아로부터 새로이 수도가 된 케락스로 연결되어 있는 악티움 대로. 중무장 보병 여덟 명이 한꺼번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도로 양편으로 심어져 있는 족히 수십 년은 묵은 가로수들이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한낮에도 걸을 만했다.

어쨌든 악티움 대로는 상업 도시 케락스와 수도 코린티아 간의 군수 물자의 이동과 병력 이동을 위해 건설된 것이었다. 하지만 대개의 도로들이 그렇듯 여행자들의 이동을 통제하지는 않았기에 많은 화물들과 여행객들이 이 도로를 애용했고, 그렇기에 그 도시들이 더욱 번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기하학적 도형이 수놓아져 있는 하얀 로브(Robe : 길고 헐거운 겉옷)를 입고 대로 위를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 한 명은 어른이었고, 또 한 명은 아직 어린 소녀였다.

소녀와 달리 어른의 경우 로브에 달린 모자를 깊이 눌러쓴 상태라서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나긋나긋한 걸음걸이와 언뜻언뜻 로브 아래로 드러나는 늘씬한 다리의 곡선으로 보아 여성인 듯했다. 어른은 차분한 눈길로 정면을 한 번씩 주시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소녀는 달랐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차의 행렬을 구경하거나, 노새를 끌고 가는 사람들 혹은 등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다가 소녀는 그것도 지겨워졌는지 저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게 펼쳐진 넓은 대로. 지평선 끝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벌써 몇 날 며칠 동안 이 대로를 걸어왔는지 모른다. 소녀는 고개를 위로 올리며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수녀(修女)님.”

소녀의 부름에 답하여 돌아오는 음성은 아주 부드러웠다.

“왜 그러느냐?”

“수녀님께서는 왜 마차를 안 타시고 걸어가시는 건가요? 마차를 빌릴 수 있을 정도로 여비는 충분하잖아요.”

비싸게 마차를 빌릴 필요도 없이, 악티움 대로를 왕복하는 승합 마차(乘合馬車)라는 값싼 대중교통 수단도 있었다. 20여 명은 탈 수 있는 거대한 마차에 여러 사람이 탑승하여 부대끼며 가는 것이기에 속도도 느렸고, 쾌적도도 떨어졌지만 어쨌건 걸어가는 것보다는 한결 나았다. 소녀의 말투에서 약간의 짜증을 읽어 낸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후훗, 네가 발이 아픈 모양이구나.”

수녀가 정곡을 찌르자 소녀는 당황해서 말했다.

“그건 아니구요.”

“그러느냐? 그건 그렇고 저쪽에 앉아서 쉴 만한 장소가 있으니 거기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꾸나.”

“예.”

수녀는 나무 그늘 밑에 자리 잡은 제법 큰 돌덩어리가 길가에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뒤따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수녀님께서 마차를 달라고 부탁하셨으면 충분히…….”

“그건 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란다. 신을 받드는 사도들이 육체의 안락을 꾀하면 안 되는 것이야. 아주 급한 일이라면 또 모르지……. 하지만 신탁에서 정해 놓은 때까지만 케락스에 도착하면 돼.”

소녀는 수녀의 옆에 얌전히 앉았다. 싱그러운 가을바람이 상쾌했다. 이제 곧 겨울이 올 테지만, 그전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기에 도보로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계절이었다.

“좀 빨리 가시면 안 될까요? 아무리 다음에 다가올 암흑의 세기를 막아 줄 영웅이 케락스에 나타난다는 신탁이 내렸지만, 그가 누군지 또 어떤 사람인지는 하나도 알지 못하잖아요? 조금이라도 빨리 케락스로 가서 조사를 해 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수녀는 소녀를 향해 사랑을 가득 담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냈다. 그녀도 과거에 그러했듯, 이 소녀 또한 범상한 신분은 아니었다. 다음 세대의 종단을 이끌어 갈 뛰어난 인재들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소녀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며 수많은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던져 대고 있었지만, 수녀는 언제나 한결같이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해 줬다. 이렇듯 소녀의 인성과 지성을 다듬어 가는 것에 무한한 재미를 느끼면서도, 옛날 자신이 세상 구경을 나가서 저질러 댔던 얼토당토 않은 짓거리를 회상해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종단에서는 이런 식으로 다음의 인재들을 교육시켰고, 수녀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이 교육 방법이 매우 좋다고 깊게 공감하고 있었다. 사원 안에서만 쌓은 경험과 지식은 아무래도 세상의 그것과는 분리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케락스로 가라는 신탁이 내린 이상, 그 대부분의 힌트는 아데나신께서 가르쳐 주신 셈이라고 봐야 하겠지.”

“어째서요?”

“그 강력한 암흑의 기운을 몰아낼 수 있을 만한 강력한 기사단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코린트뿐일 거야. 지금은 오랜 전쟁으로 인해 코린트의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코란 근위 기사단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지 않느냐?”

이제야 뭔가 짚힌다는 듯 소녀는 고개를 까딱였다.

“영웅이란 옛날부터 전해 오는 전설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란다. 전설에서야 농부의 아들이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거나, 아니면 이름 없는 시골 무사가 드래곤으로부터 강력한 무기를 얻어 내어 영웅으로 등장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지. 그만큼 타이탄이란 것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수녀님께서는 케락스로 가셔서 아그립파 4세 폐하를 만나시고 도움을 청하실 건가요?”

소녀의 철없는 물음에 수녀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내 신분으로는 도저히 황제 폐하를 알현할 수 없단다.”

사실 아무리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고 하지만 젊은 그녀에게는 경험과 실적이라는 것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아직 ‘수녀’라는 말단직에 머물러 있었다. 수녀로서 교단의 계율을 지키고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단계를 지나 수양 정도를 인정받게 되면 지금과 같이 누군가를 지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하나의 신전을 책임질 수 있는 대사제(大司祭)의 직함을 받으려면 아직도 더 많은 수련을 거쳐야 하고, 또 자신이 맡은 제자들을 훌륭하게 성장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다.

코린트의 황제에게 감히 알현을 청할 정도가 되려면 신녀(神女)나 그녀를 보좌하는 교령(敎令) 정도는 되어야 했다. 대사제가 되기에도 아직까지 까마득한 여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알현을 청하기에 코린트의 황제 폐하는 너무나도 지고(至高)한 신분을 가진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신녀님께서 수녀님께 영웅을 찾으라는 교시(敎示)를 내리신 것일까요? 드로아 대 신전에는 수녀님보다 훨씬 능력이 크신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내가 가야만 한다고 아데나 여신께서 신탁을 내리셨단다. 어떻게 여신님의 깊은 뜻을 한낱 인간인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니? 가 보면 그분의 뜻을 알 수 있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영웅을 찾으실 거죠? 무작정 케락스시를 헤맨다고 만날 수 있을까요?”

“아데나신께서 도우신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 하지만 일단 케락스가 목적지인 것으로 보아 영웅은 코린트의 기사일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 그리고 코린트의 기사들 중에서도 근위 기사거나 아니면 그보다 높은 지체를 가지고 계신 분일 가능성이 크겠지.”

“으음, 그렇다면 누구를 만나 뵈어야 하는 거죠?”

권력의 구조나 기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에 심각하게 궁리하는 소녀였다. 수녀는 그런 자신의 제자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봤다. 물론 자신의 신분으로 봤을 때 황제는 고사하고 근위 기사도 만나기를 청하기는 힘들었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는 케락스에 있는 신전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자, 이만 일어서자. 갈 길이 멀단다.”

다크의 탈출

“죄수가…, 죄수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나으리.”

실내에 울려 퍼지는 시녀의 다급한 외침 소리를 듣고, 기사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는 정신없이 문을 가로막고 있는 가구를 옆으로 밀쳐 낸 후 황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평상시에는 묵직하게 느껴졌던 가구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냐?”

시녀는 당황해서 침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뭔가 이상이 생긴다면 그녀의 목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만큼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죄수의 안위는 중요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죽은 것 같습니다요.”

기사는 시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밀쳐 버리고는 죄수의 옆에 다가섰다. 과연 시녀의 말대로 창백하기 그지없는 안색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여기에 잡혀 올 때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도 보였다. 그가 처음에 이곳에서 죄수의 얼굴을 봤을 때도 이렇듯 창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먼저 상대의 호흡을 살폈다. 역시 죄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기사의 심장은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이렇게 중요한 죄수가 하필이면 내가 당번일 때 죽어 버리다니……. 죽고 싶으면 아까 지오그네 경이 왔을 때 죽었으면 좋았을 거 아냐?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지?’

그는 마지막으로 소녀의 경동맥 위에 살짝 손가락을 대고 상대의 맥박을 살폈다. 만약 맥박이 아직 희미하게나마 뛰고 있다면 손 쓸 길이 남아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아직 죽지 않았다. 희미하지만 맥이 살아 있어.”

기사는 이제 갓 자라나기 시작한 듯한 소담한 소녀의 가슴에 그 커다란 손을 대고 세차게 압박했다가 풀었다가 하기를 반복하며 황급히 시녀에게 외쳤다.

“너는 빨리…….”

기사는 시녀를 보내 봐야 그녀의 걸음걸이로는 도저히 제시간에 닿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녀는 죽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약을 너무 과하게 쓴 탓일 것이다. 한시가 급했다.

“너는 여기에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소녀의 심장이 뛰도록 도와라. 나는 가서 도움을 청하고 오겠다.”

“예, 나으리.”

기사는 정신없이 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기사가 달려 나가고 난 후 3분쯤 지났을까? 콧등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열심히 가슴을 지압하고 있던 시녀는 문득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상대가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죄수는 쏜살과도 같이 손을 뻗쳐 왔다. 상대의 턱과 뒤통수를 잡고 휙 돌리자마자 우두둑하는 기괴한 음향이 들려왔다. 그리고 죄수는 자신의 위에 쓰러져 있는 시녀를 옆으로 밀치면서 일어섰다.

“휴∼.”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 밑에 놓여 있는 자신의 작은 신발은 신을 생각도 안 하고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언제 기사가 돌아올지 모른다. 미네르바에게 직접 보고를 하러 달려갔을 수도 있고, 도중에 다른 기사를 만나 그에게 연락을 청하고는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다.

소녀로서는 최대한 빨리 밖으로 도망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소녀는 기사가 먹다가 놔둔 빵 한 덩어리와 큼직한 고기 조각 하나, 그리고 물병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소녀가 달려 나가고 나서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마리아 지오그네가 사색이 다 되어 도착했다. 그녀는 마법사에게 이 기막힌 소식을 전달받은 즉시 이곳으로 공간 이동해 왔던 것이다. 소녀는 살아 있는 채로 코린트에 넘겨줘야만 했다. 그래야만 드래곤의 진노를 코린트에게로 떠넘길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죽는다면…, 그 뒤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마리아 지오그네는 실내의 전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녀는 목이 휙 돌아간 채 엎어져 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시녀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최후의 순간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이 보였다.

바로 이때, 각 구획을 나누는 통로에 대기 중인 마법사에게 위급 사항을 전달하고 곧장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기사가 헐떡거리며 도착했다. 기사 역시 실내의 전경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빠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부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지오그네는 음산하게 외쳤다.

“빨리 죄수를 찾아라. 각 통로는 막혀 있다. 그러니 이 구획 내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다. 빨리 찾앗!”

“옛, 각하!”

후다닥 달려가는 기사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지오그네는 인원을 좀 더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이 좋아서 한 구획이지 이곳은 엄청나게 넓고 복잡했다. 결단코 기사 한 사람이 이곳저곳 뒤져서 숨어 있는 쥐새끼를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멍청한 것! 죄수를 감시하는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지오그네는 곧장 당직실로 달려가서는 어젯밤을 새운 후 자고 있는 토린을 두들겨 깨워서 함께 통로 쪽으로 달려갔다. 통로에는 각 구획을 차단하는 방어 거점이 있었고, 거기에 가면 비밀리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단의 기사나 방어 사령부의 병사들을 추가로 뽑아서 수색작전에 투입하지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쾅! 쾅!”

세차게 철문을 두들기자 작은 창이 열리며 두 개의 눈이 드러났다. 상대는 철문 앞에 씨근덕거리며 서 있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아보자마자 곧장 철문을 열었다. 부하의 보고를 받고 서둘러 달려 나온 기사는 깍듯하게 인사를 건넨 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한적한 곳에서 하루에 두 번씩이나 만나기에는 지오그네의 신분이 너무나 높았던 것이다.

“어쩐 일이십니까? 각하.”

“빨리 병사들을 풀어라.”

“예? 하지만 보루의 병사들을 풀려면 그에 따른 절차와 허가서가 있어야만 합니다.”

기사의 말에 지오그네는 짜증스런 어조로 외쳤다.

“내가 그걸 모르는 줄 아나? 경도 들었겠지? 포로의 신상에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말이야.”

“예, 각하. 저희 보루를 통해서 각하께 보고가 올라갔으니 그건 당연하지요.”

“그 포로가 탈출했다. 죽은 체한 것은 연극이었다 이 말이다. 알겠나?”

지오그네의 말에 기사는 기가 찬 듯 중얼거렸다.

“그럴 수가…….”

“경도 포로가 탈출하는 데 일조를 한 이상, 전하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기 전에 일을 조용히 마무리 짓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사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포로가 각 구획을 나누고 있는 보루를 파괴할 힘이 없는 한 탈출은 불가능했다. 또, 그 어떤 곳의 보루도 파괴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으니 물론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병사들을 대량으로 투입한다면 금방 찾아내겠지만, 소수의 병사들로 못 찾을 것도 없었다. 그 말은 열심히 뒤진다면 상급자들에게 보고가 들어가기 전에 지하에 남아 있는 인력만으로 포로를 찾아낼 수도 있다는 말이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각하.”

“각 보루에서 기사 한 명과 견인족 열 마리씩 차출하여 수색 작전에 투입해라. 남은 인원만으로도 경비 태세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 지하는 다섯 개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그 다섯 구획은 여덟 개의 통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곳에는 여덟 개의 보루가 있다는 말이었고, 동원 가능한 인력은 기사 여덟 명과 견인족 80마리였다. 그 정도면 구획 하나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포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특히나 견인족들은 후각이 뛰어나지 않던가?

“옛, 각하.”

지오그네는 자신과 함께 달려왔던 토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경은 보루에서 인력을 할당받는 즉시 로린스 경과 합류하여 수색을 시작하라.”

“옛!”

“두 시간의 여유를 주겠다. 그게 내가 경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시간 여유다. 그 안에 찾아낸다면 이번 일은 내 손에서 무마시킬 수 있다. 알겠는가?”

“옛,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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