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0화 (346/930)

드래곤의 아들

지금껏 자식을 낳아 키운 적이 없었던 아르티어스는 기억을 잃은 다크를 돌보며 점차 그녀에게 빠져 들기 시작한다. 드래곤은 인간과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다크는 이런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드래곤의 사랑을 얻고, 부자의 연을 맺게 된다.

다크가 나이아드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을 차마 방관할 수 없었던 아르티어스는 나이아드와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나이아드는 그녀를 놓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크가 아쿠아 룰러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던 도중, 그녀의 엄청난 능력을 발견한 나이아드는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여 자신의 계획에 이용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안 아르티어스는 나이아드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크에게 용언 마법을 가르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성과는 없이 시간만 계속 흘러간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아르티어스는 나이아드를 불러내어 다만 1년만이라도 시간 여유를 달라고 사정한다.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사랑하는 딸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에 다크의 봉인된 기억이 해제된다. 기억이 되돌아온 다크는 아르티어스의 품을 떠나 자신의 자리, 즉 크라레스 왕국으로 돌아온다. 기나긴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다크는 다시금 자신의 힘을 되찾았고, 그런 그녀에게 국왕은 총독 직위를 주어 점령지인 치레아 지구를 맡긴다.

그리고 그녀는 국왕에게 새로운 타이탄을 한 대 지급받는데, 그것의 용도는 전투용이 아니라 연습용이었다. 그녀는 타이탄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것의 사용법을 익혀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청기사는 그 존재 자체도 비밀에 붙여야 하는 타이탄이었기에,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꺼내어 연습용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치레아에 도착한 다크는 자신의 영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과 함께 일했었던 동료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또 이전 치레아의 귀족 그란트 반 리에 카르토 자작을 포섭하기도 한다. 뛰어난 인물이라면 상대가 아무리 반역자라 하더라도 포섭해서 써먹는 그녀의 실리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그 후, 다크는 치레아와 신성 제국 아르곤 사이의 국경 지대에 우글거리던 몬스터들을 뿌리 뽑는다. 그런데 그녀는 도망치는 몬스터들을 쫓아 아르곤의 국경을 넘어가서 그들을 학살해 버렸기에, 아르곤에서는 국경 침입을 빌미 삼아 치레아를 압박하기 위해 사자를 파견해 온다.

그 소식을 들은 다크는 사자들과 복잡한 외교전을 펼치는 것을 포기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 버린다. 총독대리에게 모든 일거리를 남겨 두고 말이다.

그 이후 이어지는 신성 제국 아르곤까지의 여행. 지미와 라빈만을 데리고 가는 단출한 여행으로, 도중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러다가 그들은 드래곤을 사냥하고자 하는 패거리들과 만난다.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과 싸운다는 것에 꽤나 흥미가 동한 다크였기에 그녀는 두말 않고 그들과 합류한다.

한편 아르티어스는 몇 달 동안 레어 안에서 뒹굴거리다 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 보냈던 단란한 시간을 잊을 수 없어 크라레스 왕궁으로 다크를 찾아간다. 하지만 아르티어스가 아들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달랑 이름 몇 글자 정도. 겨우 그 정도만 가지고 무턱대고 아들을 찾다 보니 황궁 수비병들과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황궁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려는 찰나, 운 좋게 진실을 포착한 황제에 의해 아르티어스와 극적인 화해가 진행된다. 아르티어스는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을 무마하기 위해 황제에게 보검을 선물한다. 드래곤인 그가 한낱 인간의 황제에게 보검까지 선물한 것은 다 자신의 양아들을 사랑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를 잘 봐달라는 말이었으니까.

다크와 함께 드래곤을 잡으러 가는 일행들은 사실 크루마 제국의 근위 기사들이었다. 국제법상 타국에서 보물을 획득했을 때, 그 나라의 황제에게 80퍼센트의 세금을 바쳐야만 했다. 크루마는 세금을 내지 않고, 그것을 통째로 꿀꺽하려는 심산이었기에 아르곤 제국과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크루마 제국이 몰래 드래곤 사냥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코린트 제국이 끼어든다. 드래곤 사냥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코린트 제국은 그 돈으로 크루마 제국이 군비 증강을 하려는 속셈임을 간파하고, 도중에 드래곤의 사체를 뺏으려고 강력한 기사단을 투입한 것이다.

드래곤을 사냥한 후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크루마, 세금을 받아내려는 아르곤, 그리고 그 중간에 끼어 드래곤의 사체를 통째로 꿀꺼덕해 버리려는 코린트. 이 세 제국이 뒤엉켜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결국 크루마는 소기의 목적대로 드래곤을 꿀꺽해 버렸고, 아르곤은 대 혈전까지 벌였지만 건진 건 하나도 없이 막대한 피해만 입는다. 그리고 그사이에 끼어 눈치만 보던 코린트는 헛물만 켜고 만다. 그들이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은 엄청난 실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령술사뿐. 그들은 다크를 정령술사로 오해하고,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코린트로 초대한다.

제1차 제국 전쟁

크루마 제국이 감히 자신들에게 맞서려고 한다는 것을 안 코린트 제국은 크루마가 다시는 그런 망상을 품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할 계획을 세운다. 코린트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과 물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정도면 충분히 크루마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계속되는 변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우선 블루 드래곤 카드리안(그라세리안 드 코타스 공작)의 은퇴다. 그는 다크와 아르티어스를 만난 후, 이제 슬슬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이번 유희를 끝낼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로써 코린트는 엄청난 실력을 지닌 대마법사를 전쟁도 시작해 보기 전에 잃어버리게 되는 비운을 겪게 됐다.

크루마 제국은 코린트가 자국을 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다. 그들은 전쟁터로 미란 국가 연합을 선택한다. 괜히 자국 내에서 전쟁을 벌여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으므로, 코린트의 군대가 들어오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미란 국가 연합을 동맹으로 포섭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동맹국들에 사신을 파견하여 병력 파견을 요청한다. 이때 크루마에 의외의 지원을 약속해 온 곳이 바로 크라레스 왕국이다. 그들은 크루마로서는 예상도 하지 못했던 강력한 기사단을 보내 줄 것을 약속하고, 대신 전후에 크로사나 평원의 지배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크루마는 그걸 받아들인다. 사실 그들의 판단으로는 이번 전쟁을 통해 코린트를 멸망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루마가 원하는 것은 미란 국가 연합 일대에서 강력한 방어선을 치고 그곳에서 전선을 고착화시켜, 결국 전쟁에 염증을 일으킨 코린트가 휴전을 제의해 오는 것이었다. 그 정도만 해내도 승리를 이뤄 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크루마의 지휘부가 생각할 정도로 코린트는 막강한 제국이었던 것이다.

결국 제1차 제국 전쟁이 시작된다. 대 제국인 크루마, 코린트에 대해 오랜 세월 복수를 다짐하며 전력을 키워 온 크라레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되어 버린 미란 국가 연합. 이들이 코린트 제국과 싸우지만, 사실 그들이 코린트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크라는 인물이 거기에 끼어들어 승리를 쟁취해 내고, 결국 코린트가 천천히 무너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첫 번째 벌어진 국지전에서 크라레스에서 파견한 살라만더 기사단은 대승을 거뒀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했다. 그에 위협을 느낀 크루마 제국은 금지된 마법인 유성 소환 마법을 사용한다. 유성 소환 마법은 저 우주의 유성을 소환하여 목표물로 유도하는 고난이도의 마법으로써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워낙 정확도가 떨어지는 마법이었다. 더군다나 마법을 실행한 후, 유성이 지구에 도착하는 건 한 달쯤 후였다. 그런 만큼 아예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자들이 상대방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그럭저럭하는 동안에 전쟁의 무대는 갖춰지고 본격적인 전쟁으로 들어간다. 좌익을 희생해서라도 중앙을 보강하여, 적 중앙의 금십자 기사단 및 좌익의 은십자 기사단을 우선적으로 괴멸시켜 승리의 토대를 삼겠다는 크루마의 전략.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약점이었던 중앙을, 구입해 온 타이탄 1백 대로 충분히 보강하여 숫자로 밀어붙이려는 코린트의 전략. 미네르바의 계략이 어느 정도 모험을 한 것이었다면, 코린트 쪽은 세계 최강의 관록이 붙은 국가인 만큼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을 대량으로 투입하여 열세한 적을 천천히 밀어붙이는 정석에 가까운 작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크루마 쪽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것이 다크가 거느린 기사단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승리, 코린트 연합의 타이탄 3백여 기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쪽 방향에 의외로 강력한 기사단이 존재함에 놀란 키에리는 후방에 대기시켜 놓은 전력을 어느 한쪽으로 투입해서 가부간에 결정을 낼 생각이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다크의 움직임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시간 낭비를 해 버리고 만다. 그의 조심성이 가져다 준 뼈아픈 실책 때문에, 키에리는 가장 신뢰하던 친구들 중의 한 명을 잃게 된다.

크로나사 전기

다크의 도움 없이는 승리도 없음을 파악한 미네르바 공작은 다크에게 사정하여 그녀를 끌어들인다. 미네르바가 그녀에게 부탁한 것은 단 하나. 키에리를 막아 달라는 것뿐이었다.

다크는 자신의 타이탄 청기사를 동원하여 키에리 발렌시아드와 장엄한 대결을 펼친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급인 둘의 실력은 막상막하. 하지만 타이탄의 성능은 다크가 훨씬 위였다. 그 덕분에 다크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키에리를 상대로 승리를 얻어 낸다. 키에리가 중상을 입고 쓰러진 순간, 마스터급의 기사들인 제임스와 까미유가 가세하여 그를 구출해 낸다. 물론 겉모습은 그랬지만, 사실 다크가 손을 쓰지 않고 그들을 놔준 것이었다. 지금은 키에리가 살아 있는 편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코린트의 황제는 패전의 책임을 물어 키에리를 참수해 버린다. 그런 다음 그 후임으로 로체스터 공작을 임명한다.

대회전의 패배로 인해 크루마 연합군은 파죽지세처럼 진격. 코린트의 쟉센 평원을 손에 넣게 된다. 드넓은 평원에서 코린트는 게릴라전에 들어간다. 로체스터 공작은 크루마의 군대를 평원에 분산시켜 각개 격파시켜 버릴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크로나사 평원에 대한 크라레스의 침략이 벌어진다. 로체스터 공작은 크라레스에 대해서도 크루마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 끝없는 게릴라전으로 적들의 진격 속도를 둔화시키며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제임스와 까미유로부터 다크의 무서움을 전해들은 로체스터 공작은 크루마부터 박살을 내 버린 후, 그녀가 있는 크라레스와는 휴전을 하든지 하는 식으로 전후 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등장하는 변수가 바로 그로체스 공작이다. 그로체스 공작은 키에리 발렌시아드가 사라진 후, 황제의 환심을 사면서 전면에 등장한 간신배다. 그는 군부의 세력이 위축된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하고, 황제를 설득하여 지휘권을 얻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체스 공작이 세운 작전은 로체스터 공작의 것과 정반대다. 대국인 크루마와 빨리 휴전을 해버린 후, 그쪽에 투입되어 있던 병력까지 몽땅 다 크라레스 쪽으로 돌려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이었다. 그로체스 공작이 이런 오판을 내린 것은 크라레스가 지닌 저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로체스 공작은 황제에게 간하여 제대로 된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로체스터 공작으로부터 지휘권을 뺏어 낸다. 그런 다음 계획대로 크루마와는 휴전을, 그리고 크라레스와는 전쟁을 선택한다. 그러면서 남부전선의 책임자로 투입한 인물이 다리엔 후작이다. 그는 은십자 기사단의 절반이나 되는 세력까지 지원받은 채, 크라레스 제국을 상대한다.

로체스터 공작은 까미유의 보고에 의해 다크의 실체가 드래곤이라는 보고를 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드래곤임이 확실하다면, 그녀와의 싸움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로체스터 공작은 한발 뒤로 물러서서, 그로체스 공작이 크라레스 왕국과 싸우는 것을 지켜보기로 한다. 괜히 그녀와 싸움을 벌였다가 또다시 패배하게 된다면, 그 역시도 친구인 발렌시아드의 뒤를 이어 숙청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각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가는 가운데, 코린트 제국과 크라레스 왕국과의 전쟁은 점점 더 격하게 진행된다. 서로가 상대를 제압하고 보다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싸우는 가운데, 전세는 조금씩 크라레스 쪽으로 기울어 가기 시작한다. 미란과 크루마에서 방대한 병력을 지원받아 그런대로 보급로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미투랑 전투와 나이아드와의 대결

크루마가 전개한 유성 소환 마법 중 하나가 실수로 레드 드래곤 브로마네스의 영토에 떨어진다. 거대 도시라도 그 한 방으로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엄청난 위력을 지닌 유성이었지만, 브로마네스는 브레스 한 방으로 유성을 박살 내 버린다. 로체스터 공작은 재빨리 브로마네스에게 까미유를 파견한다. 그쪽으로 유성을 날린 것은 크루마의 짓임을 고자질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유성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아낸 브로마네스는 크루마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많은 대가를 얻어 낸다. 그런 다음 그는 절대로 수행해 낼 수 없는 조건 한 가지를 제시한다. 만약 그걸 해내지 못한다면 크루마의 수도 엘프리안을 가루로 만들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브로마네스가 요구한 조건은 자신의 새로운 레어가 만들어졌을 때, 그곳에 자신의 옛 친구 아르티어스를 초청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건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광폭한 아르티어스가 인간들의 말에 절대로 움직일 리 없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르는 크루마의 그린레이크 공작은 아르티어스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르티어스를 찾아낸다. 엄청난 양의 선물을 준비해서 그의 레어를 방문했을 때, 아르티어스는 단 한마디의 말도 들어 보지 않고 강력한 공격을 가해 침입자들을 처치해 버린다.

결국 그린레이크는 이 일에 미네르바를 끌어들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정적인 그녀를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미네르바는 그곳에서 아르티어스와 다크를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과연 다크는 드래곤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그러는 와중에 양국의 전력은 미투랑 요새에 집결한다. 미투랑 요새는 코린트 방어군의 중심이었고, 그것을 파악해 낸 크라레스의 기사단은 미투랑을 파괴하기 위해 집결했던 것이다. 로체스터 공작 또한 이 일을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 자신의 기사단을 일부러 투입하지 않는다. 그곳의 전투에서 패하는 것이 오히려 조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로체스터 공작의 예상대로 코린트군은 괴멸당하고, 그와 동시에 군권까지 쥐고자 했던 그로체스 공작의 꿈은 박살 난다. 그리고 다시금 남부 전선의 지휘권은 로체스터 공작에게로 돌아온다.

로체스터 공작은 서둘러 크라레스와 휴전 조약을 맺는다. 다크가 뒤에 있는 한, 절대로 전쟁은 불가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화가 오는 듯하지만, 다크에게는 나이아드와의 2차 접전이 기다리고 있다. 나이아드는 약속한 1년이 지나자, 다크를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끌어들여 부하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나이아드는 여지없이 박살 나고 만다. 원래의 힘을 되찾은 다크의 힘은 그만큼 가공스러웠던 것이다.

그 뒤 나이아드와의 인연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이상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쪽 세상에서는 절대로 다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이아드가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끌고 가 버렸기 때문이다.

정령계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날아가자 다크의 몸은 저주에서 풀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것을 깨달은 다크는 크게 기뻐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령계의 다섯 지배자들 중 하나인 나이아드가 나타난다. 정령계에서 나이아드가 지닌 능력은 거의 신(神)에 필적하는 정도다. 그런 그를 어떻게 인간인 다크가 이길 수 있겠는가. 싸우면 싸울수록 절망감만 깊어질 뿐이다.

한편 다크가 사라지자 아르티어스는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한다. 그는 다크가 정령계로 끌려갔음을 깨닫고, 아들을 구출해 달라며 자신이 보낼 수 있는 모든 정령왕들을 정령계로 보내기 시작한다.

자신이 소통하고 있는 바람의 정령왕 아리엘, 엘프 카렐이 사용하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드, 그리고 엘프 카렐의 동반자인 블루 드래곤 키아드리아스와 소통하고 있는 전기의 정령왕 카르스타. 이들 정령왕 셋이 동원되자,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와 대지의 정령왕 다오는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 정령왕들의 힘은 동급이었기에, 숫자에서 밀리는 이상 승산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 다크는 무사히 아르티어스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나이아드는 아르티어스와 다크에게 무한한 증오심을 품게 된다.

제2차 제국 전쟁

1차 제국 전쟁의 여파로 각국이 군비 확장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다크는 제2황자와 함께 미란 국가 연합으로 간다. 과거 미란은 동맹의 조건으로 혼인을 제의했었다. 이미 황태자는 크루마의 여성과 혼인해 버린 상태였기에, 대신 제2황자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쪽으로 간 것이다.

미란과 크라레스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듯하자, 미네르바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란 국가 연합은 과거에는 혈맹이었지만, 지금은 크루마의 영토가 되어 버린 쟉센 평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 방해물에 불과했다. 속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병력을 투입해서 병합해 버리고 싶은 그녀였지만, 미란의 뒤에 있는 크라레스의 존재로 인해 아직까지 군사적인 행동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미란과 크라레스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려고 하니 그녀의 심기가 편할 리 없었던 것이다.

이에 미네르바는 파죽지세로 확대되고 있는 크라레스의 기운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 핵심 인물들 중 한 명인 토지에르를 암살해 버릴 계획을 세운다. 물론 그런 인물을 암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미네르바로서는 그를 없앨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현재 크라레스의 황태자는 이미 세뇌 작업을 통해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토지에르에 대한 암살 작전이 실행되고, 그는 치명적인 중상을 당한 상태로 간신히 탈출한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반지를 끼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루빈스키 공작은 황제의 명에 따라 토지에르의 암살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조사를 은밀히 시작하고, 결국 황태자가 유폐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지어진다. 그리고 코린트가 비밀리에 엄청난 규모로 최신형 타이탄들을 생산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미네르바는 그 작전을 실행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코린트 제국이 ‘적기사II’라는 최신형 타이탄을 31대나 제작하는 등 엄청나게 군비를 확장하자, 크라레스는 그에 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크라레스는 코린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 가지 계략을 수립한다. 그것은 바로 ‘코린트 동맹’의 해체였다.

코린트는 수많은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맹국들은 코린트가 위험할 때 병력을 파병해 준다. 그런만큼 코린트의 동맹국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코린트의 군사력이 약화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크라레스는 자신의 동맹국을 충동질하여 코린트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방식을 취한다. 크라레스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에, 코린트로서도 국지적인 분쟁에 참여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여러 동맹국들이 타국에 병합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코린트는 드디어 전쟁에 개입하기로 결정한다. 이번 사태의 뒤에 크라레스가 있음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결국 양국의 동맹국들끼리 싸우는 소규모 전쟁터에서 다시 한 번 코린트와 크라레스의 정규 기사단들이 맞부딪친다. 물론 처음에는 그들도 정면 대결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부족한 정보,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와 시간의 부족 등등……. 여러 악조건들이 겹치며 양쪽은 정면충돌을 해 버리고 말았고, 크라레스의 기사단은 막심한 피해를 입고 만다.

이제 곤란하게 된 것은 크라레스 쪽이 된다. 코린트의 기사단에게 대패했다는 소식이 사방에 알려지면, 동맹국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또, 코린트라는 대국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기에 크라레스는 너무 약하다는 판단을 동맹국들이 내리게 되는 날에는 되려 ‘크라레스 동맹’이 해체될 우려마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크라레스는 대규모 기사단을 파병하고,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된다. 이번 전투에서는 크라레스의 대승. 결국 방금 전까지 크라레스가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을 코린트가 고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전투였다.

서로 간의 체면과 동맹국들에 대한 과시. 이 모든 부분이 작용하며 코린트와 크라레스는 전투를 되풀이하며 그 규모를 삽시간에 키워 버린다. 서로 간에 전면전으로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양국의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면전이 시작되어 버린 후였다.

물론 이때 크라레스 제국에 토지에르 공작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본격적인 대 전쟁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의 암살 미수 사건으로 인해 모처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기에 대처가 한발 늦고 말았다.

양쪽 다 전쟁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미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상황이라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태다. 그러다가 벌어진 다크에 의한 대 학살극. 대량의 타이탄을 상실하며 대패를 당한 코린트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너무나도 큰 피해를 당한 상황이었기에, 만약 여기서 물러난다면 코린트 동맹 자체가 와해될 우려마저도 있었다.

결국 전쟁을 선택한 코린트는 알카사스와 크루마, 그리고 아르곤을 끌어들이기로 한다. 다크라는 존재가 뒤에 있는 한, 그 정도 동맹국들을 끌어들여야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린트는 각국에 사신을 파견하여, 이해득실을 논하며 크라레스와의 전쟁에 동참해 줄 것을 제의한다.

알카사스와 아르곤은 곧바로 참전을 승낙했다. 코린트가 크루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크라레스로부터 의외의 제안이 들어온다. 그것은 곧 쓸데없는 다툼은 그만 두고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로체스터 공작은 상대의 제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협상을 하자고 한 후, 한 번 기습을 당한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꾐에 또다시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코린트는 협상에 응하는 척하면서 기습 공격을 준비한다.

루빈스키 대공이 소수의 호위들만을 거느린 채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코린트는 크라레스에 대한 대대적인 기습 공격을 시작한다. 루빈스키는 중상을 당한 채 협상장에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바로 그날 크라레스는 기사단 전력의 절반을 상실할 정도로 막심한 타격을 받는다.

자신이 지금껏 상대에게 저질러 놓은 행동은 생각도 하지 않고, 크라레스의 황제는 분노에 가득 차 다크를 소환한다. 그녀에게 적의 기사단을 제압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코린트의 금십자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공간 이동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래전부터 그녀의 곁에 붙어 있었던 첩자에 의해 그녀의 행동은 낱낱이 코린트의 상층부에 보고된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해서 코린트는 그녀와 정면충돌을 회피하는 한편, 크라레스의 다른 기사단들을 철저하게 파괴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결국 헛물만 켜 버린 다크는 자신의 주위에 첩자가 붙어 있음을 깨닫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한다. 이제 그녀의 행동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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