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8화 (434/930)

배를 두둑이 채운 후, 묵향과 만통음제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천일루 내의 모든 손님이 그 행동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음악이 들려올 때는 지그시 눈을 감고 감상하고, 한 곡 끝나고 나면 저마다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아래쪽이 또다시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여러 명의 도사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가세한 것을 보면, 아마도 원군을 이끌고 다시 찾아온 모양이었다.

“누가 너희들을 이 꼴로 만들었단 말이냐?”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도사가 말하자, 절룩거리며 따라 들어온 도사 한 명이 냉파천을 가리키며 악을 썼다.

“저기 있는 저놈이옵니다, 사부님!”

사부라는 자는 한눈에 봐도 꽤 높은 수련을 쌓은 인물이었다. 물론 묵향의 입장에서는 만만하기 그지없는 상대였지만, 냉파천이 상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듯싶었다. 그렇기에 묵향이 아무 말 없이 쓱 일어서려는 순간, 냉파천이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부탁해 왔다.

“제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자네도 잘 알 텐데?”

그 말에 냉파천은 전음으로 답해 왔다.

<사부님께서 음악을 사랑하시어 음제의 칭호를 받으시긴 하셨지만, 결코 그분의 검술이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물론, 형님의 검술 실력을 못 믿는다는 것은 아니네만…….”

‘네 녀석의 검술 실력을 못 믿는다는 거지’라는 말이 빠져 있다는 것을 냉파천이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의 몇 가닥 남지 않은 수염이 분노로 인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감히 발작할 수가 없었다. 실력으로도 안 될 게 뻔했지만, 상대는 이제 배분까지 자신의 사숙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냉파천은 노기 띤 어조로 중얼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노부는 화산의 청심검자라고 하오.”

그 말에 냉파천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청심검자 노숙. 화산파의 장로였고,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닌 절정고수라는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그냥 봤을 때와 직접 서로 대치하며 상대의 실력을 가늠해 볼 때와는 그 존재감이 사뭇 차이가 있었다. 그제야 냉파천은 왜 묵향이 슬그머니 나서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한눈에 상대의 실력을 알아봤다는 말인가?’

생각은 그랬지만, 그렇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볼 수 있었다.

“노부는 냉파천이라고 하오.”

그 말에 노숙 장로는 의외라는 듯 반문했다.

“냉파천? 혹시 파열검군(破裂劍君)이라 불리는 그 냉파천이라는 말씀이오?”

“그렇소.”

노숙 장로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파열검군에 대한 풍문은 익히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실력을 지닌 검의 고수로,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 개 같은 성격에 대한 몇 토막의 이야기를 말이다. 제자들의 보고를 종합해 보면 잘못은 분명 자신의 제자들에게 있었다. 괜한 싸움에 말려들어 얻어터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제자들의 잘못이라고 그냥 웃으며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제자들이 쥐어터지는 모습을 수없이 많은 사람이 봤다. 그들은 작게는 자신의 제자들이었지만, 크게는 화산파의 제자들이었다.

상대편도 대문파의 제자라면 서로 좋은 말로 화해하면 된다. 하지만 세력도 없는 떠돌이 검객을 상대로 물러선다는 것은 대 화산파의 위신에 먹칠을 하게 되는 일인 것이다. 만약 그가 만통음제의 제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상황은 또 다르게 흘러갔겠지만 말이다.

“귀하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소. 하지만 감히 화산파에 검을 들이대다니, 그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소이다.”

“노부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멋도 모르고 달려든 그들의 잘못이었지.”

“쓸데없는 말은 피차간에 하지 맙시다. 화산에 모욕을 줬으니,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노숙 장로가 검을 뽑아 들자, 냉파천 역시 검을 뽑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고수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머! 사부님, 대결이 시작됐어요.”

“뭐?”

설취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노숙 장로와 대사형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서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지만, 설취는 그들이 결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대사형이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자 설취는 사형의 상대가 손쉬운 인물이 아님을 직감했다.

“설마…, 저 화산파의 고수가 그렇게 벅찬 상대라는 말인가?”

설취는 이제 다시금 금을 연주하기 위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는 스승에게 따지듯 쏘아붙였다.

“사부님! 대사형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금을 타실 기분이 나세요?”

그러자 만통음제는 빙긋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선을 넘나드는 수많은 대결 속에서 한 명의 고수가 완성되는 것이다. 생명을 걸지 않고서 어찌 감히 절정의 경지를 넘보려 하느냐. 첫째의 입장에서 본다면 청심검자는 가장 훌륭한 비무 상대다. 나나 동생은 너무나도 높은 경지에 있기에 첫째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단다. 저 녀석도 오늘의 기회를 이용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겠지.”

만통음제와 묵향의 합주가 시작되는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저 아래쪽에서도 두 고수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두 고수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투입하여 이 결전에 임하고 있었다. 자신의 제자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노숙 장로나 위에서 사부와 사숙 그리고 사매와 사질이 지켜보고 있는 냉파천이나 둘 다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절정의 반열에 오른 고수 둘이 생사를 도외시하고 격전을 벌이기 시작하자, 주위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들이 날리는 검강과 검기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소문보다 더한 놈이구나.”

“당신도 마찬가지요. 이것도 한번 받아 보시오!”

두 고수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검을 주고받았다. 간혹 기합 소리만이 낭랑히 장내를 떠돌 뿐이었다. 둘의 실력은 거의 백중지세. 그렇기에 수백 초식을 주고받았건만 어느 누구도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격투가 무한히 계속될 수는 없었다. 사람의 근력과 공력이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점차 상대의 틈을 노리기 시작했고, 또 일부러 빈틈을 보여 주는 척하면서 상대를 함락시킬 계략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한 순간.

“이야앗!”

귀를 찌르는 듯한 기합 소리가 끝났을 때, 그들의 격투는 어느새 멈춰 있었다. 냉파천은 자신의 복부 위로 얕게 훑고 지나간 긴 상흔을 보며 씁쓸한 듯 입맛을 다셨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격투가 계속되었기에, 공력이 딸려 호신지기까지 운용할 여력이 없었기에 생긴 상처였다. 냉파천은 뒤로 슬쩍 돌아서서 노숙 장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노부가 졌…….”

하지만 이때, 냉파천은 자신의 최후 공격이 그런대로 먹혀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상대 또한 얕기는 했지만 상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흐흣, 아직 끝난 게 아니로군.”

노숙 장로도 자신의 상처를 보며 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렇구료. 그런데 계속 하시겠소?”

일단 멈췄던 싸움을 다시 시작하려니 영 흥이 나지 않는 그들이었다. 또다시 시작한다면 누구 하나는 목숨을 내놔야 할지도 몰랐다. 서로 백중지세인 상태에서 비무를 하면 상대를 봐줄 여유 따위는 없으니 패한 쪽은 대부분 큰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기 쉬웠다.

물론 무림에 적을 둔 그들이 목숨을 아까워할 이유는 없었다.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났으니 어느 한쪽이 패할 때까지 뼈가 녹도록 싸워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들의 등에 지어진 짐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노숙 장로의 경우 정파의 핵심 중 하나라는 대 화산파의 장로라는 직책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사문도 알려지지 않은 떠돌이 무사에게 패했다고 한다면, 화산의 명성에 얼마나 큰 누를 끼치게 되겠는가.

냉파천 역시 이 시대 최강의 고수들 중의 한 명인 만통음제의 제자였다. 그런 그가 화산파의 제자 따위에게 패배한다면 사부가 얼마나 낙심할 것인가.

이것을 모두 걸고 싸우기에는 너무나도 명분이 약하다고 느끼는 둘이었다. 그냥 간단하게 사과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소한 시빗거리가 발단이 아니었던가. 화산 쪽은 얻어터진 제자들이 있다고 하지만 먼저 시비를 건 잘못이 있었다. 그리고 저쪽은 좀 과격하게 대처했다는 죄가 있었지만, 시비를 건 것은 화산 쪽이 아니었던가.

이해득실을 따져본 노숙 장로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슬쩍 검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역시 귀하의 명성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구료. 노부가 오늘 안계를 크게 넓힌 듯하오.”

아무래도 싸울 분위기가 아니다. 그러자 냉파천도 슬그머니 검을 거두며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노부 역시 귀하의 명성은 들었소. 하지만 오늘 겨뤄 보니 소문이 사실보다 조금 부족한 듯하외다.”

이런 식으로 둘 사이에 시작된 비무는 어영부영 끝이 나 버렸다. 아무래도 사문의 명성과 사부의 명성을 걸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둘은 훗날 어딘가에서 조용히 만나서 다시 한 번 박 터지게 싸워 우열을 정할 속셈을 저마다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대리전이 아닌 홀가분한 대결을 원했던 것이다.

격렬하게 비무를 전개하던 대결이 갑자기 끝이 나자,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던 설취는 아직까지도 두 고수 간의 대결이 그녀에게 전해 준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사부처럼 뛰어난 안목을 갖추지 못한 송화는 싸움이 끝나자마자 사조에게 외쳤다.

“사조님, 방금 전에 비무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탄주를 멈추지 않고 있던 사조에게서는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심술이 난 송화는 낮은 어조로 투덜거렸다.

“핏, 왜 저렇게 좋은 구경을 안 하시고 금만 타시고 계시지? 대결의 결과를 묻지도 않으시는 걸 보니 사숙의 안전은 걱정도 안 되시는 모양이야.”

잠시 후, 냉파천이 올라와서는 자리에 앉았다. 그는 몹시 목이 말랐는지 차를 들이켠 후,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아름다운 합주음에 실린 내공이 들끓어 오른 그의 기혈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까지 눈치 챌 만큼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 방금 전에 벌어진 그 비무를 되새기고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했던 것이다.

냉파천이 눈을 떴을 때, 어느덧 합주는 멈추어져 있었다.

“그래, 뭔가 깨달은 것이 있었느냐?”

“예, 사부님.”

“목숨을 건 비무는 언제나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지. 어쨌든 네게 깨달음을 얻게 해 줄 만큼 뛰어난 고수들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화산이 명문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구나.”

그 말에 공감을 하는지 냉파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사형의 복수

묵향은 만통음제와 헤어진 후, 화산파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사제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 들어야 할 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산파로 들어가는 길가에 커다란 방이 붙어 있었다.

“본문의 영역에 침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쭉 읽어 내려가던 묵향의 안색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꼭 죽였다는 표현은 없었지만, 전체적인 말투로 봤을 때 처형했다는 냄새를 슬그머니 풍기고 있었다. 사실 죽였다고 하면 관에서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경고문을 쓴 것이다.

묵향은 이빨을 갈면서 중얼거렸다.

으드드득!

“이 빌어먹을 녀석! 사부의 얼굴을 봐서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어디 두고 보자. 아예 모가지를 비틀어 주마.”

묵향은 염왕대를 찾아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화산 인근에 숨어 있으라고만 명령을 내려놨으니,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묵향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묵향은 그들을 찾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가 마교의 고수들은 엄청난 마기를 뿜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것이 마공을 익힌 것에 대한 대가라면 대가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보통 무림맹의 고수들처럼 일반인으로 슬그머니 위장하여 사람들 틈에 묻어서 이동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마교의 정예들은 집단을 이뤄 인적이 드문 길을 이용하여 밤에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뛰어난 무공을 지닌 그들에게 그런 것은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없었다.

묵향은 염왕대 무사들이 뿜어내는 마기를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민한 감각을 갖춘 묵향에게 있어서 그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예상과는 달리 묵향은 무려 5일이 지난 후에야 가까스로 염왕대와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화산이라는 것이 진령산맥(秦嶺山脈)의 끝자락에 자리한 곳인 만큼 산세가 험해 숨을 곳이 무진장 많았기 때문이다.

“교주님을 뵈옵니다.”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 오는 자가 지옥혈귀(地獄血鬼) 천진악(天進惡)이란 것을 알아본 묵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천 장로가 여기는 웬일인가?”

그 말에 천진악은 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본교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기는 수하들이나 저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속하가 인솔하고 왔습니다.”

“잘했군. 그건 그렇고 뒤를 밟히지는 않았겠지?”

잠시 머뭇거리던 천진악은 솔직히 대답했다.

“도중에 무영문으로 추정되는 무리에게 추격을 당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 대파산맥 쪽으로 돌아왔기에 그들은 우리들이 화산 쪽으로 온 것을 도저히 눈치 챌 수 없을 겁니다.”

“무영문? 확실한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워낙 시간이 촉박했기에 그놈들을 사로잡아 신문할 틈이 없었습니다.”

“뭐, 놈들을 따돌렸다면 다른 건 상관없겠지. 그런데 화산파에 대한 정보는 입수해 놓은 것이 있나?”

“물론입니다, 교주님. 설민 군사의 명령으로 화산파 일대에 비마대(秘魔隊)의 고수들이 쫙 깔려서 첩보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진악의 보고에 묵향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알아서 수하들이 척척 일을 잘 처리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호오, 그래? 홍진 대주의 힘이 컸겠군.”

“물론입니다. 저희들이 도착하자마자 비마대의 대원들로부터 상당한 양의 정보를 전해 받았을 정도니까요.”

“좋아, 공격이 시작되면 현천검제는 본좌가 맡겠다. 자네는 부하들을 지휘하여 남은 화산 문도들을 도륙 내버리도록 해라.”

하지만 묵향의 지시에 천진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

“현천검제는 갑자기 은퇴한 후 행방을 감춘 것으로 보고가 올라와 있는데, 교주님께서는 그가 지금 화산에 있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뭣이? 그게 무슨 말이냐?”

천진악은 서류 몇 장을 묵향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직 그의 실종에 대해서 못 들으신 모양이군요. 이것이 비마대에서 보내온 보고서입니다.”

순간 묵향은 현천검제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설마, 그놈들이…….”

묵향은 이빨을 으드득 갈면서 천진악에게 명령했다.

“비마대에 연락을 넣어 현천검제를 찾아라.”

“예? 은퇴해서 어디에 숨어 버렸는지도 모르는 그를 어떻게…….”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는 화경의 고수가 갑자기 은퇴할 리가 없지 않느냐. 뭔가 흑막이 있는 거겠지. 화산을 집중적으로 수색해라. 어쩌면 시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새로 만들어진 무덤이 있다면 그것도 파 뒤집어서 확인해라.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를 찾아내란 말이다! 알겠느냐?”

“존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