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 사이
요즘 근처에 마적단이 나타났다느니, 떼강도가 출몰했다느니, 산적들이 횡행한다느니 하는 불안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적은 재산이나마 지니고 있는 자들은 그 소문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옛날이 정말 좋았다. 강력한 대 송제국의 힘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뻗치고 있을 때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에는 엇나가는 사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방 포두는 치안이 허술하다고 난리를 떠는 지금이 오히려 더 좋았다. 요즘 그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하루하루가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이봐, 박 영감. 며칠 전에 땅을 샀다면서? 그렇다면 세금을 내야 할 거 아냐?”
자신의 말에 박 영감은 식은땀을 흘리며 애절한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세금이라면 벌써 다 드렸지 않습니까요? 방 포두 나으리.”
방 포두는 짐짓 고개를 들어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런 짓을 한두 번 해 보는 게 아니다 보니 요령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에는 그런 얘기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딴청을 피우는 것이 돈을 뜯어내는 데 훨씬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흥, 이런 능구렁이 같으니라구. 애절한 목소리로 말하면 내가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나?’
하지만 내심과는 달리 방 포두는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크흐흣, 이봐. 세금이라는 것은 말이야. 황실에 납부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야. 자네가 도둑이나 강도 걱정 없이 하루하루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도 다 이 방대이(方大二) 어르신이 노력한 결과라는 점도 알아줘야지. 황실에서 자네 집에 도둑이 드는지 신경 써 주는 건 아니거든. 안 그래?”
황실의 모든 이목이 금에 쏠려 버린 지금, 이곳 변경은 무법 지대나 다름없었다. 현감도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서 치부를 하고 있다.
물론 윗사람들이 치부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방대이 포두가 아니었다. 상관의 행동을 본받아 그도 열심히 치부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어, 얼마나 드려야 합니까?”
“은자 한 냥.”
순간 박 영감의 안색이 허옇게 변하는 게 보였다. 내가 너무 과하게 불렀나? 아니야. 마음이 약해서야 이 사업을 할 수가 없지. 이놈저놈 사정 봐주다가 언제 돈을 모은다는 말인가.
“왜, 못 주겠다는 말인가? 그 땅을 잘 활용하면 그 정도는 쉽사리 뽑아낼 수 있잖아. 안 그래?”
“하, 하지만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방 포두는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해 주겠다는 듯 박 영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허, 이 사람.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고 있구먼. 설마하니 내가 자네의 처지를 모르고 이런 말을 했겠는가? 걱정 말게. 그저, 여기다가 도장만 꽝 찍으면 된다네.”
하면서 방 포두가 박 영감에게 은근슬쩍 내민 것은 차용증서였다. 방 포두에게 은자 한 냥을 빌렸는데, 그것을 나중에 갚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그뿐만이 아니라 차용증서 한쪽 귀퉁이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그 은자 한 냥을 갚을 때까지 매월 상당히 높은 이자를 지불하겠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박 영감은 차용증서를 내려다보며 치를 떨었다. 은자 한 냥을 거저 뜯기는 것만 해도 억울해 죽겠는데, 거기에 고리 대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이자까지 받겠다는 심보이니 말이다. 이건 완전히 날강도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걸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별의별 트집을 잡아 자신을 괴롭힐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박 영감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찍고 있는 것을 방 포두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포졸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외쳤다.
“방 포두 나으리. 거상(巨商)입니다요, 거상.”
“뭣이?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 거상이 마을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여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가 끝이 안 보일 지경입니다요.”
“뭣이? 어서 현감 어른께 통보를…….”
여기까지 말하던 방 포두는 뭘 생각했는지 슬쩍 박 영감의 눈치를 보더니, 포졸의 귀를 잡고 속삭였다.
“현감 어른께 통보는 드렸느냐?”
“아, 아뇨. 먼저 포두 어른께 알려 드리기 위해 달려왔습니다요.”
“그래?”
방 포두는 누구 들은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본 후, 서둘러 박 영감을 돌려보냈다. 물론, 도장이 꽝 찍힌 차용증서를 받고 말이다.
거상인 만큼 그들을 슬쩍 찌르면 상당한 액수가 튀어나오겠지만 그 대부분은 현감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몰래 가서 찌르면? 물론 현감이 직접 하는 것보다는 액수가 작겠지만, 현감이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얻어먹는 것보다는 훨씬 액수가 크지 않겠는가. 만약 제대로만 걸리면 큰 돈을 만질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입이 무거운 놈들로 20명만 대기시켜라.”
“예?”
“멍청하기는! 한두 번 해 보는 일도 아닌데 뭘 그러느냐? 척하면 알아들어야 할 것이 아니냐. 물론 이번 건은 좀 덩어리가 큰 만큼 아이들을 세심하게 골라야 할 것이야.”
그 말에 포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그제야 상관의 속셈을 눈치 챈 것이다.
“예, 바로 애들을 불러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마을 바깥에 집결시키도록 해라. 그리고 다른 녀석들에게는 내가 마을 근방을 순시하러 간다고 하더라고 전하거라.”
“옛.”
어차피 그들을 붙잡아 적당히 구슬려 돈을 뜯어내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었다. 현감이야 관청에 앉아 자신이 뜯어낸 돈을 그저 챙기기만 하지 않는가. 문제는 그들이 마을에 머무느냐 아니면 그냥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머무르지 않고 마을을 통과한다면 미리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가서 기다리다가 그들을 검문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감에게는 그때 자신이 자리에 없어 그들을 검문하지 못했다며 적당히 둘러 댈 생각이었다.
흐흐흐, 드디어 애월루의 향이를 품게 되는구나.
과연 포졸 녀석의 말대로 거대한 상단이었다. 짐이 잔뜩 실린 마차가 도대체 몇 대나 되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마차 주위를 에워싸고 움직이는 호위 무사들이었다. 괴이한 기운까지 물씬 풍기는 것을 보면 상당한 실력자들인 것 같은데, 과연 이들을 건드려도 괜찮을까?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냥 놔두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저 정도 규모의 상단이라면 은자 열 냥, 스무 냥 정도는 돈도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포두가 아닌가. 만약 분위기가 이상하면 적당히 둘러 대며 빠져나오면 충분할 것이다.
방 포두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천천히 상단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물론 최대한 얼굴 표정을 근엄하게 보이려 애쓰면서 말이다.
“잠깐 멈추시오, 이건 어디서 오는 마차들이오?”
관복을 입고 있는 그의 물음에 장대한 체구를 지닌 사내가 급히 다가왔다. 칼에 난 상처인 듯 보이는 긴 흉터가 뺨에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수고들 하시는구려. 이 물건들은 천마신교에서 필요한 물건들이외다.”
하지만 천마신교고, 말꼬랑지 신교고 간에 그런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는 방 포두다. 이곳은 천마신교와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곳이니 말이다.
자신이 들어 보지 못한 상단 이름이었기에 괜히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방 포두는 거만한 표정으로 상단을 쓰윽 둘러보며 물었다.
“천마신교라? 하여간에 목적지와 물품들의 품목이 뭔지 알려주시오. 물론 관에서 발급한 증빙 서류는 갖추고 있겠지요?”
자신이 꼬장꼬장하게 나가자 예상대로 뺨에 긴 상흔이 있는 그 장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전낭 하나를 건네주며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수고들 하시는구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일 끝나고 나서 술이나 한잔하시오.”
얼핏 무게를 가늠해 보니 제법 묵직했다. 아마 상당한 액수일 듯싶었다. 이쯤에서 그만 둘까? 하지만 곧 방 포두는 생각을 바꿨다. 살짝만 찔렀는데도 이 정도인데 조금만 더 귀찮게 하면 짭짤하게 한몫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지금 거둬들이는 은자가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그의 눈을 가렸던 것이다.
방 포두는 우선 받은 전낭을 얼른 품속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는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장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어, 뭐 이런 걸 다……. 물론, 본관은 편의를 봐드리고 싶지만 뒤에 있는 수하들의 이목도 있는지라…….”
한마디로 몇 푼 더 달라는 요구였다. 뺨에 흉터가 있는 장한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몇 개인가의 은자를 더 끄집어냈다. 방 포두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지금 뭐 하는 겐가?”
장한은 다급히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참 은자를 건네받던 방 포두가 깜짝 놀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한 주먹감이면 끝날 듯 보이는 비쩍 마른 녀석이 오만한 자세로 서서 퉁명스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눈에 척 봐도 세상 물정 모르는 대갓집 도련님 같은 인상이었다. 방 포두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쯧, 저런 철없는 놈들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고생하는 거야. 아주 일 잘하고 있구만,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지 끼어들기는 왜 끼어들어.’
그런데 그 순간 부잣집 도련님의 오만하기 그지없는 건방진 말투에 방 포두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아무것도 아니기는……. 왜 저런 쓰레기 같은 놈에게 돈푼을 쥐어 주는 거지?”
‘뭣이 쓰레기라고? 감히 나 방대이를 쓰레기라고 불러?’
방대이는 노기 띤 어조로 소리쳤다.
“아니, 감히 이것들이 본관을 쓰레기라고 불러? 좋다. 이것 다 필요 없어.”
방 포두는 장한에게서 건네받았던 은자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다음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험악한 그의 표정과는 달리 방대이의 두 눈은 이리저리 굴러간 은자들의 위치를 은밀하게 뒤쫓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회수해야 할 테니까.
“얘들아, 저 마차에 실린 짐들이 어떤 것들인지 철저하게 조사해라. 만약 그 속에 금지 품목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너희들 모두 다 껍질을 홀랑 벗겨 주마.”
저들의 수가 많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자신에게도 수하가 20여 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이 일대는 모두 자신의 관할 구역이다. 거기에다가 내가 누군가. 나를 감히 쓰레기라고 불러?
내가 버럭 화를 냈으니 저런 세상 물정 모르는 대갓집 도련님 따위는 지금 바짝 겁에 질려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저 뺨에 흉터 있는 장한이 다급히 자신에게 다가올 테고 한두 번 튕기다 못이기는 척하며 은근슬쩍 다시 협상을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일은 방대이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계속 먹혀 들어갔듯 자신이 화를 내면 이번에도 효과가 확실할 줄 알았다. 관리들과 잘 지내려는 것이 상인들의 기본 태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밥 맛 없게 생긴 호리호리한 놈은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콧방귀를 뀌었다. 그것이 방 포두를 조금 두렵게 만들었다. 헉! 이거 혹시 잘못 건드린 거 아냐?
“흥! 껍질을 벗겨 주겠다고? 얘들아.”
그 말에 주위에 서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하명하십시오!”
너무나도 절도 있는 그들의 동작 하나만으로도 방 포두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 건드려 놓은 듯하다. 재빨리 사태를 파악한 방 포두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중얼거렸다.
“뭐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핫핫, 유쾌한 여행이 되기를 빌겠소이다. 얘들아, 가자.”
그들이 몇 발자국 가지도 못했을 때, 뒤에서 예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잡아서 꿇려라.”
“존명!”
마차를 호위하고 있던 무사 10여 명이 달려왔다. 그 순간 후위에 서 있던 포졸들 중에서 제일 실력이 뛰어나다는 아삼(兒三)이 재빨리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그는 칼을 채 휘두르지도 못했다. 어느새 두들겨 맞았는지 길게 쭉 뻗어 버렸고, 칼은 저쪽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 버렸다. 도무지 방 포두가 생각하고 있던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물론 방 포두도 잡히지 않기 위해 반항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무지막지한 주먹이 자신의 배에 꽂혔다.
퍼억!
“크어어억! 쿨럭쿨럭!”
너무나도 통증이 극심해서 방 포두는 한동안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들은 양쪽에서 방 포두의 손을 붙잡아 끌고 갔다. 그 호리호리한 녀석은 자신의 앞에 꿇려져서 핼쑥하게 질려 있는 방 포두 일행을 보며 이죽거렸다.
“오기는 쉽게 왔는지 몰라도, 갈 때는 너희들 마음대로 갈 수 없지. 자, 기왕에 껍질 벗기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게 어떤 것인지 본좌가 친히 가르쳐 주마.”
엄청난 실력 차. 거기에다가 상대방은 5백여 명이나 된다. 옛날이었다면 상부에 통고해서 어림군이라도 출동시킬 여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자신들도 상부의 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뇌물을 먹었지만, 역으로 자신들의 통제력을 상회할 정도의 무력을 지닌 채 반항하는 자들이 생겼을 때 그것을 막을 방법이 하나도 없음을 방 포두는 깨달아야만 했다.
방 포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하, 하늘을 몰라 뵙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애처롭게 용서를 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비웃음뿐이었다.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들. 여봐라.”
“옛.”
“이런 쓰레기들이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않게 해라.”
“존명!”
“그리고 저놈은 특별히 껍질을 홀랑 벗겨 주도록!”
그러면서 그는 방 포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 포두 자신은 성질난 김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몽땅 다 뺏겠다는 의미에서 ‘껍질을 홀랑 벗기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상대의 말은 말 그대로 껍질, 그러니까 가죽을 벗기겠다는 소리였다. 그 순간 방 포두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가죽을 벗긴다고? 어찌 사람 가죽을 벗긴다는 말을 저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저놈들은 도대체 사람이라는 말인가? 아니면 백정들이라는 말인가.
방 포두는 한쪽 구석으로 질질 끌려가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악착같이 용서를 구했다.
“대, 대인 제발 살려 주십시오. 대이이이인!!”
하지만 흑의를 입은 무사들은 인정사정없었다.
퍽! 퍽!
“크아아악!”
우선 모진 구타가 시작되었다. 방 포두와 그의 부하들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지만 하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모두들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하기 직전쯤 되어서야 주먹질과 발길질이 멈췄다.
그리고 그들 중의 한 명이 품속에서 작은 칼을 쓱 꺼냈다. 비도(飛刀)로 보이는 그 칼은 아주 얇고도 날카로웠다. 그는 칼날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음침한 목소리로 이죽거렸다.
“이봐, 내가 좀 실수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참으라구. 나도 사람 가죽 벗기는 것은 처음이라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방 포두는 극심한 공포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