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이팔삼 대장은 묵향을 찾아와 출발 준비가 다 되었음을 보고했다.
“준비는 이미 끝마쳤습니다, 교주님. 언제 출발하실 것인지 하명해 주십시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몽고 땅을 벗어난다는 생각에서인지 이팔삼 대장의 목소리는 아주 밝고 힘찼다.
“오늘은 출발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짐을 풀라고 지시하도록.”
묵향의 명령에 이팔삼 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계획을 변경하겠다.”
이팔삼은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옛, 하명하십시오.”
“본좌는 조금 더 이곳에 머물 것이야. 알겠나?”
“존명!”
이팔삼 대장은 갑자기 교주가 왜 생각을 바꿨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묵향 외에는 하부르, 아니 호에룬뿐이었으니 말이다. 이팔삼은 교주의 갑작스런 지시에 의문을 가졌지만 애써 그것을 머리에서 지워 버렸다. 자신에게는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교주의 지시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완수해 내야만 하는…….
바로 그날부터 묵향의 테무진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각종 전략과 전술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과거 옥영진 대장군 휘하에서 엄청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묵향의 지식은 그야말로 방대한 것이었다. 묵향은 테무진에게 말로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주변 부족과의 전투에 참가하여 어떻게 병력을 운용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 눈으로 보여 주기까지 했다.
영특한 두뇌를 지닌 테무진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상대는 자신을 필요에 따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몽고의 패자로 키우기 위해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말이다. 야만의 대지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쳐 가며 배워 나갔을 뿐, 체계적인 지식을 정립하지 못한 그였다. 그때그때 닥친 일에 대한 임기응변에는 능했지만,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꾸준히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취약한 테무진이었다.
그랬기에 묵향의 가르침은 그에게 있어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고, 모래에 물이 스며들 듯 묵향이 가르쳐 주는 것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모자라는 부분을 아낌없이 채워 주는 상대에 대해 테무진은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왜 자신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의 세력이 엄청나게 크다고 하면 상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테무진이 거느린 정도의 작은 부족이라면 몽고 벌판에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소이다.”
테무진과 친밀해진 묵향은 아예 막이첨을 빼고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무진의 물음에 묵향은 마치 아들에게 말하는 아버지의 그것처럼 인자한 어조로 대답했다. 테무진을 하부르의 아들로 인정한 후부터 테무진에 대한 묵향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뭐든지 말해 보게.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는 대답해 줄 테니.”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소. 사실 그대가 거느리고 온 부하들을 봤을 때, 당신에게 내가 필요한 존재인지조차 의심스럽소. 직접 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동원하는 거요?”
“그건 자네가 호에룬과 예수게이의 아들이기 때문이지.”
그 말에 테무진은 의문에 가득 찬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면 이자는 나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자기보다도 어려 보이는데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자기는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말이다.
“예수게이는 정말 뛰어난 용사였어. 내가 하부르, 아니 호에룬의 미래를 맡겼을 정도로 말일세.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자네야. 그런 자네에게 내가 이 정도 해 주는 것이 무엇이 아깝겠는가.”
너무나도 간단한 설명이었다.
‘어머님을 맡겼다고? 그럼 저자의 말이 사실인지 어머니께 물어보면 되겠군.’
어머니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고 생각하는 테무진이었다. 사실 어머니가 이방인을 위해 아들인 자기에게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날 저녁, 테무진은 틈을 보다가 어머니 호에룬에게 자신이 묻고자 하는 것을 밝혔다.
“이번에 온 대국인 말입니다. 그에 대해서 어머님께 조언을 청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테무진이 ‘지혜로운 분’으로 칭하며 대소사에 있어서 조언을 청해 왔던 호에룬이었다.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것이냐?”
“예, 그가 어머니를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알고 있는 듯하더군요.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그가 왜 그토록 제게 많은 것을 베푸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아야 대처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아, 그것 말이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대했지만 호에룬은 속으로 저으기 당황했다.
사실, 그 근원부터 얘기하자면 찬황흑풍단이 몽고를 침략한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한 것은 테무진의 할아버지 철진천의 목이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묵향은 자기 아들의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아들에게 밝혀, 쓸데없는 복수심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호에룬은 생각했다. 그만큼 그가 알고 있는 묵향이라는 사내는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때 사랑했었던 사람이었다.
“그분은 네 아버지의 안다이시기 때문이지.”
설명은 짧았지만, 그 한마디로 테무진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몽고에는 ‘안다’라는 풍습이 있다. 목숨을 맡길 만한 친구를 칭하는 명칭이다. 안다가 되기 위해서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특별한 의식까지 치러야만 했다. 그리고 어떤 이를 안다로 삼으면 그가 위급할 때 목숨을 걸고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다. 사실, 예수게이의 안다였던 옹칸의 경우 그 안다가 죽음을 당한 것에는 애석해했는지 모르지만, 안다의 아들인 테무진에게 해 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안다건 뭐건 어찌 되었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자신의 이익과 부족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묵향이라는 자는 어떤가. 저 멀리 송제국에서 온 아버지의 안다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자신에게 베풀지 않는가.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것임에도 말이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이 있다.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다. 바로 이자는 아버지의 진정한 안다일 것이다.
그가 아버지의 안다라면 자신에게 이렇듯 모든 것을 베푸는 것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테무진으로서는 절대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아주 젊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가 어떻게 아버지의 안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 말에 호에룬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분의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단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 그분의 행동을 보면 짐작하기 힘든 깊은 연륜이 느껴지지 않느냐? 그것이 그분이 지닌 매력 중에 하나니까 말이다.”
묵향을 생각하며 테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다. 이 지독한 몽고에서 살아남은 그와 비슷한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묵향의 언행에는 알 수 없는 노숙함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분의 언행은 바로 그분의 연륜을 나타내는 거란다. 그분의 나이는 생각보다 아주 많지. 내가 처녀일 때 그분과 처음 만났었는데, 그때도 그분은 지금과 똑같은 모습이었어.”
그 말에 테무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인간은 불로불사의 괴물이라는 말이 아닌가?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호에룬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단다. 대 송제국에는 사람을 젊게 만드는, 그러니까 늙는 것을 억제하는 이상한 무술이 있는 모양이야. 그분은 그것을 익혔다고 하시더구나. 물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 살 뿐,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 그것이 정말이십니까?”
아들의 말에 호에룬은 미소 띤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왜 네게 거짓말을 하겠느냐. 나도 그분을 여기서 처음 봤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지. 아버지와 나를 처음 만나게 해 줬던 그분과 꼭 빼닮은 모습에, 그분의 핏줄인 줄만 알았던 거였지. 그래서 망설이다 말을 걸었는데, 옛날 그분과 나만이 알고 있는 추억들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니. 그래서 그분의 핏줄이 아니라 진짜로 그분인 것을 알았단다.”
흑풍대의 분전과 오해
흑풍대는 최대한 빨리 이동하여 양양성 인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곧장 금군과 전쟁을 벌일 수는 없었다. 금군의 수는 무려 30만에 달한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자들로 구성된 흑풍대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관지는 금군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막사를 치고 금군의 동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따로 정찰대 30개 조를 뽑아서 금군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지만, 그 외에 무영문이나 비마대에서도 계속적인 정보가 흘러 들어왔기에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정보의 부족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관지는 과거 대송의 무장 출신이었기에 여러 세력과 연합한 합동 작전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점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의 어림군들에게 전령을 보냈다. 자신이 무림의 강대한 문파들 중의 하나인 천마신교에서 보낸 지원군임을 밝히고, 상호 합동 작전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적의 정보 외에 아군의 정보도 충분히 입수함으로써 작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흑풍대가 이곳에 도착한 지 1개월 정도가 흘렀을 때, 드디어 금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영문에서 금군 20만이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보내 왔고, 정찰대 또한 그렇게 보고해 왔습니다.”
관지는 지도를 세심히 살펴봤다. 이대로 이동해 봐야 아래쪽은 대별산맥(大別山脈)이 가로막고 있다. 그곳을 넘는다면 광활한 곡창 지대가 펼쳐진다. 그리고 곡창 지대의 중심에는 호북성(湖北省)의 성도(省都) 무한(武漢)이 있었다. 무한은 한수와 장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놈들이 무한을 노리는 모양이군. 하기야, 무한만 점거할 수 있다면 장강을 도하(渡河)하기도 한결 쉽겠지.”
무한은 교통의 중심지인 만큼 운송 사업이 발달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배들을 징발하여 장강을 건너기도 쉬울 것이다. 설혹 무한에 있는 배를 모조리 불태운다 하더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조선공들을 끌어 모은다면 배를 건조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말에 마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틀림없습니다. 무한만 점령할 수 있다면 남양(南陽) 방면으로 뚫린 관도를 통해 보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굳이 무리해서 양양성을 점령하지 않아도 되죠.”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군. 무한을 방어하느냐, 아니면 이제 10만으로 줄어든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놈들을 치느냐…….”
“먼저,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놈들을 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마화의 말에 관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양양성은 얼마든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무한은 다르다. 양양성을 포위한 적군을 격파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쯤이면 아마도 무한을 잃게 될 거야. 그리고 언제 장인걸이 거느린 대군이 남하해 올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무한을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뼈아픈 손실이 되겠지.”
이제 결정은 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마화는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며 말했다.
“수하들에게 출동 준비를 하라 이르겠습니다.”
“무한 쪽에 있는 어림군에게도 기별을 넣어라. 금의 대군이 무한 쪽으로 남하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무영문에도 통고하여 그에 대비하도록! 여기를 최후의 저지선으로 잡으면 될 거야.”
마화는 관지가 지도에서 가리킨 지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곳은 무한에서 북쪽으로 15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넓은 평원이었다. 서쪽으로는 탁 트인 평원이었고, 동쪽으로는 야트막하기는 하지만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
일반 병사들에 비해 기동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흑풍대나 무림인들이 주축이 되어 방어전을 하는 데 있어서 결코 나쁜 지형이 아니었다. 무한은 양양성처럼 요새화된 도시가 아니다. 그런 만큼 무한에서 시가전을 펼치는 것보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서 그들과 합류해야겠군요.”
그 말에 관지는 빙긋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벌써부터 그쪽으로 갈 필요는 없지.”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거기 모여들 병력의 수야 뻔한 것 아니겠나? 고작해야 5만도 안 되겠지. 그 수로 20만의 병력과 정면 대결을 하자는 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들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적들을 친다. 마침 적들은 대별산맥으로 향하고 있다. 매복하기 딱 좋은 곳이지. 만약 그게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정면 대결을 해야겠지만, 그러면 피해가 막심할 거야. 안 그런가?”
그 말에 마화의 표정에는 얼핏 상관에 대한 존경의 빛이 떠올랐다. 관지에 대한 수하들의 신뢰는 바로 이것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최대한 수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것. 바로 이 점 때문에 수하들은 전장에서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되는 것이었다.
마화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하들에게 그렇게 지시해 두겠습니다.”
양양성에서 이탈한 금군 20만은 하루 종일 강행군하여 80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 날도 80리 길을 행군했다. 목표인 무한까지의 거리는 약 5백 리. 무한을 방어하고 있는 송군이 방어 준비를 갖출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그들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송군은 지금 파멸 직전이었다. 겨우 양양성을 방어할 수 있을 뿐이 아닌가. 적의 기습을 받을 염려가 없으니 마음껏 강행군하고 있는 것이다.
이틀 동안 무려 160리 길을 걸어왔기에 병사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외곽에 보초병들을 세워 놓고 모두들 피곤에 지쳐 달콤한 꿈나라로 들어갔다.
두두두두두…….
땅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엄청난 규모의 기마 부대가 접근한다는 것을 눈치 챈 보초병들이 요란한 소리로 경종을 울려 댔다. 그 소리에 막사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던 병사들이 군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이때, 흑색 갑주를 두른 수천의 기마병들이 너도나도 손에 횃불을 하나씩 들고 들이닥쳤다. 하지만 자다가 놀라서 깬 금군 병사들에게 그 수는 수천이 아니라 수만으로 보였을 게 틀림없다. 기마병들은 빠른 속도로 주위를 달려 다니며 우왕좌왕하는 금군 병사들을 마구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진 창검이 번뜩일 때마다 허둥대던 금군 병사는 시체로 바뀌고 있었다.
금군의 몇몇 장수들이 말을 타고 상대와 대적하기 위해 달려 나갔지만, 오히려 시체의 수만 늘릴 뿐이었다.
“크아악!”
달려 나오던 금군 장수를 간단하게 창으로 찔러 죽여 버린 후, 마화는 소리쳤다.
“적이 혼란한 틈에 군량을 불살라라!”
적의 후위 부대에는 20만의 인마가 먹을 막대한 양의 군량이 있었다. 수천에 달하는 소가 끄는 수레에는 군량이 가득 적재되어 있었다. 흑풍대의 1차적 목표는 바로 이 군량이었다. 배가 고픈 상황에서 어찌 군대가 싸울 수 있겠는가.
군량을 실은 수레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을 막기 위해 금군들이 발악을 했지만, 워낙 혼란스런 와중이라 집단적인 반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소수의 반격쯤이야 흑풍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야 한다. 서둘러라!”
마화는 소리치며 말에 박차를 가해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뒤를 10여 기의 수하들이 뒤따라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