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5화 (461/930)

쓰레기 문파 천지문의 심법

“대원수님, 이변이 일어났사옵니다.”

밖에서 달려오는 검은 옷차림의 중년의 문사. 오랑캐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한인의 생김새였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말 또한 유창한 한어였다. 바로 이자가 장인걸의 귀 노릇을 하고 있는 편복대(??隊)의 대주였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남쪽 전선에서 전서가 도착했나이다.”

“그래?”

장인걸은 편복대주에게서 문서를 받아 들었다. 그것은 전서에 기록된 암호를 풀어 기록해 놓은 것이었다.

“파저 원수가 패배했다? 놀라운 소식이로다. 뛰어난 용장인 그가 생존자가 수천에 불과할 정도로 대패를 당하다니. 이제 더 이상 송에는 그를 상대할 만한 군사력이 없으리라 자신하고 있었거늘……. 아직까지도 그만한 병력이 남아 있었더란 말이냐?”

편복대주는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본대가 풀어놓은 첩자의 보고를 종합해 봤을 때, 무림인들이 개입한 것이 확실하옵니다.”

그 말에 장인걸은 놀랬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림인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전쟁의 흐름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뭣이? 무림인이 개입했다고? 그래, 그 수는 얼마나 된다고 하더냐?”

“옛, 3만 정도라고 들었나이다. 그들이 송군 기마병 1만여와 합동하여 작전을 펼쳤다고 하옵니다.”

“3만이라고?”

무림인 3만이라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옛! 속하가 조사해 본 바로는 무림맹주가 격문을 돌려 본국과의 전쟁에 가담하라고 수많은 문파들을 부추겼다고 하옵니다.”

“크으윽! 무림맹 네놈들이 감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던 장인걸은 곧이어 뭔가 떠올랐다는 듯 편복대주에게 물었다.

“마교(摩敎)의 동태는 어떻다고 하더냐? 무림맹이 3만이나 되는 고수들을 이쪽에 동원했다는 것을 알면 마교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그 말에 편복대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속하가 알아 본 바에 의하면 마교는 금과 전쟁하는 동안 서로 불가침하기로 무림맹과 협약을 맺었다고 하더이다.”

그 말에 장인걸은 노성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이런 망할 녀석들! 손톱만 한 기회라도 있다면 마도천하를 이룩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그놈들의 사명이거늘, 감히 불가침 협약을 맺어? 그놈들이 왜 그따위 협약을 맺는다는 말이냐? 혹시, 본좌가 이곳에 있음을 눈치 챈 것은 아니겠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사옵니다. 대원수께옵서 이곳에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면 진작 어떤 조치를 취해 왔어야 옳지 않겠사옵니까? 대원수께옵서 묵향 교주를 처치한 후, 천마신교는 지난 20여 년간 아주 조용히 지내 왔사옵니다. 대원수께옵서 자신들의 교주를 살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설무지라는 뛰어난 군사가 살아 있을 때는 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난지라 천마신교를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이제 그도 죽었지 않사옵니까? 속하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부교주들 간에 교주직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내분이 시작되지 않았나 사료되옵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마교는 외부에 힘을 쏟을 처지가 아니지 않겠사옵니까?”

그 말이 옳다고 생각되었는지 장인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리저리 생각을 정리하던 장인걸은 이윽고 결정을 내렸는지 편복대주에게 말했다.

“양지에 장군을 불러라.”

편복대주가 밖에 나가서 양지에 장군을 부르라고 통고한 후 돌아오자, 장인걸은 이리저리 계책을 떠올리다가 이윽고 말을 꺼냈다.

“이봐.”

“옛, 대원수님.”

“전서구를 띄워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무안 대장군에게 최대한 빨리 후퇴하라 일러라.”

“예?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사옵니까? 무안 대장군은 역전의 맹장이옵니다. 속하의 생각으로는 무안 대장군에게 증원군을 보내 그 일대에 압력을 가하면서 적들을 양양성에 묶어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아무리 무안 대장군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상대는 무림인들이다. 이쯤에서 손을 터는 것이 좋아. 안 그러면 본좌는 파저에 이어 무안까지 잃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지금 즉시 시행해라.”

“옛.”

편복대주가 무안 대장군에게 전서를 보내기 위해 달려 나간 후, 양지에 장군이 도착했다. 그는 장인걸에게 군례를 올린 후 말했다.

“부르셨사옵니까? 대원수님.”

“그래, 본좌는 지금 급히 남쪽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곳을 정리하기 위해 남아야 하는데……. 10만을 줄 테니, 그것으로 요의 잔당들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장인걸이 거느린 대군은 요의 잔당들 중에서 가장 큰 세력들은 다 괴멸시켜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남은 자들만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속하에게 맡겨만 주신다면 견마지로를 다해 임무를 완수하겠사옵니다.”

“잔당들의 세력이 날로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게다. 본좌는 내일 일찍 떠날 것이다. 귀관도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게야.”

“옛.”

양양성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던 금군 10만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양양성의 수비군들도 방어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채 금군의 동태를 살폈다. 적들이 공격해 들어오려고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금군은 질서 정연하게 한 곳에 집합하더니 곧 이동하기 시작했다. 금군이 물러난 다음 날, 검은 갑주로 몸을 감싼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마대는 주위를 빙 둘러본 후, 곧바로 금군이 물러간 방향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행동으로 봤을 때, 도대체 어느 쪽 소속인지 알 수 없었다. 금군인지 송군인지, 아니면 무림맹인지……. 그들이 입고 있는 갑주의 형상이 송군의 양식이었기에 어쩌면 송군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송군이라면 왜 악비 대장군에게 인사도 안 하고 그냥 사라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수라도제가 직접 이끄는 2천 명의 무림인들이 양양성에 도착했다. 다섯 무리들 가운데 무공이 뛰어난 인물들로 구성된 집단이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다. 그들이 지닌 경공술이 워낙 높은 만큼 최단거리로 가로질러 달려왔기에 흑풍대와의 거리 차이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양양성을 지키고 있던 패력검제와 양양성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 수라도제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패력검제에 비해 수라도제가 훨씬 더 연배가 높았기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패력검제는 먼저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수라도제 대협.”

“만나서 반갑네. 그래, 얼마나 수고가 많았는가.”

둘은 찻잔을 사이에 놓고 지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남하해 오던 20만에 달하던 금군의 궤멸이었다.

“피해가 크지는 않았습니까?”

“의외로 피해가 적었다네. 그것도 다 마교 애들 덕분이지.”

“마교 애들이라고요? 마교도 여기에 동참했습니까?”

“허어, 참. 자네는 못들은 모양이군. 마교 교주와 무림맹주가 금을 무찌르자고 협정을 맺은 지가 얼마나 지났는데……. 하기야 이곳에 고립되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마교 녀석들은 어디 갔나? 우리보다 한참 앞질러 갔으니 벌써 도착했을 텐데 말일세.”

“예?”

아무리 생각해 봐도 패력검제는 여기에서 마교도들을 본 적이 없었다. 잠시 생각해 보던 패력검제는 어제 봤던 기마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기야 여기 있으면서 본 특이한 존재는 그 흑색 기마대뿐이었으니 말이다. 혹시 그들이 마교도들이 아닐까? 하지만 그들의 몸에서는 그 어떤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었다.

“저, 어제 이상한 무리를 봤는데 말입니다. 모두들 흑색 갑주로 무장을 갖춘 기마대였습니다. 혹시 그들이?”

“바로 그들이 내가 말했던 마교도들일세.”

“예? 아무리 봐도 마교도 같지는 않았는데요? 원래 마교도들은 괴상한 기운을 뿜어내지 않습니까?”

패력검제의 말에 수라도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네도 그렇게 느꼈겠지만 참으로 알 수 없는 단체였어. 특히나 그 수장되는 인물인 관지라는 장로는 어찌 보면 무림인이 아니라 일국의 대장군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

패력검제는 놀랍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허, 그런 자가 마교에 있었다는 말입니까?”

“노부가 한 번 만나 봤는데 관지라는 인물은 정말 마교에서 썩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사내더구먼. 정말 훌륭한 무인이었다네. 자네에게도 소개시켜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는 표정을 짓던 패력검제는 곧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후퇴하는 금군을 따라 갔으니, 조만간 기회가 있겠지요. 그건 그렇고, 저도 대협께 소개시켜 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데 그러나?”

“만통음제라고 불리는 분이시죠. 칠흑처럼 어두운 밤에 금군 진영을 뚫고 제자와 함께 들어오셨지요.”

만통음제라는 말에 수라도제도 대단히 흥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음의 대가라는 풍문은 들었지만, 사실 그도 지금까지 만통음제를 만나 본 적이 없었으니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허, 그분이 이곳에 계신다는 말인가. 빨리 만나 보고 싶군.”

성내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걸어가자 제법 규모가 큰 객점이 보였다.

“바로 이곳입니다.”

패력검제는 점소이에게 부탁하여 만통음제에게 자신이 찾아왔음을 알리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웬 중년 여인이 가벼운 경장 차림으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바로 만통음제의 제자인 설취였다. 그녀는 패력검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패력검제 대협.”

설취의 안내로 패력검제와 수라도제는 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신선 같은 모습으로 명상을 즐기고 있던 만통음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만통음제가 내놓은 맛있는 술과 음악을 즐기며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눴다. 모두들 중원을 떨게 만드는 최강의 고수들인 만큼 처음 만난 자리니 할 얘기도 많았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패력검제는 수라도제에게 말했다.

“또 한 명 소개할 사람이 있는데,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 말에 수라도제는 미소 띤 어조로 물었다.

“허허, 이번에도 3황5제에 속한 인물인가?”

지금 천하의 최고수는 다시금 3황5제가 되어 있었다. 현천검제가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시체만이 즐비하게 쌓여 있던 화산에서 현천검제의 시체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제거되었는지, 그 속사정을 알고 있던 무림맹은 현천검제가 마교도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고 공표했다. 그렇기에 6제가 5제로 바뀐 것이다.

“아닙니다. 몇 달 전에 만난 강호의 후기지수인데, 대단히 뛰어난 녀석입니다.”

말을 하는 패력검제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뛰어난 후기지수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한번 만나 보는 것이 좋겠지.”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만통음제도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노부도 함께 갔으면 하오.”

안 그래도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잘된 것이다.

“물론이죠. 선배님께서도 꽤 흥미를 느낄 만한 녀석일 겁니다.”

“바로 저 녀석입니다.”

패력검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높디높은 성벽 위에 걸터앉아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만통음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법 쓸 만한 녀석이외다. 도대체 사문이 어디요? 느껴지는 기운으로 봤을 때는 도가 계열이 아닌가 싶은데…….”

하지만 수라도제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그녀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그도 만통음제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만난 후였고, 그녀가 풍기는 기운을 잘 알고 있었다. 거의 밖으로 느껴지지 않는 아주 잘 갈무리된 기도를 말이다.

“천지문인가?”

그 말에 만통음제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왜 여기서 천지문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천지문은 강호에 소문난 쓰레기 문파였다. 물론 마교와 제휴한 것 때문에 그런 소문이 퍼져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교주와 호형호제하는 그에게 있어서 마교에 대한 선입관 따위는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만 믿는 것이다. 그가 강호행 중에 만나 봤던 몇몇 천지문도들 중에서 저런 특이한 기도를 풍기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패력검제의 반응은 만통음제의 예상 밖이었다. 패력검제는 기겁하듯 놀랐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패력검제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수라도제는 빙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많은 강호 경험을 쌓다보면 그 정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법이지.”

그 말에 만통음제의 눈이 실쭉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노부에게 빗대서 하는 표현이오?”

잘못하면 싸움 나게 생겼기에 수라도제는 다급히 말했다.

“농담이올시다, 원…….”

성질도 급하다고 내심 투덜거리며 수라도제는 말을 이었다.

“저 아이와 아주 비슷한 기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얼마 전에 만났는데, 그 아이는 천지문의 제자라고 하더군요. 아마 며칠 지나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외다.”

“호오, 그래요? 그 말이 맞는지 나중에 두고 봅시다.”

만통음제의 말이었고, 패력검제의 생각은 달랐다. 진팔에게 도를 가르쳤다는 삼사저에 관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소연이라는 아이입니까?”

그 말에 이번에는 수라도제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대꾸했다.

“어, 어떻게 알았는가?”

“물론 저 녀석이 알려 줘서 알았지요.”

“그 아이는 벌써 노부가 찍었으니 넘볼 생각 하지 말게.”

그 말에 패력검제는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시 새장가라도 드실 생각이십니까?”

수라도제는 당황한 듯 대꾸했다.

“그, 그건 아니고… 노부가 혼처를 알아 봐 주겠다고 말해 놨으니 그리 알란 말일세.”

슬며시 그녀를 서문세가의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수라도제였다. 사실 그가 알아 봐 주는 혼처라고 해 봐야 서문세가의 사람일 것이 뻔하니 말이다.

“서문세가가 오늘날 왜 그리 세력이 큰지 알겠습니다. 오늘 아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려.”

패력검제의 말 속에서 뼈가 있는 듯했지만 수라도제는 빙긋 웃으며 두리뭉실하게 대꾸했다.

“허, 무슨 그런 말을……. 노부는 단지 뛰어난 인재에게 어울리는 넓은 물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뿐, 별다른 욕심은 없다네.”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워낙 덩어리가 커서 털도 안 뽑고 통째로 삼키시면 목구멍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하지만 패력검제는 빙글빙글 웃기만 할 뿐, 대답은 해 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아는 것이다. 진팔의 기도가 특이한 것은 태허무령심법 때문이다. 그런데 수라도제의 말에 따른다면 그 소연이라는 아이도 그와 똑같은 심법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의 심법 또한 교주가 알려 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둘의 뒤에는 교주가 있다. 수라도제가 그녀를 꿀꺽하겠다고?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어 어쩌면 교주와 칼부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직접 교주와 싸워 본 적이 있는 패력검제다. 그렇기에 아무리 천하의 수라도제라고 해도 교주와 싸우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뻔히 아는 것이다.

‘흐흐흣, 선배도 한번 당해 보시구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순간 이해할 수 있을 거요.’

근엄하기 그지없는 수라도제가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패력검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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