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9화 (465/930)

뜻밖의 결투

묵향과 초류빈은 엄청난 속도로 경공술을 전개하며 순식간에 만리장성을 넘어 남하해 오고 있었다. 수하들과 함께 이동하면 편리한 점도 많지만, 되려 불편한 점이 더욱 많았다. 지금도 그런 경우다. 그 둘은 혹 가다가 농담까지 나눠 가며 달려가는 것이었지만, 초연대 무사들은 아예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꼭 수하들과 동행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초류빈은 그의 수하들에게 양양성으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묵향과 함께 앞서가고 있는 중이었다.

묵향과 초류빈이 산서성의 태원(太原) 인근에 이르렀을 때, 고수들끼리 접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힘과 힘이 충돌한 듯 벼락 치는 듯한 굉음을 뿜어내는 파괴적인 폭발력! 엄청난 공력을 지닌 내가고수들의 겨룸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초류빈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여기는 금의 영토가 된 지 오래일 텐데…….”

묵향은 초류빈이 그 소리를 듣기 훨씬 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려가는 중이었다.

“모르지. 어떤 놈이 금나라 쓰레기들하고 싸우는 중인지.”

“병사들이 저런 괴력을 지닌 인물과 싸울 수나 있겠습니까? 저 소리는 분명히 엄청난 실력을 지닌 내가고수들이 싸우는 소리가 분명합니다.”

그 말에 묵향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내 말은 장인걸 패거리를 말하는 거야.”

혹시 장인걸의 수하들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묵향이 흥미를 느낀 것이었다. 초류빈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묵향의 뒤를 좇았다. 하지만 묵향은 그곳에 도착한 후, 실망감 어린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천마혈검대에 소속된 놈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아작을 내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달려온 것이었건만,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모두 승려들이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지금 수많은 승려들이 단 한 명을 상대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는 젊은 승려는 포위당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양측의 싸움을 지켜보던 초류빈은 도무지 그들이 왜 싸우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들 승려의 행색을 하고 있는데다가, 이마에 계인까지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저렇게 이마에 보라는 듯 계인을 찍고 다니는 자들은 소림승들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집안싸움이라는 말인데, 왜 그들이 소림의 영역에서 엄청나게 떨어진 이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소림의 승려들인 듯한데요? 그런데 소림승들끼리 왜 싸우는 걸까요?”

초류빈의 질문에 묵향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하고 있는 꼴은 모두 똑같지만 쓰는 무공이 다르잖아. 저 중간에 있는 놈은 소림의 정통 무공이고, 나머지 놈들은 괴상한 무공을 쓰고 있는 걸 모르겠냐? 그렇다면 결론은 뻔한 거지. 저놈은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고……. 에잇, 김샜군. 가자.”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림승이 합공을 당하고 있는데 구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초류빈의 말에 묵향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쯧, 이 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천마신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군. 땡초가 누구하고 싸워서 죽건 말건 신경 쓸 필요가 뭐있나?”

묵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소림승과 싸우는 승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놈들이 괴상한 무공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본교의 무공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원류를 따진다면 소림 무공과 유사함이 있어.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집안싸움인데 이쪽에서 낄 이유가 없지 않느냐.”

초류빈은 묵향이 다방면으로 무공에 대한 지식이 뛰어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선 급한 것은 소림승을 구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빨리 가자.”

잠시 망설이던 초류빈은 재빨리 검을 뽑아 들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야, 이 멍충아, 거기 안 서!”

뒤에서 묵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초류빈은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나중에 묵향에게 명령 불복종으로 문책을 당하더라도, 일단 소림승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초씨세가에서 자라난 초류빈으로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포위당해 있는 소림승의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외쳤다.

“멈춰라! 감히 소림의 승려를 공격하다니, 네놈들의 정체가 무엇이냐?”

초류빈이 등장하며 사용한 신법이 워낙 뛰어난 것이었기에 괴승들도 감히 그를 경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새로운 적의 출현에 잠시 움찔한 듯했지만, 곧이어 차분히 괴인에 대한 공격 태세를 갖췄다. 초류빈은 상대의 반응을 보며 이들 또한 대단히 뛰어난 고수들이라고 생각해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소림승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시오? 선사. 어쩐 일로 이렇듯 협공을 당하시게 되셨소이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림승에게서 돌아온 것은 비릿한 조소였다.

“크흐흐흣, 본부처님을 돕겠다고 나서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도다. 네놈 또한 저놈들과 작당하여 본부처님을 돕는 척하다가 내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 아니더냐?”

초류빈으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뭐, 뭐라구?”

바로 그 순간, 자신을 부처로 자처하는 그 소림승이 초류빈에게 기습적인 공격을 가해 오는 것이 아닌가. 대력금강장을 주축으로 하는 소림의 상승 무공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권법을 구사하는 소림승의 주먹에 자연스레 푸른빛이 어리는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은 결코 초류빈의 아래가 아니었다.

기겁을 한 초류빈은 다급히 도를 들어 상대의 공격을 방어했다. 도(刀)와 사람의 손이 부딪쳤는데도 피가 튀지 않고 불꽃이 번쩍거리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초류빈은 한 호흡에 수십 초의 공격을 막아 낸 후, 그 충격에 뒤로 주르륵 밀려 소림승으로부터 튕겨 나왔다.

포위하고 있던 괴승들 중의 한 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초류빈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어느 방면의 고수이신지 모르겠지만 방금 전 큰일을 당하실 뻔하셨소이다. 소승은 소림의 덕혜(德慧)라 하오이다.”

초류빈이 소림승을 구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초류빈은 기겁해서 외쳤다.

“아니, 선사께서도 소림승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 말에 덕혜선사는 한숨을 푹 쉰 후 불호를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아미타불…, 저분은 세간에서는 만사불황(萬邪佛皇)이라고 불리는 분이십니다.”

명호에 ‘황(皇)’ 자를 아무나 붙이는 것이 아니다. 황자를 붙이는 게 멋있다고 제멋대로 자기 명호에 붙일 수는 없다. 명호라는 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붙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 자가 붙는다면 최소한 화경급의 고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저런 소림승의 모습을 한 화경의 고수는 불계불황(不戒佛皇)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초류빈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만사불황이요? 그런 명호를 지닌 자도 있었습니까? 불계불황은 알겠는데, 만사불황은 잘…….”

초류빈의 말에 덕혜선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과거에는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계(不戒)라고 불렸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악한 행위들을 한다고 만사불황으로 불리지요. 그런 것도 잘 모르시는 것을 보면 시주께서는 강호 사정에 어두운 분이신 모양이구료. 소협의 의협심은 감사하나, 이건 소림 내부의 일이니 마음만 감사히 받겠소이다.”

“이런 젠장.”

초류빈은 무의식중에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교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림승을 구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것이었건만, 현실은 완전히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되어 버린 꼴이 아닌가. 이제 교주에게 명령 불복종으로 깨질 것이고, 또 재수 없어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면 저들과도 한판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초류빈은 ‘그럼 수고들 하십쇼’하며 슬그머니 내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이때, 묵향이 황홀할 만큼 완벽한 경신술을 선보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묵향은 나타나자마자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핫! 초류빈, 네 녀석이 드디어 밥값을 하는구나. 오냐, 안 그래도 불계불황을 만나려고 했었건만, 이렇게 기회를 마련해 주다니 정말 잘했다.”

그 말에 초류빈의 안색은 똥색으로 물들었다. 과연 탈마의 고수. 그 먼 곳에서도 대화를 엿듣다니 도무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때, 소림승들 중에서 가장 연배가 높아 보이는 인물이 입을 열었다.

“그러는 시주께서는 또 누구시오?”

그 말에 묵향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네 녀석들은 그걸 알 자격이 없다. 본좌가 왔으니 이제 꺼져 주는 일만 남았군. 좋아, 불계불황, 아니 만사불황. 이제부터 본좌하고 건설적인 대화나 좀 나눠 볼까?”

만사불황은 가소롭다는 듯 손가락을 꺾어 뚝뚝 소리가 나도록 관절을 풀며 말했다.

“크흐흐흣, 별 미친 중생을 다 보겠도다. 본부처님과 대화를 나눠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고?”

“물론 네놈을 본좌의 수하로 삼겠다는 말이지.”

그 말에 만사불황은 물론이고 덕혜선사를 비롯한 다른 소림승들도 그 광오함에 어이가 없어 멀뚱멀뚱 쳐다봤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묵향의 말에 비웃음은 경악에 찬 싸늘한 침묵으로 굳어버렸다.

“네놈을 본교의 세 번째 부교주로 만들겠노라.”

너무 놀라 말도 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덕혜선사는 황급히 정신을 추스린 후 묵향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교주? 그렇다면 시주께서는 마(魔), 아니 천마신교(天摩神敎)의 교주 암흑마제란 말씀이시오?”

“그렇다.”

덕혜선사는 장중한 어조로 불호를 외운 뒤, 단호하게 외쳤다.

“아미타불…, 교주께서 그렇게 하시게 놔둘 수는 없소이다. 무림맹과 귀교가 연합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소림은 교주가 하는 일을 가만히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 주셨으면 하오.”

묵향은 덕혜선사의 말이 가소롭다는 듯 대꾸했다.

“크흐흐,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좋아. 마음대로 해 봐라. 이봐, 초류빈.”

갑자기 교주가 왜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를 알 수 없었던 초류빈이 떨떠름한 어조로 대꾸했다.

“왜요?”

“본좌가 이 부처님하고 잠시 볼일을 보는 동안 너는 저 쓰레기들을 막든지 쫓아내든지 마음대로 해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면 너 혼자만으로도 충분할 게다.”

‘젠장,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이야.’

묵향의 말을 들은 초류빈의 얼굴은 그야말로 똥색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소림승을 구하려고 한 소기의 목적과 달리, 이제 자신이 직접 소림승들을 때려잡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한눈에 척 봐도 보통 실력들이 아닌 것 같은 소림의 고수들을 말이다. 소림사를 지탱하는 최정예들. 그들을 초류빈은 혼자서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소림승들의 이목도 초류빈에게로 집중되었다. 분명 초류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거 7룡4봉에 꼽혔던 초씨세가의 기대주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인물이 아닌가.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저자가 바로 탈명도 초류빈이 분명했다. 정파의 촉망받던 후기지수가 마교의 개가 되어 있을 줄이야.

떨떠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림승들의 눈을 보는 순간, 초류빈의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 소림승을 구해 주려는 내 마음은 하나도 몰라주고, 마교도라는 말에 자신을 저따위 눈빛으로 바라보다니……. 좋아, 이판사판이다. 저런 놈들도 승려라고 내가 구해 주겠다고 나섰다니, 이런 빌어먹을!

초류빈은 소림승들에게 도를 겨누며 외쳤다.

“귀하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소. 하지만, 구태여 싸우겠다고 나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소.”

소림승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곧이어 경악감에 바뀌어야 했다. 완전히 한판 하기로 마음먹은 초류빈의 몸에서 범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패도적인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위로 쳐든 초류빈의 도에서는 푸른색의 기운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렇게 자연스레 어기충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화, 화경의 고수?”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만사불황과 싸워서 어느 정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익힌 무공에 대해 극성을 지닌 무공을 사용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상대가 제대로 깨달음을 얻은 화경의 고수라면 한낱 초식끼리 지니는 극성 따위가 통할 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사불황은 반쯤 미친 상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깨달음을 발현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어느 정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진짜 화경의 고수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 소림승들 중에서 한 명이 앞으로 쓱 나서며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희끗희끗한 수염이 그의 나이를 대변해 주는 듯했지만, 그의 피부는 젊은이들의 그것인 양 아직도 팽팽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모습만 봐도 상당한 경지의 무예를 연마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납은 소림의 대정(大正)이라고 하오.”

대정선사라면 현 소림 장문인의 사형이었다. 젊어서부터 뛰어난 무위를 자랑한 그는 소림의 역사상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나한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108나한으로 대표되는 나한전에 들어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가 뛰어난 무승(武僧)으로서 자질을 인정받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한전을 거쳐 소림방장실을 경호하는 팔대호원에서 수련을 쌓은 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계율원의 원주로 임명되어 소림에 추상과 같은 규율을 세워나가는 데 앞장서게 된다. 그런 전설적인 승려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선사. 초면에 이렇듯 무례를 범하게 되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미타불…, 초류빈 시주. 꼭 막아서야만 하겠소이까?”

초류빈은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소림승과의 대결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물러설까?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교주가 자신을 가만히 놔둘 리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소이다, 선사. 나를 용서하시구려.”

잠시 생각해 보던 대정선사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화경급의 고수라면 마교의 부교주 정도는 되지 않을까?’하는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시주가 천마신교의 두 번째 부교주라는 것이오?”

초류빈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자, 어떻게 하시겠소이까? 들어오시겠소? 아니면 물러나시겠소?”

하지만 대정선사는 들어갈 마음도, 또 그렇다고 물러설 마음도 없는 듯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초류빈은 무시하고, 그는 묵향과 만사불황의 동정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만약 교주가 공공 사숙을 제압하지만 못한다면 굳이 초류빈과 다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 소문대로 교주의 무공이 그렇게 높다면 척살대상인 만사불황을 그가 대신 죽여 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대정선사가 기대하는 최선의 길은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 기회를 빌려 무림의 화근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을 동시에 없애 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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