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진팔과 소연은 비좁은 토굴 속에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뭐라고 써져 있습니까? 사저.”
소연은 팽선의 서신을 진팔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초닷새니…, 3일 후에 움직이라는구나.”
그런 다음 소연은 서신과 함께 동봉되어 있는 자료들을 확인했다. 봉투가 꽤 두툼했던 만큼 자료의 양도 꽤 많았다. 배를 만드는 장인들의 숙소를 포함한 조선소의 전반적인 배치도. 강 건너편에 있는 금군의 배치 상황과 그 병력 규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후에 예상되는 적의 이동 경로를 담은 지도였다.
예상되는 적의 이동 경로를 표시해 놓은 지도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소연을 향해 궁금하다는 듯 진팔이 질문을 던졌다.
“여기 있는 자료들은 모두 다 금군 쪽의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것을 태워 버리라고 몇 번씩이나 당부했을까요?”
“당연하지 않겠느냐. 적의 예상 이동 경로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겠니? 혼원패권 대협의 이동을 적이 포착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해 올 움직임이니, 이것을 뒤바꿔서 생각한다면 혼원패권 대협의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나겠지. 아마도 그것을 그분께서는 우려하시는 것일 게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중얼거리던 진팔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또다시 소연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저쪽에서 이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이쪽만 박살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을 그렇게 따지고 들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안목이 그렇게 높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혼원패권 대협의 작전에는 크게 무리한 점이 없다고 생각되는구나.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잡고 1시진(2시간).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반시진은 되지 않겠니?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보다 여유가 적다면 어떻게 합니까?”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떻게 일을 할 수가 있겠느냐. 이미 우리들에게 선택의 여지 같은 것은 없어. 모든 것이 예측한 대로 되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방책을 의논해 보는 것이 좋겠군요?”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토굴 한쪽 구석에서 늙은 하인이 작은 화톳불을 피워 차를 끓이고 있었다. 특이하게 화톳불은 불빛도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도 한겨울의 토굴 속을 따뜻하게 덥힐 수 있는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차가 다 되자, 늙은 하인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오는 찻잔을 소연과 진팔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가씨, 날이 찹니다. 따뜻한 차로 몸이라도 좀 녹이시면서 말씀들 나누시지요.”
“고마워요, 왕노(王老).”
“뭘요. 이게 다 소인이 해야 할 일인뎁쇼.”
왕노는 아주 오랫동안 천지문에서 일해 온 늙은 하인들 중의 하나였다. 양양성에 제자들을 파견하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소연이 지원하자 그도 덩달아서 지원해 왔다. 소연의 말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가 내세운 이유였다. 물론, 소연 외에도 말을 가져온 사람은 여럿 있었고, 또 그런 일을 처리할 하인도 꽤 있었다. 그렇기에 양양성에 도착한 뒤 왕노는 꼭 말을 돌보는 일뿐 아니라, 하녀를 데려오지 않은 소연의 뒷바라지도 함께 해 줬었다.
이번 작전에도 남아서 말이나 돌봐 달라는 소연의 요청을 거절하고 왕노는 그녀를 따라왔다. 자신이 없으면 소연의 식사를 누가 돌봐줄 것이냐는 것이 그가 내세운 이유였다. 얼마나 노인의 고집이 지독스러운지 소연은 어쩔 수 없이 왕노의 청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토굴에서 대기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소연은 왕노를 데려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토굴 속에 마른 짚을 깔아 그녀의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 것도 왕노였다. 그리고 적의 이목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하는 만큼, 불의 사용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불빛이야 어떻게든 감출 수 있겠지만, 연기까지 숨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노는 어디서 배웠는지 싸리나무 가지들을 주워다가 그 껍질을 벗긴 후 잘게 찢어 연기가 나지 않도록 불을 피우는 기발한 방법을 알고 있었고, 덕분에 그녀는 건량이 아닌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진팔은 왕노가 피워 놓은 화톳불을 힐끔 바라봤다. 이것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불이 이렇게 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불빛도 거의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연기조차 없었다.
“왕노, 이렇게 불 피우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왕노는 과거를 회상하는 듯 흐릿한 시선으로 대답했다.
“소인이 아주 어렸을 때였습죠. 동네에 살고 있는 파락호 형님에게서 배웠었는데, 훔친 닭을 몰래 숨어서 잡아먹는 데는 이것 이상 없더구먼요.”
“참 묘한 재주로군요.”
“소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요. 어쨌건 소인이 소싯적에 배워 둔 재주가 이렇게 보탬이 될 수 있다니, 그 형님께 감사할 따름입죠.”
왕노의 대답에 진팔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이것은 살수들만이 익히는 기본적인 기술들 중 하나였다. 최대한 자신의 존재가 남에게 발각되지 않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적인 특성상, 살수라면 응당 이런 특이한 기술 몇 가지는 필수적으로 익혀야만 했던 것이다.
천지문에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배들을 불태우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장인들을 죽이든지, 아니면 구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전을 추진함에 있어서 천지문을 두 개의 조로 나누는 것이 한 가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불 지르는 패거리. 또 하나는 조선공들을 처리하는 패거리. 물론 상황이 허락한다면 구출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없애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편이 시간이 훨씬 절약될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진팔이 천지문도들 중에서 제법 윗줄에 놓이는 제자들을 모두 다 불러 모아 소연과 함께 이런저런 계책들을 상의하고 있을 때, 묵향은 자신을 찾아 양양성에서 급히 달려온 마화를 만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무슨 일인데 여기까지 왔느냐? 내일이면 안 그래도 돌아갈 텐데…….”
마화에게 질문하는 묵향의 어조에는 궁금증이 묻어 있었다.
마화는 철영 부교주의 눈치를 슬쩍 살핀 다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묵향에게 양녀가 있다는 사실을 철영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철영은 이미 교주에게 양녀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흑월야사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살수에게 딸의 호위를 부탁했을 때, 우연히도 바로 그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일을 철영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교주가 흑월야사에게 한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딸을 보호하라. 하지만 능력이 안 된다고 느껴지면 딸의 생사에 연연하지 말고 곧바로 탈출하여 흉수가 누군지만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지켜주지는 못하더라도 복수라면 확실히 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철영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딸의 존재는 결코 그의 약점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을 모르고 교주의 딸을 건드린 자는 필사(必死)! 그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안 이후 철영은 교주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괜히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번에 장인걸을 상대로 비밀 작전이 시작된다는 보고를 드렸었지 않습니까?”
마화의 말에 묵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아, 난 또 무슨 일이라고. 그건 전에 내가 별일 아니라고 말했었잖아.”
“교주님의 명을 거역한 것은 송구스럽습니다만, 속하는 그 작전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해 봤습니다.”
“쓸데없는 일을 했군.”
마화를 탓하는 듯 했지만, 묵향의 표정은 궁금증을 안고 있었다. 그로서도 사랑하는 소연의 안위가 걸려 있는 일이었기에 결코 냉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쓸데없지는 않았습니다. 정보를 취합해 본 결과 인선에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그 말에 묵향은 급히 되물었다. 이제 더 이상 냉담함을 가장하고 있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어떤 문제가?”
마화는 지금까지 취합된 정보를 보고하고, 관지 장로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알려 줬다. 물론 바로 옆에서 흥미롭다는 듯 철영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에, 구체적인 문파명은 물론이고 소연의 이름까지 제외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묵향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뭣이! 수라도제가 빠졌다고? 그렇다면 다른 놈들은? 하다못해 황룡무제나 패력검제 쯤은 거기에 동참했을 것 아닌가?”
“이번 작전의 책임자는 하북팽가의 팽선 장로라고 합니다.”
묵향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팽선이라고? 이런 빌어먹을. 그따위 미끼로 장인걸을 속이려고 들다니.”
지금껏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철영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속사정까지야 말을 안 해주니 알 수가 없었지만, 옆에서 들어 보니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심각하게 대화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교주님, 그런 것에 마음 쓰실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요는 조선소를 초토화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속하가 수하들을 이끌고 박살내 버릴까요?”
철영으로서는 기껏 생각해서 꺼낸 제안이었는데, 묵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밖으로 나설 때는 장인걸의 숨통을 조일 때 외에는 없어. 만약 이쪽이 모습을 드러내면 장인걸이 빈틈을 드러낼 것 같으냐?”
“그, 그것도 그렇군요.”
마화는 묵향의 말이 지당하다고 여기며 덧붙였다.
“마공을 익힌 고수들은 마기가 너무 두드러지기에 그 근처에 매복조차 시킬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흑풍대를 투입하자니, 회하가 큰 장애물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교주와 부교주 간의 대화에 그녀가 끼어들어 부교주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꼬집어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목숨까지도 위태로운 행위였다. 하지만 교주와 마화 간의 묘한 분위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철영이었기에 그는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묵향은 마화에게 외쳤다.
“당장 작전을 중지시켜라.”
“예? 하지만 그들이 작전을 중지하려고 할까요? 당장 조선소를 파괴해야만 하는데 말입니다.”
“이런 젠장. 일이 꼬이는군.”
묵향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철영에게 지시했다.
“본좌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 자네는 이곳에서 꼼짝도 하지 말게. 알겠나?”
“예, 교주님.”
묵향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위치를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마화가 대별산맥까지 자신을 찾아오는데 소요한 시간을 계산한다면 지금 묵향에게 주어진 여유는 거의 없었다. 묵향은 철영 일행으로부터 충분히 거리가 멀어진 후에야 점점 더 속도를 올리며 마화에게 명령했다.
“본좌는 먼저 갈 테니 너는 천천히 와도 돼.”
“소 소저에게 직접 가실 겁니까?”
순간 묵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말도 안 된다는 듯 내뱉었다.
“자네 그렇게 생각이 없나? 만약 거기에 장인걸이 와 있다면 목을 따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어쩔 건가? 본좌가, 아니 본교가 이번 전쟁에 개입했다는 것을 그놈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건데,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속하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젠장. 그래서 내가 빨리 가 봐야 하는 거라구. 너는 이번 일에 별 필요 없으니 천천히 와도 돼. 그럼 나는 먼저 간다.”
“예.”
묵향은 마화의 대답을 채 듣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엄청난 속도에 마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도 빨리 움직여야겠군.”
마화는 더욱 속도를 내어 아래쪽에 매어 놓은 말을 찾아 달려갔다.
묵향은 양양성에 도착하자마자 관지를 찾아갔다.
“교주님을 뵈옵니다.”
“너는 빨리 준비해서 팽 뭐시기라는 놈에게 가 봐라.”
뜬금없는 교주의 명령에 관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
묵향은 답답하다는 듯 다시 명령했다.
“이대로는 꼼짝도 못하고 장인걸에게 당하게 생겼다며? 그러니까 자네가 흑풍대를 이끌고 가서 도우란 말이다. 출동 준비가 갖춰질 때까지 화경급 고수 두어 명 붙여줄 테니까, 그 정도 전력이라면 조선소를 박살내는데 모자람이 없을거야.”
“예. 곧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관지가 달려 나간 후, 묵향은 곧장 만통음제의 숙소로 달려갔다.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오는 묵향을 보고 만통음제는 활짝 미소지으며 환대했다.
“오, 이제 오는가? 어때? 선물은 마음에 들던가?”
그런 말에 대꾸해 줄 정신이 없었던 묵향은 단도직입적으로 외쳤다.
“지금 선물타령 할 때가 아닙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아우가 이렇게 허둥대는 건 처음 보는데…….”
“쓸데없는 말씀 마시고, 지금 당장 가서 팽 뭐시기라는 놈 좀 도와주십쇼.”
뜬금없는 요청에 만통음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팽 뭐였더라? 그 하북팽가의 장로라는 놈 말입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답을 얻을 수 없었던 만통음제는 맹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묵향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우형이 알기로는 팽가의 장로는 모두 다 팽씨들인데……. 그중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이런 젠장. 설명을 하려면 좀 기니까 제 수하놈에게 들으십쇼. 지금 한창 출동 준비를 갖추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알겠네. 하지만 자네가 그 팽 뭐시기라는 자를 도와달라는 이유를 모르겠군. 우형이 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면 안되겠나?”
“제 양녀의 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이제 되셨습니까?”
만통음제는 흔쾌히 대답했다.
“이런, 진작에 그렇게 말했으면 더 이상 군말이 필요 없지 않았나. 내 속히 가 볼 테니 염려 말게.”
“그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따로 가 볼 데가 있어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묵향은 대충 인사를 갖춘 다음 전속력으로 사라져 버렸다.
“허어, 역시 겉은 무뚝뚝하게 행동하지만, 내 짐작대로 속정은 참으로 깊구먼.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음이야. 참, 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만통음제는 금(琴) 속에 숨겨져 있던 혈영비(血影匕)를 꺼내어 품속에 집어넣으며 밖을 향해 외쳤다.
“설취야. 거기 있느냐?”
곧이어 부드러운 음성이 답해 왔다.
“예, 사부님.”
설취는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찾으셨습니까? 사부님.”
“보관해 둔 술이 있으면 한 병만 가져다 다오.”
“예, 사부님.”
설취는 재빨리 달려가 몇 병 사뒀던 술들 중에서 한 병을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사부님.”
만통음제는 술병을 품속에 집어넣으며 설취에게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 급히 가 볼 데가 있으니 그리 알거라. 한 며칠 걸릴지도 모르겠구나.”
“예. 사부님.”
만통음제는 더 이상의 얘기는 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홀로 남은 설취는 지금껏 없었던 사부의 돌발적인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숙 어르신을 만나러 가시는 건가? 아니야. 그렇다면 저리 서두르실 이유가 없지. 그렇다면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