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가 20여 명의 날랜 병사들을 이끌고 몰래 암행을 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강서성(江西省)은 중원에서는 비교적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한겨울이 돼도 그리 춥지 않다. 그 덕분인지 거리에 굶어죽은 시체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고된 삶에 지친 굶주린 백성들은 어디를 가도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들은 산으로 들로 나다니며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무껍질을 뜯어 집 안 여기저기에 말려 두고 있었다.
진회가 한 농가 안으로 쓱 들어서자 아낙은 어린 아이들을 재빨리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두려움에 질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진회가 아니라 진회 뒤에 서 있는 검을 든 두 명의 병사들을 쳐다본 것이다.
진회는 20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 이 집에 들이닥치면 농민들이 놀랄 것 같아서 그중 두 명만을 이끌고 들어온 것이었는데, 시골 아낙에게는 그들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두려움을 안겨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요?”
병사들은 군복을 벗은 상태였고, 진회 역시 호사스런 관복 대신 누구나 입고 다님직한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진회의 호위가 자신들의 주 임무인지라 진회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검을 휴대한 채 긴장감에 딱딱한 표정이었다. 그 위압적인 모습이 아낙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진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아낙의 반응에 내심 한숨을 내쉬며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보시게, 예서 하룻밤만 이슬을 피해 갈 수 있겠는가?”
아낙은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회의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이 두 눈을 부릅뜨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탐탁치 않았지만 마지못해 승낙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칼을 든 장정 둘이 뒤에 서 있다. 만약 거절했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할지 몰라 내심 두려웠을 것이다.
“드, 들어오시우. 자실 건 별로 없지만, 방 한 칸 내드리는 건 어렵지 않수.”
그녀가 일행을 데리고 간 곳은 농가 한쪽 구석의 작은 방이다. 침상이 한 개뿐이라 세 명이 잠을 청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처음 그들의 요구대로 밤이슬을 피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병사들이 방 안을 치우는 동안, 진회는 아낙과 그 아이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볼이 홀쭉한 것이 영양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손님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또다시 이리저리 뛰놀기 시작했고, 아낙은 분주히 움직이며 궁색하기는 하지만 먹을 것들을 준비하느라 두 손을 바쁘게 놀려 댔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그녀의 남편이 돌아왔다. 남편은 밭에서 일을 하다 간혹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혹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돌아다니느라 늦은 것이다. 불빛에 비친 그녀의 남편 역시 얼마나 못 먹었는지 몸은 깡말랐으며, 볼이 홀쭉했다. 집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자 남편은 불안한 눈빛으로 부인을 쳐다보았다.
“손님이 있어요.”
“손님?”
“예, 길손인 모양인데, 하룻밤 이슬이나 피하게 해 달라고 해서…….”
내외는 속닥속닥 뭔가 얘기를 주고받으며 남편은 그날의 수확물을 아내에게 건넸고, 아내는 부엌 안으로 분주히 들락거리며 뭔가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부엌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것을 가지고 나왔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일부를 건네준 후, 나머지를 가지고 진회가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변변치는 않지만 좀 드시구려. 시장기는 면할 수 있을 테니.”
그녀가 건네준 것은 따뜻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국이었다. 국에는 곡물 같은 것도 조금 보였지만, 그 재료의 대부분은 뭔지 알 수 없는 풀들이다. 일부는 싱싱한 것들, 그리고 일부는 말려서 저장해 뒀던 풀들. 먹을 만하기에 국을 끓여 먹겠지만 진회처럼 궁핍한 삶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생소한 음식이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은 맛이 없었다. 그리고 척 봐도 영양가도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젓가락으로 박박 긁으며 하나도 남김없이 국물을 들이켰다. 국물이 생각보다 뜨거웠던 탓일까?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슬쩍 손등으로 자신의 눈가를 훔치며 병사들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허어, 국물이 너무 뜨겁구먼. 그래도 주린 속에 이거라도 먹으니 한결 든든한걸. 자네들도 어서 들게.”
“존명.”
하늘과도 같은 상관이 깨끗이 그릇을 비운 마당에, 그들이 국을 남길 수는 없었다. 이때, 병사들 중 하나가 재빨리 자신이 가져온 짐을 뒤져 건량을 꺼내 왔다. 하인들조차 먹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국이었기에 재상 진회가 시장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것도 같이 드시지요.”
“아니, 나는 됐네. 이것만 먹어도 뱃속이 그득한 것 같구먼.”
뱃속이 그득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안타까운 백성들의 삶 때문에 그의 식욕이 사라진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진회는 집의 주인을 청했다.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눈 후, 진회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은근슬쩍 던졌다.
“저녁에 건넨 식사를 보니 식량이 모자라는 것 같던데. 수확이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일세 그려.”
진회의 질문에 농부의 눈에 의아함이 짙게 어렸다. 하지만 곧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의 손에 들린 검을 보자 두려움이 짙게 배인 눈으로 진회를 살펴보며 물었다.
“왜 그런 걸 묻는 거요?”
“내 궁금해서 묻는 걸세. 이 일대에 기근이 들었다는 말은 아직 들어 본 적도 없었거든.”
그 말에 농부는 퉁명스럽다 싶을 만큼 짧게 대꾸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수.”
진회는 밖으로 나가려는 농부의 손을 잡아 억지로 다시 앉게 한 뒤 다시금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농부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농부의 응대에 병사 중 한 명이 화가 치밀어 그의 멱살을 틀어쥐며 윽박질렀다.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계속 거짓말을 늘어놓는 게냐! 주리를 틀어야 이실직고할 테냐?”
얼핏 들어 봐도 관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조요, 단어들이다. 그걸 느낀 농부의 입은 더욱 고집스럽게 꽉 다물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진회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내가 이토록 고집스럽게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말이다.
“이보게, 왜 대답을 안 하는가? 설마 하니 우리가 자네를 해칠까 두려워서 그런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묻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니 안심하게.”
하지만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살그머니 자신을 훔쳐볼 뿐, 고집스레 입을 다물고 있는 사내를 보며 진회는 사내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당했기에 항변조차 못할 정도로까지 길들여진 것인지.
“말을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가 없지.”
병사들을 시켜 입을 열게 할 수도 있었지만 진회는 그러지 않고 답답한 듯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고집스레 입을 다물고는 있지만 농부의 온몸이 두려움에 덜덜 떨리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잠시 애처로운 눈빛으로 농부를 바라보던 진회는 밖으로 나가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때 갑자기 아낙이 방 안으로 내달려 들어와서는 남편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이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그러시우? 관에서 나왔다고 사람을 이렇게 핍박해도 되는 거요?”
“우리가 관에서 나왔다고 누가 그러던가?”
“누가 모를 줄 아우! 저 아랫마을에 사는 김 씨네도 길손을 집에 묵게 해 준 다음 날 관에 잡혀가서 초주검이 되어 돌아왔수. 괜히 이리저리 찔러 이쪽에서 말실수하도록 유도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시란 말이우. 따뜻한 방에서 주무실 수 있도록 방까지 내드렸지 않수! 왜 은혜를 이렇게 웬수로 갚으려고 하시느냐는 말이우.”
남편을 보호하려는 일념에 여인은 두려움에 눈물까지 글썽이면서도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후에야 진회는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마도 이쪽에 있는 관부에 있는 놈이 먼저 선수를 친 듯했다. 길손으로 분장시킨 밀정을 보내 주민들을 슬슬 찔러 본 다음, 이 고을 관리들의 폭정에 대해 사실대로 고해바친 인물들을 잡아 들여 묵사발을 내놓은 모양이다.
처음에 좀 묵어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 당혹스러워 하던 그녀의 모습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녀로서는 당연히 모르는 길손들을 집 안에 들이고 싶지 않았으리라. 진회의 경우 부하 둘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차마 묵어가자는 말을 거절하지 못해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는 대충 알겠으니 마음을 진정하시구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인을 달래며 진회는 품속을 뒤져 은자 두 냥을 꺼내 그녀의 손에 꼭 쥐어 줬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내가 가진 것을 다 건네주고 싶지만, 갈 길이 먼 데다가 앞으로도 당신들 같은 처지의 인물들을 계속 만나게 될 테니 그들에게도 뭔가를 줘야 하지 않겠소. 적은 돈이지만 그걸로 곡식을 추수할 때까지 버티도록 하시오.”
진회의 말에 아낙은 잔뜩 고조되었던 긴장이 풀려서인지 울음을 터뜨리며 진회에게 감사의 말을 연발했다. 하지만 그녀의 뒤에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던 남편은 망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추수하면 뭐 합니까? 황충이 떼라도 나타난 듯 집 안을 이 잡듯 뒤져 다 털어갈 텐데…….”
진회는 믿기 힘들다는 듯 급하게 물었다.
“이 고을 관리들의 폭정이 그토록 심하다는 것이냐?”
남편은 넋이라도 나간 듯 멍하니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다들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입지요.”
한 번 말문이 터지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남편은 이 마을 관리들의 폭정이 얼마나 지독한지 진회에게 낱낱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듣던 진회의 얼굴이 점차 새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그의 꽉 움켜진 손은 얼마나 그가 분노하고 있는지 핏줄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 * *
백성을 수탈하는 탐욕스런 관리일수록 의심이 많다. 관리들에게 있어 백성은 하찮은 무지렁이였고, 자신들의 돈주머니를 채워 주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관리들은 이들 무지렁이들이 수확물을 속여 자신에게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거나, 이 지방을 지나는 길손에게 이런저런 불만을 말해 괜히 높은 곳에 있는 관리의 귀에 정확한 정보가 들어가 자신들이 상납해야 할 뇌물의 양이 많아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백성들을 쥐어짜기 위해 ‘밀정’이라는 놈들을 애용했다.
왕적삼(王積三) 포두 또한 바로 이 밀정이라는 놈들을 이용하여 톡톡히 재미를 보고 계시는 나으리들 중 한 명이다.
“그러니까 서가 놈 집에 웬 길손이 묵고 있더라는 말이냐?”
“예, 그날 같이 논일을 하기로 약조를 했었기에 제가 서가네 집으로 갔었지 않았겠습니까요. 그런데 서가네 집에서 장정 둘과 서생 하나가 묵고 있더라 이겁니다.”
“그자들의 용모는 어떻던가?”
“멀리서 얼핏 봤기에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장정 둘은 기골이 아주 장대해 보였습니다요. 그리고 그중 하나는 장검을 들고 있던뎁쇼.”
순간 왕적삼의 눈이 번쩍 빛났다.
“장검이라고? 확실하냐?”
“예, 틀림없습니다요.”
밀정이 돌아가고 난 후, 왕적삼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어디서 보낸 놈들이지?”
지금까지 그의 옆에 말없이 앉아 있던 장 포두가 끼어들었다.
“이봐, 생각할 게 뭐 있어. 그냥 해치워 버리면 그만이지.”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허, 쥐새끼 세 마리 해치우는 게 어려울 게 뭐가 있나?”
이들은 지금까지 수상쩍어 보이는 외지인들은 몽땅 다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렸다. 물론 그중에는 상부에서 보낸 밀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뒤가 구린 그들은 수상쩍은 사람도 없앨 겸, 그자들이 지니고 있는 돈도 털어먹을 겸 일석이조의 사냥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세 마리가 아니니까 문제지. 그냥 토끼 사냥하듯 때려잡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아.”
“무슨 소리야? 좀 전에 세 놈이라고 그놈이 말한 걸 내가 똑똑히 들었는데.”
그러자 왕적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놈들 말고 뒤따르는 또 다른 놈들이 있기에 하는 말이야.”
“뭘 복잡하게 생각해. 그렇다면 대규모 상단인가 보지.”
장 포두는 예전에 상단을 털어 짭짤한 재미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갑자기 왕적삼이 왜 이렇게 소심하게 구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단이면 내가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아. 사실 오늘 아침 조가 놈이 찾아와서 말하더군. 어제 저녁 산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데, 산 아래쪽에 20명 남짓한 장정들이 숨어서 서가 놈 집 쪽을 관찰하고 있더라고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모두들 무장을 하고 있는 데다 꽤나 덩치가 있는 놈들이라고 하더라구.”
“어라, 그렇다면 상단이 아니라 그거 산적 놈들 아냐?”
왕적삼은 그 말에 찬동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절이 어수선하다 보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 중 칼을 움켜쥐고 산적으로 직업을 바꾸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흠, 산적이라. 그럴 수도 있겠네.”
장 포두는 왕적삼이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더욱 침을 튀기며 입을 놀렸다.
“내 생각에는 그 산적 놈들이 서가 놈의 집에 묵고 있다는 놈들을 쫓아온 거 같아.”
왕적삼은 장 포두의 말이 그럴듯한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몸을 들썩이며 장포두가 말했다.
“좋아, 우리도 빨리 움직이자구. 산적들이 그놈들을 노리는 걸 보면 꽤나 큰 건수임에 틀림없어. 보아하니 장정 둘은 서생을 호위하는 보표인 듯한데 그 정도야 문제없잖아.”
신이 난 장 포두와는 달리 왕적삼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장사치 몇 명 죽이고 돈을 뺏는 거야 병사들을 우르르 몰고 가면 되지만, 덩치 좋은 산적들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자칫 자신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산적하고 맞붙어야 하는데, 그건 좀 찝찝하군.”
“산적 놈들이 서가 놈 집 근처에 숨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언제 털어먹고 튀어도 이상할 게 없다구. 어쨌거나 돈을 만지려면 어쩔 수 없이 산적 놈들과 맞붙을 수밖에 없잖아. 혹, 그놈들이 우리가 출동한 걸 알면 알아서 도망칠 수도 있으니 거기에 희망을 걸자구. 무엇보다 그 정도의 산적이 쫓아올 정도라면 우리가 만져 보지도 못할 정도의 거금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라.”
장 포두의 말에 왕적삼은 귀가 솔깃했다. 생각해 보니 20명이나 되는 산적들이 몰려올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니고 있을까? 어쩌면 돈이 아닌 희대의 보물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보표를 고용해 돌아다닐 정도라면 돈푼깨나 가진 놈이 분명했다.
산적이라는 말에 잠시 고개를 숙였던 탐욕의 마음이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왕적삼은 마을에 소속된 병사들을 모두 불러들인다면 산적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혼자 챙겨먹는 것보다 자신에게 떨어지는 양은 적겠지만 산적들이 횡재를 하는 것을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다면 병사들의 숫자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게 좋겠군.”
“물론이지. 내가 이 포두에게도 연락을 넣을게.”
큰 건수라고 생각했는지 병사들을 모으고, 출동 준비를 갖추는 포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