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송에서 요에 바쳤던 세폐는 정말이지 엄청난 액수였다. 변방 오랑캐 주제에 이렇게 막대한 양을 매년 달라고 하면, 이쪽에서 얌전히 줄 거라고 기대를 했다는 말인가? 편복대주의 보고를 채 다 듣기도 전에 장인걸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올랐다. 정말이지 놈의 대가리를 잘라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열어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장인걸은 앉아 있던 의자의 팔걸이를 거칠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내 이 망할 놈을 당장!”
“고정하시옵소서, 교주님.”
“구태여 그런 놈과 동맹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당장 옹칸에게 사람을 보내도록 해!”
의외의 명령에 편복대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며 입을 열었다.
“옹칸에게 말이옵니까?”
“그래, 옹칸을 밀어준다면 테무진을 박살 내 버릴 게 아니냐? 아니, 박살 내지 못해도 상관은 없지. 송과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발목을 잡아 주면 되니까. 그렇게 되면 테무진이 자연 이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지 않겠나?”
장인걸의 말에 편복대주는 조심스럽게 반론을 말했다.
“아뢰옵기 송구스럽지만, 그 방법으로는 본국이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사옵니다. 옹칸에게 지원 물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테무진의 영토를 거쳐야만 하옵니다. 마차 한두 대 분량도 아닌, 대규모의 지원 물자를 테무진이 가만히 놔둘 리 없지 않사옵니까? 설혹, 운 좋게 옹칸을 지원하는데 성공하여 테무진이 밀린다고 하더라도 약탈 행위는 중지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패잔병들이 국경으로 밀려들어 약탈 행위를 해 댈 게 뻔하니 말이옵니다.”
금나라가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그 기반이 약했다. 그런 상황에서 약탈 행위를 방치하여 민심이 흉흉해진다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편복대주나 장인걸이 걱정하는 것은 민심 따위가 아니었다. 국경의 방어선이 헐거워지면, 지금은 자신들보다 대국이기에 금을 건드리지 않고 있던 수많은 몽고 부족들이 대놓고 침공해 올 우려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송과의 전쟁에 전념을 다하고 있는 장인걸로서는 더 이상의 병력을 북쪽으로 돌릴 여력이 없었으니까.
“젠장!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지 거친 숨을 몰아쉬던 장인걸의 입에 갑자기 음흉스런 미소가 걸렸다. 기가 막힌 계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참! 생각해 보니 그리 대단한 요구 사항도 아니었구먼. 놈에게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답신을 보내도록 해라.”
장인걸의 갑작스런 명령에 편복대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이건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옵니다.”
장인걸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건 또 뭐가 있느냐. 재물이야 나중에 차차 보내 준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면 그만이요, 어디서 반반한 계집 하나 구해다 황녀라고 해서 보내 버리면 되는 게 아닌가. 그 야만족놈들이 황녀의 얼굴을 알고 있을 턱이 없으니까 말이다. 오호, 그래! 아예 101조 아이를 하나 보내서, 그 촌놈의 뼈까지 흐물흐물하게 녹여 버리는 것도 좋겠군.”
101조라는 말이 떨어지자 편복대주는 내심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1조는 편복대 소속이면서도 그녀들을 움직이려면 반드시 장인걸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장인걸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첩보조다.
그녀들은 미모도 뛰어났지만, 고관대작들의 관심을 끌만한 지성과 교양을 익힐 수 있도록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키운 조직이었다. 그런 그녀들을 한낱 변방 부족장 따위의 성노리개로 헌납한다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치마만 둘러도 환장을 하고 달려들 야만스런 놈들한테 말이다. 편복대주는 장인걸이 분노한 나머지 너무 급하게 결정을 내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인계를 쓰는 것은 좋습니다만, 황녀를 보내야 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사안이옵니다. 황녀가 진짜냐 가짜냐를 떠나서, 황녀를 몽고의 부족장에게로 시집보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본국으로서는 크나큰 치욕이 될 테니 말이옵니다. 그 대신 테무진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게 되겠지요. 그런 정치적 기류를 뻔히 알고 있을 대신들이 이러한 협상을 절대로 용납할 리 없사옵니다.”
“흥, 제까짓 것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면 어쩌려고?”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장인걸의 모습에 편복대주는 내심 한숨을 쉬면서도 급하게 입을 놀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타국과의 동맹은 황제의 윤허가 있어야만 가능하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계속해서 편복대주가 반론을 펼치자, 장인걸은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퀴마이에게 말해서 허락을 받으면 될 거 아닌가!”
“정식으로 즉위식을 치루지 않은 그는, 아직 황제가 아니지 않사옵니까? 더군다나 이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옵니다. 선황제께서 살아 계시다면 혹 모르겠사오나, 아직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우퀴마이로서는 절대로 들끓는 대신들을 무마할 수 없사옵니다. 잘못되면 교주님께서 모든 대신들의 탄핵을 받아…….”
장인걸은 손을 내저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아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게야. 이번에 묵향놈이 황도를 기습한 덕에 상당수의 대신들이 죽어 버렸지 않았나. 그 자리를 우리 쪽 사람들로 채워 넣기만 해도 큰 힘이 되지 않겠나?”
“하지만 대신들을 임명하려면 신황제의 즉위식이 끝난 후에야 가능하옵니다.”
그러자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못 참겠다는 듯 갑자기 장인걸이 의자의 팔걸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즉위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나 생각해 봐!”
장인걸의 분노에 편복대주는 잽싸게 고개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존명!”
보고를 마치고 편복대주가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장인걸이 슬쩍 물었다.
“참, 우리들의 황녀는 잘 지내고 있느냐?”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편복대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지금 황녀의 칭호를 받고 있는 사람이 8명이나 됐으니까. 하지만 그는 곧 장인걸이 ‘우리들의 황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예, 기대 이상으로 쏠쏠한 정보를 저희에게 보내 주시고 계시옵니다.”
“아구다가 아꼈던 아이다. 그 아이의 신변에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도록.”
“존명!”
편복대주가 돌아간 후, 장인걸은 차를 마시며 음흉스런 미소를 지었다.
“흠, 놈이 원하는 게 황녀라면, 줘야지. 누구를 보낼까?”
편복대주는 101조 소속 첩자를 보내는 것에 회의적이었지만, 그가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다. 왜냐하면 장인걸이 편복대주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가르친 아이들이 바로 101조였기 때문이다.
편복대에 소속된 여자 대원들 중 가장 뛰어난 자질과 미모를 지닌 아이들만 모아 놓은 게 101조였다. 게다가 장인걸이 신경 써서 가르쳤기에 무공도 비교적 우수한 편이었다. 여기까지는 편복대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장인걸은 그녀들에게 마교의 가장 사악한 마공 중 하나인 마령섭혼심법(魔靈攝魂沁法)을 비밀리에 전수해 줬다.
장인걸이 그 사실을 자신의 심복인 편복대주에게까지 숨길 필요성을 느꼈을 정도로 그 무공은 너무나도 위험한 양날의 검이었다. 사람의 심지를 제압하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 장인걸의 뒤통수를 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무공은 존재하기 힘들었다. 특히 지금 장인걸은 황실이나 군부 등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자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지 않는가. 따라서 101조 조원들만 제대로 이용한다면 지금 장인걸이 차지하고 있는 기반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101조 대원을 투입할 때는 자신의 허가를 받도록 해 놓은 것이고.
지금껏 수많은 배신을 경험하며 성장해 온 장인걸이다. 물론 그 대부분은 자신이 상대에게 행한 것이었지만. 그 때문에 그는 그 누구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배신이라는 게 너무나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장인걸은 경호무사에게 명령했다.
“우퀴마이를 만나러 갈 것이다. 준비하도록!”
“존명!”
“어서 오십시오, 대원수.”
환대하는 우퀴마이 앞에 장인걸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신(臣) 장인걸, 대금제국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선제 폐하께 그러했듯, 폐하를 위해서도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분골쇄신(粉骨碎身)할 것을 맹세하겠사옵니다.”
우퀴마이는 다급히 장인걸의 상체를 들어올리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대원수. 저는 아직 제위에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신이 결정한 이상, 폐하께서는 황제가 되신 거나 다름없사옵니다.”
그야말로 광오한 표현이었지만, 그의 표현이 사실이기도 했다. 그만큼 장인걸이 금나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막대한 것이었으니까.
“다른 발극렬들은 만나 보셨습니까?”
“국론홀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하께서 황위를 이으시는 것에 대해 찬성했사옵니다. 마침 이달 보름이 길하다고 하니, 그날 즉위식을 올리시는 게 어떻겠사옵니까?”
갑작스런 제안에 우퀴마이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급히 되물었다.
“너무 날짜가 급하지 않겠습니까?”
“송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이런 비상시국에 제국의 황위를 오랜 시간 비워 둘 수는 없는 일이오니, 대신들도 이해할 것이옵니다.”
이때, 시커먼 인영(人影) 하나가 날아와서 저택 지붕 위로 떨어져 내렸다. 저택 주변에는 천마혈검대원들이 물샐틈없는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인영을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장인걸의 귓속으로 가느다란 전음이 들려왔다.
<대주님의 전갈이옵니다.>
《무슨 일이냐?》
<일황자께서 그 추종 세력들과 함께 황도를 탈출했다 하옵니다. 그런데 그 탈출 방향이 국론홀로와 완전히 다른 방향이라 하옵니다.>
‘이런 빌어먹을!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별게 다 속을 썩이는군.’
장인걸은 내심 아차 싶었다. 국론홀로가 황도를 떠났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일황자가 이렇듯 발 빠르게 움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수하들을 시켜 국론홀로를 다시 돌아오게 한 후, 적당히 윽박질러 우퀴마이를 지지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황위를 이어받을 수 있는 정통 후계자인 일황자까지 그 대열에 동참했다면 문제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장인걸 앞에서는 허허거리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던 국론홀로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황도에 남아 있어 봐야 장인걸의 뜻대로 흘러갈 게 뻔하니, 황위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금 외에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장인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리자, 우퀴마이는 괴이쩍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누던 대화 내용 어디에도 장인걸이 저런 표정을 지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대원수.”
“아, 아니옵니다, 폐하.”
장인걸은 별거 아니라는 듯 둘러대면서도 지붕 위에 자리 잡은 인영에게 어기전성을 보냈다.
《누구를 보냈느냐?》
<사안이 사안인지라, 대주께서는 왕걸(王傑) 대장께 청하시어 급히 추격하도록 하셨사옵니다.>
편복대주가 곧바로 천마혈검대 제6대를 투입했다는 말에 장인걸은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삼황자와도 연결되어 있는 교활하기 짝이 없는 국론홀로인 만큼, 무슨 함정을 파 놨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황자가 황도를 떠난 시각은?》
<정확히는 알 수 없사오나, 2시진을 넘기지는 않았을 거라고 들었사옵니다.>
《다른 황자들과 발극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라고 전하라.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야.》
<존명!>
이때 딱딱하게 굳어 있는 장인걸을 향해 우퀴마이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대원수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니, 혹 국론홀로가 내가 황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오?”
“아아, 폐하께서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장인걸은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바로 몽고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그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우퀴마이를 찾아온 것이기도 했지만.
“참, 그러고 보니 몽고에 파견했던 사신이 돌아왔사온데, 그 보고는 들으셨사옵니까?”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장인걸은 테무진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보고했다. 보고를 듣던 우퀴마이는 터무니없는 테무진의 요구에 기분이 상했는지 안색이 썩 좋지 못했다. 보고를 마치고 잠시 뜸을 들인 장인걸은 천천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거부하기에는 현재 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옵니다. 차라리 적당히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며, 송과의 전쟁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퀴마이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황녀를 보내라는 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가짜 황녀를 보내 미인계를 쓴다면, 놈을 자멸의 길로 밀어 넣을 수 있사옵니다. 소장이 이럴 때 써먹으려고 키워 둔 아이가 하나 있사온데…….”
가짜라면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한 장인걸의 예상과는 달리 우퀴마이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대원수, 아무리 가짜라고 하지만 대금제국 황녀를 몽고의 부족장 따위에게 시집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공개로 보낸다면…….”
“국가 간의 일이 그렇게 되겠습니까? 당장 테무진 쪽에서 온 사방에 소문을 퍼뜨릴 게 뻔한데 말입니다. 사향을 수십 겹으로 감싼다고 해도, 결국에는 향기가 새 나오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그건 당연한 추측이었다. 나쁜 일도 아니고, 대제국의 황녀를 자신의 첩, 혹은 며느리로 받게 되었는데 그걸 숨길 이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주변 부족장들이 그 사실을 알면 자신의 입지는 더욱 높아질 게 분명한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방에 그 소문을 퍼뜨려 댈 것이다. 그리고 그 소문은 무역상들을 통해 다시금 금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이쪽에서만 숨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우퀴마이의 단호한 거부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장인걸은 더 이상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아직 즉위식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사오니 다른 방도를 모색해 보도록 하겠사옵니다.”
침중한 장인걸의 표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지 우퀴마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꼭 몽고를 끌어들여야만 합니까?”
“북쪽 국경선에 발목이 잡혀 있는 병력만 30만에 달하옵니다. 몽고의 원병을 끌어들이는 건 고사하고, 주둔군의 일부만이라도 남쪽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
장인걸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우퀴마이는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대원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나도 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던 장인걸은 머리가 아픈지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일이 생길 때마다 정치적 논리에 맞춰 일일이 신경을 쓰는 것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장인걸은 예전 마교 교주로 있었을 때가 너무도 그리웠다. 강력한 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충성스런 수하들. 하지만 예전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장인걸은 묵향에 대한 원한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를 으드득 갈던 장인걸은 뭔가 기분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흐흐, 약점을 내가 움켜쥐었으니, 네놈의 최후도 그리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