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9화 (605/930)

한참을 기다리자 기다리던 사형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일단 자리에 앉자마자 도인들 중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사내가 짐짓 혀를 차며 큰소리로 말했다.

“허, 어느 놈은 검을 쥐고 전장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데, 어느 놈은 팔자가 좋아 계집을 옆에 끼고 술이나 처마시고 있구나.”

설마 자신들에게 하는 말인 줄 모르고 마화 일행이 대꾸도 하지 않자, 도인은 탁자를 손으로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보시게, 시주들! 이 객잔에 당신들만 있소?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서 조용히 좀 해 주셔야 할 것 아니오.”

술자리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술에 취하면 목청이 높아지고 소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두주불사의 술고래들이라고는 하지만 모두들 반쯤 혀가 돌아갈 정도로 취해 있었다. 게다가 요즘 침울해하고 있는 마화를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뭐라고 대꾸를 하면 말꼬리를 잡아 시비를 걸려 했지만 도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상대쪽의 반응이 점잖았다.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며 사과를 한 것이다. 혀가 꼬부라진 소리는 여전했지만, 아직 이성을 잃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폐가 되었다면 죄송하외다. 조용히 하도록 하겠소.”

소리를 친 도인이 일순 당혹스런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는 사제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도사들의 이죽거림이 곧바로 이어졌다.

“쯧쯧, 우리가 말하기 전에는 그럼 폐인 줄도 모르고 떠들어 댔단 말인가? 당최 머리에 뭐가 들어 있는 겐지.”

“너무 그러지 말게나. 여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어 대기 바쁜 자들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겠나?”

그러자 처음에 소리를 친 도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저쪽에서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보아하니 쌈짓돈을 모아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나온 모양인데, 그렇게 말하면 저들이 부끄러움에 술인들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나?”

“하기야…….”

키득거리며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도인들의 목소리는 의외로 컸다. 마치 객잔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당연히 천인장들이 그걸 못 알아들었을 리 없다.

“이것들이 정말!”

천인장 중 한 명이 화가 난 표정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사발로 연신 술을 마시고 있던 마화가 손을 흔들며 말렸다.

“그냥 앉아. 도사 복장을 하고 있지만 보아하니 시정잡배들 같은데, 손쓸 가치도 없는 놈들이야.”

마화의 말에 도인들은 일순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분노에 얼굴만 붉게 물들였다. 마교와의 전투를 통해 꽤 거칠게 생활을 해 온 곤륜파의 도인들이었지만 여인을 상대로 말싸움을 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륜이라는 것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도인이 비릿하게 웃으며 이죽거렸다.

“허, 옷차림을 보아하니 술집 작부인 듯한데 인생이 참으로 불쌍하구나. 무량수불.”

안 그래도 요즘 마음이 편치 않아 괴로웠던 마화였다. 술을 마신다고 그런 마음이 편해질 리는 없지만 애써 웃음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도인들이 빤히 보이는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울고 싶은데 빰을 때린다고 마화로써는 그런 도인들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잠시 후면 괴로움에 미칠 것만 같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도구가 되어 줄 테니 말이다.

“호호,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어린 것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다 본녀에게 볼기 맞는다. 대가리 숫자가 모자라면 시비 걸 배짱도 없는 것 같은데 주둥이 닥치고들 있어.”

사내라면 몰라도 여인에게 그런 말을 듣자 일순 도사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더군다나 정곡을 찔러 대니 더욱 쪽팔릴 수밖에.

“그, 그건 무슨 말씀이시오? 여시주.”

“아아, 됐다. 차라리 너희들 사부나 데려와라. 허우대는 모두 멀쩡해 보이지만 아랫도리는 제대로 힘조차 못 쓸 것 같아 상대하려니 짜증이 난다.”

마화는 가라는 듯 손을 흔들며 아예 고개조차 돌리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건 주위에 앉아 있던 천인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에 도인들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꿈틀거리며 튀어 올랐다. 같은 말이라도 남자에게 듣는 것과 여자에게 듣는 것이 받아들이는 데 있어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특히 아랫도리에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여자에게 들으면 그 정신적 충격과 모멸감은 몇 배로 다가오는 법이다. 그 때문에 능글맞은 임충마저도 마화에게 음담패설에 있어서는 아예 상대가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순진하기 그지없는 도사들에게 사용했으니 그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을 아예 무시라도 하는 듯 태연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에 곤륜파 도인들의 안색이 분노와 치욕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지금껏 밥으로 생각해 왔던 흑풍대원들 앞에서 술집 작부로 보이는 여인에게 당한 것이었기에 그 모멸감은 수십 배로 다가왔다.

“지, 지금 말 다했소?”

얼마나 분노했는지 마치 쉰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자 마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곧 배시시 웃으며 이죽거렸다.

“호호, 그러고 보니 곤륜파는 불알을 까야 받아 주는 곳인가? 목소리를 들어 보면 완전 내시네. 어쩐지 아랫도리에 힘이 없어 보인다 했지.”

이제 이건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저 여인은 사문을 욕되게 했다. 곤륜파 도인 중 한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마화 일행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여인 주위에 함께 앉아 있는 열 명의 사내들이 있었지만, 도인들은 그들을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번 싸워 본 결과 흑풍대원들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는 능한지 몰라도, 맨손 격투에 있어서는 완전히 젬병이라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지금 객잔에 와 있는 곤륜파 도인들의 수는 21명. 주먹으로만 싸운다면, 마교 놈들 50명이 떼거리로 몰려온다 해도 전혀 겁날 게 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일반 흑풍대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주먹질을 몇 번 채 하기도 전에 그 사실을 뼈저리게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일 앞장서서 주먹을 휘둘렀던 곤륜파의 도인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자신의 주먹을 피한 후,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상대방의 주먹을 멍하니 바라봐야만 했다.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피할 수가 없었다. 그가 몸을 움직이는 속도보다 상대방의 주먹이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도인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저건 풍뢰권(風雷拳)!”

“사형, 풍뢰권이라면 청성파의 절기인데 어찌 저자가……?”

도를 닦는 도인들이라고는 하나 함께 고락을 겪어 왔던 동문 사제가 흑풍대원으로 보이는 사내의 주먹에 맞아 바닥으로 나뒹굴자 모두들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치솟는 혈기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겪어 왔던 흑풍대원들과는 달리 사내들은 여유롭게 자신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니, 가지고 논다는 하는 말이 맞았다. 그리고 가장 열통이 터지는 것은 자신들에게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줬던 여인이 마치 나찰과도 같이 날뛰는데, 그녀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사제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이면 이들이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고수라는 점을 인지할 만도 했지만, 이미 흥분에 눈이 뒤집힌 도인으로서는 그 점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안 되겠다. 사제들과 사형들을 더 불러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직 어린 몇 명의 도인들이 메뚜기처럼 밖으로 튀어 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원군을 부르러 간 것이다.

* * *

“대주님께서 급하게 찾으십니다, 부대주님.”

갑작스런 관지의 호출에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마화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어젯밤에 벌어진 사건을 관지 장로가 알아 버린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을 급히 찾을 이유가 없었다. 어제 좀 심하게 두들겨 맞아 상처를 숨기기 힘든 사람은 꽁꽁 숨어서 관지 장로의 눈에 띄지 말라고 그토록 당부를 했건만, 어떤 눈치 없는 놈이 들켜 버린 것이리라.

“젠장! 어떤 등신이 들킨 거지?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었는데…….”

처음에 시비를 걸었던 도사 패거리를 가볍게 손봐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도사들이 몰려와 난투극에 끼어들었다. 상호간에 워낙 숫자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손속에 사정을 두기 힘들어 좀 심하게 두들겨 패 버린 도사도 몇 있었던 것 같다. 하기야 술김에 패 버린 것이라서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말이다.

마화는 다시 거울을 보며 얼굴을 세심히 살펴봤다. 평소보다 더욱 두텁게 분을 바른 덕분에 시퍼런 멍 자국이 많이 감춰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표시가 났다. 제발 관지 장로가 몰라봐야 할 텐데…….

“망할 말코 새끼. 감히 내 얼굴에 이런 짓을 하다니!”

때려도, 때려도 벌떡 일어나 반쯤 실성한 놈처럼 ‘니년이 어떻게 알아! 내가 부실한지 아닌지를!’라고 부르짖으며 달려들던 말상의 도인이 만들어 놓은 멍 자국이었다. 당연히 반쯤 죽여 놓긴 했지만, 지금도 얼굴 한 컨에 화려하게 꽃핀 멍 자국을 볼 때마다 이빨이 뽀드득 갈리는 마화였다.

마화는 관지 장로의 집무실 문을 빼꼼히 열며 어색한 미소부터 보냈다.

“차, 찾으셨어요? 대주님.”

관지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자네, 도대체 언제 철이 들라고 그러나? 들어와서 앉게.”

쭈뼛쭈뼛 걸어 들어와 자리에 앉는 마화에게 관지는 냉정한 어조로 질책했다.

“어제 싸움은 누가 먼저 시작한 건가?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거창하게 한바탕한 모양인데 말이야.”

수십 명이 넘는 인원이 난투극을 벌인데다가, 그 절대 다수는 점잖은 복색을 하고 있는 도사들이었으니 소문이 쫙 퍼지지 않을 리 없다. 겨우 어젯밤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지금 양양성에서 그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그 전에도 몇 번 투닥거리기는 했지만, 대부분 인적이 없는 곳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나 버렸기에 사람들이 몰랐던 것이다. 혹, 싸움 장면을 목도한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워낙 적은 인원이 후다닥 싸움을 끝내 버렸고, 무엇보다 수십만의 병사들이 몰려든 양양성이다 보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었기에 얘깃거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달랐다. 비록 양양성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고는 하나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객잔 안에서, 수십 명이 넘는 도사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길바닥에 나뒹굴었으니 당연히 화제가 된 것이다.

“시비는 저쪽에서 걸었던 것 같은데요…….”

기어들어 가는 듯한 마화의 목소리에 관지는 인상을 찡그리며 질책했다.

“같은데요…, 라니. 나는 그런 애매모호한 표현을 아주 싫어한다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 명확하게 말해 보게. 저쪽인가, 아니면 자네들인가?”

마화는 한동안 머리를 쥐어짰지만 모든 기억이 희미했다. 초저녁부터 퍼마신 술 탓이었다. 사실 그들이 그 정도 취했기에 곤륜파의 햇병아리 도사들을 상대로 난투극을 벌인 거지, 안 그랬다면 아예 싸움을 걸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흑풍대의 하급 무사들에 비한다면 그들은 아예 차원을 달리하는 고수들이었으니까.

마화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잘…….”

관지는 이미 그런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자신의 서탁 위에 놓여 있던 문서 한 통을 들어 마화에게 건네 줬다.

“저쪽에서는 자네들이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하고 있네. 그리고 이건 곤륜파에서 보내온 정식 항의문일세.”

“항의문이라구요?”

그제야 마화는 관지가 어제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곤륜파에서 보낸 항의문이 도착한 것이다. 맞고 돌아간 곤륜파 도사들이 애써 입단속을 하려 했지만, 수십 명의 문인들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의 상처를 입었으니 상층부에서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

당연히 어찌 된 일이냐는 엄중한 질책에, 이번 일에 연루된 도사들은 모든 잘못을 마교 쪽에 뒤집어씌웠다. 맞고 돌아온데다 시비까지 자신들이 먼저 걸었다고 하면, 어떤 문책을 당하게 될지 두려웠으니까.

문도들을 통해 이번 일의 전모를 파악한 곤륜파의 수뇌부는 치솟는 분노에 길길이 날뛰었다. 안 그래도 철천지원수와도 같은 마교와 손을 잡고 전쟁을 한다는 게 내심 께름칙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교에 정식 항의문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곧바로 무림맹에 마교의 방자함을 성토하는 보고서까지 작성해서 발송했다. 무림맹 차원에서 마교에 징계를 가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무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화를 보며 관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급히 사람을 현장에 보내 알아봤더니, 아주 거창하게 한판 벌인 모양이더군. 객잔을 완전히 박살 내 놨다고 하니까 말이야.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말단 병졸들도 아니고, 군부로 친다면 장군급들이 술 퍼먹고 패싸움질이나 하다니. 귀관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가뜩이나 아가씨께서 납치당한 일로 장내의 분위기도 뒤숭숭한데 말이야.”

목소리의 높낮이가 일정할 정도로 차분했지만, 오랜 세월 관지와 함께 생활했던 마화는 그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관지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잘 표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마디도 변명을 하지 않았다.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으면, 오히려 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할 테니까. 사실 너무 취한 탓에 어젯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았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조촐하게 회식을 한다는 것이 그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는 마화의 모습에 관지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본관은 지금 곤륜파로 가 보겠네. 혹,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 주게.”

뜻밖의 말에 마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곤륜파에 직접 가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겨우 술집에서 패싸움을 벌인 것 정도로 장로님께서 사과하실 필요까지는 없…….”

고개를 흔들며 관지는 마화의 말을 가로막았다.

“자네의 말이 옳아. 하지만 지금은 곤륜파와 쓸데없는 감정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닐세. 서로간의 화합이 중요한 때이지. 그렇기에 본관이 직접 가서 사과 한 마디 하고 돌아오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야.”

“그럼 저도 같이 가겠어요. 분란을 일으킨 당사자는 저니까요.”

관지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대꾸했다.

“그렇다면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오게나. 늙은 도사들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입기에는 좀 그런 것 같군.”

묵향과 마화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관지였기에 지금까지 마화의 옷차림에 대해 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안은 마교를 대표하여 곤륜파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수뇌부라고 하는 인간이 몸매가 드러날 정도로 쫙 끼는 야시시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면 곤륜파에서 마교를 어찌 보겠는가.

짙은 화장 때문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마화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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