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옥화무제의 전용 마차가 그녀의 숙소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마차는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맹주가 감찰부주를 대동하고 갑자기 그녀의 숙소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고하신 것에 대한 노부의 감사의 표시외다. 노부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의 취향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소이다.”
맹주는 자개로 정교하게 장식된 작은 함을 옥화무제에게 건넸다. 함 속에는 영롱한 빛깔의 진주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그녀가 한 수고에 대한 대가로서 부족함이 없는 선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전혀 그녀의 눈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몸에 밴 습관대로 깍듯이 인사를 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걸이군요. 감사히 받겠어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구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맹주는 적당한 기회를 봐서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냈다. 앞에 얘기하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기에 전혀 부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내심 맹주가 어떤 형식으로 얘기를 꺼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감찰부주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로 절묘한 것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봉공께 위로의 인사를 드린다는 걸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구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그 얘길 하다 보니 생각난 건데, 이번에 우이 마을에서 훌륭한 수하들을 많이 잃으셨다면서요? 공수개 장로에게서 보고를 받고도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소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 시치미를 뗐지만, 맹주의 입에서 ‘우이 마을’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순간, 옥화무제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맹주는 이 일에 대해 결단코 모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일을 추진한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맹주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이야.
‘당장 멈추라고 지시를 보내야만 해!’
순간적으로 옥화무제의 표정이 변하는 걸 감지한 맹주는 자신이 우려했던 점이 사실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맹주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옥화무제의 전용마차 안. 옥화무제는 자신이 어떻게 맹주와 작별 인사를 나눴는지조차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일이 그녀에게 안겨 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속마음 같아서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당장 지부장을 찾아가 섬서분타주를 향해 전서구를 날리라고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코앞에 서 있는 맹주는 자신을 배웅해 주기 위해 몸소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일단 전용마차를 타고 무림맹을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옥화무제는 무림맹 지부에서의 연락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다른 분타까지 가서 전서구를 날린다면 너무 시간이 지체된다. 그런 만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림맹 지부에서 전서구를 날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차 안에서 급히 암호문을 작성한 옥화무제는 자신의 호위대장에게 어기전성을 보냈다.
《지금 당장 처리할 일이 있어요.》
<하명하십시오, 태상문주님.>
《최대한 빨리 맹으로 돌아가서 이걸 지부장에게 전하세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손으로 옮기기라도 하듯, 옥화무제가 쥐고 있던 5개의 작은 대롱이 슬며시 날아가 호위대장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말도 마차도 다음 행선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만큼 그녀의 무공 수위가 높다는 증거리라.
《가용한 수단을 모두 쓰더라도 이것들을 최대한 빨리 섬서분타주에게 보내라고 하세요.》
“존명!”
호위대장은 능숙한 솜씨로 달리던 말을 조종하여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봤다면 마치 묘기라고 격찬했을 만큼 뛰어난 승마술이었다.
무림맹을 향해 미친 듯 내달리는 호위대장을 보며, 옥화무제는 간절히 빌었다. 제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하지만 그녀의 기도는 그렇게까지 간절한 것은 아니었다. 어젯밤 전서구를 날리기는 했지만, 밤에는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 시간 차라면, 섬서분타주의 움직임을 저지하기에 충분하다고 그녀는 판단했다. 자신의 명령에 의해 섬서분타주가 출동 준비를 갖추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릴 테니까.
<묵향> 26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