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옥화무제의 예상과는 달리, 마교도들의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미끼를 던져 줬으면 달려들어야 할 거 아냐.”
집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옥화무제가 짜증스런 어조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총관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오는 게 보였다.
“찾았나요?”
“그게 아니라, 십만대산에서 대규모 치중대(輜重隊)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치중대라고요? 혹시 그 안에 고수들을 숨겨 놓은 게……?”
총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치중대 주위를 거의 3,000여에 달하는 마인들이 호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이게 고수들을 어딘가로 빼돌리는 것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눈에 띄는 수법은 동원하지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치중대의 내용물은……?”
잠시 고심하던 옥화무제의 머릿속에 번쩍 스치는 게 있었다.
“비급! 비급이로군요.”
“추밀단주께서도 그럴 것 같다는 예상을 하셨습니다.”
옥화무제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제야 비급을……?”
전쟁이 끝난 지가 언젠데 지금에서야 약속했던 비급을 제공할까? 더군다나 막판에 뒤통수를 친 무림맹에 말이다. 그녀조차도 교주가 당연히 비급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총관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혹시 무림맹의 이목을 혼란시키기 위한 미끼가 아닐까요?”
“미끼라구요?”
“예. 우리 쪽에서 마교의 움직임에 대해 무림맹에 제보하지 않았습니까. 갑작스런 마교의 움직임에 대해 무림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비급을 풀어 놓으면, 자연히 욕심에 눈이 멀어…….”
옥화무제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총관의 말을 끊었다.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렇게 하면 맹에서는 오히려 더욱 의심할 거예요. 맹의 수뇌부들이 얼마나 닳고 닳은 것들인데, 그런 얄팍한 수법에 넘어가겠어요.”
이렇게 말한 옥화무제는 확신 어린 어조로 외쳤다.
“이건 분명히 뭔가 협잡이 있는 거예요.”
“협잡…, 이라니요?”
“그러니까 본문의 일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교주가 맹주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거죠.”
그 말을 들은 총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면 이미 맹주와 밀약이 체결되었을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분하지만, 그렇게 밖에는 추론할 수 없어요. 교활한 놈, 이렇게까지 나온다 이거지!”
그녀는 홧김에 총관을 향해 신경질적인 음성으로 외쳤다.
“그놈의 비급들을 탈취하던지 불살라 버리도록 하세요.”
“태상문주님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불가능합니다. 마교의 정예 3,000명이 지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쪽에서 방해공작을 가해 올 걸 예상하고 있을 게 뻔한데, 그게 먹혀들어가겠습니까?”
“흥, 탈취하는 거라면 몰라도 불사르는 거라면 가능하겠지요. 빈틈을 노리다 보면 최소한 한 번쯤은 기회가 올 거예요. 십만대산에서 무림맹까지는 아주 먼~~ 길이니까.”
총관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동로를 미뤄 봤을 때, 그들의 목적지는 무림맹이 아니라 곤륜산인 듯합니다. 아마도 곤륜파에 비급들을 넘겨줄 모양입니다.”
“곤륜파라고요?”
“예.”
“이런 약아빠진 놈!”
그러고 보니 맹주와 밀약을 맺었다면 묵향으로서도 선물을 곤륜파에 던져 주는 게 맞을 것이다. 맹주로서도 선물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셈이니 안심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물론 옥화무제도 곤륜파의 손에 들어간 비급에 손을 댈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마교는 물론이고, 정파까지 적으로 만들어 놔서는 무림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으니까.
뽀드드득!
‘언젠가는 갚아 주고 말 거야.’
옥화무제가 원독에 사무쳐 묵향은 물론이고, 맹주에게까지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을 때,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총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참, 일전에 그 발해 문자 말입니다. 추밀단에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순간 옥화무제의 두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교주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이 뭔지 아주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 뭐라던가요?”
총관은 쪽지 한 장을 그녀에게 전하며 말했다.
“이런 뜻이랍니다.”
옥화무제가 쪽지를 보니, 「천하제일을 논하고 싶다면 백두산(白頭山)으로 오라」라고 쓰여 있었다.
“백두(白頭)…, 흰 머리라……? 아마도 만년설이 덮인 산을 뜻하는 것 같은데, 천산(天山)을 말하는 건가요?”
“속하가 알아본 결과로는 장백산을 그곳 토착민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답니다.”
옥화무제는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참, 발해 문자라는 것을 깜빡 했네요. 동이족이 가장 숭상하는 산이 바로 장백산이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읽어 놓고도 이런 착각을 하다니…….”
그렇게 말하며 옥화무제는 다시 한 번 쪽지를 바라봤다. 왠지 천하제일이라는 글자가 눈에 거슬렸다. 동이족도 그들 나름대로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무술을 익힌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잡술로 감히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을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쓰여 있는 천하제일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해하기가 힘든 말이네요.”
“그래서 비영단주께 청해 1개조를 그쪽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한번 훑어본 다음에, 뭔가 걸리는 게 있으면 추후에 인원을 좀 더 투입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겠지요.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무영문의 위기
마교가 자신들을 흡수하려 한다는 무영문의 제보는 무림맹의 수뇌부를 바짝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맹주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곤륜무황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었다. 곤륜무황이 맹주가 된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장로회의에서 이 안건이 정식으로 다뤄졌다.
“마교가 무영문을 흡수하려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최창 분타주.”
최창은 무영문에서 무림맹과의 연락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파견해 놓은 인물이었다. 호명당한 그는 앞으로 나와 장로들에게 마교가 어떤 식으로 무영문을 흡수하려는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최창 분타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앉아 있던 장로들 중에서 가장 호전적인 종남파의 백량(白諒) 장로가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당장 조사단을 파견해야 합니다.”
그러자 서문세가의 서문정 장로가 심드렁한 어조로 반박했다.
“조사단을 파견해서 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십만대산에 조사단을 파견하자는 겁니까? 아니면 무영문 총단에 파견하자는 겁니까?”
빈정거리는 그의 말투에 조사단을 파견하자고 제안했던 백량 장로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둘 다 불가능함을 그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계속해서 억지스럽게 이유를 주워 삼키는 걸 보면 자신의 주장을 굽히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소이까. 만약 마교가 무영문을 흡수하게 되면…….”
“무영문의 총단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텐데 뭔 걱정을 그리 하시는지. 그냥 놔두면 제풀에 수그러들 거요.”
서문정 장로의 반박에 종리세가의 종리권 장로가 슬그머니 거들었다. 혼인으로 맺어진 사이인 만큼, 두 문파를 대표하는 그들도 꽤나 공조를 잘하고 있었다.
“그건 서문정 장로의 말씀이 옳은 듯하오.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마교가 무영문을 흡수하려 한다는 것도 순전히 그쪽의 주장일 뿐이지 않소이까. 진짜로 마교가 그런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곤륜파의 무정(戊正) 장로도 동의를 표했다.
“옳소이다. 지금 교주는 역대 교주들 중에서도 가장 평화적인 인물이오. 현재 마교가 역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는 여기 계신 장로분들 중 그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외다. 그런데도 그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력을 앞세워…….”
이때, 누군가의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은 똑바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화산파를 박살냈던 건 마교가 아닌 혈교였습니까?”
사실, 무정 장로는 화산파 멸문의 비화 같은 건 몰랐다. 하지만 이런 되먹지 못한 소리를 한 지파천에 비한다면 자신은 연륜만을 따져도 월등한 전대 고수였다. 그런데 감히 어디서 이딴 개소리를 지껄일 수 있단 말인가. 분노한 무정 장로는 지파천 장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지금 노부에게 시비 거는 거요?”
무정 장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에 지파천 장로는 곧바로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아, 그…,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의는 아니나,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려는 순간, 조용히 앉아 있던 공수개 장로가 입을 열었다.
“자자, 진정들 하십시다. 우리끼리 싸워서야 쓰겠습니까. 옥화 봉공께서 도와달라고 하셨지만, 솔직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본방에 연락해서 알아봤는데…, 마교가 움직였다는 정보는 어디에서도 들어온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백량 장로는 허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물었다.
“그럼 그게 다 헛소리다, 이 말씀이시오?”
“현재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외다.”
장로회의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최창 분타주가 뭐라고 반론을 제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조용히 장로들의 언쟁을 듣고만 있던 맹주가 기나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마교가 움직이고 있는 건 사실이오.”
순간 모든 장로들의 눈길이 맹주를 향해 집중되었다.
“감찰부에서 마교의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말도 안 돼.”
공수개 장로는 맹주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말이 맹주의 귀에 들린 모양이었다.
“감찰부에서 마교의 움직임을 포착한 건 아니라오, 공수개 장로.”
“그, 그렇다면……?”
“교주가 노부에게 양해를 구해 왔기에 알고 있는 거요.”
“맹주님께 양해를 구해 왔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교주는 무영문이 금나라와의 전쟁 막바지에 우리를 배신하고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소.”
그러자 최창 분타주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중상모략입니다.”
“노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소. 하지만 감찰부에 일러 자세히 조사해 본 결과, 마교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소.”
그러면서 맹주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감찰부주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신임 감찰부주는 무림맹 감찰부에서 성장해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곤륜무황으로서는 자신의 동문을 감찰부주로 삼고 싶었지만, 감찰부의 특성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시골 산속에서 도만 닦던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도사에게 맡기기에는 너무나도 추잡스런 세계였던 것이다.
감찰부주는 장로들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교주가 보낸 서신과 그 증거물들을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런 다음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감찰부에서 조사한 결과를 신중한 어조로 보고했다.
조금 전까지 중상모략이라며 기세등등했던 최창 분타주의 안색은 어느 순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감찰부주의 보고가 끝났을 때, 장로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무영문을 떠나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무영문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무영문의 강력한 조직과 정보들이 마교에 넘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주는 무영문의 이적행위에 대한 응징을 가하겠다며 노부에게 허락을 구했소.”
맹주의 말에 지파천 장로가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그렇다면 장로회의를 거치지도 않고, 맹주님 독단으로 그걸 허락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지파천 장로의 도전적인 눈빛에 맹주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노부는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소이다. 그래서 오늘, 그 사안을 표결에 붙일까 하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반대한다는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맹주가 손을 쓱 들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각 문파 간의 은원에 관계된 일에 대해서는 본맹이 가급적이면 간섭을 자제해 왔던 것을 여러 장로들께서도 잘 아실 거외다. 하지만 이 사안은 본맹의 소속 방파들 간의 일이 아니라 마교와 무영문 즉, 외인(外人)과 한 식구 간에 벌어진 알력이라 노부로서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소.”
그 말에 여러 장로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이에 교주는 성의를 표시한다며 전임 맹주와의 밀약 때 사용되었던 그것을 다시 한 번 더 제안했소. 그게 뭔지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장로분들도 잘 아실 거외다. 그건 바로 그동안 마교가 노획해 간 비급의 사본이었소.”
장로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때, 무영문의 최창 분타주가 악의에 찬 어조로 외쳤다.
“교활한 교주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전에도 주겠다고 했다가, 입을 싹 닦은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 경우도 노부는 생각해 뒀소. 귀하도 상부에 문의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요. 마교에서 비급을 실은 치중대가 이미 곤륜산을 향해 출발했다는 것을.”
최창 분타주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인상이 왈칵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자자, 오늘 표결의 결과를 교주에게 알려 주기로 했소. 간섭하지 않는다면 비급은 약속대로 곤륜산에 도착하게 될 거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거부한다면 십만대산으로 되돌아가겠지요. 과연 여러분의 선택이 뭔지 궁금하구려.”
맹주의 말에 장로들은 저마다 옆에 앉은 장로들과 수군거렸다.
“허, 거참. 교주의 수법이 정말이지 악랄하기 짝이 없구만.”
“아무리 교주가 그딴 제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그런 사악한 것들의 손을 들어줄 생각이 없소. 아니, 당문 전체가 내 생각과 같다는 것을 장담하오.”
“점창의 이름을 걸고, 그런 악마들과의 거래는 용납할 수 없소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저마다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장로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맹주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머잖아 그들도 자신과 뜻을 같이 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무정 장로, 준비해 온 것을 나눠 주게.”
“예, 맹주님.”
무정 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앞에는 뭔가가 기록되어 있는 종이를 든 문관들이 일렬로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 각 장로들 앞에 들고 있던 종이를 놓았다.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장로 앞에 놓인 것에는 꽤나 많은 글이 적혀 있었고, 어떤 장로 앞에 놓인 것에는 단 몇 줄만이 적혀 있었다.
“헉! 이, 이게……?”
장로들은 저마다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를 미친 듯이 읽었다. 어떤 장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지금 나눠드린 것은 장로분들이 소속되어 있는 각 문파들이 이번 일에 대한 대가로 얻게 될 비급의 목록이오. 물론 이것보다 더 많은 양이 오게 되겠지만, 거기에 해당되는 문파들은 맹에 장로를 파견하지 못했기에 표결에 참여할 자격이 없소이다.”
종이를 몇 번이고 바라보며 얼이 빠져 있는 장로들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본 뒤 맹주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거부하신다면, 그 문파들의 원성에 대한 책임은 반대하신 분들이 지셔야 할 거요. 자, 그럼 이제 표결을 하겠소이다.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 주시구려.”
최창 분타주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두 눈을 아예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