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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불의의 사고로 인해 쇼가 엉망이 된 점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차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왜냐하면 다음 순서는 절대로 이런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강자니까요. 자, 다음 순서는 여러분께서 고대하시던 오크, 오크가 되겠습니다. 오크의 얼굴 형상이 돼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얕보는 분이 계신데,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생긴 것과는 달리 대단히 흉폭스런 몬스터니까요.”
사회자가 진행을 하는 가운데 철창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5명의 노예들이 주춤주춤 걸어 나왔다.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 투입된 노예들은 모두 다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5명 중에서 가장 뒤쪽에 서 있는 여자는 몸매의 굴곡이 확연히 드러나도록 교묘하게 재단된 에로틱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유방을 가리는 가슴판을 황금색 철판으로 불룩하게 만들어 놓아, 보는 이의 눈길을 자극했다. 섹시한 여전사의 등장에 관객들은 휘파람을 불며 소리를 지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여자와 함께 나온 4명의 전사들 중에서, 라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곳에서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주위에서 질러대는 함성에 영문을 몰라 주눅이 들어 있기는 했지만, 아직 공포심까지는 느끼지 않고 있었다.
환호하는 관중들을 둘러보며 사회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저 북쪽의 황량한 대지를 여행하는 순례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튼튼한 갑옷과 잘 벼린 칼로 무장을 갖추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들의 앞에 용맹스런 오크족의 대족장 큐란이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철창문이 열리며 오크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 또한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몸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울퉁불퉁 솟아 있는 야만스런 근육이 놈의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주는 듯 했다. 앞서 나온 고블린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체격이 월등했다.
키도 훨씬 클 뿐만 아니라, 상체가 대단히 잘 발달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위압감을 줬다. 더군다나 오크가 쥐고 있는 무기는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는 커다란 나무 몽둥이였다. 그리고 그 점이 놈의 야만성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오크를 바라보던 관중들의 눈에 강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저 강인한 육체가 보여줄 야만적인 도살, 그리고 강간을 향한 강렬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우와와와!”
관중들이 사방에서 열기 어린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오크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눈동자는 살육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평소 인간들에게 사육당하며 느껴오던 치욕! 그것을 분풀이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금 찾아온 것이다.
오크는 자신감 있게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거리를 좁혀왔다. 예상대로 호비트들은 두려움에 질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놈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죽을 처지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놈들의 눈에 공포는 떠올라 있었지만, 짙은 절망감은 어려 있지 않았다.
‘췩! 한 놈 때려죽여 놓으면 그 다음부터가 더욱 재미있지.’
피에 대한 갈구. 오크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제일 앞쪽으로 밀려나온 호비트가 첫 번째 먹이였다. 호비트는 검 한 자루를 들고 있긴 했지만 전혀 다룰 줄 몰랐다. 놈은 두려움에 질려 그저 검을 앞으로 내뻗으며 위협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오크가 바라던 것이었다. 오크의 몽둥이가 크게 휘둘러지는 순간, ‘캉’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두 토막이 나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크의 몽둥이는 호비트의 투구를 박살내며 그 속에 감춰져 있던 두개골을 박살내고 있었다. 자로 잰 듯한 능숙한 손놀림이다.
퍽!
“크으윽!”
끔찍한 소리와 함께 호비트가 풀썩 주저앉는가 싶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우와아아! 최고다!”
“그래! 그거야!”
순간 경기장이 뒤집어질 듯한 관중들의 함성.
“쿠오오오오!”
오크는 두 팔을 번쩍 위로 치켜들고 괴성을 질러 관중들의 함성에 답하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이것만 봐도 오크가 얼마나 많이 검투장에 섰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피를 보고 흥분한 오크는 쓰러진 호비트의 손을 잡아들었다. 오크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관중들은 눈이 동그래가지고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시체의 손을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오크. 무시무시하게 솟아 있는 날카로운 이빨들 사이로 시뻘건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회자가 흥분한 모습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예,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족장 큐란이군요. 전사들은 하필이면 큐란이 배가 고파 성질이 곤두서 있을 때 주위를 지나가는 우를 범한 것 같습니다.”
팔을 한입 뜯어먹는 것으로 오크는 식사를 멈췄다. 한 번 뜯어먹는 거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게 계속되면 혐오감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오크는 지시받은 대로 다음 목표물을 향해 움직였다.
자신들이 지급받은 무기와 방어구가 어느 정도 성능을 지니고 있는지는 이미 동료가 몸으로 알게 해줬다. 검은 겉만 번쩍거릴 뿐, 주철로 되어 있어 잘 깨졌고, 날은 전혀 갈려 있지 않았다.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 놓은 투구는 몽둥이질 한 번에 찌그러지고 말았다. 그 외에 다른 방어구들도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살기 어린 오크. 기절초풍할 지경이었지만, 도망칠 곳도 없다. 노예들은 두려움에 질려 본능적으로 서로 간의 거리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라이는 달랐다. 놈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방어자세를 취하지 않고, 오크를 자세히 뜯어보며 약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라이는 오크 동굴에 붙잡혀 살았던 적이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오크라면 다 똑같이 보였겠지만, 그의 눈에는 다르게 비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엄청난 근육질을 자랑하는 야성적인 오크였지만, 라이는 놈이 꽤나 늙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챘다. 사람의 나이로 친다면 50대 중반쯤 되었으리라.
그건 라이에게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늙어서 근력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놈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전투경험이 새겨져 있을 게 뻔하니까.
‘아냐, 어쩌면 의외로 전투경험이 적을 수도 있어. 오래전에 붙잡혀 와서 이런 생활을 계속해 왔다면 말이지. 제발 그렇기만을 빌어야지.’
라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퍽! 퍽!
“으아아악!”
라이가 오크의 약점을 찾고 있는 동안에 오크는 남자 둘을 더 때려죽였다. 그건 싸움도 아니었다. 그저 일방적인 도살이었을 뿐. 오크는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사람들을 향해 최대한 잔인하게 몽둥이를 휘둘러 머리통을 박살낸 것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라이와 전사 복장의 여자뿐이었다. 그 전처럼 여자를 이용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라이는 여자와의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 힐끗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여자 또한 이런 일에 오크 못지않게 이골이 나 있다는 것을. 첫 번째로 나왔던 여자와는 달리, 이번 여자는 두려움에 질려 있지 않았다.
꺅꺅 비명을 지르며 놀란 듯 행동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오크의 살인에 흥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들이야 관중들의 쾌락을 위해 모두 다 죽여버릴 소모품들이었지만, 여자는 얘기가 달랐다. 형편없는 추녀들을 사와 세워놓아서는 관중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기에 출현하는 여자들은 모두 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녀들이었다. 지금 당장 노예시장에 내다 팔아도, 꽤나 후한 값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만큼 그녀들은 살육의 대상에서 애초부터 제외되어 있었다.
라이는 돌연, 여자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 밖에서 광기에 어려 미친 듯 괴성을 질러대는 연놈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노예인 주제에 처참한 살육을 보며 흥분하고 있다니.
라이는 방금 전에 죽은 녀석이 들고 있던 얄팍한 방패를 얼른 주워들었다. 이 또한 겉만 요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방패 사용 방법을 전혀 몰랐던 전 주인은 한 방에 팔뼈가 부서졌지만, 자신은 아버지로부터 방패를 어떻게 쓰는지 그 요령을 배웠으니까.
남자 노예가 황급히 방패를 주워드는 것을 보면서도 오크는 여유만만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한 놈. 저놈만 처참하게 죽여버린 다음, 계집을 강간하면 오늘의 일과는 끝인 것이다. 저놈은 어떻게 요리해 줄까? 오크는 섬뜩하게 미소 짓는다.
“췩췩!”
오크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방패를 가졌다면, 원하는 대로 방패를 공격해 주면 되는 것이다. 저 방패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놈은 지금껏 단 한 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크는 급히 공격을 멈춰야만 했다. 남자놈이 갑자기 계집을 붙잡아서 자신의 몽둥이 앞으로 떠밀었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암컷을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릴 뻔했다. 화가 난 오크가 계집을 옆으로 밀어젖히며 다시금 공격을 시작하려고 할 때, 놈은 자신의 가슴어림을 꿰뚫고 들어와 있는 검을 볼 수 있었다. 보면서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취이익! 이게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거지?’
검의 날은 갈아놓지 않았지만, 끝부분은 뾰족했다. 설마, 그걸로 공격하는 놈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오크는 버텼다. 고블린은 카운터 펀치 한 방에 명을 달리했지만, 오크는 버텨냈던 것이다. 잘 갈린 칼이 아니었기에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깊이가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다.
“취이이익!”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오크의 가슴과,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는 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라이는 후회했다.
‘가슴을 노린 게 실수야. 고블린처럼 목을 노렸어야 했어.’
오크는 라이의 검을 왼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진짜 검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겠지만, 이 검은 날이 없었다.
캉!
오크가 힘을 주자 검은 간단하게 쪼개져 버렸다. 라이는 부러진 검을 오크의 얼굴에 집어던지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오크는 여유 있게 검을 피한 다음, 손아귀에 쥐고 있던 검날을 라이를 향해 집어 던졌다. 라이는 방패로 그걸 막는 한편, 이미 죽은 노예들이 떨어뜨려 놓은 검을 찾아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우와와아~~.”
또다시 검을 손에 쥐는 라이. 그와 동시에 관객석에서는 우뢰와도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결은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크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모양이다. 괴성을 질러대더니,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도망치는 라이. 여자를 방패막이로 썼으면 좋겠지만, 방금 전에 오크가 신경질적으로 밀어버린 탓에 여자는 땅바닥에 처박힌 채 아직까지도 뻗어 있었다. 아마도 기절해버린 모양이다.
요리조리 도망친다고 쳤지만, 라이는 곧이어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놈의 몸놀림이 빠르다는 것을. 몸놀림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상, 체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부딪치는 게 나았다.
라이는 일부러 시체에 발이 걸리는 척 비틀거렸다. 이런 호기를 놓칠 오크가 아니다. 놈은 전력을 다해 공격해 왔다.
캉!
라이는 간신히 오크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니, 정면으로 막았다면 다른 노예들처럼 팔목 뼈가 부숴져 버렸겠지만, 그는 방패에 각을 줘서 공격을 살짝 흘려버렸던 것이다. 흘려버렸는데도 불구하고 팔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과연 오크의 근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라이는 그 충격을 이를 악물고 참은 다음,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오크는 반격이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전혀 방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무게중심조차 잃어 비틀거리는 놈이 아니었던가.
푹!
“크르륵?”
라이의 검끝은 오크의 목을 관통해 들어가 숨골(延髓)를 꿰뚫어 버렸다. 오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라이를 바라보는 듯 하더니, 곧이어 눈이 하얗게 뒤집히며 뒤로 넘어가 버렸다.
쿵!
“이런 씨팔! 이번에도 또냐? 때려치워라!”
“죽여버렷!”
“우우우~~, 미녀와 몬스터의 썸씽(something)이라는 건 도대체 어디로 간 거냐? 내 돈 돌려줘!”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야유. 삐쩍 마른 노예가 잘 싸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와의 섹스를 그냥 날려버릴 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노예들이 어떤 무기를 가지고 목숨을 걸고 싸웠는지 그 사실을 알았다면 관객들의 반응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 관중들의 반응과는 달리 한 중년 사내의 눈빛은 약간의 흥분으로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몬스터를 이용한 이런 경기장에 오는 것을 무척이나 혐오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거래처의 귀족이 이런 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정보에, 어쩔 수 없이 접대를 하기 위해 같이 온 것이다.
처음 비쩍 마른 노예가 고블린을 잡았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눈빛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운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여자를 방패로 삼는 듯한 노예의 추잡스런 행동에, 혐오감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그런 노예가 오크까지 잡게 되자 중년 사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잘 훈련된 병사 두어 명이면 충분히 오크를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을 때의 얘기다. 이곳 경기장에서 노예가 쓰는 장비는 겉만 번지르르 했지, 거의 양철판과 같다는 것을 그는 익히 알고 있었다.
쉽게 말해 노예가 든 무기는 닭 한 마리 잡기 힘들 정도로 날이 무디고 어설프다는 말이다. 그건 그 역시 이쪽 계통의 일을 하고 있기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노예는 자신이 보기에도 뼈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중년 사내는 떨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다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오랫만에 보는 쓸 만한 월척이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저런 놈을 이런 경기장에서 막 쓰고 버릴 생각을……?”
“이런 빌어먹을! 포스터에 적힌 대로 하란 말이야! 그걸 보러 여기까지 왔구만.”
옆 자리에서 기대가 무너지자 실망감에 욕설을 퍼붓고 있던 귀족은, 갑자기 경기장을 바라보며 뭐라 중얼거리는 중년 사내를 의아하다는 듯 보며 물었다.
“왜 그러시오?”
“아닙니다,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요. 죄송하지만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중년 사내는 귀족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미 중년 사내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접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 따위는 바람결에 날리는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