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0화 (746/930)

오크들을 토벌한 올란도와 중대원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온 몸에 피칠을 한데다가, 오크 소굴에서 마을까지 걸어오는 도중에 땀으로 흠뻑 젖다 보니 뭐라고 형언하기 힘든 쾨쾨한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부터 출동해 얼마 전까지 치열한 전투를 벌였음에도 모두의 얼굴은 아주 밝았다. 겨우 1주일도 채 일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월급의 50%를 수당으로 확보했다. 더군다나 전투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물론 몇몇 부상자가 생기기는 했지만, 뛰어난 실력의 신관 덕분에 모두들 거의 완쾌되어 있었다. 중대원들은 이 이상 좋을 수가 없으니, 사기가 충천할 수밖에.

올란도는 마을 인근에 흐르고 있는 시냇물을 가리키며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저기로 가서 우선 몸부터 깨끗하게 씻어라. 그런 흉악한 몰골로 어디 마을에 들어갈 수나 있겠냐.”

부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씻고, 또 갑옷 등을 정비하고 있을 때 올란도는 혼자서 천천히 마을로 들어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제야 촌장에게 요 며칠 마음속에 새겨놨던 복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촌장은 새벽에 봤을 때와 다름없는 올란도의 멀쩡한 모습을 보며 의심스런 시선으로 물었다.

“오크 토벌을 하러 숲에 들어가신 게 아니었소?”

“방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부하들은 저 냇가에서 피를 씻어내고 있는 중이죠.”

피를 씻는다는 말에 촌장은 급히 고개를 돌려 시냇물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울창한 나무에 가려 용병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를 찾았소?”

이제 저녁식사 준비를 할 때가 다 되어가는 만큼, 혹시 음식이라도 좀 나눠달라고 하지나 않을까 하는 듯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오크 토벌을 완료했다는 보고를 드리기 위해섭니다. 영주님께는 저희 용병단에서 정식으로 보고를 올릴 테니까, 촌장님이 따로 보고를 드리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오크 토벌이 완료되었다는 말에 촌장의 눈이 일순 화등잔만 해졌다. 어느새 용병이라고 상대를 멸시하는 듯한 표정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물론 은근히 깔보는 듯한 말투 역시.

“그, 그게 정말입니까?”

“사실입니다. 또 다른 오크 무리가 이리로 들어와서 정착을 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안심하고 숲에 들어가서 일을 보셔도 될 겁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올란도가 바로 가버리려고 하자, 촌장은 다급히 그를 붙잡으며 물었다.

“오크 무리를 토벌했다면, 그놈들이 그동안 뺏어간 우리 식량은 어떻게 했습니까?”

그러자 올란도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야…, 여기 주민들이 가져오지 않는다면, 동굴 안에서 푹푹 썩게 되겠죠.”

촌장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비굴한 표정으로 사정하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만이라도 좀…….”

“당연히 알려드려야죠.”

올란도는 품속에서 오크 동굴이 있는 위치를 상세히 기록해 놓은 종이쪽지를 꺼내 촌장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길도 없는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오크 동굴을 종이쪽지만 보고 무슨 재주로 찾아가겠는가.

만약 종이쪽지만 보고 동굴까지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늘 새벽에 촌장에게 마을 주민 한두 명을 데리고 가겠다는 말조차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종이쪽지를 받아 황급히 자세하게 살펴본 촌장은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다시 사정하기 시작했다.

“이, 이걸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 제발 그쪽으로 안내를 좀…….”

하지만 올란도는 촌장의 얘기는 못들은 척 말했다. 물론 속으로는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한 통쾌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마을에서 오크 소굴까지 거의 왕복 6시간 정도는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것도 서둘러 걸었을 때 말이죠. 만약 짐까지 운반해서 온다면 하루 종일 걸려도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새벽 일찍 출발하셔야 할 겁니다.”

“아, 아니 이렇게 그냥 가면 어쩌시나. 그 동굴로 안내를 좀 해줘야죠.”

촌장이 사정을 하며 붙잡았지만, 올란도는 매정하게 뿌리치고 말에 올랐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미 말 위에 올라탄 올란도를 더 이상 붙잡지는 못하고, 아래에서 애걸복걸하는 촌장이었다. 하지만 올란도는 매정하게도 그냥 출발해 버렸다. 안 그래도 여기에 왔을 때 자신과 부하들을 마치 거지새끼 보듯 바라봤던 촌장과 마을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라, 통쾌하기 짝이 없었다.

“이, 이보시게.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우리는 어쩌라고……. 이 빌어먹을 용병 놈들아! 그러니 네놈들이 그렇게 칼질이나 하고 사는 거야. 이 매정하기 짝이 없는 놈들아!”

결국 쌍심지를 켜며 고래고래 욕설을 퍼붓는, 너무나 이기적인 촌장과 마을 사람들의 행태에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으면서도 뒷맛이 씁쓸한 올란도였다.

『<묵향> 31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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