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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아 왕국의 지부들에 건설되어 있는 공간이동 마법진 덕분에, 리카는 앤트러스라는 거물을 동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제2근위대의 본거지 ‘붉은 궁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붉은 궁전은 말이 궁전이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약간 커다란 저택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이 저택을 모두가 궁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곳의 주인이 까미유 드 크로데인 공작이었기 때문이다.
“전하, 월터가 커다란 공을 세웠사옵니다. 그가 잡아온 인물은 앤트러스 에이크 후작으로 놀랍게도 알카사스 왕실 직속 감찰부의 핵심 인물들 중 하나였사옵니다.”
평소 후배들에게는 음탕스런 농담도 즐기고, 뜬금없는 육탄공격을 가해 상대가 당황하는 것을 보며 즐기던 리카였지만, 크로데인 공작 앞에서는 얌전한 숙녀처럼 조신하게 처신했다.
그런 리카의 보고에 크로데인 공작은 반색했다.
“오, 그것참 잘 됐군.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정보부로 이송시켰사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전하. 잠깐 심문하던 도중에 꽤나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아냈사옵니다.”
“그게 뭔가?”
“왕실과 원로원 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것 같았사옵니다. 원로원이 이번에 특별한 키메라를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온데, 그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왕실을 치는 데 쓰려고 하는 것 같사옵니다.”
리카의 말에 크로데인 공작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아무리 키메라 따위를 잘 만든다 해도 어디 기사만 하겠느냐. 누군가를 기습한다면 기사단을 동원하는 게 낫지, 키메라 따위야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다 헛거야.”
“그건 전하의 말씀이 옳사옵니다만, 서로가 백중지세인 상황이라면 세력의 균형추를 기울게 할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그건…, 그렇겠지.”
“어쨌건, 앤트러스의 말로는 원로원 쪽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러니 이 기회를 우리가 충분히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2근위대는 제1근위대와 달리 황실 경호를 목적으로 조직된 곳이 아니라 해외 공작을 위해 조직된 단체다. 리카의 말대로라면 어쩌면 조만간 제2근위대에 출동 명령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마도왕국을 뒤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 그걸 놓칠 리가 없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어쩌면 우리 제2근위대 전체가 필요할 지도…….”
지금 궁에 남아있는 오너는 자신과 부단장인 오스카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임무를 수행하러 해외에 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대원들 모두 불러들이는 게 나을까?
잠시 고심하던 크로데인 공작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리카에게 물었다.
“월터는 어떻게 한다고 하더냐?”
“다시금 준비를 갖춰 알카사스로 들어갈 거라고 했사옵니다.”
“그렇겠지. 그 녀석은 포기할 줄 모르는 놈이니까.”
딴 녀석들이라면 몰라도 월터는 그대로 임무를 수행하게 놔두는 게 나을 듯도 싶었다. 필요하다면 합류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수고했다. 이만 돌아가서 쉬어도 좋다.”
“예, 전하.”
고개를 숙인 뒤 방 밖으로 나가는 리카는 긴장이 풀렸는지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어가고 있었다. 어지간한 사내라면 그녀의 뒷모습에 빠져 정신없이 바라보겠지만, 크로데인 공작은 달랐다. 그의 마음속은 다른 데 가 있었던 것이다.
“알카사스라…….”
크로데인 공작은 콧방귀를 뀌며 중얼거렸다.
“한번 제대로 맛을 보여줄 때가 되긴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