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2화 (868/930)

지하실에서 학살극을 벌였을 때는 사방이 어두컴컴한데다 좁기까지 해서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적을 반사적으로 죽이느라 라이는 자신이 살인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그때는 검술이고 뭐고 살아남는 것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훤한 대낮에, 상대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핏방울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처참하게 일그러진 상대의 표정까지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처절하게 울려 퍼지는 단말마의 비명까지. 아직 살인이라는 감각에 내성이 없었던 라이로서는 정신이 반쯤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살인이 거듭될수록 그 충격이 점차 완화된 덕분일까. 아니면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은 평정심을 유지시켜주는 태허무령심법(太虛無靈心法)의 효용 덕분일까.

어느 순간, 라이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상황에 맞지 않는 강맹한 공격을 무턱대고 날리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의 위치와 방어에 맞는 초식을 떠올려 적절하게 힘 조절을 하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허접한 실력을 가진 적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기에 생겨난 행운이었다. 더군다나 적들은 자신들의 두목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사방에서 달려들고 있었고, 그들의 뒤쪽에서는 무수한 궁수들이 화살을 쏴대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요 며칠 지붕을 뛰어다니며 몸을 움직이는 요령과 기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면 목책을 넘기도 전에 라이는 온몸에 화살이 꽂혀 마치 고슴도치 같은 꼴을 하며 쓰러졌으리라.

꿈속에서 배운 검술은 36초식의 기본 뼈대와 각 초식의 응용형이 4가지씩 존재하여 총 144초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 라이가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건 기본뼈대를 이루고 있는 36가지 초식 정도. 그나마도 지금껏 실전에 써먹은 건 4개 초식도 되지 않았다.

지금껏 그가 상대했던 게 허접한 자들뿐이었기에 이런 형편없는 실력으로도 목숨을 잃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라이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때문에 그는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초식들까지 실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험 대상은 눈앞에 잔뜩 있었다. 그 덕분에 라이는 초식이 가지는 위력과 효용을 몸으로 체득하며 급속도로 초식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가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린 대로 눈앞의 적들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다. 피와 살이 튀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라이는 자신의 강력한 힘에 황홀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강해졌다니…….’

마을에서 떠나온 이래 힘이 없어서 얼마나 모진 고생을 해야만 했던가. 비굴하게 엎드려 목숨을 구걸해야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굴욕을 당하지 않을 거야. 아니, 그런 못된 새끼들은 몽땅 다 죽여 버릴 거야!’

그런데 이 상황에서 설마하니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호오, 이거 상당히 낯이 익은 분인 듯한데.”

“허억! 괴, 괴물…….”

“정말 반가워. 안 그래도 네놈 덕분에 내가 한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번에는 내 확실히 손을 봐 주지.”

여관 위층에서 만났을 때 낭심을 맞고 거품을 물었던 사내는 이미 공포에 질려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아니, 그때도 된통 두들겨 맞은 후에 지렸었던가?

“움직이면 죽을 줄 알아!”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던 사내의 몸이 흠칫 굳어 버린다.

“여기서 근무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 그때 함께 하던 동료들은 다 어디 가고 혼자 있는 거지?”

“그, 그건…….”

사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동료들은 이미 죽어버린 건지도 모르고, 아니면 벌써 도망쳐 버린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이에게 있어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기 두목은 어디에 있지? 그것만 알려주면 살려주마.”

사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쪽입니다! 저기 있습니다.”

“저쪽이라고?”

라이는 사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재차 확인했다.

살려주는 것을 담보로 원하는 정보를 얻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놈을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녀석으로 인해 검술의 궁극을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에게 밀고를 해서 자신을 귀찮게 한 게 상쇄될 수는 없었으니까.

라이는 단칼에 녀석의 목을 날려 버렸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통과 분리된 사내의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때쯤, 라이는 두목이 있다는 곳 근처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라이는 샐러맨더 파 두목의 인상착의를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보다 좀 더 훌륭해 보이는 갑옷이나 무기를 지니고 있는 자들을 우선적으로 죽였다.

수많은 조직원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 나갔음에도 적들은 라이를 향해 미친듯이 공격을 끊임없이 가해왔다. 그에 대해 라이가 더욱 강맹한 공격을 펼치려 할 때였다. 지금껏 지치지 않고 그를 향해 돌진해 들어오던 샐러맨더 파 조직원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것은.

샐러맨더 파는 습격해 들어온 적이 혼자였기에 어떻게든 숫자로 밀어붙여 보려고 했다. 칼과 방패를 든 동료들이 적의 시선을 교란하는 동안, 뒤에서 활과 쇠뇌를 무수히 쏴댔다. 하지만 도저히 숫자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동료들의 수많은 시신들…….

공포가 두목에 대한 충성심을 넘어서는 순간, 적들은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모두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라이가 뒤쫓아 가서 몇 명 더 죽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더 이상 적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들 전력을 다해 도망쳐 버린 후였다.

“이런…, 젠장! 이럴 줄 알았다면 먼저 두목부터 찾아서 죽이는 것이었는데…….”

괜히 검술을 조금이라도 더 익힌답시고 졸개들을 상대한 게 화근이었다. 과연 적의 두목은 죽었을까? 아니면 도망쳤을까? 라이는 알 수가 없었다.

검의 천재가 탄생한 현장

월터 일행은 말을 타고 이동했기에 점심식사 시간이 되기도 전에 다란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팔바의 경우, 이곳 영지의 고위 관료와 안면을 터놓은 사이다. 그렇기에 그는 관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게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성 쪽으로 달려갔다.

식사 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의 여유가 있었기에 그의 면담 요청은 곧바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는 관료에게서 뜻밖에도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팔바는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펍(Pub)으로 곧장 돌아왔다. 나머지 일행들은 팔바가 오기를 기다리며 가벼운 안주와 함께 지하실에서 갓 가지고 올라온 시원한 맥주를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어서 와. 여기 맥주 엄청 시원해.”

동료들이 반갑게 맞이했지만 팔바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다급히 월터에게 말했다.

“대규모 학살사건이 있었답니다.”

“학살?”

팔바의 말에 의하면 도시 밖에 자리 잡고 있던 샐러맨더 파의 근거지 하나가 박살이 났다는 것이다. 영주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고 있었던 샐러맨더 파가 커다란 피해를 입은 만큼, 노발대발한 영주가 병사들을 동원해 그 흉수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모양이다.

“위치는 어딘지 알아뒀습니다. 지금 바로 가시죠.”

팔바의 채근에 동료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밥은?”

“사건이 일어난 곳을 먼저 둘러보고 난 뒤 돌아와서 먹으면 되지.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래.”

월터 일행이 샐러맨더 파가 구축해 놓은 작은 요새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삼백여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터 일행이 봤을 때 병사들은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고 있다기보다, 시체를 뒤져 뭔가 쓸 만한 게 나오면 자신의 주머니 안에 챙겨 넣기에 바빴다.

“거기 서라!”

요새로 다가오는 월터 일행을 발견하자마자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활을 장전해 겨누며 소리쳤다. 중무장한 일행의 모습을 보자 경계심이 생긴 것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팔바가 얼른 앞으로 나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주며 대꾸했다.

“우리는 행정관님의 부탁을 받고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나온 모험가 파티일세.”

행정관이라는 말에 활을 겨눴던 병사들은 황급히 활을 내려놨다.

“이리 오십시오. 저희도 이제 막 현장수색을 시작한 참이라 아직 쓸 만한 물증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현장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70여 구에 달하는 시체들. 문제는 단 하나도 온전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게 없다는 데 있었다. 도대체 어떤 놀라운 마도구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갑주는 물론이고, 방패, 병기들까지 예리하게 잘려져 있었다.

병사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런 만행을 저지른 범인은 단 한 명이었다. 팔바 일행들은 시체를 둘러본 뒤 그걸 알았기에 더욱 놀라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잔인할 수가…….”

“이건 이미 인간이 아니야.”

“악마에게 홀린 게 아닐까요?”

“설마 언데드의 소행이라는 건가?”

팔바 일행은 자신들의 추측에 대해 서로 쑥덕거리며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월터는 경이로운 시선으로 시체들에 남아있는 검흔을 쫓고 있었다. 목책 가까이에 있는 시체들이 잘게 여러 토막이 나 있었다면, 요새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시체에 남겨져 있는 검흔은 단순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호오, 정말 놀라운 적응력인데? 짧은 시간 동안 검흔이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바뀌다니. 재수가 좋군. 검의 천재가 탄생한 현장을 목격하는 행운을 얻게 될 줄이야…….”

이런 놀라운 인물을 누가 키워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치로 본다면 알카사스에서 키운 거라고 단정 짓기 쉽지만, 월터의 생각은 달랐다. 델카의 지하에서는 한정된 공간 안이라 찾아낼 수가 없었던 스텝의 흔적들이 이곳에는 군데군데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널찍한 전장을 치달리며 정신없이 싸우게 되면 오랜 세월 검술을 익혀오며 습관이 되어 버린 스텝들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라레스인가? 하지만 크라레스에 이런 파괴적인 검법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능구렁이가 다 된 노련한 검객이라면 자신이 익힌 검법을 변형시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헷갈리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승의 품을 갓 벗어난 새파란 애송이가 이토록 복잡한 검식에 변형을 주거나, 새롭게 만들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만큼 여기 흩어져 있는 흔적들은 상대가 익힌 원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했다.

“이해를 할 수가 없군.”

“뭐가 말입니까?”

“실전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 밖에 내보내기도 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소중한 인재의 첫 출진을 혼자 보낸다는 건…….”

‘우리 코린트에서도 하지 않는 미친 짓’이라는 말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그리고 그건 크라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실전에서 너무 긴장을 하거나 상대를 경시하다가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 당하는 애송이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뿐이다. 그를 지원해 줄 사람이 은밀히 뒤따르고 있던지, 아니면 함께 하던 동료와 불의의 사고로 떨어진 경우. 하지만 저만한 실력자를 지원해 주기 위해 뒤따르는 자라면 애송이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닌 사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사고로 헤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월터가 이곳에서 라이를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착각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는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얼마 전에 키메라 오크 떼에 던져 놓고 왔던 라이라는 소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라이 일행이 이미 키메라 오크 떼에 죽임을 당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절대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나올 수 없을 게 뻔했으니, 월터의 머릿속에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젠장,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월터가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애송이의 실력이 델카의 지하실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결코 혼자 실전 경험을 하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먼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애송이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재였으니까. 이 정도 성장속도라면 몇 년 내에 이름 있는 국가의 근위기사로 채용될 게 확실했다.

월터는 주변을 빙 둘러봤다. 눈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기감(氣感)을 통해 주위에 위협이 될 만한 실력자가 있는지를 훑은 것이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누군가가 기척을 감추고 숨어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월터는 주변에 그런 존재는 없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보호할 애송이의 뒤를 따라 이미 이곳을 떠난 지 오래일 테니까.

“조금만 빨리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면, 어느 쪽에서 키운 녀석인지 확인이 가능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군.”

그때 월터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젠느가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다.

“범인은 벌써 튄 것 같은데, 혹시 다란툼으로 돌아간 건 아닐까요? 빨리 다란툼으로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월터는 씁쓸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더 이상 범인을 추적한다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인 것 같군. 자네들의 헌신적인 협조에 정말 감사하네. 내 신분이 신분인지라 공식적인 치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말일세.”

월터는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일을 시킨 만큼, 적당한 대가를 지불해 줄 생각인 것이다. 그는 의뢰비로는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금화를 꺼냈다. 기사단의 일을 도왔으니, 이 정도는 지불해 줘야 격이 맞는 것이다.

“이건…, 너무 많습니다, 월터님.”

화들짝 놀라는 팔바를 향해 월터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왕국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이 정도 보상은 당연한 것이지.”

못 이기는 척 월터가 내민 금화들을 얼른 품속에 넣은 팔바의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 있는 걸 보면 꽤나 흡족한 모양이다.

“그럼,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예, 언젠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저희 파티가 국왕폐하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월터는 애송이가 누군지 끝까지 쫓아가서 확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런 작은 의문이나 해소시키느라 낭비하고 있을 시간 여유 따윈 없었다. 이곳을 둘러보며 웬만한 건 이미 다 파악했다고 그는 생각했으니까.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는 인재라면 굳이 뒤쫓아 가서 만나봐야 헛것인 것이다. 자라나는 새싹을 잘라 버리기 위해 쫓아가는 거라면 혹 몰라도.

그리고 여관에 던져놓은 미끼를 둘러싸고, 주변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슬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작은 수정구에 아직 그 어떤 변화도 없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아무런 일이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언제 대어가 미끼를 향해 달려들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바닥이라는 게 그리 넓은 것만은 아니니까, 조만간에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특히나 크라레스라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