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신의 배 안에 있는 먹잇감을 어떻게 할 수단이 없다는 게 샌드 웜으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그 어떤 공격수단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밖으로 배출했다가 다시 입 안에 넣어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하게 죽여서 삼키면 될 일이다.
그렇기에 샌드 웜은 라이가 밖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일부러 항문을 활짝 열어줬던 것이다.
항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자 사방은 온통 모래였다.
라이는 케이론에게 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모래 위쪽으로 올라가라고. 자신은 어디로 가야 지표면인지 그것조차 알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게 모두 다 모래뿐이었으니까.
호흡을 위해 작게 나 있는 환기 구멍으로 모래가 새들어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는 것이다.
“케이론! 위로 올라가 줘. 제발 빨리! 나 죽을 거 같아!”
케이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모른다. 좌석에 앉아있는 라이의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온통 모래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곧이어 케이론이 모래 위로 솟구쳐 오른 것은 라이도 알 수 있었다. 시야가 환하게 밝아지며 밤하늘의 별들이 보인 것이다.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오, 신이시여.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라이는 자신이 지금 신께 감사나 드리고 있을 한가한 상황이 아님을 금방 깨달았다.
멀지 않은 곳에 타이탄이 한기 보였고, 샌드 웜은 그 타이탄에게 공격을 당하면서도 모래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타이탄이 휘두르는 검은 엄청나게 컸지만, 샌드 웜은 그보다 더 월등하게 컸다. 거대한 타이탄의 검조차 마치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였다.
순간, 라이는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샌드 웜과 싸우던 타이탄의 검이 갑자기 밝은 빛을 뿜은 것이다. 그건 라이도 익히 알고 있는 기술이었다.
“상승검법?”
타이탄을 탄 상태로 상승검법을 구사할 수 있다니. 라이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상승검법이 지니는 파괴력이 얼마나 엄청난지도 잘 알고 있었던 라이였기에, 그 엄청난 검격을 당한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모래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샌드 웜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괴물은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밖에서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샌드 웜은 더욱 컸다. 더군다나 저 단단한 맷집! 상승검법의 엄청난 공격을 당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모래 속으로 미끄러지듯 파고 들어가고 있다니.
샌드 웜의 두려움에 한기가 느껴지며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저놈의 뱃속에서 살아서 나왔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꿀꺽!”
이대로 도망쳐야 하나? 아니면 저 사람과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하나?
재빨리 상황을 판단한 라이는 전력을 다해 도망쳐 버렸다. 타이탄을 조종하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저런 거대 언데드와 전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샌드 웜의 공격을 피하자마자 올란도는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한껏 마나를 끌어모은 오러 블레이드 공격에 막강하기 그지없던 샌드 웜의 외피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들썩였다. 그중 일부는 박살이 나며 떨어져 나갔지만, 순식간에 옆쪽에 있는 다른 외피들이 움직여 대체된다. 이런 식이면 얼마나 많은 공격을 가해야 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때 샌드 웜의 뒤쪽 모래 속에서 웬 타이탄 하나가 불쑥 올라오는 게 보였다.
“저건 또 뭐야?”
‘들킨 건가? 용병단에 합류한 건 정찰조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너가 하나 끼어 있었네.’
곧이어 올란도의 시야에 상대 타이탄에 그려져 있는 문장이 들어왔다. 다른 문장은 없고 오로지 검은 황소 하나만 흉갑에 그려져 있을 뿐이
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타이탄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었다.
아마 어딘가의 나라에서 이곳에 언데드가 창궐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살펴보러 온 것이리라.
“어이, 이봐.”
올란도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저 타이탄은 전속력으로 달아나 버렸다. 올란도는 어이가 없었다. 달아나고 싶은 건 자신인데, 그걸 저 망할 놈이 먼저 해버리다니.
“젠장, 내가 먼저 도망쳤어야 하는 건데…….”
방금 전의 충돌로 올란도는 정확히 적과 자신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건 자신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정면대결이라면 어떻게든 해볼 만하겠지만, 방금 전처럼 일격을 날리고 재빨리 모래 속으로 숨어버리는 식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정체불명의 타이탄이 샌드 웜의 뒤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마 놈에게 삼켜졌다가 항문을 뚫고 탈출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모래를 뚫고 샌드 웜의 뒤에서 갑자기 타이탄이 솟아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나도 이대로 도망치는 게 좋겠군. 물론, 저 망할 놈이 도마뱀이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하게 적당히 멀리 끌고 가야 하겠지만 말이야.”
마음을 정한 올란도는 전장에서 이탈해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달리면 샌드 웜이 쫓아오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너무 느렸다가는 공격을 당한다. 샌드 웜이 쫓아올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속도로 달려야 했다.
샌드 웜이 전속력으로 따라오고 있는 만큼 소음이 발생하는 건 당연했다. 물론 미세한 소음이긴 했지만, 용병단 쪽에서 눈치챌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올란도는 샌드 웜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적당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놈을 유인해 용병단이 있는 곳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 떼놓으려는 것이다.
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타이탄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었다.
아마 어딘가의 나라에서 이곳에 언데드가 창궐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살펴보러 온 것이리라.
“어이, 이봐.”
올란도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저 타이탄은 전속력으로 달아나 버렸다. 올란도는 어이가 없었다. 달아나고 싶은 건 자신인데, 그걸 저 망할 놈이 먼저 해버리다니.
“젠장, 내가 먼저 도망쳤어야 하는 건데…….”
방금 전의 충돌로 올란도는 정확히 적과 자신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건 자신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정면대결이라면 어떻게든 해볼 만하겠지만, 방금 전처럼 일격을 날리고 재빨리 모래 속으로 숨어버리는 식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정체불명의 타이탄이 샌드 웜의 뒤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마 놈에게 삼켜졌다가 항문을 뚫고 탈출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모래를 뚫고 샌드 웜의 뒤에서 갑자기 타이탄이 솟아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나도 이대로 도망치는 게 좋겠군. 물론, 저 망할 놈이 도마뱀이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하게 적당히 멀리 끌고 가야 하겠지만 말이야.”
마음을 정한 올란도는 전장에서 이탈해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달리면 샌드 웜이 쫓아오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너무 느렸다가는 공격을 당한다. 샌드 웜이 쫓아올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속도로 달려야 했다.
샌드 웜이 전속력으로 따라오고 있는 만큼 소음이 발생하는 건 당연했다. 물론 미세한 소음이긴 했지만, 용병단 쪽에서 눈치챌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올란도는 샌드 웜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적당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놈을 유인해 용병단이 있는 곳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 떼놓으려는 것이다.
마왕 강림?
전속력으로 타이탄을 질주하게 한 라이는 샌드 웜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급격히 속도를 늦췄다.
자기 혼자 달리는 것에 비해서 타이탄에 탑승한 채 움직이는 쪽이 훨씬 힘들었다. 그건 타이탄이 기동하기 위해 라이의 마나를 쪽쪽 뽑아내어 연료로 쓰기 때문이었다.
타이탄에 탑승해 있는 쪽이 든든한 건 사실이지만, 라이는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마나의 상실감을 버티지 못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상실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육체적인 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다 보니 당황한 것이다.
일단 위기는 넘겼다고 판단한 라이는 타이탄을 멈춘 뒤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타이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자신의 몸 상태를 이상하게 만든 녀석이긴 했지만, 그냥 이대로 놔두고 가버리기에는 찝찝했던 것이다.
정찰대 조장인 라이놀이 말했지 않았던가. 기사에게 타이탄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영광된 일인지. 그리고 작은 왕국에는 기사라 해도 타이탄을 지급받기 힘들 만큼 값비싼 것인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 보니 라이놀이 가르쳐줬던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타이탄은 공간의 저편에 보관시키는 게 가능했었다. 그리고 그건 케이론도 가능하다고 말했었고.
“케이론, 공간의 저편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 줄 수 있어?”
『알겠다.』
공간의 저편이 뭔지 라이는 이때 처음 봤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허공이 쩍 갈라지며 시커먼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케이론은 천천히 움직여 그 공간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지시에 따라 공간을 열고 모습을 감추는 타이탄을 향해 라이는 다급하게 큰 소리로 외쳤다.
“케이론, 내가 부르면 꼭 와줘야 돼. 알았지?”
『알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놀랍게도 그 엄청난 덩치의 타이탄이 눈앞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앞에 서 있던 케이론이 남겨놓은 깊은 발자국만 아니라면 이 모든 게 꿈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 잠시 나왔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면 케이론이 화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재소환을 하는 건 망설여진다.
“그건 그렇고, 조원들을 찾아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주위는 아직 짙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늘에 뜬 달 하나와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찾는 요령을 라이는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라이가 아는 몇몇 별자리는 저 북쪽 하늘의 별자리들뿐이다.
식수도 식량도 전혀 없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다른 조원들을 찾으려면 해가 뜨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걸 라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움직이기 힘들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해가 뜨면 대략적인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주변 지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대사막에서 동쪽으로 가면 알카사스 왕국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할 생각에 모래에 몸을 눕힌 라이였지만, 곧이어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샌드 웜과의 격전과 탈출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피로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에 빠진 라이는 꿈에도 몰랐다. 만약 올란도가 샌드 웜을 유인해 저 멀리로 달려가지 않았다면, 그는 또다시 쫓아온 샌드 웜의 입속으로 직행해 갈가리 찢겨 죽었을 것임을.
하지만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전혀 없던 라이는 이 정도 거리를 벌려서는 샌드 웜의 탐지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 ✻ ✻
홉킨스가 거느린 용병단의 시야에 지평선 저 멀리 링카 성의 첨탑들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323정찰조는 이미 링카 성에 도착해 있었다.
링카 성 인근에 대규모 언데드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323정찰조에 치명적 타격을 가한 언데드 샌드 웜의 존재였다.
샌드 웜과의 조우 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조장 및 부조장, 그리고 라이 위너스라는 신참 조원을 잃었다.
만약 즉시 탈출하지 않았다면 정찰조 전체가 궤멸당했을 거라는 게 조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긴급 상황이다.”
콘도르 기사단의 작전을 총 책임지는 작전관은 링카 성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기사단장이 타이탄에 탑승해 최전선에서 적과 싸워야 하는 이상, 기사단 전체 전력이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가는 건 오로지 작전관의 몫이다.
생환한 323정찰조 기사들의 보고를 접한 작전관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기사단의 전체 전력은 그루시아 후작의 지휘하에 6만 대군이 행방불명된 지역 주위를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언데드 대군이 링카 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새로운 언데드 대군이 포착된 지역을 지금부터 『B지구』라고 칭하도록 한다.”
작전관의 지시에 따라 커다란 지도에 B지구라는 표시가 그려진다.
“후작 각하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나?”
이미 정보를 접수한 즉시 후작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렇기에 그 결과를 묻는 것이다.
“분견대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빨리 『B지구』로 가시겠다는 답신이셨습니다.”
“와이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