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엄마 핸드폰 번호는요? (75/103)


#75화. 엄마 핸드폰 번호는요?
2022.04.18.


지안의 몸을 감싸 안은 주헌의 팔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처럼 강인한 남자가 이토록 약해진 모습이라니.

그녀의 하얀 손이 너른 등을 부드럽게 다독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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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먹었어요? 곧 점심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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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게 중요할 리가 없잖아.”

주헌의 얼굴이 오늘따라 창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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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한텐 먹는 게 휴식만큼이나 중요하다고요.”

슬그머니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마른 수건을 찾았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젖은 주헌의 얼굴을 닦는데 차갑게 식은 그의 손이 지안의 손을 그러잡았다.

그러고는 제 뺨에 가까이 가져다 대며 짙은 한숨과 함께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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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랑 연을 끊고 오는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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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안이 놀란 눈을 했다.

주헌 씨가 어머님이랑 연을 끊다니.

하준을 없애려 했던 그의 어머니이기에 지안으로서도 원망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주헌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는 걸 아는 터라.

주헌이 김 여사와 더 이상 ‘가족’으로 엮이지 않겠다는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두 모자 사이에 풀리지 않은 앙금도 있겠지만 그래도 서로를 향한 애정 또한 존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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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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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말은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경직된 얼굴만큼은 감출 수 없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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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머님 충격이 크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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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주헌이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눈길로 지안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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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당신과 하준이. 두 사람이 제일 소중하고 중요해.”

곧은 그의 진심이 성큼 다가와 지안의 심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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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더더욱 용서를 할 수가 없어.”

그의 전부인 지안과 하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할 아량 따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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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세광도.”

그게 설령 제 피붙이라 한들.

저와 하준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벅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주헌이 외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안은 웃어야 할지, 울상을 지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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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어요. 입맛 별로 없으면 샌드위치라도요.”

마침 출근길에 빵집에 들러 사 온 샌드위치가 있었다.

냉장고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지안은 따뜻한 허브티와 함께 주헌의 앞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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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회사 들어가 봐야 하죠? 이거라도 먹고 가요.”

마음 같아선 힘낼 수 있는 보양식을 먹이고 싶은데.

약혼 스캔들이 터진 상황에서 그와 함께 어디론가 나가 식사를 하자니 쏠릴 눈들이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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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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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따가 대표님이랑 먹으면 돼요.”

주헌의 시선이 샌드위치에 향했지만 입 안이 까슬한 모양인지 바라보기만 할 뿐, 입에 넣기를 주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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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헌 씨…….”

그때였다.

재킷 안쪽 주머니에 넣어둔 그의 핸드폰이 격한 진동과 함께 울리기 시작했다.

고단한 얼굴로 주헌은 핸드폰을 꺼내 들며 발신인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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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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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대표님, 박우진 팀장입니다.

박우진 팀장은 하준의 경호 책임자였다.

아직 하준이는 유치원에 있을 시각.

박 팀장이 제게 전화를 걸 이유는 없었다.

큰일이 생긴 게 아니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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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입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지 않아도 이미 그의 육감이 말하고 있었다.

하준에게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고.

일순간 엄습하는 예감에 주헌의 짙은 갈색 눈동자가 불안함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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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아드님이…… 유치원에서 사라졌습니다.

사라지다니……?

탕ㅡ!

허브티가 담겨 있던 머그잔이 거칠게 테이블 위에 마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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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다니.”

머그잔을 잡고 있는 주헌의 손엔 힘이 꽉 들어가 검푸른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사라졌다’ 라는 말이 대개 부정적인 경우라는 걸 아는 지안이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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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회사에 무슨 일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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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주헌이 험악하게 눈썹을 구기며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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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들은.”

대체 다섯이나 되는 경호원들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질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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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죄송합니다.

미간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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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아드님이 교실에 보이지 않는 걸 인지하자마자 현 위치 파악하는 중입니다만 대표님께 먼저 바로 보고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핸드폰 건너로 잔뜩 움츠러든 채 필사적으로 해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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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엔? 알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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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지금 알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익숙한 단어에 흑요석 같은 지안의 까만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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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라고? 하준이 유치원 말하는 거야?’

옆에서 통화를 듣는 지안의 심장이 꽈악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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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업무인 경호를 소홀히 했다, 이거야? 지금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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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점심시간이라 교실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사라져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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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경호를 왜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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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분명히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사라지는 바람에…….

하아. 빌어먹을.

주헌의 입술새로 기나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장에라도 눈빛 하나로 모든 걸 깨부술 듯했다.

냉랭하게 식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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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눈을 팔 거면 경호의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거잖아!!!”

결국 이성의 끈을 놓친 주헌이 버럭 음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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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바로 가죠.”

서둘러 통화를 끝낸 주헌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의 팔을 지안이 덥석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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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헌 씨.”

새하얗게 질려 버린 여자의 얼굴은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그녀 역시 통화 내용으로 하준의 실종 소식을 알아차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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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마.”

주헌의 마음속은 흙탕물을 튀기며 진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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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준이가……. 우리 하준이가…….”

텅 빈 눈을 한 지안의 넋이 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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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안. 정신 차려.”

이럴수록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헌은 지안의 양어깨를 잡으며 시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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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절대로 하준의 머리카락 한 올 다치게 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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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드시 우리 아들, 무사히 데리고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지안을 다독인 그가 몸을 돌려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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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벌써 가시게요?”

긴 두 다리로 빠르게 계단을 내려오는 주헌을 발견한 이연이 다가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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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이를, 부탁드립니다.”

바짝 날이 선 그의 기운에 이연은 고개를 나지막이 끄덕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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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는 외삼촌 없는데.”

아이는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유승호를 바라보았다.

슬쩍 아이에게 한 걸음 다가가면, 아이는 부리나케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유치원에서 제법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아이가 있던 벤치 뒤로는 커다란 수목들이 우거져 작은 공원처럼 형성되어 있었다.

나무에 가려져서 쉽게 눈에 띌 리는 없겠고.

그러나 여전히 유치원에서 가까운 거리인 탓에 살짝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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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빌어먹을.’

하준을 발견하자마자 유승호는 세은이 알선한 용역 쪽에 연락을 넣었다.

아이를 꾀어내면 세은 측에서 아이를 데려가기로 되어 있었다.

유치원에서 아이가 사라지면 분명 주변 탐문 수색이 있을 것이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게 탄로 나면 의심받을 게 뻔하니까.

의심을 피하기 위해 유승호는 현 위치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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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외부 CCTV야 지우면 되는 거고. 비도 오니까 잘 안 보이기도 할 거고. 비 맞는 기분은 더럽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는군. 씨x.’

제기랄. 대체 언제 오냐고. 심장 졸려 죽겠네.

섣불리 아이를 잡으려다 놓치게 되면 제 얼굴만 팔리는 일이 되는 거니 난감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게 우선이라.

유승호는 고요히 눈동자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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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 안 해줬구나? 나, 외삼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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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ㅡ! 하준이한테 삼촌은 태석이 삼촌밖에 없어!”

아이가 눈썹을 구기며 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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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름이 유지안. 내 이름이 유승호. 남매라서 성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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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외동이에요!!!”

겁을 와락 먹은 눈동자를 하고서도 아이는 기세 좋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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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x. 뭔 어린 애가 순순한 맛이 없어?’

드센 건 애 엄마나 애나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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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니까 그러네. 난 네 외삼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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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내 친구 이름도 유승호인데!!! 승호는 친구지 삼촌 아니야!!!”

점점 골치 아프게 느껴졌다.

자꾸만 눈앞에서 5억이 아른거렸다.

빨리 해치우고 그 돈을 손에 넣고픈 생각이 몹시도 간절했다.

이대로 입을 확 막아서 데리고 가버릴까.

하지만 최악의 경우 그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게 된다면 복잡해질지도 몰랐다.

비도 계속 맞고 있으려니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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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드겨서 편의점으로 데려간 다음, 그 뒷골목으로 오라고 하지, 뭐.’

거긴 CCTV도, 인적도 드문 곳이었다.

그 말은 어떻게든 아이가 자발적으로 저를 따라나서게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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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아이스크림 사줄게. 먹으러 가지 않을래?”

마음 같아선 제 성격대로 성질부리고 싶었지만, 아이가 먼저 다가오도록 친근함을 최대한 쥐어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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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아니나 다를까. 단순한 아이는 아이스크림에 흥미를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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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삼촌은 편의점에서 일하거든. 이거 봐. 편의점 조끼도 입고 있잖아.”

유승호는 편의점 로고가 크게 박힌 조끼를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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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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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까진 여기서 1분도 안 걸리는데? 거기다가 하준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마음껏 고를 수 있어. 엄마는 아이스크림 자주 안 사주잖아. 이 썩고 배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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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엄마들이 군것질을 사주면서 흔히 하는 말을 그대로 읊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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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아. 난 하준이 외삼촌이라고. 하준이 엄마의 오빠.”

그게 어린아이한테는 낯선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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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많이 온다. 이대로 있다간 감기 걸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유승호가 하준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제 손을 잡으라는 거였다.

이를 말똥말똥 쳐다보던 하준이 손을 뻗으려다 작은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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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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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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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 언젠지 알아요?”

느닷없는 아이의 물음에 남자의 얼굴엔 낭패감이 서렸다.

생일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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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는 아는데.”

가족이니까.

아이의 눈이 저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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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남자는 일부러 여유로운 척 미소를 띤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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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삼촌이 까먹었네. 어른들은 생일을 잘 안 챙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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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아이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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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핸드폰 번호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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