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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은 긴 듯 짧았다.
카이사르의 등에 난 상처는 결국 흉터를 남겼다.
해밀턴은 마지막 날까지 나를 수도로 데려가려 안달을 했지만, 아버지가 단호히 거절했다.
헤어지던 날. 카이사르가 처음 왔던 때처럼, 홀에서는 장대한 인사 행렬이 이어졌다.
카이사르가 내 앞에 와서 섰을 때, 나는 문득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여름내 꽤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전하.”
나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펴며 인사했다. 카이사르는 그때와 달리 내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헬레나의 제자는 아직 레너드 한 명뿐이야?”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곁에 선 레너드를 한 번 흘끗 쳐다보았다가 다시 카이사르를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그래. 뭐, 친형제를 이길 수는 없으니까 첫 번째는 양보할게.”
“네? 무슨?”
“나한테도 검을 가르쳐 줘.”
띠용.
아, 이 효과음은 내가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붙여 줬으면 좋겠다.
특히 해밀턴에게는 특대 사이즈로 붙여 줘야 할 것 같다.
“무슨 수로요? 전 수도엔 안 갈 건데요?”
“괜찮아. 여름마다 내가 내려올 거야. 그래도 괜찮겠죠, 공작?”
카이사르가 아버지를 쳐다보며 웃었다.
아버지는 이 뜬금없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언제든 환영합니다, 전하.’ 하고 대답했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해밀턴과는 정말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약속했잖아? 내가 가장 위를 차지할 때까지, 곁에 있어 주겠다고.”
음. 엇. 아니, 뭐, 하도 걱정하니까 그런 약속을 하긴 했는데.
당황한 내게 카이사르가 짓궂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때? 제자로 받아 줄 거지?”
……사실 거절할 이유는 없지.
이런 천재적인 녀석도 가르쳐 보고 싶다고 탐내던 차였으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카이사르를 쳐다보았다.
“전 좀 빡세요, 전하.”
“난 좀 악착같은 구석이 있어, 스승님.”
“좋아요. 열심히 굴려드리죠.”
나는 카이사르가 내민 손을 잡아 악수했다. 처음 그와 인사를 나누었던 때처럼, 그렇게.
“여름이 돌아오면 다시 올게.”
카이사르가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열네 살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기분이 든다. 적어도 도망자의 눈빛은 아니었다.
아, 그렇구나.
그는 황제가 되기로 결정했구나.
“그럼, 또 보자.”
그해 여름은 짧은 듯 길었다.
무료한 인생에 얼마 없는, 아주 소란했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