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화 (65/156)

* * *

이상하다.

이 카페, 분명 유명한 곳이라고 했는데.

“왜 그래, 헬레나? 어디 불편해?”

수상쩍은 기분에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 행동에, 맞은편에 앉은 카이사르가 물었다.

그제야 난 퍼뜩 정신이 들어 쓰게 웃으며 고갤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가게가 생각보다 별로야?”

“그럴 리가. 여기, 마음에 들어.”

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빈말이 아니라, 카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고풍스럽고 무게감 있는 인테리어와 깔끔한 분위기. 악단의 음악도 잔잔하여 대화에 방해가 안 됐고, 테이블이며 식기며 차며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심지어 안내받은 자리는 2층 창가로, 창밖으로 보이는 대성전의 웅장한 풍광도 훌륭했다.

정말 좋았다.

좋은데.

‘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가게엔 손님이 우리 둘밖에 없었다. 유명한 가게라는데 이게 말이 돼?!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좋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카이사르가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좋다고?”

“혹시라도 너나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귀찮아지잖아.”

“……그렇긴 하네.”

나는 고갤 끄덕여 긍정했다.

‘하긴, 이렇게 둘이 돌아다니는 것도 오랜만인데, 방해받으면 싫긴 하지.’

영문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것까진 좋은데 이제부터는 뭘 어쩌면 좋은 걸까.

보통 연인들은 단둘이 시간을 보낼 때 어떤 대화를 나눌까.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 나는 어떻게 해서든 대화 소재를 쥐어짜 냈다.

“엇, 으음……, 그러고 보니 카이사르는 아버지를 별로 안 닮았더라. 어머니를 닮은 거야?”

“글쎄, 어릴 때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어머니 쪽도 딱히.”

오, 대화가 이어진다.

나는 안심하며 이어 질문했다.

“그럼 누굴 닮은 거지?”

“듣기로는 초대 황제 그레이와 닮았다나 봐.”

“에레즈 그레이? 아, 나도 그 생각 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에도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특히 그랬다.

내가 알던 에레즈의 나이 대에 가까워질수록, 카이사르는 착각할 만큼 그를 닮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내 말에 불쾌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난 그 사람 별로 안 좋아해.”

“뭐? 아니, 왜?”

“예를 들어 이 제국과 너, 둘 중에 하나 골라야 한다면 난 고민 없이 널 고를 거거든.”

“그런데?”

“그 사람은 사람보다 제국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어.”

“황후와 사이가 나빴나?”

“정략결혼이었으니까. 딱히 나빴던 건 아니지만, 거의 정사에만 매여 살다 죽었다나 봐.”

카이사르가 턱을 괸 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진심으로 에레즈가 싫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하긴, 에레즈가 좀 고지식한 면이 있었지.’

날 향한 맹목적인 충성도 결국 조국애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거다.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니까, 내가 황제 자리를 넘긴 것이기도 했고.

“실례하겠습니다. 디저트입니다.”

묘하게 우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때, 웨이터가 다가왔다. 나는 테이블 위에 올라온 커다란 쇼콜라 케이크를 보고 눈썹을 으쓱했다.

“주문하지 않은 건데요.”

“예약자분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네? 여긴 서비스로 홀 케이크가 나와요?”

“와, 잘됐네.”

당황한 나와 달리, 카이사르는 이 수상쩍은 서비스에도 태연했다.

“뭐야, 넌 안 이상해? 뜬금없이 케이크를 그냥 주는 가게가 어디 있어?”

“헬레나가 집 밖을 도통 안 나와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요즘에는 이런 게 보통이야.”

“……홀 케이크를?”

“홀 케이크를.”

뭔가 속는 듯한 기분이 들어 찝찝했지만, 카이사르가 그렇다고 하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면 다른 걸로 달라고 할까? 카이사르는 단 거 싫어하잖아.”

“뭐하러 그래? 헬레나는 단 거 좋아하니까 잘 됐잖아.”

“나만 먹기 미안하니까 그렇지.”

“됐으니까, 어서 먹기나 해.”

카이사르의 재촉에 결국 나는 못 이긴 척 케이크를 조금 잘라 입 안에 밀어 넣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엄청나게 맛있었다!

빵은 촉촉했고, 단맛과 씁쓸한 맛이 적절히 섞였으며, 버터의 풍미 또한 고급스러웠다.

아니, 이런 케이크를 평범한 카페에서 만든다고? 유명 제과점이 아니라?

“맛이 어때?”

“끝내줘……!”

내가 진심으로 감격하여 말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맛이었다.

“그래. 다행이다.”

나의 진솔한 감상에 카이사르가 케이크를 먹은 나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결국 나는 케이크 한 판을 혼자 다 해치웠다. 그런 나를 지켜보며 싱글싱글 웃고만 있는 카이사르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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