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4화 (125/156)

* * *

황제의 환영 파티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왕가는 물론, 오르랑드의 수많은 귀족들도 황제의 존안을 알현하고자 파티에 참여했다. 본성 전체를 개방하고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파티의 규모는 성대했다.

라파엘은 그 인파에 슬쩍 끼어 한자리를 차지했다. 형제자매와 마주치면 쫓겨나게 될 것 같아, 최대한 눈치를 보며 파티에 숨어들었다.

‘왕자인데도 왕가의 파티에 눈치를 보며 끼어들어야 하다니, 이것 참, 사람이 할 짓이 못돼.’

라파엘이 지나가는 시종의 은쟁반에서 위스키 잔을 받아 들며 중얼거렸다.

라파엘을 알아본 시종이 흠칫 놀라더니, 불안하게 눈동자를 떨었다. 라파엘은 그런 시종에게 눈썹을 으쓱했다.

“행여나 내가 여기 있다고 형들이나 누나들에게 말한다면 네놈 혀를 잘라 버릴 것이다.”

시종이 흐익, 숨을 들이켠 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

라파엘은 줄행랑을 치는 시종의 뒷모습에 한껏 재미있어하며 홀로 허공에 건배를 하고는 위스키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자아, 그러면 이제 그 대단하신 황제 폐하 나으리의 존안이나 한번 봐 볼까…….”

라파엘이 위스키잔에 들어 있던 체리를 입에 물고선, 품위 없이 질겅질겅 씹으며 파티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황제를 찾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장 북적거리는 곳을 찾아가면 됐으니까.

황제는 마침 라파엘의 아버지인 오르랑드 국왕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라파엘은 기둥 뒤에 숨어서 황제의 얼굴을 슬쩍 훔쳐봤다.

‘와, 씨……. 잘생기긴 했네.’

황제의 얼굴을 확인한 라파엘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 날카롭고 차가운 분위기, 품위를 잃지 않는 미소.

먹이사슬의 가장 윗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을 법한 지배자로서의 풍채가 멀리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제국은 황제를 얼굴로 뽑나.’

라파엘은 다가가서 시비를 걸어 보기도 전에 괜히 기가 죽었다. 황제에게 인사를 건네며 거들먹거려 볼까 하는 마음이 쏙 들어갔다.

결국 슬그머니 꼬리를 말고 보니, 그제야 황제 곁에 서 있는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향했다.

“……여자?”

황제의 바로 곁에 웬 여성이 서 있었다.

조명을 받아 온갖 종류의 푸른색이 떠도는 아름다운 은발의 여성이다. 머리카락을 높게 묶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퍼지는 머리카락이 마치 반짝거리는 베일 같았다.

화려하지 않음에도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다. 황제와는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이목을 붙잡고 있었다.

“……뭐야, 저 여자는?”

라파엘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럴 것이, 여성은 드레스가 아닌 제복을 입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검을 두 자루나 찼다.

“기사? 뭐야. 제국은 황제의 곁을 여기사에게 맡기나?”

여기사는 황제의 곁에 그냥 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르랑드 국왕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자신이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여자라고는 아양을 떨며 꽃처럼 웃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라파엘로서는, 뭐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는 그 기사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하! 제국의 기사들 수준을 알 만하군. 저런 자들에게 마수 토벌을 도와 달라고 손을 벌리다니.”

분명 황제의 눈에 들어, 황제를 등에 업고 거들먹거리고 있는 거겠지.

라파엘의 입가에 악의 어린 미소가 슬그머니 걸렸다.

“저런 여자는 주제 파악을 하게 만들어 줘야지.”

망나니의 머릿속에 망나니다운 계획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저 여자에게 대련을 청해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자.

그러면 저 여자의 건방진 콧대도 눌러 버릴 수 있고, 자신은 황제의 눈에 들어 제국에 초대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라파엘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여기사에게 패배한다는 결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무지와 오만이란,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다.

* * *

오르랑드의 왕가 및 귀족들과 어느 정도 인사를 끝낸 후, 헬레나는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다.

카이사르는 국왕과 독대를 나누기 위하여 레너드와 함께 자리를 떴다.

“아아, 귀찮아.”

카우치에 털썩 앉은 헬레나가 등받이에 완전히 기대어 누우며 투덜거렸다.

제국에서 함께 온 토벌대 기사들이 그런 헬레나의 곁에 몰려서서 킬킬대며 웃었다.

호크가 헬레나에게 차가운 물 한 잔을 건네주며 물었다.

“그러게 뭐 하러 같이 오신다고 하셨습니까?”

“나야 마수 썰 생각만 하고 왔지. 어휴, 이 나라는 왕자 왕녀들이 왜 이렇게 많아. 왕가 사람들과 인사하는 데만 한 시간이 꼬박 걸렸어.”

“원래 오르랑드 왕가가 예전부터 비빈을 많이 두는 편이긴 하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름이랑 얼굴도 다 못 외우겠더라고. 마수를 써는 것보다 더 힘들어.”

헬레나가 질렸다는 듯 고갤 설레설레 흔들며 찬물을 마셨다.

그나마 ‘황제의 기사’ 자격으로 참여한 토벌대라, 파티에도 기사 제복을 착용할 수 있었다.

불편한 구두와 무거운 드레스까지 입고 이 파티에 참여했다면, 지금쯤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13왕자는 왜 없었던 걸까?”

찬물을 마시고 한숨 돌린 헬레나가, 슬쩍 인상을 쓰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르랑드가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인사를 나눴는데, 열세 번째가 빠져 있었다.

혹시 죽어서 없는 건가 싶어, 실례될까 봐 묻지도 못했다.

헬레나의 중얼거림에,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흑기사단의 에쉬가 반응하듯 답했다.

“13왕자요? 아, 라파엘 오르랑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라파엘 오르랑드?”

“네. 이곳 영애들과 대화를 나누며 언뜻 들었습니다. 아주 개망나니라서 왕가에서도 손 놓은 왕자가 하나 있다고요.”

“개망나니……. 아니, 그나저나 에쉬 경. 설마 벌써 영애들과 친해진 건가?”

파티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대체 비결이 뭐요, 에쉬 경?”

기사 하나가 부럽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에쉬가 싱긋 웃으며 고갤 갸웃했다. 그 상큼한 미소에 주변에 꽃이 만발한 것만 같았다.

“비결이요? 딱히 없습니다만? 원래 그냥 서 있기만 하면 여성분들이 와서 말 걸어 주시고,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와, 재수 없는 흑기사단 놈.

다른 기사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에쉬를 노려보았다.

“흐음, 어쨌든 어딜 가나 집에서 내놓은 자식 한둘은 있는 법이네.”

헬레나가 팔걸이에 기대 삐딱하게 턱을 괴고 앉아 말했다.

전생에서 그녀의 아버지 역시 수많은 처첩 아래 낳은 자식이 수두룩했고, 그중 망나니들도 상당했었다.

‘잠깐. 전생의 내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내놓은 자식은 나였나?’

헬레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처첩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여자의 자식이었고, 성인이 될 때까지 팽개쳐 뒀으니, 의미는 다르지만 내놓은 자식이긴 했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 얼굴도 모르는 그 망나니 13왕자에게 동질감이 마구 샘솟는데.

“그 왕자는 나이가 몇이랍니까?”

호크가 관심이 생겼는지, 에쉬에게 질문하여 대화를 이어 갔다. 에쉬는 기억을 헤집듯 허공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 그러니까……. 아고트 양과 동갑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보다 어리군.”

헬레나가 피식 웃었다.

“그래. 젊을 때니까 망나니짓도 해보고 그러는 거지. 그 젊음이 부럽네.”

“뭐 그렇게 나이 든 사람 같은 소릴 하십니까, 마마. 아고트 양과 동갑이라고 하면, 마마보다 고작 한 살 어리다는 뜻이잖습니까.”

“아, 그랬나? 그래, 나 아직 20대였지.”

헬레나가 깜짝 놀라며 답했다.

요즘 일상이 지루할 정도로 평화롭다 보니, 전생에서의 나이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아, 그렇군. 자신은 아직 30대에 진입하려면 멀었구나.

토벌대 기사들만 우글거리는 그 휴게실에 낯선 이가 들어온 건 그 무렵이었다.

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 남자가 터벅터벅 휴게실 안으로 들어섰다.

붉은 머리카락의 사람에게 그리 좋은 추억이 없는 제국 기사들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일제히 그 낯선 이를 주시했다.

남자는 휴게실 안에 모여 있는 기사들을 휙 둘러본 후 히죽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건성이다 못해 건방지기까지 한 인사다.

“이야, 안녕하신가. 제국에서 오셨다는 토벌대 기사분들 맞나?”

“……누구십니까?”

호크가 앞에 한 걸음 나서며 경계하듯 물었다.

붉은 머리의 남자, 라파엘이 한쪽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었다.

“감히 기사가 이 몸에게 누구냐 묻다니, 무례하구나. 하나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니 자네의 무지몽매함을 용서하겠다.”

호크가 인상을 찌푸린 채 헬레나를 돌아보았다.

이 미친놈을 어쩔까요 하고 묻는 표정이다. 헬레나는 일단 두고 보자는 의미로 고개를 옆으로 까딱했다.

“이 몸은 라파엘 오르랑드. 이 오르랑드 왕가의 고귀한 혈통을 물려받은 열세 번째 남자다.”

……아아. 그 개망나니.

휴게실 안의 기사들 사이에서 알만 하다는 기류가 흘렀다. 단지 인사를 했을 뿐인데, 그가 왜 개망나니인지 알 만하다는 듯.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내 먼 곳에서 온 손님들에게 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찾아왔지. 어떤가. 파티는 마음에 드시나?”

“더없이 큰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오르랑드 왕가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라파엘이 빈정대며 하는 말에, 헬레나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라파엘이 헬레나의 등장에 한쪽 눈썹을 쓱 올렸다. 그러더니 비척비척 헬레나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야, 그래. 자네. 아까 보니 황제 폐하의 곁에 서 있던데. 기사인가?”

뭐야, 이놈. 내가 황후인 걸 모르나?

헬레나는 재미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답했다.

“이번엔, ‘기사로서’ 왔습니다.”

“응? 이상한 답을 하는군. 아, 이것 좀 실례하지.”

라파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펀치 잔을 들더니, 꿀꺽꿀꺽 마신 후 다시 내려놓았다.

헬레나는 그가 음료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잔을 내려놓자 다시 입을 열었다.

“제게 볼일이 있으십니까?”

“볼일. 있다면 있지. 폐하의 곁에 있을 정도면 제법 실력자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흥, 자신만만하군. 내 제국의 실력이 궁금하여 그런데, 괜찮다면 나와 겨뤄 보지 않겠나?”

“대련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 자네의 그 건방진 얼굴에 패배의 그늘이 드리워지는 걸 한번 보고 싶거든.”

라파엘이 고갤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인 채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에 서 있던 기사들이, 갑자기 헬레나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일제히 검 손잡이 위에 손을 올렸다.

순식간에 공기가 흉흉하게 변하여, 라파엘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들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이 헬레나에게 살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운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 앞에서 라파엘은 제국의 황후이며 그들의 스승 되는 자를 욕보인 것이다.

“뭐, 뭐야.”

그 엄청난 살기에 기가 눌린 라파엘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기사들이 으르렁거리며 검을 뽑아 들려는 순간.

헬레나가 한 손을 들어 그들을 말렸다.

“다들 그만둬라.”

“하오나……!”

“왜? 재미있지 않느냐? 고작 이런 일로 우리를 환대한 나라의 왕자 저하를 겁박해서는 안 되지.”

겁박?

라파엘의 눈썹이 꿈틀했다. 명백하게 자신을 얕보는 말이다. 그러나 그 대사에 반박하기에는, 자신을 압박하듯 누르는 이 살기 탓에 엄두가 안 났다.

‘칫, 계집이 얼굴로 사내들을 홀려 쥐락펴락하는군.’

라파엘은 헬레나 본인은 쥐뿔도 없으면서, 그 미모로 기사들을 홀려 높은 자리에 앉아 이용하는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 확신도, 다음 순간 꺾일 수밖에 없었다.

여러 명의 기사들이 보내온 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살기가 라파엘의 숨통을 조여 온 것이다.

놀랍게도 그 살기는 바로 눈앞에 서 있는 여성 단 한 명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너희가 나설 필요 없다. 겨우 대련이 아니냐.”

헬레나가 그 묵직한 살기와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라파엘을 쳐다보았다.

분명 라파엘보다 키가 작은 그녀였으나, 라파엘은 그녀가 자신을 한참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청하신 대련,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마침 저도 파티가 슬슬 무료하게 느껴지던 참이었거든요.”

와, 망했다.

라파엘은 꿀꺽 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할 것 같다는 후회가 격렬하게 밀려왔다.

뭐, 이미 늦었지만.

* * *

라파엘이 뒤늦게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넋이 빠진 사이, 순식간에 대련 준비가 끝났다.

파티에 참여한 내빈들은 그것이 그저 이벤트의 일종이라 여겨 가벼운 마음으로 대련이 이루어질 홀로 몰려들었다.

왕가의 사람들은 계획되지 않은 그 이벤트의 중심에 라파엘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선, 일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나 이미 손쓰기에는 늦은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가장 마지막으로 카이사르와 독대를 나누고 있던 오르랑드 국왕의 귀에 들어갔다.

“뭐?! 그 미친놈이 뭘 해?!”

오르랑드는 눈앞에 황제가 있다는 사실도 있고 시뻘게진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동시에 해밀턴을 통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카이사르는 도리어 짓궂은 미소가 번졌다.

“아드님 중에 꽤나 재기발랄한 분이 계셨던 모양입니다, 전하.”

“아이고, 이런……! 죄송합니다. 그놈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라……! 제가 단단히 가르쳐 다시는 이런 무례를 저지르지 못하게 할 테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오르랑드가 쩔쩔매며 카이사르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오르랑드의 염려와 달리, 카이사르는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멋모르는 하룻강아지를 데리고 놀 생각으로 가득한 제 부인의 즐거워하는 표정이 떠올랐으니까.

“괜찮습니다. 두십시오. 황후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니, 굳이 말릴 필요 있겠습니까.”

“하오나……!”

“마수 토벌에 앞서 벌일 만한 이벤트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카이사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씩 웃었다.

카이사르는 그저 즐거워 웃은 것이지만, 오르랑드는 그가 뭔가 살벌한 꿍꿍이라도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싹해졌다.

“괜찮다면 함께 보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재미있을 겁니다, 분명.”

오르랑드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소문 속 황제의 아량에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아량을 베푸는 게 아니었다. 헬레나가 알아서 그 애송이를 조리해 줄 게 뻔하니, 자신이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뿐이다.

‘오히려 내가 끼어들면 불쾌해할걸. 자신이 스트레스 해소할 기회를 왜 빼앗아 가느냐고 말이야.’

만사가 귀찮은 헬레나에게 모처럼 흥미가 동할 만한 일이다. 방해할 수야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이사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시죠. 좋은 구경을 놓칠 수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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