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잇취!”
드디어 쇼콜라 케이크의 첫입을 목전에 둔 헬레나가 포크를 쥔 채 재채기를 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이사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그녀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설마 감기 걸린 건 아니겠지?”
“이상하다. 찬 걸 먹어서 그런가?”
헬레나가 조금 전 단숨에 절반이나 들이켰던 과일 음료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그 혼잣말에 카이사르는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찻잔과 헬레나의 음료 잔을 바꿨다.
카이사르가 주문한 차는 따뜻한 레몬티였다. 헬레나는 자신의 앞에 놓인 레몬티를 보고 문득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왜 레몬티를 시킨 거야? 단 거 싫어하잖아?”
“그냥, 오늘은 이걸 주문하고 싶었어.”
카이사르가 싱긋 웃더니, 절반으로 줄어든 헬레나의 과일 음료를 몇 모금 마셨다.
헬레나가 찬 음료를 시키기에 따뜻한 음료를 시켰고, 카페인 없는 차를 찾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라는 진실도 한꺼번에 마셔 버렸다.
“케이크 먹고 나면 그다음엔 어디로 갈까?”
“글쎄. 아, 야경 보러 갈까? 그러고 보니 우리 둘, 느긋하게 야경을 본 적도 없었지.”
일전에도 야경을 보러 나왔으나, 여러 일이 겹쳐 실패했던 적이 있었다. 뭐, 대신 노을을 실컷 봤으니 상관없지만.
“오늘은 양산 안 가져왔는데, 괜찮겠어?”
카이사르가 짓궂게 웃으며 놀려 댔다. 헬레나는 날도 흐린데 굳이 양산을 쓰고 나왔던 예전의 일이 떠올라 조금 창피해졌다.
“시끄러워. 잊어.”
입 다물라는 의미로, 카이사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더니, 카이사르가 장난스럽게 ‘윽’ 하는 소리를 냈다.
케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헬레나는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응?”
“혹시 친위대 기사가 따라붙었어?”
“왜? 키스 들키고 싶지 않아서? 정 그러면 야경 보러 가는 길에 양산 하나 사서 그때처럼……, 아야.”
“체통 좀 지켜.”
능글거리며 헬레나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던 카이사르가, 헬레나의 잔소리에 킬킬대며 웃었다.
“그게 아니라, 아까 따라붙는 기척을 느꼈던 것 같아서 말이야. 적의는 아닌 것 같아서.”
“그래? 난 잘 모르겠는걸.”
“실은 나도 지금은 잘……. 착각이었나?”
“착각이야, 착각.”
역시 눈치채고 있었군. 다른 일 시켜서 따돌려 버리길 잘했다.
‘기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거 알면 절대 키스 안 해 줄 거야.’
더구나 그게 레너드라면…….
아내의 오라버니가 보고 있는데 입맞춤이라니, 그건 카이사르 입장에서도 곤란하다.
“도망쳐 나왔는데 기사들이 따라왔을 리가 없잖아.”
“음……, 그것도 그렇긴 한데.”
“자, 그러면 스승님을 황후궁에서 탈출시켜 준 나에게 포상의 키스는?”
“질리지도 않나 봐.”
“질릴 리가 있겠나.”
더 이상이 없을 만큼 사랑해도, 더 사랑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게 분명한데.
헬레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가게에는 사람이 적었고, 두 사람이 앉은 자리는 구석인 데다 칸막이가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신중하게 고른 자리답다. 분명 이럴 생각으로 이 자리를 고른 걸 거야.
“자아, 어서.”
카이사르가 재촉하듯 속삭였다. 귓가에서 사탕처럼 녹는 그 목소리에 헬레나는 간지러움을 느꼈다. 오늘 먹은 어떤 디저트보다, 그의 목소리가 가장 단 것 같다.
이목이 없다는 걸 확신한 헬레나는, 그제야 카이사르의 입술에 제 입을 맞췄다.
곧 비밀스럽게 접한 입술이 떨어지고, 헬레나는 조금 부끄러운 듯 뺨을 살짝 붉혔다.
“만족했어?”
수줍은 헬레나의 목소리에, 카이사르는 못 견디겠다는 듯 헬레나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부볐다.
헬레나는 마치 자신보다도 커다란 크기의 고양이가 가릉거리며 부대껴 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달아.”
단 음식을 잘 못 먹는 카이사르가, 행복해 죽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미묘한 모순에, 헬레나는 안도한 듯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 * *
헬레나의 회임 소식에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헬레나는 분명 기뻐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 기쁨 뒤에는 흔들리는 표정이 뒤따랐다.
카이사르는 그걸 알았다.
이유도 짐작했다.
그리고 결코 그녀가 먼저 그 이유를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그것이 헬레나 페레스카의 가장 오래된 나쁜 습관이라는 것도.
카이사르는 알고 있었다.
“정말 멋져.”
몽트 대성전 앞 광장 계단에 앉아, 헬레나는 발아래 펼쳐진 불야성의 도시를 바라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일전에 카이사르와 이곳에 왔을 때에는, 발아래 붉은 베일이 덮인 것 같은 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석을 갈아 흩뿌려 놓은 것 같은 반짝거림이 가득 넘쳤다. 손으로 쓸어 담으면 양손 가득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은 반짝거림이었다.
“신기하네. 밤인데 오히려 더 반짝거리면서 빛나는 것 같아.”
“그러게. 황성에서 도시를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야.”
카이사르가 헬레나를 바라보며 맞장구를 쳤다.
정작 헬레나는 도시의 불빛에 홀려 카이사르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카이사르는 시시각각 변하며 감탄을 그치지 못하는 헬레나를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봐.”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데리고 나올걸.
카이사르가 옅은 후회를 담아 헬레나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뭐, 계속 바빴는걸.”
그러나 헬레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두 사람이 이곳, 바로 이 자리에 앉아 도시의 노을을 조망하던 그날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사이 두 사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마리안느와 다퉜고, 크루세흐를 잡느라 동분서주했었지.”
“응. 더구나 넌 한 계절이 다 가도록 깨어나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아하하! 그러네, 정말. 그때 카이사르가 울먹거리던 게 진짜 귀여웠는데.”
“넌 절대 그때의 내 심정 몰라.”
카이사르의 고개가 헬레나의 어깨에 투욱 기대어졌다.
“그 후로도 많은 일이 있었네.”
헬레나가 자신에게 기댄 카이사르의 머리에 고개를 마주 기댄 채 중얼거렸다.
카이사르는 그 후에도 내내 바뀐 정국을 안정화하느라 쉴 새가 없었다.
저렇게 일하다 죽지 싶을 정도로 집무실에 박혀 지냈고, 매일 귀족들과의 회의와 독대와 분투가 있었다.
‘그래도 황후궁에 찾아와서는 절대 그런 티를 내지 않았었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내색을 안 했다.
“나도 황후로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건데 말이야.”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잖아.”
“카이사르에 비하면 부끄럽지.”
“겸손하군. 오르랑드에 가서 활약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잖아?”
“그건 따지고 보면 황후가 할 일은 아니었고.”
헬레나가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헬레나도 나름 애쓰긴 했다. 귀찮기는 해도, 황후가 된 이상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나 로위나가 가져오는 일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할 만하다 싶을 정도로, 딱 그 정도의 일만 가져왔다.
이유야 뻔하다.
“내가 귀찮아할까 봐 할당량을 조절해 주고 있는 거잖아.”
“이크, 들켰나.”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카이사르. 내 몫의 책임은 다할 거야. 전부 다 각오하고 너와 결혼한 거니까.”
“아, 그건 정말 기쁘긴 한데.”
카이사르가 고갤 들어 헬레나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러더니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다소 개구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표정만 보면, 그가 이 제국의 황제라는 생각이 도무지 안 들었다. 어느 귀족가의 해맑고 철없는 막내아들 같은 느낌이다.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 난 헬레나가 바쁘게 움직이면서 뭔가 많이 하는 게 좋긴 해.”
“그런데 왜?”
“일 말고, 헬레나가 하고 싶은 것들 말이야. 예를 들면, 마수를 귀엽게 썰어 버리는 거라든가?”
“윽, 브란테 백작에게 들었구나……!”
자수 놓기 싫어서 농담으로 댄 핑계가 카이사르의 귀에까지 들어갈 줄이야.
그나저나 율리카는 카이사르를 무서워하지 않았나. 그런 농담도 전할 정도로 가까워진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헬레나의 미간이 슬쩍 구겨졌다.
“브란테 백작과 친하게 지내?”
“뭐?”
“아니……, 두 사람, 이젠 그런 얘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 거야?”
말을 뱉어 놓고, 헬레나는 짧게 후회했다.
이게 뭐람. 굉장히 유치하고 어린애 같은 질문이다.
전에는 카이사르가 율리카를 품에 안고 도시를 열 바퀴쯤 뛰어다닌다고 해도 ‘새로운 운동법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게 분명…….
……잠깐. 이것도 상상해 보니까 열 받는데.
“다른 여자를 안고 뛰어다니지 마……!”
“그래. 네 상상력이 빈약하다는 건 잘 알겠어.”
거기까지 말한 후, 카이사르는 얼굴이 새빨개진 헬레나를 품에 꽉 안아 주었다.
밖에서 갑자기 끌어안는 카이사르 때문에 당황했지만, 헬레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허리에 팔을 둘러 더욱 단단히 안았다.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듯.
“질투한 거야, 헬레나?”
“아냐, 그런 거.”
“거짓말. 질투했지, 방금.”
“아니라니까.”
“제발 질투했다고 말해 줘.”
“……그래. 질투했어.”
헬레나가 창피함에 카이사르의 어깨에 고갤 파묻었다. 마치 구덩이에 머리만 숨기는 작은 짐승처럼.
“미쳤나 봐!”
“그런 거라면 좀 더 미쳐도 되겠는데.”
자신이 여자를 스무 명쯤 끼고 앉아 있어도 심드렁해할 것 같던 헬레나가 질투라니.
“질투는 내 몫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을 국경일로 선포해야겠어.”
“뭐?! 무슨 명목으로?”
“황후의 질투 개시일?”
“하지 마, 그런 거!”
헬레나가 고갤 팍 들며 소리쳤다.
그리고 발견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끌어안고 있는 듯한 카이사르의 미소를.
“으음, 일단 내 명예를 위해 설명하자면.”
카이사르가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얘기는 레너드에게 들었어. 레너드는 아고트에게 들었고, 아고트는 로만 그리트에게 들었고, 로만 그리트는 브란테 백작에게 들었고.”
“뭐? 그 얘기, 대체 어디까지 퍼져 나간 거야?”
“참고로 난 토벌단 기사들에게 들려줬는데.”
“그걸 왜 거기다가 얘기해!”
“내 아내가 그렇게 귀여운 생각을 하는데, 입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런 건 귀여워하지 마!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헬레나였으나,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카이사르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귀여움의 기준이 다 같을 수는 없지. 어쨌든 자신의 남편이 자신더러 귀엽다는데 싫은 소리 할 필요 있겠나.
‘이런 팔불출 같은 부분이 귀엽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 역시, 귀엽다는 기준이 좀 이상하다는 건 분명하니까.
“뭐……, 하,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어쩐지 잠깐이나마 질투했던 게 부끄러워져서, 헬레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내가 해야 할 일까지 네가 다 떠안을 필욘 없다는 거야.”
“하지만 난 헬레나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황제가 된 건데.”
“그러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뭐든, 난 너랑 ‘함께’ 하고 싶은 거야.”
자신이 그에게 마음을 의지하는 만큼, 그가 자신에게 의지해 주길 바란다.
“난 네가 힘들거나, 슬퍼하거나, 화가 나거나……, 그런 것도 다 알고 싶고 나누고 싶어. 굳이 나한테 숨기거나, 덜어 내 주려 하지 마.”
카이사르가 포개어 잡고 있던 헬레나의 손이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그러더니, 카이사르의 손 위에 올려놓고는 깍지를 껴 잡았다.
오래 검을 잡아서 단단한 그 손길 위로 카이사르의 시선이 떨어졌다.
“잊었어? 네 어리광 받아 주겠다고 맨 처음 약속했던 건, 나잖아.”
헬레나의 목소리도.
마음껏 의지하고 어리광 부려도 된다는 듯 올곧고 단단하다.
그런 기분에, 카이사르가 쓰게 미소지었다.
“그 얘기, 똑같이 돌려줘도 될까?”
“응?”
“고민이 있잖아. 우리의 아이에 대해서.”
아, 하고 헬레나가 짧게 탄식했다.
“알고, 있었어?”
“물론, 말 안 해도 난 다 알지. 헬레나는 먼저 말하려 하지 않으니까, 자세히 보고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거든.”
“으……, 고치려고 노력하는데도 잘 안 된단 말이야.”
헬레나 역시 카이사르의 표정이 옮은 듯 쓰게 웃었다.
“그저……, 걱정이 되어서 그래.”
“크루세흐의 영혼 때문에?”
“응. 그 걱정이……, 아무래도 완전히 지워지지가 않아.”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심지어 용의 영혼을 품은 채로 태어나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도무지 예측이 안 됐다.
이미 모든 걸 경험하고, 때문에 다 시시하다고 여겨 왔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자신은……, 대체 뭘 준비하면 좋은 걸까.
헬레나의 말에, 카이사르의 시선이 도시의 불빛을 향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 정도 긴장은 자연스러운 거야.”
“긴장?”
“그래. 헬레나는 늘 ‘뻔한 일’만 겪으며 살아왔으니 모르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큰일을 앞두고 그 정도 긴장을 하고 살아.”
……그런 건가.
그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디는 것이 두렵고 긴장이 되는 것뿐인가.
“걱정 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그것도 내가 먼저 했던 약속이었던 것 같은데.”
헬레나가 입을 비쭉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카이사르가 작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신기한 일이다.
카이사르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그간 마음 한구석에 맺혀 있던 걱정의 색이 옅어지는 것만 같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바람도 차가워졌다. 더는 황후궁의 시종들을 걱정시킬 수 없는지라, 카이사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헬레나에게 손을 내밀며 웃었다.
“바람이 차니 어디 가게 안이라도 들어갈까요, 부인.”
“그럴까요? 호위도 다시 따라붙은 모양이니까.”
“아……, 눈치챘어?”
“날 속이려 하지 마.”
헬레나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카이사르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말했다.
“어쨌든 고마워요, 폐하.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다행이군. 부인의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기뻐.”
카이사르는 헬레나가 춥지 않도록, 그의 어깨를 살며시 당겨 안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나려는데…….
“우욱.”
몇 걸음 떼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멈춰야 했다.
갑자기 밀려 올라온 헛구역질 탓이었다. 그러니까……, 카이사르가 말이다.
“헉……, 폐하? 속이 안 좋으세요?”
깜짝 놀란 헬레나가 카이사르의 팔을 잡고 물었다. 그러나 정작 헛구역질을 한 카이사르도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분명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우욱! 콜록!”
“헉!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
깜짝 놀란 헬레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멀리 숨어서 지켜보던 레너드와 호크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폐하!”
“폐하, 괜찮으십니까?”
“둘 다 시끄러워. 그렇게 폐하 폐하 하고 부르면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 우웩.”
세 번째 헛구역질.
레너드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호크에게 명령했다.
“호크. 마차를 이쪽으로 불러와.”
“네, 알겠습니다!”
“폐하, 조금만 참으세요. 곧 마차가 올 거예요. ……어쩜 좋아. 단 거 싫어하시는데 괜히 사탕달당에 모시고 갔나 봐.”
“진정하십시오, 마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래, 헬레나. 걱정할 거 없어. 그냥 체한 정도일……, 웨에에엑.”
“허억, 폐하!”
“카이사르!”
카이사르가 기어코 바닥에 주저앉으니, 레너드와 헬레나가 당황하여 그를 양쪽에서 부축했다.
카이사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까지 흘렸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결국 영문을 알 수 없는 건강상의 이유로, 황성 탈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