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폐하.”
자신을 부르는 조용한 목소리에, 카이사르는 눈을 떴다.
헬레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카이사르를 쳐다보고 있었다.
“낮잠을 뭐 이리 오래 주무시는 거예요?”
집무실의 카우치에서 잠든 카이사르에게 무릎베개를 해 주던 헬레나가 가볍게 투덜댔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남편의 무릎베개를 해 주다니 실로 참한 부인이라며 스스로 뿌듯해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슬슬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니, 이것도 영 귀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든 속내가, 그 푸른 눈동자에 그대로 담겨 있어서, 카이사르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으세요?”
“아니, 내 아내의 눈동자가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어.”
“네?”
“마치 푸른색 사파이어 같군.”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다리 저려요.”
그러나 카이사르는 일어나기는커녕,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헬레나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헬레나를 응시하던 카이사르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헬레나.”
“네, 폐하.”
“귀걸이 사 줄까? 오르랑드에서 나는 진귀한 보석으로 만든 걸로.”
“네?”
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천장 두드리는 소리지.
헬레나가 눈썹을 팔자로 만들며 물었다.
“대체 무슨 꿈을 꾸셨는데 뜬금없이 그런 소릴 하세요?”
“꿈? 그러게. 뭔가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은 드는데, 좀처럼 모르겠군. 그냥 그런 걸 선물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게.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헬레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 모양인데.”
“세상에. 새삼 놀라워라.”
“저런. 생각해 보니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기분이군. 혹시 슬슬 질렸나? 그러면 좀 자제를…….”
카이사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헬레나가 그 말을 막으려는 듯 재빨리 키스했다.
누운 채로 헬레나의 키스를 오롯이 받아야 했던 카이사르는, 입술이 떨어지자 다소 놀란 표정으로 헬레나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애정을 표현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건 자신 쪽이었으니까.
“그건 매일 들어도 안 질릴 거예요, 분명히.”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로 속삭이는 헬레나의 모습에, 카이사르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헬레나의 푸른 눈동자 위로 한낮의 햇빛이 떠돌며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그럼 사양 않고, 질릴 때까지 사랑을 말해 볼까.”
카이사르의 손이 헬레나의 뒷목을 살며시 감싸 끌어당겼다.
사랑을 말해 줘야지.
거리낌 없이, 한없는 사랑을.
아마도 오늘 꾸었던 한낮의 꿈은,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