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헬레나 페레스카의 복수극에는 그레이 가문의 사람들 외에도 기사단 사람들, 황가의 식솔들, 그녀와 함께 일한 녹트 자작과 브란테 백작, 마법 길드의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했다.
정체를 숨기고 참석했다지만, 손님들은 알음알음 그들의 정체를 눈치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황제와 황후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들이었으니까.
수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이 복수극에 동참하였으나, 그들 중 에버그린의 성을 가진 자나, 그 성과 이어져 있던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로위나는 자신이 대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은 풍요로움을 느꼈다. 자신을 향해 품평하듯 바라보는 시선 대신 자신을 응원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속에, 그녀의 결혼식은 더없이 행복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이 복수극을 계획한 이 역시.
“만족했어?”
식이 끝난 후의 파티. 들뜬 기분과 달큰한 알코올에 취해 발코니에 바람을 쐬러 나온 헬레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카이사르가 그녀의 어깨에 숄을 걸쳐 주었다.
아니, ‘어느새’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가 눈치채든 아니든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었으니까.
카이사르가 등 뒤에서 가만히 끌어안자, 헬레나가 그의 손에 온몸을 내맡긴 채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래 보여요?”
“응. 아까 로위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행복해 보였거든.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라도 든 거야?”
“로위나가 나보다 연상인걸요.”
“그러면 언니를 시집보내는 기분인 걸까?”
글쎄, 잘 모르겠다.
헬레나는 레너드가 결혼할 때에도 이런 기분이 들까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지금과는 조금 다른 기분일 것 같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녀는 정답에 가까운 답을 생각해 냈다.
“아마도……, 내 과거를 시집보내는 기분이 들었을지도요.”
가족도 내 편도 하나 없어도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자라 왔던 시간. 고독은 강함의 증거인 줄 알았고, 외로움은 당연한 숙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르쳐 주었다.
혼자일 필요도 없고, 어깨에 힘을 줄 필요도 없다. 홀로 강하지 않아도 된다. 손을 내밀면, 언제든 그가 손을 잡아 준다.
그것을……, ‘그녀’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고마워요. 내 억지에 동참해 줘서.”
“이 정도야 억지도 아니지. 모처럼 헬레나가 행복해하는 표정을 본 것만으로도 수확은 커.”
헬레나가 자신을 보도록 빙글 돌려세워 다시 끌어안은 후, 카이사르가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포상은 받아야겠어.”
“얼마나 어마어마한 걸 원하시려고요?”
“별장으로 돌아가면 나와 별을 보러 가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스승님?”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헬레나 역시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처럼요?”
“그렇지. 그때처럼.”
이 남자와 함께하면서, 모든 기억은 선명한 색을 가지고 기록되어 간다. 비로소 ‘추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된다.
그가 제안하는 모든 것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헬레나는 긍정의 의미로 카이사르의 목을 끌어당겨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 * *
몇 살 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믐밤에 레너드가 별 모양의 모형을 선물로 주었던 적이 있었다.
먹을 수도 없고 사용할 수도 없는 선물에 헬레나는 선물을 받고 나서도 깊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이게 뭐야?”
“새해 선물이야.”
“어……, 그렇구나. 고마워. 마침 필요한 거였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서, 일단 헬레나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어린 오라버니를 실망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헬레나가 물욕이 전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레너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거짓말이지?”
이 시대의 어린애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군. 아니면 오라버니가 영특한 건가. 헬레나는 민망함에 괜히 시선을 피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방법을 알려 주면, 나도 충실하게 사용해 볼게.”
“사용 방법 같은 건 없어. 이건 그냥 장식품이야. 정원의 전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던 거 말이야.”
아, 그런 게 있었지 참.
헬레나는 첫눈이 내린 이튿날, 하인들이 정원의 전나무에 불필요한 물건을 주렁주렁 달던 것을 떠올렸다.
제국의 오랜 전통인 ‘새해 나무’ 꾸미기다. 500년 전에도 눈이 내리고 나면 마을 광장에 ‘새해 나무’가 서 있곤 했었다.
페레스카 공작은 헬레나를 목마에 태워 은으로 만든 종을 매달게 했다.
다들 그 의미 없는 행위가 즐거워 보였다. 헬레나로서는 ‘봄이 되면 다시 떼어 내야 하는데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하는 생각밖엔 안 들었지만.
“아버지는 그 나무에, 내년에도 영지에 큰 재해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대. 마사는 내년에 태어날 아이가 건강하기를 빌었고.”
“그렇구나. 오라버니는?”
“키가 더 크게 해 달라고 빌었어.”
어린아이다운 소박한 소망이다. 귀여워라.
헬레나는 별을 내려다보며 잠시 고뇌했다. 자신도 그 나무에 뭔가를 빌었어야 했던 걸지도 모른다.
뭘 빌었어야 좋았을까. 적당히 숨만 쉬고 살다가 적당한 때에 적당히 죽게 해 주세요?
“헬레나는 그 나무에 아무것도 안 빌었지?”
레너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헬레나는 흠칫 놀랐다.
“응? 엇, 으음, 나야 뭐……. 나무한테 빈다고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민망함에 헬레나는 하지 않아도 될 변명까지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실언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다른 변명을 덧붙였다.
“물론 새해 나무에 비는 건 오랜 전통이고, 어느 정도 효험이 있으니까 다들 비는 거겠지? 그러니까 오라버니의 키는 분명 더 클 거야. 걱정하지 마.”
“효험? 효과 말이지? 여전히 헬레나는 할아버지께서 쓰실 법한 단어를 많이 알고 있네.”
“실은 어제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훔쳐봤어.”
레너드는 그저 의뭉스러운 미소만 지었다. 이젠 이런 변명에 속아 넘어가 주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물론 나무가 정말 소원을 들어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톡톡. 레너드의 희고 오밀조밀한 손가락이 모형 별 위를 노크하듯 두드렸다.
“어쨌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모여 있는 거잖아. 아주 많이, 많이 모여 있어.”
“그러네.”
“응. 그러니까 헬레나가 소원하는 게 없어도, 이제 헬레나는 소원을 굉장히 많이 가지게 된 거야.”
소원이라는 건 개수도 아니고, 타인에게 양도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껏 뿌듯해하는 어린 레너드에게, 헬레나는 차마 지적하지 못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는 날이 오긴 할까?’
무언가를 즐거워할 날이 올까? 진심으로 기뻐하거나, 기대하거나, 설렐 무언가가 있긴 할까?
한낱 나무가 소원을 들어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새해 나무에 소원을 빌게 될 날이 올까.
헬레나는 타인의 소원으로 가득 채워진 별을 양손으로 꼭 끌어 쥐었다.
* * *
별은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언제 와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언제나 같은 밝기로 빛나고 있었다.
동굴 벽에 기대어 앉은 헬레나는, 그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카이사르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카이사르가 기다렸다는 듯 한 팔로 헬레나의 어깨를 감싸 끌어당겼다.
“꼭 모형 별 같네.”
“모형 별?”
“왜, 있잖아. 새해 나무 꼭대기에 다는 별.”
단 두 사람만의 공간. 헬레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반말로 대답했다. 그녀의 그 격 없는 말투가 반가워서, 카이사르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카이사르는 어릴 때 그 별에 소원 같은 거 빈 적 있어?”
“있어.”
“무슨 소원 빌었는데?”
“언젠가는 내가 헬레나를 이길 수 있게 해 달라고.”
“저런. 그건 아무리 영험한 새해 나무라고 해도 못 들어줘.”
“맞아. 그 진실을 좀 더 일찍 받아들였다면 나의 유년 시절이 편했을 텐데 말이야.”
카이사르가 자조하며 웃었다.
헬레나는 카이사르에게 완전히 몸을 기대어 앉았다. 수백 번 안긴 그의 품은 마치 자신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한없이 안락했다.
로위나의 결혼식이 끝난 후, 신부에게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신랑과 작당 모의한 황후의 초대를 받은 수많은 손님들은 황가의 별장으로 모여들었다.
사람이 모이면 여지없이 시끄럽고 소란한 법이라, 그들은 밤이 다 가도록 잠들 생각이 없었다. 술을 마시고, 카드 게임을 하고, 예정에도 없는 선물 교환식을 했다.
헬레나는 이렇게 어수선한 연말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생각했다. 이번 생은 물론이고 500년 전의 생을 통틀어도 자신의 삶에 이런 연말은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어수선한 연말은 귀찮고, 피곤했고, 꽤 재미있었다.
“분명히 조용하고 느긋한 연말을 보내려고 온 가족 휴가였는데.”
헬레나가 키득거리며 중얼거렸다. 마치 후회한다는 듯 들렸지만, 카이사르는 그녀의 들뜬 억양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것도 꽤 재미있군. 내년에는 레너드의 결혼을 추진해 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아고트라든가.”
“아고트? 걘 결혼 안 하고 평생 나랑 같이 살겠다던데?”
“그래서 하는 말이야. 어떻게 걔가 나보다 헬레나랑 더 오래 붙어 있냐고.”
“걘 내 몸종이에요, 폐하. 질투할 걸 하셔야죠.”
헬레나가 억지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듯 카이사르의 코를 꽉 붙잡았다. 헬레나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카이사르는 시무룩한 표정이 됐다.
“너는 사랑하는 여자를 독점하고 싶은 남자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
“그러기엔 날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걸.”
“하다못해 헬레나에게 독점이라도 당하고 싶다고. 내가 헬레나의 첫 번째라는 영광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아?”
“그래? 예를 들면?”
“검에 미쳐 있는 스승님 눈에 들기 위해 바쁜 일정 쪼개어 가며 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거나.”
으음. 로위나나 해밀턴이 들으면 그다지 좋아할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 헬레나는 충성스러운 두 보좌관을 떠올리며 작게 신음했다.
“이렇게 탄탄하고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거라든가.”
“헉. 몸매는 타고난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헬레나가 내 단단한 가슴을 좋아하는 걸 아니까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 거라고.”
“내가 카이사르 가슴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안 거야? 내가 말한 적 있던가?”
“잠잘 때마다 내 가슴을 조물딱거리는 손은 누구 손이었지?”
“음, 아니 그건 무의식이 시키는 일로……, 카이사르 가슴을 만지작거리면 묘하게 잠이 잘 오는 이상한 습관이 생겨 버려서…….”
헬레나가 얼굴을 붉히며 애써 변명을 중얼거렸다.
이 남자는 대체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며 파악하고 있었단 말인가.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한 습관까지 파악하고 있다니.
“어쩐지 미안하네. 나는 카이사르를 그 정도로 챙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야 내 노고를 알아주는군.”
카이사르가 빙긋 미소 짓더니 헬레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앞으로는 나도 노력할게. 카이사르는 내 몸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좋아. 그러니까 헬레나는 날 위해 내가 좋아하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준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
카이사르의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헬레나는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기가 쑥스러워, 카이사르의 품에 더욱 안겨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는 아고트 남편 찾기 대작전이라도 시작해야겠어.”
카이사르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헬레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아고트도 아고트인데, 일단 녹트 자작부터 좀…….”
“해밀턴의 결혼은 레지나가 좀 더 크고 나면 허락할 거야. 그가 지금 결혼해 버리면 분명 레지나가 실망할 테니까.”
카이사르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이 일기장에 해밀턴과 결혼하겠다고 썼던 것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참 이상하지. 보통의 딸들은 나중에 크면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한다던데, 왜 레지나는 해밀턴에게 꽂힌 걸까?”
카이사르의 심각한 목소리에 헬레나가 키득거리며 답했다.
“난 좀 알 것도 같은데.”
“그래?”
“자신에게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고, 뭐든 져 주는 남자에게 끌리는 것 아닐까?”
“엄마를 닮아서 말이지?”
“어머. 난 고분고분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카이사르. 콧대 높은 인간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게 좋은 거지.”
“어련하시겠어. 황제의 콧대까지 납작하게 만들어 주는 스승님이신걸.”
카이사르가 숨을 쉬기 어려워질 정도로 헬레나를 꽉 끌어안았다.
황제는 물론이고 용의 콧대까지 낮추다 못해 가루로 만드는 이가 자신의 반려 아니었던가.
“녹트 자작이 결혼을 한다라……. 카이사르는 해밀턴이 결혼하고 나면 섭섭하지 않을 것 같아?”
“왜? 헬레나는 오늘 로위나가 결혼하고 나서 섭섭했어?”
“아니. 아니어서 기분이 이상하더라. 사실 조금쯤은 허전할 줄 알았거든.”
‘혼자’였던 헬레나에게 ‘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축하하는 것과는 별개로, 허전한 마음이 들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난 그 이유를 알 것 같던데.”
카이사르가 자신의 어깨에 기댄 헬레나에게 마주 기대며 작게 속삭였다.
“헬레나 옆에 내가 있으니까 허전하지 않은 거야.”
“자신만만하네.”
“왜냐하면 나는 헬레나가 내 옆에 있다는 걸 아니까, 전혀 허전하지 않았거든.”
진심으로 아껴 온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 믿고 의지한 사람들…….
그들이 모두 각자에게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나간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절대 떠나지 않고 끝까지 옆에 있어 줄 존재가 있다. 눈 감는 순간까지 자신을 외롭게 두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네, 정말.”
헬레나도 그제야 카이사르의 말을 이해하고 동감했다.
변하지 않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세계는 망설임 없이 확장되어 간다. 끝없이 충족되는 애정이 있기에, 얼마든지 타인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된다.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 사실을, 500년 전의 자신에게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외로운 줄도 모르고 그저 홀로 강하고 고고했던 그녀에게도.
“좋아. 올해는 나도 새해 나무에 소원을 빌어 봐야겠다.”
헬레나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모처럼 그녀의 의욕 넘치는 태도에 카이사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해 나무에 소원을 빈다고?”
“왜? 별로야?”
“나한테 빌어, 나한테. 헬레나의 소원은 내가 어떻게든 다 들어줄 텐데, 왜 고작 나무한테 소원을 빌겠다는 거야?”
“카이사르는 낭만이 없네.”
“와……, 헬레나가 ‘낭만’ 같은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카이사르가 농담처럼 말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좋아. 내일 해밀턴에게 말해서 가장 커다란 별을 마련하라고 명령할게. 수천, 수만 개의 소원을 빌어도 빛을 잃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아주 커다란 별.
그 별에 자신의 소원을 빌 생각을 하니, 헬레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가올 새해에는 타인의 소원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것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리라.
‘그 별은 누구에게 선물로 주는 게 좋을까.’
양손으로 꼽아도 다 헤아리지 못할 수많은 ‘나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며, 헬레나는 카이사르를 더욱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