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3화 (3/258)

# 마물원 개장 #

늪을 조심하며 마츄들과 지낸 지 삼 일이 지났다.

나와 마츄들의 관계는 상당히 돈독해졌다.

경계심이 전혀 없어진 털복숭이들은 우리에 들어서자마자 내게 달려와 털을 비비적대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때가 왔다.

마물원이 정식으로 개장하는 것이다.

난 용에게서 지급받은 유니폼을 입고 봉을 챙겼다.

'마물원' 이란 개념은 전이 이후로 온갖 것들이 뒤섞여 '마물 도축공장'. '마물 헌터' 등등이 생겨난 현대 생활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마츄들만 관람객들에게 공개한다고 한다. 동물원처럼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 따위가 아니기 때문에 손님도 단체 손님으로 하루에 단 한 팀만 받는다.

동물원이라기보단 마물 체험장과도 같은 개념이었다.

나로선 전혀 이해 안 되는 개념이었으나 '용' 의 생각을 어찌 이해하리오.

그래도 인간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마츄들이라면 '마물원' 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열 수 있겠지.

...

아마도?

##

빨간 머리의 미녀가 마물원 관리실에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평소답지 않은 용의 모습이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도 그녀는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안절부절하며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매뉴얼을 살펴보다 다시 멍한 표정을 짓는 그녀, 설마 천하의 용이 긴장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으니 그녀가 내게 다가와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10시에 개장하면 마츄 우리에 인간 관람객들이 처음으로 방문할 거예요. 마물원은 마물이 인간과 같이 공생하기 위한 큰 프로젝트, 제게 있어서도 정말 큰 의미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다정 씨, 마물원의 인식이 좋게 잡히도록 훌륭한 모범 사례를 만들어주세요. '보너스'는 두둑하게 챙겨드릴게요."

"제가 안내하는 건가요? 원장님은요?"

"다정 씨를 채용한 이유죠. 용이 인간을 대하는 건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답니다. 그들에게나, 저에게나... 사고가 터진다면 마물이 아닌 나 때문일 거예요."

홀로 관람객을 상대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나 상사이자 '용' 과 같이 일을 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첫 인간' 관람객이라고 하셨는데, 마물원엔 다른 '종족' 도... 오는 건가요?"

"마물원은 훨씬 이전부터 '운영' 되고 있었답니다. 단, '인간만을' 제외한 손님을 받았을 뿐이죠."

난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며칠 일했을 뿐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왠지 [마물원] 엔 내가 모르는 많은 비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물원의 손님은 '돈을 내고 티켓을 끊는다고'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용' 인 그녀가 직접 '홈페이지'에 신청한 자들을 선별하니 마물원이 손님을 고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첫 손님들은 근처 '초등학교' 의 귀엽고 자그마한 꼬마 아이들이었다.

젠장.

'하필 난이도 최고치의 관람객들을!'

용이라서 몰랐던 걸까.

아이들, 특히 초등학생들은 정말 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고아원 시설에서 자란 난 잘 알았다. 어릴 때부터 내 또래와 살을 엉키며 살아온 난 '형' 이 되었을 때, 동생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시기의 어린아이들이 얼마큼 위험한 녀석인지도 알았다.

잠시 한 눈 팔면 상처가 생기니 긴장을 놓치지 않고 챙겨줘야 하며 순수함으로 포장된 '못된 짓' 또한 감시해야 된다.

인솔교사가 몇 명 있었지만 서른 명의 아이들을 모두 관리하기엔 '마츄 우리'는 너무 넓은 곳이었다. 마츄들은 위험하지 않았으나 어린아이들은 솜 이불이 가득한 침실에서도 머리가 깨지는 기발한 녀석들이니 마물원 첫 개장과 동시에 '뉴스'에 나올법한 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된다.

우리의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앉혀놓고 녀석들에게 용이 직접 만든 팸플릿을 나눠줬다.

"자자, 주목! 우리에 입장하기 전에 마츄들에 대해서 공부를 해볼까요?"

난 최대한 활기차게 외쳤으나 맨 앞에 앉은 악동처럼 생긴 남자아이의 대답은 전혀 활기차지 못했다.

"공부? 실화냐?"

녀석들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어린아이의 순진함을 간직한 채, 알 것 다 아는 신기한 생명체! 그래서 대하기 힘들었다.

마츄의 생김새와 특징이 적힌 팸플릿을 나눠주고 설명을 할 때까지 난 온갖 인터넷 용어로 얼룩진 아이들의 떠들썩함을 느껴야 했다.

"... 그래서 마츄들은 겁이 상당히 많은 아이일 뿐, 전혀 무서운 아이들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마물은 위험한 거랬어요!"

난 똘똘해 보이는 아이의 질문에 슬며시 웃으며 말해줬다.

"글쎄. 녀석들의 보드라운 털을 만져본다면 생각이 달라질걸? 자, 모두 조끼를 입으렴. 우리에 들어가면 선생님들 말씀 잘 듣고!"

난 용에게 건의하여 만든 '마츄 우리 전용 털 조끼'를 그들이 빠짐없이 입는 걸 꼼꼼하게 관찰했다. 마츄들의 털로 만든 털 조끼는 구명조끼다. 혹시나 나처럼 늪에 빠진다 해도 위험한 일은 방지해주겠지.

우오오오-

와아아아-

꺄아아!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마츄 우리에 발을 딛자마자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건 위험해.

난 그들이 흥분해서 막 날뛰기 전에, 침착하게 선생님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흥분한 초등학생'으로 진화하면 선생님 두 분과 나로선 막지 못해.

"조용! 떠들면 마츄들이 무서워서 도망갈 거예요!"

다행히 '흥분점' 을 넘기진 않은 모양인지 선생님들의 타이름에 쉽사리 진정이 되는 모양새였다. 낯선 환경에 아이들도 대부분 내 말을 잘 따라줬다. 간혹 '악동' 이란 난이도 별 여섯 개짜리 관람객이 귀찮게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호된 선생님의 지도에 울먹이며 제 자리로 돌아온다.

어느 정도 줄이 갖추어지자 선생님들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굉장한 곳이네요. 생각보다... 훨씬 더 굉장해요."

아이들 앞이라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그들도 이곳의 생태계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공중섬,공중 폭포, 싱그러운 평야.

꿈처럼 벅찬 곳이다.

"특별하고 대단한 공간이죠. 그래도 초등학교에서 '마물원' 이란 곳에 실습 나오는 건 의외인데요. 아직까지 마물에 대한 편견이 많잖아요. '사실' 이기도 하고."

첫 손님이 초등학생들인 것에 당황한 건 성가신 관람객이기도 했지만 '마물원' 이란 곳이 동물원 견학처럼 쉽게 생각되지 않는 곳인 이유가 더 컸다.

20년 전, 첫 전이 이후로 마물은 현대인의 삶을 모조리 바꾸었지만 마물은 아직까지 '마물'이라 불릴 만큼, 편견이 많은 생물이다. 첫 개장이라 소문도 나지 않은 '마물원'에 덜컥 실습을 보낼 만큼 세상은 아직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유는 이어진 선생님의 말에 알 수 있었다.

마물원이 특별한 만큼 학교도 특별했다.

"... 저희 학교는 '다종족' 을 받아들인 학교에요. 저 아이들은 세간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세계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아이' 들이라는 점이 변하지는 않죠. 편견에 맞서는 아이들에게 이곳에 대한 경험은 특별할 거라고 생각해요."

난 그녀의 말이 끝난 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온갖 인터넷 용어로 가득한 말로 떠드는 아이들이지만 마츄들을 애타게 부르는 걸 보면 마츄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똑같네. 뭐.'

그들이 '다른 세계' 의 아이들이라고 하여, 내가 느끼는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

귀찮은 꼬마들에 불과하다.

인간이든, 이종족의 아이든.

# 사탕 #

예상대로 마츄들은 낯선 이들에게 겁먹고 풀숲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환상적인 마츄 우리의 풍경에 설레던 아이들도 정작 마츄들이 보이지 않자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성과금이 걸린 문제야.'

난 그분들이 화를 내기전에 애타게 마츄들을 불렀다.

심지어 '존엄성' 마저 포기하고 질척한 진흙 바닥에 누워 '츄-츄!' 거리며 잔뜩 경계하고 있는 녀석들을 찾았지만 털복숭이들은 풀숲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노잼."

"아저씨. 마츄들은요?"

"츄츄-!"

어떤 아이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재미없다고 말하고 어떤 아이는 날 흉내 내며 츄츄- 거린다. 그래도 '마물원'인데 마츄 한 마리라도 구경해보지 못하는 건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들에겐 꼭 마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느꼈던 따뜻한 털의 감촉을 같이 공감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보챌수록 내 츄츄- 거리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젠장. 그 모습이 마치 처절한 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위태로운 정세 탓에 고아인 나라도 의무 입대를 해야 했다.). 포복자세로 진흙 바닥을 기며, 전우를 부르듯 간절하게 불러보는 녀석들!

츄-

마침내 풀숲에서 한 마리의 마츄가 깡충깡충, 조심스레 걸어 나왔다.

녀석은 늪에 빠진 날 위해 먼저 꼬리를 내준 녀석이었다.

난 환한 미소로 두 팔 벌려 마츄를 환영했고 내 마음을 알아준 기특한 녀석은 주변을 경계하면서도 내 품에 안겨줬다.

'미안해.'

[교감] 능력으로 내 간절한 마음을 녀석이 알아줬다.

그리고 나도 [교감] 능력으로 지금 녀석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겁먹고 있었다.

겉모습은 푹신한 털에 쌓인 태평한 녀석이었으나 녀석의 마음은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걸 난 알았다.

결국 녀석은 날 위해 나와줬을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마츄들의 '겁먹은 마음' 이 풀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마츄를 안은 내게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다소 세속적이던 아이들도 아이는 아이인 지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이 귀엽고 신비한 생물을 바라본다.

진흙탕 속에서도 때묻지 않은 하얗고 복슬거리는 털 긴 꼬리와 고양이 눈처럼 반짝이는 눈. 마츄는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히 귀여웠다.

"귀여워!"

"우리 집 라라처럼 하얗다아."

아이들의 호기심 찬 눈빛은 '마물' 을 바라보는 편견 된 시각이 철저하게 배제된 그저 '귀엽고' '우리 집 고양이' 같이 친근한 어린아이들의 시선이었다.

아이들 중, 머리에 리본을 꽂은 여자아이가 내게 질문했다.

"아저씨, 이 마츄는 왜 꼬리가 길어요?"

"응? 마츄들은 원래 꼬리가 몸통의 두 배는 더 길단다."

"아니에요. 제가 친구 집에서 본 '마츄' 는 꼬리가 엄청 짧은데!"

아이는 내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첩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확실히 마츄였다. 다만 꼬리가 짧았다. 그리고 사진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울고 있어.'

마츄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교감 능력을 가진 내가 마츄들과 같이 지내오며 간신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 속 마츄는 짧은 꼬리와 '주인' 의 입맛대로 잘린 개성 있는 털 가죽을 한 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꼬리가 잘린 거야.'

내가 지금까지 마츄들과 지내오며 느낀 건 그들의 야생성은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교감 능력이 없었다면 난 절대 마츄들과 친해지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꼬리가 짧다는 말은 불길하게 들렸다.

귀여운 외모의 공격성 없는 마츄들은 현재 '애완화' 가 한참 진행 중이다.

관심 없는 나조차 인터넷 뉴스에서 가끔씩 기사를 들을 정도.

['개와 고양이'를 대체하는 '마물'?]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읽어본 기억이 난다.

꼬리를 자른 건 경계심 많고 겁 많은 마츄들을 애완화 시키기 위해서 사람이 벌인 일이겠지. 대체 그걸 '어떻게 발견했단 말인가'

꼬리를 자르면, 녀석들의 야생성이 죽는다는 건.

얼마나 많은 '실험' 이 필요했던 걸까?

"아저씨?"

난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은 꼭 알아두세요. 코끼리 아저씨의 코가 길고, 기린 아저씨의 목이 긴 것처럼 마츄들의 꼬리도 원래 길다는 것을요."

여자아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저씨.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돼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래."

여자아이는 신나하며 스마트폰을 들고 마츄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겁먹고 있던 마츄는 아이가 만지자마자 깡충 도망간 것이다.

더 이상 실습은 진행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그들을 마중 보내고 관리소로 돌아오자 상사이자 용인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왠지 모르게 사과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붉은 머리의 그녀는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 받아요."

얼떨결에 그녀가 내민 봉투를 받았다.

설마?

두근거리며 슬며시 열어보니 제법 많은 오만 원권 지폐가 들어있었다.

정말 깜짝 놀라서 인상까지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걸 왜..?"

"다 지켜봤어요. '생각보단' 나쁘지 않아서 드리는 거예요."

얼떨결에 성과금을 받게 되었다.

용의 재력이 '어마어마' 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거금을 덜컥 주다니...

나야 고맙지.

알 수 없이 풀이 죽어있던 난 두둑해진 지갑에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었다.

##

다음 날,

관리소의 문을 열고 인사를 하자 그녀는 인사 대신에 의아한 표정으로 내 입에 문 '사탕수수'를 가리키며 물었다.

"입에 뭐 물고 다니는 거예요?"

"사탕수수요."

어제 퇴근길에 받은 성과금으로 홀린 듯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려 산 건 '사탕수수'였다.

무언가가 격하게 먹고 싶을 때는 많았지만 왜 하필 사탕수수인지는 나도 잘 몰랐다. '치킨'이나 '김치전' 이면 이해가 가능한 데 먹어본 적도 없는 '사탕수수' 가 왜 그렇게 먹고 싶었는지.

사탕수수를 질겅거릴 때마다 단 즙이 입안을 적셨다.

용은 인상을 찌푸리며 날 바라봤으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사탕수수를 입에 문 다 큰 성인 남성의 모습은 그다지 유쾌하게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에서도 날 힐끔거리는 시선을 느꼈으나 무슨 상관이람.

난 지금 격하게 사탕수수가 먹고 싶었고 또한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사탕수수의 달콤한 즙에 행복할 뿐이었다.

"마츄들이 숨지 않을 정도로만 '사람' 을 익숙하게 생각한다면 괜찮을 것 같네요. 다정씨의 능력을 믿어요. 파이팅!"

그녀는 며칠 후, 초등학교에서 다시 '실습' 을 나온다고 했다.

어제 실습 나온 아이들은 '1반' 이었고, 총 여섯 반까지 있으니 반마다 모두 실습을 나오면 여섯 번이나 아이들을 대해야 했다.

원장님의 요구는 마츄들이 사람들 앞에서도 모습을 감추지 않는 것.

'어제만 해도 백만 원이야.'

난 주머니에 사탕수수 몇 개를 꽂은 후, 마츄 우리로 향했다.

날 위해 모습을 드러내 준 단 '한 마리'.

그 한 마리의 가능성을 믿기로 했다.

녀석만큼 모든 마츄들과 친밀감을 쌓는다면,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숨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에 들어섰을 때였다.

저 멀리서부터 마츄들의 꼬리가 쫑긋 세워지며 풀잎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츄츄츄-!

그러더니 날 향해 일사불란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격한 '반가운 감정' !

"오구오구, 나 보고 싶었어요?"

정말 친해졌다고 생각하며 두 팔 벌려 녀석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녀석들이 꼬리를 내 팔과 다리를 향해 사정 없이 휘두르자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츄츄-!

항상 겁 많고, 소심하던 녀석들은 이전과 달리 상당히 격한 감정을 내뿜었다.

반가워하면서도, 무언갈 가지고 싶어 욕심내고 있는 것이다.

뜻밖의 행동에 어리둥절하던 난 혹시나 싶어 주머니에 꽂힌 '사탕수수' 한 개를 꺼냈다.

츄츄츄츄-!

내 손에 사탕수수가 들리자 마치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마츄들은 꼬리를 살랑살랑 거렸다.

"... 먹고 싶어?"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츄들이 깡충 뛰어와 손에 들린 사탕수수를 채갔다.

항상 평화롭던 녀석들은 한 개의 사탕수수를 두고 서로 솜방망이 같은 발로 투닥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음."

난 우리에서 나와 시장에 들러 사탕수수 30kg를 산 후 무거운 포대를 짊어지고 헐레벌떡 마물원으로 돌아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에 들어서자마자 포대를 찢어버리고 사탕수수를 뿌리자 마츄들은 저마다 한 개씩 챙겨가 입에 물고 행복한 표정으로 오물오물거렸다.

"쓰읍-!"

나 또한 사탕수수를 씹으며 그들의 감정을 공유했다.

경계심 많던 마츄들은 사탕수수를 입에 물자 전혀 달라진 모습이다.

행복한 감정이 뿜어져 나와 나도 덩달아 기뻐졌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마츄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마츄도 모두 하나같이 경계심을 풀고 내가 쓰다듬어도 도망가지 않았다.

난 품에서 매뉴얼을 꺼냈다.

용이 작성한 매뉴얼 엔 '이런 사실' 은 없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마츄들에 대해 검색해도 마츄들이 사탕수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마츄들이 사탕수수를 먹도록 놔두고 관리소로 돌아와,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인 펜을 집어 들었다.

"무슨 일이에요?"

"새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매뉴얼에 수기로 적었다.

[마츄들은 사탕수수를 먹을 때 경계심이 없어진다]

##

그녀는 내 말에 직접 마츄 우리로 찾아와 마츄들이 사탕수수를 쫍쫍 빨아먹는 걸 지켜봤다.

"이건... 대단해요! 저도 모르던 마츄들의 습성을 다정씨가 발견하셨네요."

그녀는 날 칭찬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츄들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용인 저조차 몇 개월이 걸렸답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재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들에게 이런 습성이 있을 줄이야. 마츄들이 사탕수수를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 그냥 저 먹으려고 사탕수수를 샀는데 녀석들이 환장하더라고요."

내 말에 용은 곰곰이 생각하다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교감]은 제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능력인 것 같군요. 좋아요. 당장 내일, 단체 관람객을 받을 거예요. 이 '습성' 이 얼마큼 작용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엔 저마다 사탕수수가 들려져 있었고 사탕수수는 마츄들의 입으로 빨리고 있었다.

그렇게 겁 많던 마츄들은 아이들이 사탕수수를 들자 스스럼 없이 다가와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사탕수수를 이용한 방법은 성공적이었다.

난 아이들과 마츄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여자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짧은 꼬리의 마츄들.

마츄들의 애완화를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녀석들이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괴로워하는 것보다 '사탕수수' 한 개면 되는 것일 텐데.

##

"이제 다른 걸 해볼 거예요."

마츄들에 의해서 '마물원' 이 어느 정도 유명해졌다.

이제 지역 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 주일이 지나고, 이제 봉급에 비하며 너무 편한 일에 만족할 때쯤, 상사이자 용인 그녀가 내게 말했다.

다른 걸 해보겠다고.

그래, 전입 신병 보호기간이 2주였던가.

이제 슬슬 '어려운 일' 을 시킬 모양이지?

"마물원이 하는 일은 마물을 보다 '인간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것 외에도 마물들을 관리하며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이제 '난이도'를 높여서 때마침 발생한 '긴급 상황' 을 해결하러 가보실까요?"

"... 저 그냥 마츄 사육사하면 안됩니까?"

"에이, 다정 씨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전 사탕수수 건으로 다정 씨에게 정말 놀랐거든요. '용의 기대'를 받는다는 건 대단한 일,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셔도 되는 거예요."

용은 슬며시 손가락 한 개를 추켜올렸다.

중지가 아닌 검지다.

'백만 원.'

"무슨 일이죠?"

내 물음에 용은 짐짓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출산 시기가 임박한 녀석이 있어요."

어?

출산?

'동물농장' 같은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사육사는 동물들의 출산을 지켜보고, 도와주기도 하지.

하지만 난 '전문' 사육사는 아니었고, 더더욱이 마물의 출산 따윈 전혀 알 지 못했다.

아니, 전 지구 사람들 다 뒤져봐도 마물의 출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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