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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7화 (7/258)

# unacceptable!!! #

인간인 나와 마물인 샐러맨더는 젖꼭지의 생김새도 전혀 달랐으나 내 능력 덕분에 새끼 샐러맨더에게 젖을 물릴 수 있었다. 한참 젖을 주던 그때, 날 향해 다가오는 몇 마리의 새끼 샐러맨더들이 있었다. 녀석들은 무리의 다른 암컷들처럼 날 암컷 샐러맨더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녀석들은 뜨거운 용암을 '물장구' 치며 활발하게 돌아다니다가 루비 색깔 눈동자로 날 바라봤는데, 교감 능력으로 인하여 녀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배고픈 것이다.

'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좋아, 수치스러움은 접어두자. 난 그저 한 마리의 암컷 도마뱀일 뿐이다.'

난 수치를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암컷 샐러맨더라 생각해야 했다.

그들의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선 새끼와 연결점을 갖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겐 배고픈 녀석들을 위한 '젖' 이 있었다.

다가온 새끼 샐러맨더들은 네 마리였으나 사람의 젖꼭지는 두 개다.

난 용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젖' 은 내 상식에 의해서 젖꼭지로 나올 뿐 어디로도 뿜을 수 있다고 했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감각이었다. 젖꼭지로 젖을 뿜는 상상은 다소 수치스러울 뿐 쉽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피부로 불꽃을 내뿜는 건 마치 발가락으로 젓가락질을 하듯이 어색한 일이었다.

"앗...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낌이 왔다.

어려웠으나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불꽃의 모유'는 신비한 것이었다. 단순한 불꽃이 아니다. 용이 만들어준 방열복은 뜨거운 용암 바다에서도 녹지 않았으나 '불꽃 모유'는 옷의 재질을 '통과하며' 뿜어져 나왔다.

용은 불꽃 모유를 불이 아닌 '불의 기운'이라 표현했는데 마치 '무림인' 의 기처럼 무형의 기운이라는 것 같았다.

덕분에 옷을 벗지 않고도 불꽃을 뿜어낼 수 있었다.

"... 이리 오렴."

주춤거리던 새끼들은 '교감'으로 내가 얼마큼 자애로운 암컷인지 표현하자 망설이지 않고 달려와 등에 매달렸다.

"한 마리의... 암컷이야."

불꽃의 모유를...

사실 굳이 모유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따지고 보면 모유를 먹이는 것보다 '불의 기운' 을 내뿜는 것에 불과했고 새끼 샐러맨더의 먹이는 확실하게 인간과 동물의 것과 구분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모유'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건 '빨릴 때' 의 그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어딘가 애틋한 그 느낌이란.

앞으로 정말 모유를 먹일 일은 내 생에 일어날 수 없는 일,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만약 내가 '엄마' 였다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일 때 이런 느낌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자애로운, 사랑스러운.

새끼 샐러맨더들에 대한 따뜻함이 가득해지는 기분.

눈을 감고 차오르는 따듯함에 충실히 몸을 맡겼다.

한참 젖을 빨리던 난 움직이는 기척에 눈을 떴다.

샐러맨더들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잠잠히 용암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던 게으르던 녀석들이 처음으로 호기심을 보인 것이다.

확실히 그들의 새끼에게 젖을 먹인 행동은 '호감' 을 산 듯싶었다.

샐러맨더 서식지에서도 새끼를 밴 암컷 샐러맨더들은 드물었고 그로 인하여 젖이 부족한 지 공동육아는 당연시되었는데 난 젖을 내뿜는 암컷 샐러맨더로 나름 그들에게 필요한 동족이었을 것이다.

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교감은 녀석들의 감정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 감정을 녀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했다.

간절하게 빌었다.

공동육아에 무리 영역이 투철한 녀석들이라면 내가 무리에 가담하는 것만으로 새끼 샐러맨더 또한 자연스레 그들의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떠나더라도 새끼 샐러맨더는 여전히 무리에 남을 수 있겠지.

[날 받아줘.]

속마음의 외침은 그들에게 들린 듯했다.

샐러맨더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었다.

날 향한 공통적인 호기심과 더불어 무리원으로 여기는 녀석들도 있었고 경계심을 풀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다.

무리원도, 이방인도 아니게 된 애매한 상황, 그때였다.

멀리서 한 샐러맨더가 나타났다.

난 미처 놈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다른 샐러맨더보다 두 배는 커다란 덩치의 샐러맨더가 눈에 띄지 않았던 건 녀석이 내게 온 그 순간, 혹은 그 이전부터 용암에 몸을 숨기고 있던 탓이었다.

'우두머리인가.'

동물들은 모두 우두머리를 가진다.

'사람' 도, 평등과 자유의 사상 아래 동물처럼 드러난 '우두머리'는 없을 뿐, 확실히 우두머리는 있다. 사회의 '승리자' 들이 그러한 우두머리겠지.

마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이 등장하자 다른 샐러맨더들은 뒤로 물러나며 판단을 그에게 이임했다.

우두머리 샐러맨더가 날 받아준다면 난 무리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동물원의 코끼리를 보고, 너무 커다래서 놀란 적이 있었다.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나오던 화면 속의 코끼리는 실제 코끼리에 비하여 너무나 작았다. 어마어마한 덩치에 처음 느꼈던 감정은 신기함과 놀라움이 아닌, 아마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내 머리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날 내려다보는 우두머리 샐러맨더는 어린 시절 코끼리처럼 무서운 공포가 되었다. 하지만 공포는 첫인상이었을 뿐, 난 침착하게 녀석을 바라봤다.

[날 받아줘.]

내가 우두머리를 무서워했다면, 녀석도 나를 두렵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감] 능력은 편견을 없애줬다.

큰 덩치의 샐러맨더 우두머리는 날 두렵게 만들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무서워할 이유도 없었다.

녀석에게 간절히 바랐다.

새끼 샐러맨더가 출산할 때 느꼈던 '어미의 마음' 을 떠올렸다.

우두머리 샐러맨더도 내가 느끼는 애절한 감정을 느끼길 바랐다.

쉬이-!

우두머리는 기다란 혀를 내밀어 나와, 새끼 샐러맨더를 핥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다시 용암의 늪에 몸을 숨겼다.

그 후,

난 새끼 샐러맨더를 암컷의 등에 올려놓았다. 걱정할 필요도 없이 이미 난 그들의 무리가 되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 여기가 네 고향이야."

마음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인식하기 전에 난 재빨리 발걸음을 돌렸다.

담담하게.

아니 실제로 담담했다.

감정을 마주하지 않고 기계처럼 움직였기에.

끼이-!

백 걸음도 걷지 않았다.

새끼 샐러맨더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기 싫었다.

끼이!끼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표정이 찌푸려졌다.

뒤를 돌아보니, 새끼 샐러맨더가 뒤뚱뒤뚱 걸으며 날 따라왔다.

망할...[교감] 능력은 녀석의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감동 영화는 질색인데."

새끼 샐러맨더를 안고 다시 '녀석의 무리' 에 갖다 놓았다.

이제 '녀석의' 무리다.

난 샐러맨더가 아니야. 녀석의 엄마가 아니다.

교감 능력으로 내 거짓된 감정을 녀석에게 전달했다.

넌 필요 없어. 너와 난 달라. 이곳이 네 집이야. 따라오지 마.

냉정하게 밀어냈으나, 발걸음을 돌리자 이젠 열 걸음도 걷지 않아 녀석이 울며 따라왔다.

"가라니까. 난 널 키울 수 없어."

하물며 '야생동물'이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의 본 모습이자 터이자 당연한 섭리인 '자연' 을 택해야 할지, 인간의 손에 길러질지를 말이다. 대부분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길 원한다.

지구의 야생동물이라고 할지라도 그러한데 녀석은 '이곳' 의 존재이며, 지구의 생태계와 공존하지 못하는 '마물'이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녀석을 위한다면 이곳이 녀석이 살아갈 곳이다.

아직 어린 새끼 샐러맨더는 내 뜀박질을 따라오지 못했다.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뛰었다.

"헉헉, 젠장!"

한참을 뛰었으나 여전히 간절한 울음소리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으며 따라왔다.

엿 같은 건 계속해서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점이었다. 교감 능력은 필요하지 않아도 녀석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 자신이 역겨워질 만큼 새끼 샐러맨더는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샐러맨더의 서식지를 벗어났다.

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주먹을 꽉 쥐고, 할 수 없이 뒤를 돌아봤다.

새끼 샐러맨더는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허약한 몸으로 날 따라오기 위해 뛰어다니며 많이 지쳐있었다.

"하아..."

한숨을 쉬며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정들기 전에 떼어내고 싶었다.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지쳐 누운 새끼 샐러맨더, 녀석을 다시금 서식지로 돌려보내야겠지.

까아악-!

그때였다.

까아악-!

까아악-!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듣자마자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 없이 새끼 샐러맨더를 향해 달렸다.

'불꽃 까마귀' 들은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자기 덩치의 몇 배나 되는 날 노릴 만큼 대범했고, 지금은 녀석들이 무서워하는 '용' 이 없었으며 내 앞엔 나보다 더 먹음직한 '먹이' 가 있었다.

까마귀들은 새끼 샐러맨더를 향해 날카로운 부리를 내세우며 화살처럼 공중에서 쇄도했고 난 간발의 차로 새끼 샐러맨더를 '안을 수 ' 있었다.

"크악!"

방열복이 놈들의 발톱과 부리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등 가죽은 뜯겨나갔고 피가 솟구쳐, 내 발아래를 적시는 걸 바라볼 수 있었다.

난 결코 희생적이며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새끼 샐러맨더를 낳고 죽은 어미 샐러맨더의 영향으로 마음을 꽉 채운 모성애란 본능은 내게 희생을 당연하게 만들었다.

그 희생은 새끼를 위한 희생이었다.

##

새끼 샐러맨더를 용암의 바다에 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마귀들이 날아다닌다.

놈들은 우릴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까아악-!

요란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쇄도하는 까마귀들은 깃털이 불타고 있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꼴이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듯했다. 녀석의 부리와 발톱은 내 등을 찢어놓을 만큼 날카로웠고 이제 곧 다시 한 번 내 살점을 찢어놓겠지.

...

만약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종을 넘어 새끼를 구한 희생적이며 슬픈 비극의 감동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내 인생을 마무리 지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상황에서 난 항상 화를 냈었다.

"씨벌롬의 까마귀들이."

쓰라린 등은 무척이나 아팠다.

짜증이 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혈질,

변해버린 세계는 다혈질이 살아남기에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난 살아왔고 그건 경찰이 날 죽이는 여러 위협으로부터 한발 더 빠르게 현장에 출동해서가 아니었다. 난 온화하고 태평했지만 사실 제어하기 힘든 더럽고 약간은 미친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의사 선생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겪었던 공포스러운 기억의 심각한 부작용이겠지.)아까부터 귀찮게 덤벼들고 내 등 가죽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새끼 샐러맨더마저 죽이려던 놈들에게 난 두려움보다 더한 분노를 느꼈다.

유치원에서 겪었던 '그 사건' 이후, 만났던 의사 선생님은 '정신과 의사'였다.

그가 날 진단하길, 외상 후 스트레스, 혹은 잠정적인 트라우마의 감정 발산.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그저...

'악바리' 다.

달려드는 첫 번째 까마귀의 날개를 낚아챘다.

평상시와 달랐다. 용의 마법은 날 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었다.

마치 '헌터' 들처럼.

콰지직-!

날개를 찢어놓은 불꽃 까마귀는 더 이상 날지 못했고 하늘엔 아직 몇 마리의 까마귀들이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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