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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10화 (10/258)

# 마수들(1) #

포근이는 보금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마물원은 녀석이 잠 잘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용암에 사는 샐러맨더의 특징상 아무리 뜨거운 환경을 조성해도 집에선 잠을 자지 않았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원장님은 '마수들' 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관리실에 즐비한 괴상하고도 '용도' 모를 물건들을 보아하니 오늘 하루가 순탄치 않을 거라고 예상이 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아, 고생하겠네.

##

마수의 가죽옷에 솜처럼 말랑말랑한 마츄의 털을 덧씌우고 영험한 기운이 서린 마법의 쇠사슬 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대단히 두껍고 고무처럼 질겨 보이고, 질소 풍선처럼 둥둥 뜨는 데다가 300KG의 내장지방을 떼어다 붙인 것처럼 둔하고 물컹한 어떤 물체의 안에 들어갔다. 미끈거리는 '어떤 물체'가 내게 딱 달라붙자 몰골이 부풀어 오른 마시멜로 인간 같아졌다.

"윽, 불편해라. 준비단계가 너무 긴데요? 그렇게 위험한 일이에요?"

"이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니까요. 수월한 일은 아니라고 말해두죠."

용은 계속해서 내게 여러 가지 의식을 행했다.

싸리 잎으로 철썩 때린다던가, 허수아비 인형에 내 사진을 붙여놓고 불태운다던가. 대단히 주술적인 느낌이었다.

'대체 어떤 마물이기에?'

꼼꼼한 그녀의 태도에 불안만 증폭될 뿐이다.

양해의 바다에 나 홀로 던져놓았던 용이다.

그녀가 이토록 준비를 하는 게 오히려 더 무서운 느낌이었다.

양해의 바다, 어룡들과 비교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라도 만나는 것 같았다.

교감 능력이 가진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용의 제안을 승낙했으나 죽음을 자초하긴 싫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미 강한 마물에겐 교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밝혀냈잖아요."

"안돼요. 표본이 부족해요. 다정 씨의 능력은 다양한 시도를 해볼 가치가 있어요."

그 후, 마법적인 의식을 몇 가지 더 치렀고 난 미쉐린 타이어를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장식해놓은 꼴이 되어버렸다.

"놈을 만나려면 이 정도 준비는 해둬야겠죠."

"대체 뭔데요? 어떤 마물이길래 방호복 입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말해도 모를 거예요."

"모르고 '당하는 건' 억울하잖아요."

쏴아아-!

농담이 아니다.

난 정말로 분위기가 바뀌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순식간에 냉정해진 용은 마치 여름 괴담 이야기의 해설자처럼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솔로몬의 탑'이라고 아십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 마법까지 쓰네?'

관리실의 창가에 서리가 얼고 방금까지 멀쩡하던 전등이 나가고 '창문이 다 닫혀' 있는데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난 모든 게 용의 마법이라는 걸 알았다.

4D 영화관도 아니고 무슨 짓이람.

"지구인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세계..."

그녀의 말투도 달라졌다.

용이 토요 미스터리를 아는 건 뜻밖인데.

"역겨운 통한의 세계, 고통과 비탄의 늪, 오만과 색욕의 바다, 신조차 두려워하는 그곳을 우린 '솔로몬의 탑'이라 부릅니다. 그 세계는 666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대물림이 눈에 보이는 허영의 공간이죠. 다정 씨가 교감을 시도할 마물은... 그곳의 '600' 층을 지배하던 마물입니다. 통곡의 층, 신위의 영웅을 가려내는 최후의 단계라 부르는 '600' 층을요!"

"... 대단한 건가요?"

안타깝게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뭘 알아야 무섭던가 하지.

내 물음에 용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솔로몬의 탑에도 발생한 전이는 그가 관리하던 '층' 만 덮쳤습니다. 다행이었죠. 겨우 '한 층' 만을 삼킨 덕에 전이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낸 600층의 관리자는 힘을 잃었고, 힘을 잃은 그를 제가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솔로몬의 탑 전체가 전이당했다면 지구인들은 지금보다 더 대단한 혼란을 겪었겠죠. 아니, 지금쯤이면 멸망했으려나."

용이 분위기까지 잡아가며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교감하기 위해 만나볼' 마물이 다른 차원의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는 것이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무서움의 내력도 알았으니 내가 할 행동은 자명했다.

"그만두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에이~ 이만큼 준비했는걸요? 시간이 아깝잖아요."

"세상을 파멸시킬 마수라면서요? 교감? 안 통해요. 그런 놈을 저따위가 어찌 마주 보겠습니까."

"꽤 겁을 준 모양이네요. 괜찮아요. 그는 일단 힘을 잃은 상태니, 구속된 상태로는 어찌할 수 없을 거예요."

"예감이 안 좋아요. 불길한 예감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은..."

용의 시선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젠장, 토를 달지 말라는거지?

"이전에도 말씀드렸는데요. 용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니, 허투루 쓰게 만든 자에겐 벌을 내릴 거라고요. 다정 씨가 걱정해야 할 건 만나보지도 못한 마물이 아니라 저라는 걸 상기시켜드리고 싶네요."

그녀는 '용' 치고는 다정한 편인데다가 상사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자유의 여신상이 개조당했듯이 나도 그녀에게 개조당할지 몰랐다.

침묵했다.

그녀가 내게 다시 보호 마법을 거는 동안 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곧 마주할 마물에 대해 생각할수록, 나쁜 상상은 겹겹이 몰려왔다.

잡아먹히거나, 뜯어 먹히거나, 에일리언의 위액에 녹는 군인들처럼 잔인하게 죽거나.

식은땀이 팬티를 적셔서 가랑이가 간지러웠다.

'솔로몬의 탑. 솔로몬의 탑...?'

마물에 대해 생각하던 난 문득 '솔로몬의 탑' 이란 단어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듣거나, 본 적이 있다. 분명....

"잠시만요! 원장님."

난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가져오려고 했으나 미쉐린 타이어가 되어버린 탓에 쉽게 집을 수 없었다. 용은 안간힘을 쓰는 날 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직접 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주었다.

"히리(hiri), '솔로몬의 탑'에 대해 검색해 줘!"

편리한 음성 인식 서비스 히리, 터치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검색을 도와주는 우리 친구.

스마트폰의 화면에 웹 엔진이 떠오르며 '솔로몬의 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는 결과를 찾은 난 용에게 스마트폰을 내밀며 말했다.

"혹시 이자들이 말하는 '솔로몬의 탑' 이 원장님이 말하는 '솔로몬의 탑'인가요?"

용은 잠자코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다,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아~ 망할 정보화시대!"

짜증 난 듯 머리를 헝클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용은 뚱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맞아요. 그들이 추종하는 대상이 제가 말한 솔로몬의 탑이죠. 하지만 그들은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어요. 멍청한 것들, 뭐가 소원을 들어줘? 일루미나티는 또 뭐고. 아무튼 갑시다. 준비는 끝났어요."

용은 날 이끌고 마물이 구속되어 있는 지금까지 출입을 불허했던 '금지 구역'으로 향했다.

"잠시만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향해 외쳤다.

"히리! 전체에게 문자 예약 발송, ...절 아시는 모든 분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저 다정은 이제 세상을 떠나..."

"헛짓거리 하지 말고 빨리 가요."

용의 강압에 결국 유언을 남기지 못했다.

##

용의 설명과 내 부풀어 오른 상상력 덕분에 무척이나 괴로울 거라 생각했던 그곳은 생각보다 안전했고, 괜찮은 편이었다.

지레 겁먹은 것이다.

유리창 너머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하지만 골든 레트리버나, 시베리아 허스키는 아니었다.

"머리가 세 개나 달려있으면 지능도 세 배가 될까요?"

녀석은 삼두견이었다.

세 개의 대가리를 가진 개.

원장님은 녀석을 '케르베로스' 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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