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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102화 (102/258)

# 102화

유일하게 포근이보다 덩치가 더 큰 녀석은 다른 적과 달리 성급하게 덤비지 않았다.

나는 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경계하고 있어.’

놈이 포근이의 힘을 알아보는 것이다. 마나를 읽는다는 건, 놈도 마나를 다룰 줄 안다는 것.

‘확실해. 저놈은 우두머리 개체다.’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은 강하긴 했지만 원장님이 설명했던 우두머리 개체들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녀석은 확실히 우두머리 개체라고 부를 수 있었다.

‘피해야 할까.’

이번만큼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근이가 크게 다칠까 봐 두렵다.

“포근아, 뒤로 물러…….”

끄으응……!

그때였다. 나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끄앙!

포근이의 우렁찬 포효!

먼저 ‘도전장’을 내민 건 놈이 아니었다. 포근이었다. 지금까지 얻어터지기만 하던 녀석이, 싸웠던 어떤 적보다 강한 놈을 향해 먼저 포효를 내지른 것이다.

녀석은 싸우길 원했다.

아직까지 두려움과 겁으로 가득하지만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 해보자.”

그 모습에 나는 씩 웃었다. 왠지 몰라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조심해!”

도전장을 받은 샐러맨더는 포근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염탐만 하던 놈이 즉시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놈이 육중한 덩치로 쇄도하여 포근이와 부딪쳤다. 하지만 이젠 포근이는 허무하게 내팽개치지 않았다.

‘잘했어. 버텨!’

포근이는 이를 악 물고 놈의 박치기를 버텨 냈다. 서로의 머리를 격렬하게 부딪치며 탐색전을 하는 두 샐러맨더, 지금만큼은 포근이는 어린 새끼가 아니었다.

콰릉!

터져 나온 용암이 주변을 어지럽힌다. 용암과 불의 바다가 용트림을 하나, 녀석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두 짐승의 대결은 포악하고 처절했다. 본성만이 점철된 야만적인 싸움으로 포근이 또한 샐러맨더의 본성을 깨우쳐 가는 것 같았다.

끄앙!

포근이와 놈의 덩치는 엇비슷했다. 그러나 마나는 오히려 포근이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포근이는 놈에게 밀리고 말았다. 목덜미가 물린 포근이는 놈의 거친 물어뜯기에 비명을 질렀다.

악어가 먹잇감을 잡아먹듯 포근이의 살가죽을 끈질기게 물어 버리는 놈. 결국 포근이는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괜찮아. 이제 전환점일 뿐이야.’

포근이가 패배했어도 나는 오히려 기뻤다. 녀석의 본성이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싸움의 기술이 없어 밀렸으나, 몇 번의 경험만 축적된다면 포근이는 결코 놈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포근이를 데리고 우선 마물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크르……!

하지만 내가 다가서길 거부하듯 우두머리 샐러맨더가 꼬리를 쳐 용암을 흩뿌렸다. 포근이의 힘을 가진 나라서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명백하게 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놈이 포근이를 ㅤㅉㅗㅈ아와 목덜미를 물어 버린다. 처음 겪는 상황에 얼어 있던 포근이가 뒤늦게 저항해 보지만 앞선 싸움보다 더 격렬한 몸짓에 속수무책이었다.

놈은 다른 샐러맨더와 달랐다.

그저 영역만을 지키던 우두머리들과 다르다. 명백히 포근이를 죽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포근이를… 제 왕좌를 넘보는 위험 분자로 인식했나?’

수컷 사자는 어린 새끼를 죽인다.

이유는 하나다. 단 하나밖에 없는 왕좌를 지키기 위하여. 놈은 포근이를 제 자리를 넘보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했다.

영리하고도, 잔인한 놈이었다.

끄앙!

놈의 이빨은 포근이에게도 위험했다. 포근이의 살가죽이 뜯기며 피와 불꽃을 내뿜는다. 놈은 지독하게 물고 늘어졌다. 포근이가 죽기 전까지는 결코 놓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문득 포근이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내게 도움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애절한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부디 도망치라고…….

“젠장.”

입술을 깨물었다.

치사하다고? 아니다. 망할, 아들이 죽게 생겼는데 뭔 상관이야.

나는 힘을 끌어 올렸고,

순식간에 날아가듯 뛰어올라 놈의 목덜미를 뒤꿈치로 내려쳤다.

“나랑 붙자, 새끼야!”

자식 싸움에 부모 나서는 것은 아니라지만, 자식이 죽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크앙!

목덜미를 맞고 나서야 포근이를 놓아 준 놈. 과연 독한 놈이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우두머리라 그거지?”

놈은 다른 마물들과 달랐다.

내게 호의적이며,

또한 이상하게 겁먹던 많은 마물들과 말이다. 놈보다 끔찍하고 흉포한 마물들조차 내게는 순했지만, 놈은 나마저도 죽이려 들었다.

놈과 대치하던 나는 점점 분노가 가라앉았다. 진정이 되자 한 가지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통할까?’

문득 든 생각.

나는 곁눈질로 포근이를 바라봤다. 나를 걱정하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녀석이다. 나를 믿는 거겠지. 하지만 내가 위험에 처한다면…….

멍청한 생각이지만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리 온, 똥개야.”

내가 적의를 품자 놈이 덤벼든다. 나는 손을 뻗어 들이미는 아가리를 잡았다. 억센 힘이 느껴졌지만 감당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놈의 거대한 몸에 깔아뭉개졌다.

‘윽, 생각보다 더 아픈데.’

몇 톤의 괴물에게 깔린 채, 들이미는 아가리를 두 손의 힘만으로 막는 것은 내게도 벅찬 일이었다.

냅다 발길질로 놈을 차 버리고 싶지만 참았다.

끄앙-!

못된 아비를 용서해다오.

포근이가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발끈한 포근이에게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 공유되었다. 방금까지 본성에 의해 싸웠다면, 지금은 확실히 ‘화’와 ‘분노’가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 화다운 화를 내는 포근이. 아니, 생각해 보면 녀석은 새끼 때부터 자기보다 훨씬 크고 무서운 마물들에게 덤벼들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녀석은 마음이 여리지, 약한 게 아니었다.

녀석의 주변으로 용암이 휘몰아치며 모두 일렁거리는 불꽃이 되었고, 그 불꽃이 마치 포근이를 따르듯 주변으로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포근이의 마나는 양해의 바다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샐러맨더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포근이가 이 괴물 샐러맨더를 이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행동에 놀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뭐야? 너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냐?”

샐러맨더는 저러지 않는다.

하지만 포근이는 저랬다.

녀석은 나를 구하기 위해 입에 한가득 ‘고인’ 불꽃을 뿜어내 버린 것이다.

무슨 고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불꽃 타입 몬스터도 아니고.

크아-!

그 불꽃은 특이했다.

용암에서 사는 샐러맨더조차 ‘태워 버리는’ 힘. 하지만 내게는 따뜻하기만 하다.

흉포한 힘을 자랑하던 괴물 샐러맨더는 포근이의 공격을 맞고 쥐 죽은 듯 자빠졌다. 목숨은 붙어 있으나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참아. 네가 이겼어.”

포근이는 화를 내며 전의를 잃은 샐러맨더를 물어 죽이려고 했다. 나는 녀석의 등을 두들겨 주며 말렸다. 단 일격을 맞고 전의를 잃어버린 놈이다. 샐러맨더의 특징상 이제 놈은 포근이에게 복종할 것이다. 꽤 강한 놈이었으니 무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주겠지.

“장하다, 이놈아.”

나는 기쁜 마음에 달려가 포근이를 안아 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포근이는 앞발을 내밀어 나를 밀어냈다. 마치 자신은 얘가 아니라는 듯 으쓱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얼마 전까지 습관적으로 내 젖꼭지를 찾던 녀석이다.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는 머리만 쓰다듬었다.

서열 싸움이 끝나자 용암 바다에서부터 샐러맨더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섣불리 다가오지 않았다.

아직 경계를 하고 있는 눈치다.

원장님의 말에 따르면, 마물은 단지 힘만 센 게 아니라 무리의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우두머리가 된다고 했었지?

‘녀석.’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포근이의 공격을 맞고 발라당 자빠져 있던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

역시 영리한 놈이었다.

마치 포근이를 도와주듯, 먼저 나서서 포근이에게 다가왔다. 적의는 전혀 없었다. 포근이를 인정한 것이다.

뀨앙.

무엇보다 포근이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수줍은 아이처럼 내 뒤에 숨어 있었지만, 지금은 포근이도 샐러맨더 무리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포근아, 아빠가 원래 눈물 많은 사람은 아닌데 정말…….”

본성이 살아난 포근이가 샐러맨더들과 어울리려는 모습에 감정이 벅차올랐다.

흐흡, 정말 가슴으로 낳은(젖꼭지를 허락한) 내 새끼와 다름없는 포근이다.

마침내 샐러맨더 무리와 마주한 포근이,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암컷 샐러맨더와 처음 접촉한 포근이.

“뭐지?”

태어나 지금까지 쭉 나와 살아왔던 포근이가 처음으로 샐러맨더들과 만나는, 새로운 만남이자 헤어짐이기도 한 그때.

그 벅찬 감동 속에서도 나는 고개를 돌려 어룡을 바라봐야만 했다.

순식간에 따뜻한 가슴은 차게 식었다.

이어 포근이와 다른 샐러맨더들도 나와 같은 곳을 바라봤다.

시선의 끝, 저 멀리 붉은 바다의 수평선에 그것이 있었다.

휘몰아치는 붉은 돌풍이었다. 기괴하고도 웅장한 장면은 마치 그림처럼 느껴졌다. 토네이도에 빨간 물감을 칠한 이상한 그림.

현실적이지 못한 광경은 점점 우리와 가까워졌다. 그러며 바람은 잦아들고, 점점 돌풍을 일으킨 주범의 생김새가 드러났다.

‘난 저것과 마주친 적이 있다.’

과거 원장님을 따라 처음 양해의 바다에 넘어왔을 때였다. 원장님은 내게 신신당부했다. 양해의 바다의 주인은 어룡일지니 특히 바다 밑과 붉은 바람을 조심하라고.

마침내 바람이 멎었을 때 난 그것의 생김새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몸길이는 10m 남짓. 분명 큰 덩치였으나 몸집에서 오는 위압감은 적었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놈의 세로 눈이 주변을 둘러보다,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는 침을 삼키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저게 과연 생물이 뿜어내는 독기일까?

뱀의 눈은 먹잇감을 경직시킨다고 한다. 무정한 눈빛에 쥐들은 와들와들 떤다. 놈은 그러한 뱀의 공포가 극대화된 생물인 것 같았다.

놈은 뱀과 닮았다.

두 쌍의 눈을 가진 쌍두사였다. 두 개의 머리가 돋아난 늘씬한 몸체는 아래로 갈수록 굵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뱀의 모습이라 꼿꼿이 세우고 있는 몸통을 지탱하기에는 벅차 보였다.

‘날아다니고 있는 거야.’

꼬리 끝을 자세히 보니 지면과 맞닿아 있지 않았다. 날개도 없는 놈이 어떤 신비한 힘으로, 저 거대한 덩치를 공중에 띄우고 있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뱀의 가죽에 불꽃이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나, 놈은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저게 바로 양해의 바다의 주인, 어룡.

자신이 있었나 보다.

이제 그 어떤 마물이 등장해도,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왜냐하면 무려 ‘용’이 내 힘을 칭찬했으니까.

하지만 놈을 마주친 순간, 나는 머릿속에서 대화와 협상이란 선택지를 지워 버렸다.

놈은 우리를 죽이려 들 테고, 그걸 말릴 수는 없겠지.

결국 언제나 그랬듯,

싸울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니라 원장님이.’

나는 즉시 품에서 ‘차원 간 통신 장치’를 꺼내 원장님을 불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들어 본 모든 소리 중에 가장 섬뜩한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본 드래곤은 대체할 수 없는 몹시 바쁜 용무로 인하여 부재중이오니 삐-소리가 나면…….

‘원장님…….’

이쯤 되면 일부러 나를 엿 먹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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