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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123화 (123/258)

# 123화 엘프(2)

코카트리스는 위험한 마물이다. 녀석들은 눈에서 기묘한 마력을 발산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몸을 돌처럼 딱딱하게 굳게 만든다.

그 기괴하고 끔찍한 힘은 동족을 제외하고 놈들의 눈에 닿는 모든 생물들을 석화시켜 버린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한다면 닭과 다를 바 없다. 덩치가 말처럼 크지만, 우는 소리도 꼬꼬댁, 생김새도 꼬꼬댁.

“도와드려요?”

코카트리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특수한 작업복을 입어야 했다. 나는 필요가 없어, 카르네에게만 작업복을 건넸다.

원장님이 제작한 작업복은 홀로 입기 난감한 구조였다. 옷의 안감이 석화를 막아 주는 특수 옷감인데, 미끈거려 몸에 잘 달라붙었다.

작업복 자체도 카르네 몸보다 두 배는 커,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입기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내 제안에도 그녀는 한참 동안 혼자서 묵직한 작업복과 낑낑대며 씨름했다.

“이런.”

겨우 입었나 싶었더니 애써 빠져나온 머리는 옷깃이 아니라 소매 부분이었다. 나는 카르네가 작업복을 고쳐 입는 것을 도와주려고 했다. 하지만 카르네는 손사래를 치고, 정색까지 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카르네는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혼자서 옷을 입었다. 엘프들은 다 저런가? 쓸모없는 고집을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무슨 혼자서 옷 입기에 도전하는 네 살배기 아이도 아니고.

카르네의 머리가 이번에는 오른쪽 소매에서 튀어나오자, 내가 나섰다. 카르네는 당황하며 하지 말라고 했으나, 답답해서 못 참겠다.

머리가 나오는 곳에 손을 집어넣고 더듬거렸다. 카르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마침내 카르네는 작업복을 옳게 입을 수 있었다.

카르네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나를 째려봤다. 어쩌라고? 나는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도 후임이니 잘 챙겨 주려고 했지만, 엘프가 저리 얼탈 줄 누가 알았겠어?

카르네를 데리고 코카트리스 둥지에 도착했다. 녀석들이 사는 곳은 특이했다.

기본적으로 몸을 은폐할 수 있는 큰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지만, 녀석들의 기이한 습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큰 바위들도 많아야 했다. 코카트리스는 바위를 부리로 부수는 행위를 시작으로 아침을 연다. 따라서 한 달에 한 번, 녀석들의 둥지에 바위들을 리필해 줘야 했다.

원장님의 공간 이동 장치를 설치하는 동안, 코카트리스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경계할 줄 알았는데.’

코카트리스는 영역 마물이라 외부인의 침입에 민감하다. 나는 녀석들의 친구였으나, 처음 보는 카르네는 침입자일 것이다.

만약 덤벼 온다면 말릴 생각이었으나, 예상과 다르게 코카트리스는 카르네를 위협하지 않았다.

꼬끼오-!

“어쭈?”

심지어 목청이 터지도록 울기까지 한다. 나름의 환영 인사인 것이다. 보자마자 무리원으로 받아들여지다니. 과연 숲의 친구 엘프인가? 아니, 엘프라고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드래곤이 직원으로 선점한 인재이니 엘프들 중에서도 카르네가 특별한 거겠지.

“첫 대면인데 녀석들이 경계하지 않다니, 원장님이 카르네 씨를 직원으로 뽑은 이유가 있었네요.”

“과찬이십니다, 가디언이시여.”

“선배라고 부르라니까.”

걱정은 기우였다.

바위들을 설치하고, 먹이를 주고, 코카트리스의 발톱을 손질하는 작업에도 카르네는 무리 없이 잘 따라왔다.

코카트리스의 길게 자란 발톱을 깎아 줄 때였다. 나는 녀석들에게 대화를 계속 걸며 안심시켰다. 야생의 코카트리스들은 발톱을 깎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마물들과 싸울 일이 없는 이 녀석들은 발톱을 깎아 줘야 했다.

“놀랍습니다. 그 힘, 위대하신 분이 인정한 가디언의 힘이군요.”

마물 발톱 정리용 그라인더로 뾰족뾰족한 발톱을 정리하고 있자 카르네가 감탄하며 말했다. 거친 성질의 마물이 내 앞에서 순한 양 같다며, 나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 잘난 척하며 대답했다.

“뭐, 제가 좀 특별하긴 하죠. 원장님이 저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굉장한 힘을 가진 가디언이라고 하셨습니다. 위대하신 분의 사랑을 그토록 받으시다니, 존경합니다.”

“에이, 존경까지야.”

“대체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네?”

“아뇨. 아닙니다.”

점점 대화를 나눌수록 단지 카르네가 내가 용의 가디언이라서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와우! 어떻게 드래곤의 가디언이 되었지?’가 아니라 ‘와우, 어떻게 드래곤의 가디언이 될 수 있지?’ 같은 느낌.

미묘하지만 다른 느낌이다.

존경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리고 카르네가 말한 존경은 정말 대상을 존경하는 것과는 의미가 약간 다른 것 같았다.

카르네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코카트리스들이 단체로 머리 깃을 세우기 시작하여 황급히 물러나야 했다.

“이런! 벌써 시작인가?”

나는 카르네에게 소리쳤다.

“도망칩시다! 빨리!”

코카트리스는 가끔씩 제 엄마 아빠도 몰라보고 흥분할 때가 있다. 나는 전문 용어로 지랄 발광이라고 불렀다. 교감의 힘으로 진정시키더라도 그때뿐, 흥분을 풀지 않으면 지랄은 더 거세진다.

“지랄 발광 하려고 해요! 할 일은 다 끝마쳤으니 얼른 도망칩시다!”

어리둥절하던 카르네도 다급한 내 목소리에 냉큼 도망쳐 왔다. 카르네와 공간 이동 지점까지 도망치던 와중에 등 뒤에서 흉포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끼오오오옷!

끼오오오오옷-!

시작이다.

얌전하던 코카트리스들이 머리 깃을 세우며 발광한다. 녀석들은 발톱으로 눈에 뵈는 모든 것들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바위뿐만 아니라 서로의 몸을 해치기까지 했다.

처음에 저 지랄 발광을 봤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 교감으로 진정시키려고 시도해 보니, 놈들의 마음속에서 열화와 같은 분노가 느껴졌다. 문제는 분노가 아무런 이유도, 대상도 없이 불길처럼 치솟았다는 것이다. 무려 분노 조절 장애가 패시브인 마물인 것이다.

“저런! 위험해!”

도망치던 카르네도 급변한 코카트리스들이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바위를 부수는 날카로운 부리로 서로의 몸을 쪼아 대니 동족상잔의 비극처럼 보였다.

“말려야 합니다!”

설명할 겨를도 없이 카르네는 코카트리스 무리의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젠장, 카르네는 나와 똑같았다. 나도 저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말려야 한다며 뛰어 들어갔지.

엘프가 외모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능력도 월등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과연 굉장했다. 나는 재빨리 풍종도보의 경공을 펼쳐 카르네를 뒤따라갔다.

순식간에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코카트리스 무리의 사이에 선 카르네.

‘마법?’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땅 아래에서 거대한 나무 넝쿨들이 솟아나 코카트리스들의 몸을 묶어 버렸다.

마법이라고 생각했으나 오리하르콘 브로치가 빛나지 않았다. 마나는 느껴지나 무언가 이상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기이한 힘이다.

‘젠장, 상황이 더 악화됐어.’

몸이 속박된 코카트리스들은 더욱 사납게 울부짖었다. 제 몸을 돌보지 않는 몸부림에 깃털과 가죽이 찢어져 피가 흩뿌려진다. 나는 녀석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분노는 참는 게 아니다. 풀어야 하는 것이다.

“카르네, 당장 풀어요!”

나는 이 의욕 넘치는 후임을 꾸짖으며 카르네를 공중으로 날려 버렸다.

꺄아아악!

황소괴물의 힘을 빌려, 있는 힘껏 날린 터라 카르네는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젠장, 이럴 수밖에 없었다.

끼오오옷!

코카트리스의 눈이 점점 더 시뻘게지더니 이내 붉은 안광마저 내뿜었다. 원장님의 작업복은 코카트리스의 석화를 막아 주지만, 지금처럼 화가 난 무리가 일제히 쏟아 내는 마력을 감당하진 못한다.

“날 봐!”

카르네를 하늘로 날려 보내 코카트리스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소리를 질러 녀석들의 눈을 모두 내게 집중시켰다.

나는 원장님의 작업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이 사실은 카르네처럼 실수를 저지른 탓에 알아낸 것이다.

화르륵!

샐러맨더의 불꽃을 온몸에 두르면 석화의 마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

마침내 코카트리스들의 마력이 붉은 섬광을 터트리며 분사되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마력의 범위에 벗어나 있던 카르네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으차!”

나는 떨어지던 카르네를 낚아챘다. 발목이 저릿했지만 참을 만했다.

덩굴에서 풀려난 코카트리스들이 다시 날개를 퍼덕이며 부리를 내세운다. 나는 야옹이의 움직임을 빌려 사나운 부리와 발톱들을 피해 냈다.

풍종도보의 경공으로 재빨리 지랄 발광의 현장에서 벗어난 나는, 안고 있던 카르네를 내동댕이쳤다. 역시 후임을 가르치는 건 힘들어.

“카르네 씨.”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카르네는 코카트리스를 아꼈다.

녀석들이 서로를 해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처럼 호되게 혼나긴 했지만, 어쨌든 녀석들이 걱정되어 나섰다.

“내 말을 들어요. 내가 도망치자고 하면 그냥 도망쳐요.”

그래서 크게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처음이니까 그렇지. 이해해야지. 내 설명이 부족한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도 모르게 카르네의 뒤통수를 찰싹 때리고 말았다.

젠장, 잠시 있었다고 코카트리스의 분노 조절 장애가 옮았나 보다.

나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카르네의 표정이 심각했다.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처음 맞아 보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눈치다.

나는 격렬하게 싸우는 코카트리스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요. 저 새끼들은요. 지랄 발광 할 때도 절대 서로를 죽이진 않아요. 아마 저게 저 녀석들의 습성이겠죠. 평범한 상식으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마물들의 흔한 습성.”

카르네가 정신을 차린 것은 코카트리스들이 진정하고 나서였다. 주저앉아 있던 그녀는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나도 뒤통수 때린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며, 웬만하면 내 말에 따라 달라고 부탁했다.

“가디언님, 무례를 용서하여 주세요.”

“네? 어떤?”

“사실 지금까지 계속 당신을 가디언님이라 칭한 건 조롱의 언사였습니다. 마물원에서 일하며 당신이 못할 일을 해내어,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줄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이 무슨 추태를… 가디언님은 정말 마물의 목소리가 들리시는군요. 엘프조차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엥? 진짜?

어쩐지 도움들을 거절하더니, 그런 되바라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그녀는 거듭 사과하더니 추태를 만회해 보겠다고 당당히 소리쳤다.

나는 괜한 일을 만들지 말라고 하려 했다. 하지만 카르네가 워낙 당당해 보여 거부하는 것도 무안했다.

“코카트리스들이 서로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큰 상처는 남기겠지요.”

“그건 가끔씩 내가 케어를…….”

“제가 수고를 덜어 드리겠습니다.”

카르네의 몸이 빛난다.

가까이서 보니 빛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위수라 불리는 신비한 생물, 작은 원숭이가 카르네에게서 나와 몸을 빛내고 있었다.

“드루이드 가동.”

빛은 점점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부터 작은 새싹들이 피어올랐다.

“설계 시작, 적합종 탐색. 54%, 96%, 탐색 완료.”

나는 멍하니 카르네를 쳐다봤다.

새싹들이 떨어져 나오더니 빛을 따라 향했고, 이내 흙바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성장 촉진.”

그 후, 빛이 새싹들에게 흡수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작은 새싹들이 자라나 무성한 풀이 되었고, 풀은 순식간에 우거져 엄청난 녹림을 형성했다.

빛이 그치고,

카르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칸다베 열매 나무입니다. 열매와 잎에 치유 효과가 있고 마물들도 좋아해서, 다친 녀석들이 상처를 회복하는 걸 도와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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