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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2권] 33회 - 동행의 의미 (33/188)



〈 33화 〉[2권] 33회 - 동행의 의미

피카니가 접시를 식기로 두드려서 사람들의 주의를 자신으로 돌렸다.

“온갖 수를 생각해봤지만 제국은 우리를 더 이상 도와줄 생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제가 용사가 아니었으면 오늘 아침 검문소조차 제때 통과 못했겠죠. 제국이 그런 일에 대비해서  여러분에게 보내진 않았겠지만. 여하튼 제게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기다렸다.


“핑커튼을 고용합시다.”


루나를 제외한 다른 남자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평소에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는 아비투스조차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루나가 조용히 손을 들고 물었다.

“핑커튼이 누군데요?”


아비투스가 설명했다.


“사람 이름이 아니라 용병 조직입니다. 사립탐정 사무소 겸 경호업체죠. 규모가 무척 커서 제국 내부만이 아니라 국경 바깥의 주둔지와 개척지의 치안도 맡고 있습니다. 저번에 ‘와일드 번치’를 때려잡은 뒤로 주가가 높아졌죠.”


그때 카르델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녀는 탐정이라는 말에 다른 쪽으로만 흥미가 생겼다.

“탐정 사무소? 알록 숌즈 같은?”


“아티 도일의 소설에 나오는 탐정은 실제로 없습니다. 실제로는 용역 깡패들이 대부분이고요. 돈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라 신뢰할만한 자들은 아닙니다.”


피카니가 우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습니까. 우리가 둘로 나뉘어서 임무를 맡을 수도 없으니 사람을 사는 수밖에 없어요.”

하딘이 의견을 말했다.

“핑커튼의 천박한 놈들에게 이런 중대사를 맡긴다는 게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일리 있는 말이야. 우리만으로는 너무 힘들어.”


카르델은 위를 바라보며 한숨을 푸욱 뱉었다.

“그렇게  거라 칩시다. 놈들을 어떻게 부려먹을 겁니까?”

“일단 마족 땅까지 가는 임무는 제외시켜야겠지. 놈들에게는 그럴 능력도 없을뿐더러 의뢰를 받지도 않을 거다. 그 일행들을 보는 대로 붙잡으라고 의뢰할 수밖에.”


“과연 그 놈들을 핑커튼이 잡을  있을까요?”


하딘은 콧수염을 손으로 한 번 쓸었다.

“일단 눈이라도 늘려두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 핑커튼은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면 대부분 직원을 파견해두었다. 누군가를 추적하려면 이만한 방법이 없지.”

“비슷하게 생긴 죄 없는 사람을 죽여 버리고 현상금을 요구할지도 모르죠. 그러고도 남는 놈들입니다.”


아비투스가  말에 반박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사쿠라비랑 고위 마족이잖아.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기나 하겠어?”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 때문에 심란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피카니의 의견은 이제 현실적인 대책으로 위상이 올랐다. 피카니도 분위기를 읽고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대위님하고 저는 핑커튼에게 의뢰를 해보겠습니다. 그때까지 여러분들은 저녁까지 쉬고 계세요. 향후 일정은 저녁에 다시 모여서 고민해봅시다.”

하딘은 잠깐 이리저리 눈을 굴려보다가 피카니를 따라서 일어났다.











아자리의 일행들은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막대기를 땅에 꽂아두고 그림자가 움직이는 정도로 시간을 쟀다. 각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산책을 하거나 눈을 붙이면서 알아서 쉬었다. 아무리 친해진 사이라고 해도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레스는 갖고 있는 총알을 모아서 살펴보고 있었다. 쓸  있는 총알은 10발 밖에  됐다. 나머지는 겉이 찌그러져서 함부로 쐈다가는 사고가  위험이 있었다. 그는 불량품들을 분해해서 화약과 뇌관, 탄두를 분리해서 따로 모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볼버를 분해해서 안쪽을 청소했다.


산책을 나갔던 샤카자이아는 여러 가지 과일과 버섯들을  아름 들고 돌아왔다. 그때 레스는 빈총으로 빨리 뽑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샤카자이아는 갖고 온 음식들을 상자에 넣어두고 근처로 와서 구경했다.

그는 권총을 계속 뽑고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망토가 펄럭거렸다. 일부러 팔을 움직이기 불편하게 망토를 벗지 않는 거리라. 뽑는 속도는 빨랐지만 레스의 실력을 생각하면 기대에  미쳤다. 심심해진 샤카자이아가 말을 걸었다.

“그것보다 더 빨리할 수도 있는가?”


“할  있지만 그러면 손이 얼얼해. 지금은 근육에 동작을 기억만 시켜두는 거야.”


참고로 현대에서 측정된 빨리 뽑기 기네스 신기록은 0.25초라고 한다.

연습을 마치고 레스는 터번을 고쳐 쓰며 말했다.

“아자리 봤어?”


“짐칸에서 자고 있다.”

“잘 자고 있는 단테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제 출발해야겠네.”

10분 뒤. 마차는 다시 움직였다. 아직도 몸 상태가 성치 않았던 아자리는 지팡이와 모자를 끌어안고 잠에 빠져있었다. 샤카자이아가 그녀에게 무릎베개를 해줬다. 꽤 깊게 잠들었는지 아주 큰 소리만 내지 않으면 깰 거 같지 않아서 레스가 말을 꺼냈다.

“아직 신경 쓰이는  있어. 너희 마을 사람들은  사금을 쓰지 않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단테도 반응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요즘은 금의 시세도 장난 아니게 높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샤카자이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금을 캐려면 강 밑바닥을 거칠게 휘저어야만 한다. 그러면 물고기들이 숨을 쉬지 못해. 한 번 탁해진 물은 회복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물고기는 더러워진 강으로 돌아오지 않고 숲의 주민들도 물을 마시지 못해. 예전에 우리도 어리석게 터전 하나를 망친 적이 있었다. 추장님이 너한테 보여줬던 사금도 그때   중 일부분일 거다.”


거기까지 미처 생각 못했던 단테와 레스는 그 깊은 이유에 탄복했다.

“만일 그 도적들이 사금을 모조리 쓸어버렸다면 숲의 생태계가 망가졌겠군요. 저는 여러분들이 사금 채취를 막은 게 이익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도 평소에 조금씩 캐면서 금을 모으고는 있다. 추장님이 그렇게 지시하셨다. 언젠가 우리 부족이 이 땅을 떠날 때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하셨다. 그전까지는 금의 존재를 알리지도 말라 하셨고 쓰는 것도 금지하셨다. 너에게 금을 보여준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는 제국에게 땅을 빼앗기지 않았지만 추장은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고 예견한 것이다. 부족의 안위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레스에게는  이야기가 남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직 캐지 못한 금은 얼마나 돼?”


“전부 캔다면 비밀 동굴을  채우고도 남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떠나기 전에 다 캐는 건 무리겠지. 고향이 제국에게 넘어간다면 결국 숲은 황무지로 바뀌고 강은 말라버릴 거야.”


단테가 씁쓸하게 말했다.


“그게 바로 문명 세계죠.”

샤카자이아는 한 호흡 뜸을 들이고 다시 말했다.

“나는 어머니도 만나고 싶지만 우리 부족이 이주할 또 다른 땅도 찾아볼 생각이다. 아직 살만한 주인 없는 땅이 남아있을 지도 몰라.”

새벽에 그녀가 말했던 부족을 대표해서 바깥을 정찰한다는 소리가 그런 의미임을 깨닫고 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테의 대답은 냉정했다.

“그건 어려울 겁니다. 제국과 마족 연합이 전쟁을 한 이유가 주인 없는 땅이 사라져서니까요. 1840년대에 골드러시가 터진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황무지로 몰려들었죠. 인간하고 마족을 구분하지 않고요.”

레스가 그 말에 거들었다.

“총잡이들의 전성시대이자 원주민들이 학살당한 시절이지.”


“마족 연합과 제국 모두 자기 마음대로 국경을 정하고 군대와 개척자들을 앞으로 보냈습니다. 몇 년 전에 기어코 두 세력이 충돌했고요. 아돌프 허스트와 휼리처의 신문 전쟁을 시작으로 기어코 진짜 전쟁이 터진 거죠.”


샤카자이아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신문 전쟁?”

레스가 대신 대답했다.


“핵심은 우리들 때문에 너희들이 살만한 땅을 구하기 어렵다는 거야. 그 점에서 너희 추장님은 정말 현명하게 생각하셨어. 바깥세상은 돈이 전부야. 네가 할 일이라면 믿을 만한 마족 연합의 귀족이나 권력가를 찾아내서 땅을 사고 자치권을 얻을 수 있도록 부족들을 인도하는 거겠네.”


샤카자이아는 호오 하는 소리를 내며 조금 감탄했다.

“사실 나는 바깥세상을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너희들 덕분에  목표가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모두들 고맙다.”


단테는 모자를 슬쩍 움직여서 인사를 보내고 마차를 모는 일에 집중했다. 레스는 과일 하나를 꺼내서 먹다가 또 다른 생각에 빠졌다.

“생각해보니 아자리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텐데.”

“아자리의 가문은 평판이 좋다고 했었지? 분명 누군가가 편이 되어줄 거다.”

“편만 되어줘서는 충분하지 않아. 아자리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아자리가 여기에 있다는 건 아군보다 적들이 더 많았다는 의미야.”


샤카자이아는 가늘게 숨을 뱉었다.


“저편에는 마왕의 세력이. 이쪽으로는 제국이 있군.”

“그리고 중간에 우리들이 있지.”


레스가 재빨리 그녀가 하려던 말을 가로챘다.


“너무 위험해. 넌 이럴 줄 알고도 아자리의 편을 들어준 건가?”

“알았을 리가 있나. 그러고 보니 내가 아자리하고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줬던가.”

“아니.”


마치 바퀴 움직이는 소리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제대로 된 길을 밟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샤카자이아는 아침에 자기가 레스로 뚫어버린 천막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는 감회가 남달라보였다.

“이제부터는 내가 가본 적 없는 땅 뿐이야.”


감격에 겨운 그녀를 향해 레스가 말했다.

“무슨 기분인지는 나도 아는데 하루 지나면 별거 아니더라고. 즐겨.”


그리고 레스는 과일을 씨앗까지 통째로 씹어 먹고 삼켰다. 샤카자이아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서 그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니 물어보는  까먹었군. 결국 네가 마왕을 붙잡았다는 이야기는 정체가 뭐냐?”

끝까지 피하고 싶었던 이야기여서 레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입가를 옴죽거리기만 했다. 샤카자이아도 이번에야 말로 전말을 파악한 생각이라 눈에서 광선이 나올 기세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적을 깬 건 둘의 수다 소리에 잠을 깬 아자리였다.

“내가 대신 말해줘요?”


조금 짓궂은 말투로 아자리가 레스에게 말했다. 레스가 애라 모르겠다는 듯 손짓을 하자 아자리는 몸을 일으킨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국군 사이에 있었던 금발머리 남자 기억해요?”

“잊을 리가. 기분 나쁜 놈이었다.”


“그 사람은 레스의 동료였어요. 친구였는지는 모르겠네요. 저도 자세히 듣지는 못해서.”

레스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지금 우리들의 관계랑 비슷했어. 예전에는.”

아자리는 이야기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6개월 전에 두 사람은 우연히 마족들의 캠프 하나와 마주치고 싸웠어요. 치열한 사투 끝에 레스와 피카니는 거기 있던 우두머리를 붙잡고 인질 삼아서 빠져나왔는데 그게 사실 마왕이었어요.”

집중해서 듣고 있었던 샤카자이아가 자기도 모르게 단발마를 냈다.

“뭐?”


아자리도 그 심정은 이해가 갔다.


“나머지는 직접 말할래요?”

레스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 정말 싫었지만 동료 사이라면 서로 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얼핏 보기에는 인간하고 거의 비슷했어. 머리카락은 계집처럼 치렁치렁하게 길렀고  한쪽을 앞머리로 가렸는데 뿔은 길쭉해가지고 왕관처럼 생겼지. 아자리를 남자로 바꿔서 방금 말한 특징을 붙이면 거의 비슷할 거야.”

“그 자식 맞아요. 진짜로 붙잡은 거 맞네요.”

새삼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자리는 레스의 설명을 듣고 사건의 심각함을 다시 느꼈다. 샤카자이아가 질문했다.

“너희 둘의 실력이 상당한  알고 있지만 어떻게 고작 둘이서 이길  있었지?”


레스는 뒤통수를 긁적이고 말했다.


“뭐... 그때는 진짜 살인할 각오로 싸웠으니까.”

아자리와 샤카자이아는 자기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샤카자이아가 물었다.


“죽을 각오가 아니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놈들은 무장 상태가 비교적 가벼웠어. 반면에 나하고 피카니는 탄약이랑 다이너마이트까지 잔뜩 있었고. 게다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연회를 벌여서 술에 취한 놈이 절반은 되더라고. 미리 무장하고 있었던 경호원은 대충 스물 정도 밖에 안 됐지.”

아자리가 말했다.

“그래도 마왕 직속의 친위대라면 장난 아니었을 텐데요.”

“자세히 말해줄 수도 있지만 자기 자랑 밖에  되니까 생략할게. 하여튼 붙잡고 가는 내내 그놈에게 말도 걸어보고 어떻게든 정체를 알아보려고 시도는 해봤지만 말을 한 마디도 안 하더라고. 급한 문제도 생겨서 정체 파악은 포기해버렸지.”


헛기침을   하고 레스는 다시 이야기했다.


“우리가 갖고 있던 지도가 아주 예전 물건이어서 실제 지형하고 차이점이 생기기 시작한 거야. 예상하지 못한 갈림길에서 고민한 끝에 동전 던지기로 그놈을 누가 데리고 갈지 결정한 다음 피카니하고 작별했어. 우리 팔자도 거기서 갈려나갔지.”


레스는 여기까지 말하면 충분하겠거니 하고 말을 끊어버렸으나 샤카자이아는 끝까지 듣고 싶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데?”


그는 뱃속이 죄여오는 감각을 견디며 힘겹게 말했다.

“피카니는 운이 좋아서 정찰을 나갔던 레인저들과 만났지. 네가 새벽에 때려눕혔던  친구들일 거야. 레인저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마왕이 웬 듣도 보도 못  녀석에게 잡혀있다니.  뒤로 피카니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몰라. 하여튼 놈은 마왕을 붙잡은 용사가 됐고. 나는... 여전히 황무지에 있었지. 그리고 피카니는 나에 대한 건 전혀 말하지 않았어. 어차피 내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요전에 결투를 벌였던 그날 레스가 워낙 태연하게 받아넘겨서 아자리도 덩달아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만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그가 느꼈을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아자리는 상상도 안 갔다. 레스는 필사적으로 감정기복 없이 덤덤하게 이야기했으나 태연히 듣기에는 그 안에 담긴 진실이 너무 가혹했다. 샤카자이아는 울음을 참지 못해서 목소리가 슬펐다.


“그 금발 머리는 네가 살아있는지 알고 싶기는커녕 추모조차 할 생각이 없었단 말이야? 서로 등을 맡긴 동료가 세상으로부터 잊혀 져도 상관없었다고? 대체 그런 녀석을 어떻게 살려줄 수 있었던 거냐?”

레스는 숨을 길게 쉬었다.


“어쨌든 놈은 용사잖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너희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일단 인간 종족이고. 인간들은 용사가 필요하니까.”


아자리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꾹꾹 참느라 억양이 결여된 말투로 말했다.


“그때 피카니를 죽였으면 제국의 계획도 늦출 수 있고 당신의 복수도 할  있었잖아.”


아자리가 갑자기 과격한 말을 쓰는 바람에 레스는 기분이 언짢았다.


“내가 살인자라도 좋겠어?”

“답답해죽겠다고! 인간들이 걱정된다는 주제에 나하고 여행은  해?!”


단테는 마차 짐칸에서 들려오는 소란을 전부 듣고 있었지만 일부러 끼어들지 않았다. 자신이 어설프게 끼어봐야 분위기만 더 나쁘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묵묵히 마차를 모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레스는 아자리의 도가 지나친 말에 벌컥 화를 냈다. 그는 갑자기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고 묵직하게 어조를 내리깔고 말했다.


“네가 어리다는  알고 있지만 가려서 말해. 다른 사람들이 불안해하잖아.”

야단을 듣고 나서야 아자리는 자기가 잘못 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샤카자이아는 말을 잃고 슬픈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아자리는 코를  번 훌쩍이고 겨우 말했다.

“죄송해요.”


“왜?”

“저는... 당신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같아서 무서웠어요. 언젠가 갑자기 편을 바꾸는 건 아닐까 하고 겁이 났어요... 내가 멍청이죠. 당신이 우리를 위해서 목숨을 얼마나 걸어줬는데.”

샤카자이아가 용기를 내서  사람을 중개해줬다.

“레스에게도 조금은 원인이 있다. 네가 그렇게까지 단호한 태도를 취하질 않으니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으니까. 나조차도 한 순간 의심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아자리. 한 가지만 보지 말고 다른 점도 바라보고 믿어주는 게 동료다.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모르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레스도 분명 번뇌로 괴로웠겠지. 하지만 배신 따위 할 리가 없다는 증거로 내가 너희들을 믿고 따라오지 않았는가.”

집중해서 그 말을 들은 레스와 아자리의 얼굴에서 서서히 앙금이 사라져갔다. 둘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서 이해해주면서도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샤카자이아는 제대로 지적했다.  사람은 그녀를 향해 진심으로 감사를 담아서 말했다.

“고맙다.”

“고마워요 언니.”

단테는 이제 안심하고 마차를 몰았다. 그의 시야 저편에 또 다른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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