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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2권] 34회 - 네 번째 방법 (34/188)



〈 34화 〉[2권] 34회 - 네 번째 방법

땅이 거칠어져서 말발굽과 바퀴들은  밟는 소리 대신 흙과 모래 밟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직 반쯤 시들어버린 잡초들이 끈질기게 서있었을  더 이상 그들이 걸어왔던 평원과 숲의 생명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이 본격적으로 황무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여러분. 이쪽으로 와요.”

단테는 품에서 쌍안경을 꺼내고 잠시 마차를 멈춰 세웠다. 짐칸에 있던 사람들이 단테에게 몰려왔다. 아자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그는 아자리에게 쌍안경을 주면서 먼 곳을 가리켰다.


“저쪽에 마을이 하나 있어요.”


시력이 좋은 레스와 샤카자이아에게도 마을이 보였다.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은 작은 민둥산 아래로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아자리가 쌍안경에서 눈을 때고는 물었다.


“이상하네요. 여기 근처에 사람 사는 마을은 없을 텐데.”

레스가 궁금해서 끼어들었다.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틈날 때마다 지리를 공부해놨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도움이 될까봐. 지도에 샤키 언니가 사는 마을은 나오지 않았지만요.”


단테는 자신의 접이식 지도를 꺼내서 모두 볼 수 있게 펼쳤다.


“따분하겠지만 집중해주세요. 앞으로 여행 일정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우리들 상황이 어떤지 말하겠습니다.”

레스는 한쪽 무릎을 세워서 거기에 자신의 팔을 올렸고 아자리는 두 손을 모아 다소 곳이 앉았다. 샤카자이아는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았다. 단테는 지도를  찔렀다. 그의 손가락이 제국의 국경 바깥 부분에 찍혔다.


“여기가 지금 우리들 위치입니다.”

세 사람 모두 지도를 보느라 내렸던 시선을 단테에게 향했다. 모두 납득을 못했다. 아자리가 일행들을 대표해서 질문했다.

“우리가 벌써 국경을 넘었다고요? 숲을 나와서 이동한지 30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국경수비대도  보이고 철조망이나 나무 울타리도 없잖아요.”


“좋은 질문이에요. 어제 하루 동안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제가 국경을 완전히 넘으려면 3일은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죠. 일단 제국의 국경선이 완전히 개판이라는 걸 알아두세요. 여기 지도에는 편의상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국경이 그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존재조차 안 하고 있어요. 제가 여태껏 잡상인 노릇을 할  있었던 비결이며. 그 마왕군 놈들이 여기에  수 있었던 이유지요.”


레스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럼 실제로 국경수비대는 어디에 있어?”


단테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여기서 말을 탄다면 반나절 정도 떨어져있지요. 어제 레인저들이 새벽부터 계속 달려서 그쪽으로 갔다면 오전 8시쯤에 도착했을 겁니다. 실제로 설치된 국경선과 병사들의 순찰 지점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지도에 그어져 있는 검은색 줄에 비하면 실제로 관리되고 있는 국경은 티끌이나 다름없었다.


“왜 이렇게 허술한 거야?”

“이유야 많죠. 예전에 제국이 무턱대고 개척지를 늘리면서 국경도 점점 바깥으로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실제 지도 측량과 국경선의 위치가 어긋났어요. 간신히 실제 국경에 맞춰서 지도를 다시 그렸더니 이번에는 전쟁이 터져서 국경 위치가 또 바뀌었죠.”


아자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측량사들의 고통이 느껴진다는 듯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도 그리는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았나요?”


“사실 제가 말한 국경이 움직인 사례는 극히 일부분이에요. 이것보다 시답잖은 사연도 많아요. 전쟁은 계속 다가왔고 인간들은 국경에 써야할 인력과 예산을 국경 바깥의 군대에게 보내야만 했죠. 덕분에 지금 우리가 편해졌고요.”


세상물정 모르는 샤카자이아도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한소리 했다.


“우리 부족은 이딴 놈들에게 정복당할 운명인 건가.”


“마침 레이디가 말을 했는데. 이곳에 국경과 순찰 병력이 없는 이유에 슈슈니 부족과  험난한 숲도  몫하고 있습니다. 괜히 여러분들을 자극하면서까지 여기로 돈과 병력을 쓰기는 싫다는 거죠.”


샤카자이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서 뚱한 표정을 지었다. 단테는 설명을 이었다.

“물론 제국도 바보는 아닙니다. 국경수비대의 경계망을 벗어난 지역을 맡는 병력도 따로 있어요. 하루 일과로 담당 구역을 잠깐 둘러본 다음 돌아갈 때가 있는가 하면 행군과 야영을 반복하면서 며칠을 매복해 있기도 하죠.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이  돼요.  감시 지역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제국을 벗어난 게 아니에요.”


아자리는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었다.

“국경을 넘으려면 3일은 걸린다고 했던  이런 뜻이었군요.”

“게다가 저 앞으로는 숨을 곳이 없는 메마른 허허벌판이 길게 나옵니다. 우리들 모습이 몇 킬로미터 바깥까지 보이죠. 이제부터 이 고비를 넘어갈 방법에 대해서 의논할 겁니다. 어제 저 혼자서 일정을 결정했다가 크게 일을 내버렸으니까요.”


레스가  말을 듣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면 샤키가 서운해 하잖아.”


샤카자이아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다들 진지하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돼.”


단테는 살짝 긴장을 풀 겸 작게 웃음소리를 내고 손가락을 하나 펼쳐보였다.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방법 하나. 운을 믿고 이대로 간다. 만일 성공한다면 하루 만에 고비를 넘길 수 있어요. 실제로도 마왕군이 여기까지 왔으니까 가능해요.”


아자리가 바로 결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피카니 일행들이 우리를 쉽게 보내줄까요?”

딱 한마디였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깨달았다. 피카니 일행들은 자신들을 붙잡았을 때 국경수비대로 향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지금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그곳으로 향했을 거다. 국경수비대가 평소였다면 마왕군을 흘려보낼 정도로 군기가 개판이었겠지만 피카니 일행들이 그걸 내버려뒀을 리가 없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운에 맡긴다는 전제부터가 어리석었다.


단테는 고개를 끄덕여서 아자리의 말을 이해했음을 표현하고 능숙하게 내용을 진행했다.


“두 번째. 방해물이 보이면 힘으로 뚫고 간다.”

샤카자이아가 바로 반응했다.

“처음하고 다를 게 뭐냐. 최대한 양보해서 금발머리와 레인저들을 물리쳤다 쳐도 나머지 제국군은 무슨 수로 따돌리겠나.”

길게 논의할 필요도 없어서 레스가 다음 내용을 재촉했다.

“세 번째는?”

“제국군의 감시가 닿지 않는 경로로 간다. 당장 코앞의 위기만 피한다면 가장 현실적이지만 문제가 있어요. 아까 가리켰던 마을 뒤로 민둥산이 보이죠?”

일행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저 민둥산을 통해서 넘어가는 겁니다. 마차로는 절대 못 지나가죠. 앞으로 가야할 길이 3000km에 가까운데 벌써 마차를 포기하는  부담이 큽니다.”


이동수단 없이 맨 다리로 여행하는  얼마나 고된지 알고 있었던 레스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샤카자이아가 단테를 바라보고 말했다.


“마차는 바깥에서 새로 사면되지 않을까? 사실 최후의 상황을 위해서 나중에 말하고 싶었지만 마을을 떠나기 전에 내가 지금까지 모아온 사금도 챙겨왔다. 마차를 다시 사는 것 정도는 문제없어.”


단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마차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거래가 활발한 마을은 한참을 가야 나옵니다. 가는 내내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 걸을  있다고 쳐도... 어디보자, 아무런 짐도 들지 않은 사람은 보통 한 시간 동안 약 6km를 걷습니다. 하루 동안 12시간을 걷는다면 약 72km가 되는군요. 제 지리 정보대로라면 마차를 새로 살 수 있는 마을까지 1주일은 걸립니다. 장애물 없이 일직선으로 갈 수 있다면요. 게다가 제국이 징발해가는 물자 중 최우선 순위가 말이에요. 살 수 있는 말이 남아있으리라는 장담도 없죠.”


아자리는 거기서 단테의 말을 끊었다.

“그런데 단테 씨는 평소에 어떻게 국경을 넘었나요?”

“뇌물이요.”


“효과적이었나요?”

“항상 통했죠. 국경 수비대 병사들은 가난하니까요.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이제 네 번째 방법을 찾으러 가야죠. 저 마을에서요.”

마지막 마디에서 단테는 저 앞을 손으로 가리켰다.

“결국 저 마을 정체는 뭔데?”

레스의 말에 대답하기 전에 단테는 마차를 움직였다. 고삐를 이리저리 당겨가며 단테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금광 근처에 세워진 마을인데 얼마 못가 금맥이 고갈되자 순식간에 유령 마을이 됐습니다. 제국 바깥의 개척지와 황무지에는 저런 유령 마을이 흔해요. 지금은 저와 같은 암거래상이나 무법자들이 모여드는 소통의 장이죠.”


레스는 단테가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처음부터 그리 말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금 대화 덕분에 그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 절감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 깊게 생각해보니 만일 단테가 본론만 말하겠다며 바로 마을로 향했다가는 온갖 질문이 뒤섞여서 시간을 더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레스는 불만을 깨끗하게 잊고 덤덤한 말투를 썼다.


“만일 저기서 네 번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까 말했던 세 가지 방법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수밖에요. 일단 오늘은 다른 걱정하지 말고 정보를 얻는 것과 휴식에만 신경 쓰세요.”


“알았어.”

일행들은 마차의 앞쪽을 바라보며 점점 가까워지는 마을의 모습을 관찰했다. 주위에는 하얀색 석회질 흙 위로 묘목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펼치듯 손가락뼈처럼 앙상하고 하얀 가지를 뻗고 있었다. 바람과 공기에는 물기가 전혀 없었고 점심이 지난  얼마나 됐다고 벌써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마차가 마을까지 닿는 동안 레스는 평소대로 다시 잡담이나 시작했다.

“겨울이 되기 전에 너하고 만나서 그나마 다행이야. 벌써 가을이 끝나 가나봐.”

아자리는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여정을 시작하게 된지 1주일도  지났는데 벌써 한참은 지난 거 같았다. 그녀는 물기가 맺힌 눈으로 레스를 바라보았다.

“그 오두막에서 겨울을 나는 건 힘들었어요. 우물에서 길러놓은 물은 아침에 얼어서 세수는커녕 마시지도 못했고. 얼어 죽기 싫었던 버려진 개나 도둑고양이까지 제 집으로 들어오곤 했죠. 그렇게 기어온 녀석들을 껴안아서 같이 밤을 견뎠어요.”

그녀의 넋두리를 듣고 레스와 샤캬자이아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팠다. 레스가 아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서 널 돌봐주거나 같이 지냈던 사람은 없었어?”

“제가 거부했어요. 누군가 제게 오면 혹시 나쁜 사람일지도 몰라서 불안했고. 좋은 사람이라면 저 때문에 휘말릴까 무서웠어요. 다행히 몇 번 의사 노릇을  덕에 종종 여유가 생긴 주민들이 가장 먼저 제게 베풀어줬어요.”


“잘 버텼어.”


생각을 하다가 레스는 뒤늦게 지금껏 깜빡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품속에서 아자리의 수첩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그걸 본 아자리는 여태껏 잃어버린 줄 알았는지 깜짝 놀란 다음 크게 안도했다.

“내 여행기! 맙소사 왜 진작 말  해줬어요?”


“바로 줬어야 했는데 나중으로 미루다가 그만 깜빡했네.”


아자리는 수첩을 받고 이유를 알았다. 수첩에는 말라붙은 피가 흠뻑 묻어있었다. 안쪽의 페이지까지 피로 젖어서 버석거리고  비린내가 풍겼다. 지난 새벽에 레스가 총을 맞았을  묻은 것이다. 수첩의 페이지를 한  한 장 넘겨가며 말없이 핏자국을 보고 있던 아자리에게 그가 다시 말했다.


“칼로 어떻게든 달라붙은 낱장을 때어냈어. 내용은 안 봤으니까 안심해. 애초에  너희들 말도 모르니까.”


아자리는 들고 있던 고깔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바로 옆자리에 있었던 샤카자이아는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보였다. 샤카자이아는 레스에게 말을 걸어서 아자리에게 쉴 시간을 줬다.

“너는 무슨 꿈이 있는가? 이번 여행의 목적 말고 원래 품고 있던 목표 말이다.”

“연방 보안관.”


“그냥 보안관하고 무슨 차이지?”

“보안관은 그냥 마을 사람들이 골라서 뽑는 거야. 연방 보안관은 나라에서 인정해준 총잡이고. 배치된 지역으로 가서 치안을 지키는 연방 보안관은 ‘파수꾼(센티널)’, 내려진 임무를 수행하러 항상 말을 타는 ‘집행관(엔포서)’, 그리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순회자(서큘레이터)’까지 세 종류가 있지. 내가 지망한 건 ‘순회자’였어.”


호기심 많은 샤카자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순회자’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떠돌면서 부패한 관리나 보안관을 찾아내서 붙잡는 게 일이야. 위험하고 고된데다가 평소에는 나라의 지원을 받지도 못하지만 총잡이 중에 이보다 명예로운 일은 없어.”


레스는 팔짱을 낀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두드렸다.


“그런데 연방 보안관은 제국 귀족 밖에 못하더라고. 스승님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게 이런 의미일 줄은 몰랐지.”

그는 여태껏 개인사를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모두 신경 쓰여서 그를 보았다. 마차를 몰고 있었던 단테도 귀를 열었다. 샤카자이아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스승? 어떤 사람이었나?”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 권총은 스승님 물건이야.”

“자세히 봐도 될까?”

그는 권총을 뽑아서 안에 들어있던 총알을 꺼낸 다음 세련된 동작으로 총을 돌려 손잡이 쪽을 샤카자이아에게 향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아자리도 관심이 있어서 새빨개진 눈으로 같이 구경했다.

총은 광택 없는 검은색 금속 그대로 무뚝뚝한 자태를 자랑했다. 총구는 손가락 끝부터 손목까지 닿을 만큼 길었고 몸통에는 이국적인 문화를 담은 문양이 황동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탄 삽입용 마개를 펼치고 약실 원통을 도르르 굴리며 안쪽도 구경했다. 권총 속에는 미개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인의 정성과 인류의 기술이 낭비 없이 들어있었다. 손잡이는 흑단나무로 만들어져서 보기에도 근사했고 무게중심도 절묘했다. 샤카자이아에게는 인간들이 자신의 고향을 침범하게 된 원흉이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 힘에 매료되어 계속 어루만지고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레스, 이거 지나치게 새것 같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글쎄.”


권총 표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기는 하나 전부 티끌이나 자잘한 손때일 뿐 흠집이나 생채기는 전혀 없었다. 레스처럼 험하게 여행해온 사람이  물건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빈손을 이쪽으로 내밀자 샤카자이아는 권총을 돌려주며 다시 물었다.


“이 권총에는 이름이 있는가?”

“없어. 그런 유치한  안 해.  권총에 새겨진 장식도 원래 만들어졌을 때 있었던 거야.  스승이 그렇게 말했어.”

말을 마치고 레스는 멋 부리지 않고 평범하게 권총을 총집에 꽂아 넣었다.

“네 스승은 뭐하는 사람인가?”

“우리 부족 사람은 아니야. 원래는 군인이었어. 그것도 술탄의 친위대.”

“술탄?”


아자리하고 샤카자이아 모두 표정을 바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중에 아자리는 저번에 관련있는 내용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왕을 뜻해. 사쿠라비에는 우리 같은 ‘바다위윤’만 있는 게 아니야. ‘투르크’들이 세운 ‘로스마니’ 제국이 대부분의 땅을 차지하고 있지. 내 스승은 밝히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군에서 도망쳐 나와 우리 부족한테 왔어. 그리고 지겹게 말하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고.”

겨우 아자리가 입을 열었다.


“그냥 솔직하지 못한 사람 아닐까요?”


샤카자이아도 맞장구쳤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레스는 살짝 인상을 쓰고 고개를 저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절대 그런 종류의 사람 아니야.”

“그만 인정하세요. 당신을 인정하고 꿈을 지지해줬으니까  권총을 맡긴 거잖아요.”

샤카자이아도 응응 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레스의 표정은 더욱 무감정해지고 있었다. 그는 뚱한 목소리로 일행들의 오해를 풀어주었다.

“애들아.  권총은 내가 마음대로 가져온 거야.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그 인간이 가장 먼저  죽이러 달려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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