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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3권] 80화 - 폭풍의 눈 (80/188)



〈 80화 〉[3권] 80화 - 폭풍의 눈




아자리는 온몸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서  늘어진 손길로 잔을 들고 물을 벌컥 마셨다. 피와 오물로 더러워진 헝겊과 급하게 붕대를 만드느라 찢어버린 셔츠 조각이 사방에 있었다. 단테하고 윈프리도 한바탕 난리를 겪고  탓에 반쯤 넋이 나간 상태다. 레스와 피카니가 위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왔다. 피카니가 조금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편히 주무시고 계십니다. 무슨 말로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윈프리가 피카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까부터 신경 쓰인 건데 당신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겠지?”

피카니가 무슨 말을 하든 상황이 복잡해질 거란 예감이 들어 아자리가 나서서 화제를 흐렸다.

“그나저나 레스. 총알에서 화약은 왜 꺼냈어요?”

레스가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기운 없는 얼굴로 앉으면서 대답했다.


“혹시 출혈이 너무 심해서 꿰맬 시간이 없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쓸려고.”

“그럴 일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당연한 소리지만 화약을 뿌리고 불을 붙여서 지혈하는 방법은 생각도 않는  좋다. 화약에 들어있는 불순물과 독성물질로 몸이 망가질 수 있다. 피카니와 레스는 그랬던 경험이 여러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자리의 눈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일행들과 다시 만난 이후로 거의 말이 없었던 단테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건지 말해주실 분?”

레스가 앞머리를 쥐어짜면서 뇌까렸다.

“좀 길어.”

“당연히 그렇겠죠.”

“일단 요쪽은 우리를 쫓을 여유가 없는 거 같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아직 모르고.”

레스가 팔짱을 끼고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피카니를 가리켰다. 단테가 눈을 껌뻑이고 피카니를 향해 물었다.


“샤키는 어떻게 됐고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꿇릴 입장도 아닌 듯하니 단테도 이젠 피카니를 상대로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생겼다. 피카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윈프리를 향해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자리  비켜주시겠습니까?”

윈프리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이제 당신이 누구인지 확신이 들었거든. 어지간하면 나도 내 눈을 안 믿었을 텐데 이 난리를 보고 있자니 의심할 여지가 없군.”


피카니의 눈빛에 초점이 사라졌고 살짝 벌린 입 사이로는 영혼이 새어 나왔다. 아자리도 일이 커질 거 같아서 당황했으나 거짓말로 수습하려고 해봤자 윈프리를 상대로는 소용없으니 본론부터 들어가기로 했다. 그녀가 피카니를 쳐다봤다.

“우리가 당신네를 잡고 있으니 댁이 먼저 말해봐요. 처음부터 하나씩 자세하게.”

“그런데 저희 마법사님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아자리가 작게 한숨을 뱉었다.


“아뇨. 방금은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시간만 벌었죠.”


레스가 말했다.


“마법약 같은 거로는 안 돼?”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한테 마법약을 쓰면 위험해요. 체질이 특수한 종족들이나 몸이 변이된 카우보이라면 모를까. 원래 약이 그렇듯 마법약도 본질은 독이에요. 게다가 세균이라는 개념조차도 발견된  겨우 몇십  전이에요. 제가 아는 한에서 패혈증 대책 수단은 없어요.”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아자리가 막힘없이 설명했다. 피카니가 눈가를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잠깐 침묵이 지나갔고. 이번에는 단테가 먼저 말을 꺼내봤다.


“어쩌다가 저렇게 된 건가요?”


피카니가 우울하게 절규했다.

“내가 지켜줘야만 했는데…. 저분은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사람 말이 안 들리는 모양이다. 몸도 성치 못한 데 마음고생까지 겹쳤으니 무리도 아니다. 결국, 이야기는 진행되질 않았다. 머리를 바에 박고 있는 피카니를 대신해서 레스가 말했다.

“납치당한 걸 구해온 참이야. 너무 복잡해서 설명할 엄두도 안 나네.”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됐더라고요.”

아자리가 끼어들었다. 피카니는 꿈쩍도  하고 있다. 단테는 한숨을 쉬고 화제를 바꿨다.

“일단 넘어가고. 앞으로는 어쩌시려고요?”

레스는 피카니의 눈치를 한 번 봤다.


“새벽이 지나기 전에 여기서 달아나야지.”


“샤키는 어쩌고요?”


“루나 씨하고 이 녀석이랑 교환할 거야.”


아자리도 지금 듣게 된 계획이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루나 씨도 자기 친구들에게 가는 편이 낫겠지.”


피카니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얼굴이 마치 억지로 되살아난 시체 같았다.


“잠깐, 달아난다고 했었냐? 우리하고 같이 제국으로 돌아가는  아니라?”

“너라면 인제 와서 포기하겠어?”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면  미친 거야. 가능할 리가 없잖아. 우리도 마찬가지기는 하다만 저쪽까지 수천 킬로미터는 돼. 아직 안 늦었어. 돌아갈 수 있을 때 돌아가!”

대화의 흐름이 레스와 피카니에게 완전히 넘어가서 나머지 사람들은 긴장하면서 보기만 했다. 갑자기 레스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우리도?’”


그는 바로 피카니의 말실수를 눈치챘다. 피카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표정만 굳혔으나 결국 다른 꿍꿍이도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레스도 이내 거기까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으나 그 점에는 관심 없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됐고. 샤키는 어디에 있어? 시간 없으니까 바로 말해.”


“나도 몰라.”


“뭐?”

어처구니가 없어서 레스는 목소리가 뒤집혔다. 다른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난 지금 무단으로 혼자 돌아다니는 중이야. 여태껏 네 친구가 붙잡혔는지도 몰랐어.”

“일행은 어디에 있어?”


“은신처에 있겠지. 그런데 지금 어떤 은신처에 있는지 모르겠어. 우리가 습격을 받은 뒤로 머무르는 장소를 계속 옮기기로 했거든.”

레스는 오만상을 쓰며 뒤통수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그러니까…. 습격을 받았을  루나 씨가 납치당했고, 넌 그대로 친구들한테 말도 안 하고 마음대로 뛰쳐 나왔다고?”

“제국군 진지 한복판에서 대놓고 총격을 받았지. 상황이 무척  좋아. 하딘 대위도 그때 총에 맞아서 기절해버렸어. 내통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병력 지원도  해. 일행에게 같이 싸우자고 해봤자 반대할  뻔하니…. 고민할 시간에 움직이기로 했지. 어차피  허락 받을 필요도 없으니까.”

“출세하고 나서도 말썽을 달고 사는구먼.”

그때 단테가 반사적으로 딴죽을 걸었다.


“그쪽이 말하니 느낌이 묘하군요.”

레스는 말문이 막혀서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뻐끔거렸다. 아자리가 실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둘이 천생연분이네.”

여태껏 생각에 빠져있던 윈프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의 주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녀가 말했다.


“지금 너희들에게 가장 급한 게 저 아가씨 살리는  맞지?”


아자리가 대답했다.

“급한 일이 많기는 하지만…. 네. 당장은 그게 제일 급하죠.”


샤카자이아도 걱정됐지만 아자리는 의사가 지녀야 할 책임감도 투철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기억났어. 톤토라면 패혈증을 치료할 수 있어.”


아자리가 주변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톤토? 들어봤던 이름 같은데 누구였지?”


피카니가 반응했다.


“이름이라면 나도 들어봤어. 분명 이곳의 유일한 마법 가게 주인이었죠?”

윈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 땅에서 살고 있던 부족의 주술사야. 고치는 걸 직접 봤어. 분명 저 아가씨만큼 감염이 심각한 사람이었는데 주사 한 번으로 병원에서도 거절한 환자를 살려냈어.”


“패혈증을 고치다니. 세상에나.”

아자리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레스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술사가 주사로 사람을 고쳤다고? 조합이 심하게 특이한데.”

아자리가 설명해줬다.


“그냥 시대를 받아들인 거겠죠. 원주민은 주사기 쓸 줄 모를 거 같아요?”

“말 되네.”


피카니는 그딴 것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어디로 가면 찾을  있습니까?”


“아마 ‘롱 라이더스’가 데리고 있을 거야. 톤토의 가게가 놈들 구역에 있으니까.”

피카니가 한숨을 쉬고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아뇨…. 거기라면 이미 가봤습니다. 그런 사람 없었어요.”

“이미 가봤다고? 대체 그게 무슨…. 오.”

“오.”

단테도 윈프리의 말에 맞춰서 작게 감탄했다. 아자리하고 레스는 당연히 무슨 영문인지 알 턱이 없었다. 레스가 말했다.

“뭔데요? 저도 좀 압시다.”


단테가 대답했다.

“오전에 그 갱단이 반쯤 박살 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격담으로는 그들하고 맞서 싸운 사람이 겨우 세 명이라던데. 이제 연결점이 생기네.”

아자리하고 레스는 비난과 경악이 반쯤 섞인 눈빛으로 피카니를 째려봤다. 윈프리가 시선을 한 번 위로 들어 올리고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나름 별일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도 있네.”

여하튼 톤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으니 세 사람은 제각기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신음했다. 거의 1분간 그러다 아자리가 먼저 정적을 깼다.

“커피 있나요?”

윈프리가 대답했다.


“원두는 없고 즉석만 있어.”

여담으로 인스턴트 커피는 남북전쟁 당시에 농축된 커피를 연유와 섞어서 통조림으로 만들어 대운 물에 타서 먹던 게 시초라고 한다. 인스턴트 분말 커피는 1901년에 개발됐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주문을 받은 윈프리는 휴대형 오일 버너의 불을 켜고 주전자를 올렸다. 기름 타는 특유의 냄새를 맡고 있자니 취할  같았다.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을 바라보며 레스가 중얼거렸다.

“뭐하지?”

피카니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주술사부터 찾아야 해.”

“어떻게?”


“어떻게든 한 놈만 잡아서 족쳐봐야지. 그럼 뭐든 나올 거야.”

“샤키부터 돌려줘.”

“말했잖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단테가 끼어들었다.

“줄곧 하고 싶었던 말인데 그냥 핑커튼 사무소로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고용한 핑커튼이 샤카자이아를 데려갔어요.  자꾸 말을 돌리십니까?”

아자리와 레스는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핑커튼이라는 말이 나오자 윈프리 씨가 이쪽의 눈치를 한 번 살폈다. 피카니가 바로 대답했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핑커튼을 대규모로 고용할 생각이었지만 상당수가 이미 갱단하고 내통하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지금 거기로 갔다간 어떻게 될지 뻔하지요.”

레스가 더는 못 참겠다는  버럭 화를 냈다.

“우리는 네 친구를 구해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너만 자꾸 몸 사릴 거야? 그러고도 사내새끼냐고?!”


“하얀 모자. 진정해.”

윈프리가 인스턴트 커피를 일행들에게 한 잔씩 내밀면서 레스를 진정시켰다. 레스가 숨을 가다듬고 분을 삭이자 그녀가 티스푼을 각자의 잔에 꽂아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핑커튼에 대해서라면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어. 갱단하고 내통하고 있는 탐정이 많다는  사실이야. 돈만 되면 의뢰는 가리지 않으니까.”

레스가 뇌까렸다.

“제기랄….”


“그래도 믿음직한 탐정도 있어. 그들에게 사정을 말해준다면 분명 도움이 되어줄 거야. 지금은 다들 행방이 묘연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실마리가 나올 거야.”


인제 와서 다른 사람을 찾아다닐 여유도 없지만 할 일이 막막했고 도움이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아자리는 일단 얘기라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이기에?”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왔다. 뜬금없이 가게 안의 벽 한쪽이 덜컥하고 열리더니 안에서 더플백을 맨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피부는 검붉었고 파리한 얼굴 위로 콧날이 소총의 가늠자처럼 예리했다. 머리에는 하얀색 밀짚으로 만든 중절모를 썼다.


“굳이 찾아다닐 필요 없네.”

나무 피리처럼 맑고 울림 있는 목소리였다. 윈프리는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뒤이어 그를 따라오는 사람 몸집만  늑대를 보고 일행들은 연달아 놀랐다. 그 와중에 레스가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왜 저기서 나와?”

“비밀통로에요. 저도 여태껏 저기에 숨어있었어요.”


대답은 단테가 했다. 갑작스러운 등장과 더불어 늑대의 무지막지한 존재감으로 일행들은 말을 잃었다. 윈프리의 경악은 그들의 것과는 종류가 조금 달랐다.


“레오?”


레오포드가 자기 모자를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간만이군 케이트.”

레스하고 피카니가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갖다 대자 윈프리가 기겁했다.


“그러지 마! 방금 내가 말했던 믿음직한 탐정이  사람이야!”

무슨 일인지 파악을 못 하는 일행들을 향해 레오포드가 매고 있던 더플백을 던졌다.

“분실물일세.”

레스가 영화관으로 들어갔을  따로 맡겨놨던 짐들이다. 워낙 급하게 도망치느라 챙겨오지 못한 것이다. 아자리가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던 샤카자이아의 활도 멀쩡히 들어있었다. 레스와 아자리는 잃어버렸던 물건을 되찾아서 절로 안심했다. 피카니만 계속 상대를 경계했다. 그가 물었다.


“당신 누구야.”

레오포드가 자신과 늑대를 번갈아 가리키며 대답했다.


“조 아퀴라스 레오포드. 그리고 이쪽은 슌카와칸.”


늑대가 꼬리를 살랑 흔들었다. 이름을 알아들은 피카니가 눈을 번쩍 떴다. 당황한 일행들은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그래서 누가 먼저 말을 꺼낼지 서로 눈치만 보느라 실내에 정적이 흘렀다. 보고 있기 답답해서 레오포드가 콧방귀를 뀌고 먼저 말했다.


“흠. 참고로 난 15분 전부터 저기에 있었어. 엿들어서 미안하네. 하여튼 톤토라면 어디 있는지 알아.”


“어디?”


피카니가 바로 달려들 듯이 말했다. 레오포드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이번에는 레스와 아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자네들의 슈슈니 친구도 어디에 있는지 알지.”


“대체 당신  하는 사람이야?”


레스의 물음에 피카니가 대신 대답했다.

“핑커튼 최고의 추격꾼이야.”


레오포드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슌카와칸이지. 난 거들어주는 역할이고.”

아자리가 레스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리고 굳은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혹시 해서 말하는 건데 조심해요. 슌카와칸은 평범한 늑대가 아니에요.”

“보고도 누가 그걸 몰라?”

레스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눈동자만 아자리 쪽으로 돌렸다.


“그런 뜻이 아니라 저건 사역마라고요. 둘이 영적으로 이어져 있어요.”

친구를 이름으로 불러준 게 마음에 들었는지 레오포드의 목소리에 살짝 웃음기가 서렸다.


“그보다는 ‘알레브리헤’라고 불러줘. 사역마는 위아래로 나누어진 관계를 뜻하니까.”

레오포드가 이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아무 짓도 안 한다는 뜻으로 양 손바닥을 보였다. 일행들은 배짱 넘치는 태도에 압도되어 상대가 바의 빈자리에 앉을 때까지 아무 말도 못 걸었고 아무 짓도  했다. 그가 검지를 세우며 윈프리를 바라보았다.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 나도 커피 한 잔 마셔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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