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3권] 81화 - 폭탄 돌리기 (81/188)



〈 81화 〉[3권] 81화 - 폭탄 돌리기



현재 시각으로부터 약 3시간 전.




하딘은 쉰내 나는 이불을 치우고 일어났다. 창문 하나 없는 어두운 방 안에 촛불 하나만 켜져 있었다. 목 안이 엄청나게 건조한  아무래도 지하실 같았다. 그는 뜬눈으로 꿈을 꾸듯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걸레처럼 양손으로 구겼다. 수염들이 손안에 부슬거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카르델, 아비투스, 그리고 히콕이었다. 아비투스가 먼저 말했다.


“괜찮아지셨습니까.”

하딘은 메마른 기침을 몇 번 터트리고 물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대답은 히콕이 했다.

“도시 북쪽 어딘가. 아픈 사람 눕혀두기엔 더럽지만 안심할 곳이 달리 있어야 말이지.”


카르델이 말을 이었다.

“그 고양이 공작원은 피에르 중위님네가 지키고 있지 말입니다.”


아비투스로부터 받은 수통으로 목을 축이고 하딘이 말했다.

“피에르라도 계속은 못 버틸 텐데.”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지 말입니다. 이 친구 아니었으면 밥도  먹었을 겁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히콕이 종이로 포장된 무언가를 그에게 건넸다. 포장을 벗겨보니 치즈와 햄으로 속을 채운 빵이었다. 히콕이 말했다.


“나름 눈에 띄지 않으려고 고생했지. 한꺼번에 4인분을 시키면 의심 살지도 모르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하나씩 챙겨왔소이다. 사방에 눈이 쫙 깔렸어.”

하딘은 크게 한입 베어먹고 허기진 속을 달랬다. 총에 맞았던 곳은 제대로 응급처치가 되어있었지만 아픔은 참는  외엔 답이 없었다. 구겨진 얼굴로  말을 듣다가 하딘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잠깐 기다려봐. 4인분?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 갔어?”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어색하게 눈빛만 주고받았다. 안 좋은 예감이 확신으로 변했고 하딘은 먹던 걸 내려놓았다. 그리고 추궁하는 말투로 물었다.

“그때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보고해.”

아비투스는 먼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입을 열었다.

“마법사님은 사로잡혔습니다. 저희가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쓰라린 소식이었지만 하딘은 묵묵히 다음 말을 재촉했다.

“피카니 경은?”

카르델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기 허리춤에 꽂혀있던 자동권총을 꺼내서 보였다.


“대위님 바로 옆에 같이 눕혀놨었는데….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이것뿐이고요. 그 찰나에 대위님의 하트 카드로 몸을 고치고 떠난 모양입니다.”

히콕이 말을 받았다.

“나도 수소문은 해봤지만 행방이 묘연해.”

하딘은 인상을  구기면서 뇌까렸다.

“달아났나.”

히콕은 입술을 언덕 모양으로 접으면서 어깨를 으쓱 올렸다.

“글쎄올시다. 지금 판국에 혼자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해.  홀리데이라면 그 정도 분별은  테고.”


 와중에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꺼낼 기회를  찾는 눈치였다. 하딘은 침상에서 몸을 꺼내고 일어섰다.

“왜. 더 나쁜 소식이라도 있나?”


아비투스가 대답했다.


“진지를 떠나기 전에 타티아나 소위가 말해주더군요. 파스낙 리차트라는 자기가 직접 운영하는 영화관에 저녁마다 들른다고 합니다. 피카니 경도 그 사실을 들었는지 눈을 뜨자마자 당장 가서 구하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희끼리 명령도 없이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카르델이 말을 받았다.


“그리고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는 법이지요. 아무래도 불나방처럼 날아갔을 겁니다.”


하딘이 눈을 감고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자기가 뒤집어 놓은 세상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 생각인가. 썩을 놈이.”


히콕이  말까지 듣고 감탄하는 투로 말했다.


“우하. 서로 굉장히 친한가 보네. 하는 말들이 주저가 없어. 나야 그 친구 원래 모습을 안다지만 명색이 용사인데.”

“원래 모습은 우리도 알아 친구야.”

대꾸는 카르델이 했다. 눈앞이 깜깜해진 하딘은 신경이 곤두서 언성이 절로 높아졌다.


“뭐라도 좋으니까 좋은 소식 가진 사람 아무도 없나? 아니면 아직도 꺼질 밑바닥이 있나?!”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벌리며 까먹은 게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딘은 이제 무슨 말이 날아올지 두려웠다. 히콕이 검지를 세우며 웃을락 말락 입을 꿈틀거렸다. 그가 자기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다크 엘프를 잡았어.”

“잡았다고?”


하딘은 그가 샤카자이아를 상대로 이겼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랬다. 좋은 소식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도  놀라움에 한몫했다. 히콕의 웃음은 서서히 쓴웃음으로 변해갔다.

“아껴왔던 마지막 특수용액을 썼지만 어쨌든   몫을 다했어.”

“어디 있나?”

아비투스가 대답했다.


“다른 방에서 곤히 자고 있습니다. 가서 보시겠습니까? 아직은 약에 취해있습니다.”


“아니. 지금은 그 양반하고 마법사님이 더 급해. 그런데 자기 권총은 왜 놓고 갔지?”

이번에는 카르델이 대답했다.

“나중에 돌아오겠다는 뜻으로 남긴  같기도 하고. 그냥 총알이 떨어져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갱단하고 싸울 때 왕창 쐈으니.”


그때 바깥에서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자신들을 달리 찾아올 사람이 없었기에 그들은 바로 얼굴을 굳히고 허리춤으로 손을 옮겼다. 히콕이 조심히 문가로 다가가고 외쳤다.


“거기 누구냐!”

돌아오는 소리는 늑대의 울음이었다.






레오포드는 티스푼으로 커피를 휘휘 저으며 그때 자기 관점에서 일을 설명했다. 눈은 피카니를 향했다.

“자네들에게 조력자가 있다는  확실했으니 먼저 핑커튼부터 시작해봤네. 목격담이 끊긴 곳에서 수사를 해보니 핑커튼의 은신처 중 하나가 흔적이 신선하더군. 지혈하느라 쓰고 버린 손수건, 갈아입고 버린 외투. 모두 슌카와칸을 위한 단서가 됐고 나머지는 시간문제였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피카니는 커피에 손도 대질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레스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레오포드가 잔을 입에 대고 있을 때 아자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당신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왜 그놈들 밑에서 일하죠?”

그는 잔을 내려놓고 옷깃을 잡아당겨 목덜미 아래쪽을 보여주었다. 칼로 그어서 생긴 피딱지로 만들어진 문양이 거기에 박혀 있었다. 당혹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걸 알아보는 건 아자리 뿐이었다.

“원치 않는 계약을 하셨군요.”

“저게 뭔데?”

레스의 질문에 아자리가 대답했다.


“‘돌아온 탕아’란 거에요. 마법으로 걸어두는 목줄이죠. 원래는 공작원들한테 기밀 누설을 막기 위해서 걸어두는 저주인데. 파스낙이 걸어놨군요?”

“목줄은 연방 보안관도 쥐고 있지. 처음에 파스낙이 날 사로잡았고, 그 둘이 손잡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파스낙이 나도 판돈으로 올리더군. 참고로 슌카와칸은 나하고 영적으로 이어진 사이이니 나한테 걸린 저주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어.”


“잠깐만.”

피카니가 손을 들어 올리고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건 분명 배신하는 순간 서서히 죽어가는 저주일 텐데? 당신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놈들을 배신하고 있는  아냐? 속일 생각 하지 마. 나도 알고 있어.”

아자리가 대신 설명했다.

“이 사람이 정말 우리 편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배신’의 기준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아요. 공작원에게 거는 거라고 했잖아요? 그쪽 생각대로면 아무 거짓말만 해도 목숨이 오락가락하니 공작원 활동은 불가능해요.”


레오포드가 설명을 덧붙였다.


“저주가 발동되는 조건은 그냥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기분이 내킬 때야. 여하튼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지.”







“이럴 수가…. 선배님?!”

방 안으로 들어오는 레오포드와 늑대를 바라보며 히콕이 경악했다. 레오포드는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는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자네들 헛똑똑이군.”


카르델이 반응했다.

“레오포드? 이게 뭔?”

레오포드는 카르델을 알아보고는 이런 상황은 예상 못 했는지 코웃음을 살짝 쳤다. 그리고 원래 화제로 돌아왔다.

“옷을 민간인처럼 입으면 뭐하나. 신발은 전부 다 군화를 신고 있는데.”


그 말을 듣고 히콕을 제외한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자기 발을 바라보고는 이마를  때렸다. 레오포드는 혀를 끌끌 찼다.


“싸우는 건 잘해도 이런 부류의 일은 경험이 없지? 현장에 군화 자국이 선명하더군.”

하딘이 몸을 일으키고 레오포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용건만 말해.”


“당신 중 하나는 나와 같이 간다. 그게 내가 봐줄 수 있는 한계야.”


히콕이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선배님?”


“연방 보안관이 당신들을 쫓고 있다. 그 뒤에 있는 어둠도 그렇고. 내 말 한마디면 당신들은 정체도 탄로 나고 이 도시에 갇히겠지.”


아비투스가 인상을 험악하게 쓰면서 그를 위협했다.

“말 많은 놈은 명줄이 짧다고 하던데.”

하딘이 그를 말렸다.

“진정해라. 여기서 이 자를 죽여도 우리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어제 당신을 찾으러 사무실에 가봤는데 행방이 묘연하다고 들었지. 우릴 진짜로 붙잡을 생각이면 우린 진즉에 붙잡혔을 거고. 무슨 생각이지?”

레오포드는 주머니에 넣어놨던 손을 빼고 팔짱을 꼈다.

“별로 복잡하지는 않아. 당신들이 싫어하는 놈들을 나도 싫어하고 있다. 가능하면 자네들을 무사히 바깥으로 빼주고 싶어. 문제는 내 몸에 저주가 박혀 있다는 거야. 당신들 타티아나 양의 저주를 해제하려고 했지? 그거랑 같은 종류다.”

“그녀를 알고 있나?”

“타티아나 양이 달아나자마자 도움을 청한 게 나하고 톤토, 그리고 내 부족 사람들이었네. 아, 캘러헬하고 제프도 거기 있었군. 어쨌든. 하던 말로 돌아와서  어떻게든 놈들에게 반항할 꿍꿍이가 없다는 증거를 조금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당신들이 흔적을 너무 적나라하게 남겨서 거짓 보고로 연방 보안관을 속이는 것도 불가능해. 그리고 놈도 멍청이는 아니라서 당신들 짓이라고 심증을 가진 눈치고.”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들도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하딘이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최소한 한 명은 여기에 희생양으로 남아야 나머지가 달아날 틈이 생긴다고?”


레오포드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비정한 소리지만 그래야 내 안위도 부지할 수 있지. 최대한 빨리 결정하고. 힘을 모아서 돌아오게. 그리고 놈들을 쓸어버려. 이게 당장 서로를 위한 최선이야. 고작 여기 있는 사람만으로 수백 명을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무리 적대하는 처지라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아자리와 레스도 마음이 참담했다. 피카니의 마음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자기 사정인데도 피카니는 또 껍데기만 남은 모습이 되어버렸으니 아자리가 대신 이야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됐죠?”

레오포드는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는 뒤통수를 긁었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아주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게 됐지. 대위는…. 결단력이 아주 탁월한 사람이었네. 나도 별일 다 겪어봤지만, 그건 전혀 예상  했어.”

레스가 끼어들었다.

“만났다는 곳이나 말해줘. 샤키가 거기 있다는 거지?”

“듣기나 하게.”









하딘은 고민에 빠졌다.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중얼거렸다.


“갑작스러워. 너무 갑작스럽다고. 가뜩이나 안 좋은 일이 겹치고 겹쳤는데.”

“난 진실만 말하고 있네. 당신도 알잖나. 어차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댁들을 쫓겠지. 레인저의 직책은 정찰이니 그걸로 만족하고 빨리 돌아가게.”

“할 일이 따로 있다. 여기 사정에는 어쩌다 끼어든 거야. 설명은 못 하겠지만 절대 포기 못 하는 일. 게다가 다른 동료가 있네. 그들을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어.”

레오포드가 정신 차리라는  날카롭게 말투를 갈았다.

“상황이 심각할수록 선택지도 주는 법이지. 더 비참해지고.”


그때 아비투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제가 남죠.”

하딘이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붙잡히면 당할 일이야 뻔하죠. 두들겨 패고. 잠 안 재우고. 밥 적게 주고. 그런 거야 저한테는 별거 아니거든요. 저보다 더 오래 버틸 자신 있는 사람 있습니까? 게다가. 정도가 지나치면 나중에 인종차별로 고소하면 되고.”


“아니지, 아니지. 그건 아니지.”


이번에는 카르델이 나섰다.

“친구야. 기억력 떨어지는 널 위해서 말해주자면  몸은 그 악명 높은 와일드번치의 일원이셨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교도소가 제2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실은 말 안 해주려고 했는데 거기 생활이 군바리 짓보다 훠어얼씬 편해. 최소한 총알은 안 맞잖아. 다른 사람들이라면 들어가서 끙끙거릴 때 나는 완전히 충전된다고. 아시죠 두목?”

히콕이 그 모습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눈물겹구먼.”


레오포드가 그를 째려보며 책망했다. 늑대까지 같이 노려보았다.

“나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네.”


“약 올리려는  아니었습니다. 선배님….”


무심결에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던 하딘은 그때 머릿속에 발상 하나가 떠올랐다.


“레오포드. 무슨 수를 쓰든 연방 보안관을 만족만 시키면 되는 거지? 자네는 실적을 올려서 복종하고 있다는 표시만 하면 되고.”


그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했던 소리가 다 그거였는데 설명이 더 필요한가?”

“거래를 해보자고. 레오포드. 제프리 칼하고 탐 캘러헬도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 그 외에도 실력 있는 사람이나 힘을 거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전부 소개해주게. 놈들에게 반항하는 세력이 없을 수가 없지.”


레오포드는 하딘이 피로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거라 판단했다. 그가 고개를 절라 흔들면서 말했다.

“여태껏 내가 한 말 못 들었나. 물론 반항하는 사람이야 제법 있지. 하지만 다 모아도 충분하지는 않아.”


“새벽이 지나면 안전해진 국경지대를 넘어서 보급 행렬이 온다. 물론  보급 행렬을 호위하는 병력도 같이 오겠지. 분명 기병대가 대부분이겠지. 내가 거기 있어봐서 알아.”

하딘은 지극히 진지했다. 그 모습에 레오포드도 일단 얘기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 병력이 고스란히 자네들을 바로 도와주겠다고 하진 않을 텐데.”

“행정 절차를 밟으면 당연히 더럽게 시간이 들겠지.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이야기가 다르지. 군대의 몇  되는 장점이야. 일이 터질 때는 뒷수습하려고 더럽게 빨라지거든.”

그가 코웃음을 쳤다.

“뭐, ‘천국의 문’ 내전처럼?”

“나도 거기에 있었다.”


레오포드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굳어버리고 말을 잃었다. 하딘이 말을 이었다.

“내 카드는 혁명이다. 깡그리 태워버릴 거야. 물론 사람이 더 필요하겠지. 레오포드. 놈들 머릿수에 맞춰 줄 필요는 없고 소란을 일으키고 시선만 끌어줄 정도면 충분해. 군대, 갱, 프리랜서 총잡이, 핑커튼, 자경단원이던 아무래도 상관없어. 도시가 뒤집히면 우리를 포함해서 정예만 모아 우두머리를 노린다. 연방 보안관은 물론 파스낙 리차트라까지. 그쪽 생각은 어때?”


“같잖군. 일이 말도  되게 커져.”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레오포드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늑대는 따분하다는 듯 하품만 했다. 침을 몇  삼키고 그가 말했다.


“연방 보안관은 둘째 쳐도 파스낙은 굉장히 강해. 마왕군이나 제국군의 군종 마법사하고는 비교가  돼.”


“그건 우리가 고민할 문제지. 위치만 말해.”


“후우.”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던 레오포드는 미간을 긁다가 결론을 내렸다.

“겨우 셋이서 갱단 하나를 쓸어버리기도 했으니. 자네들한테 캘러헬까지 합세한다면 승산이 전혀 없지는 않겠군.”


“그럼 캘러헬부터 안내해주면 되겠군.”

레오포드가 인내심을 쥐어짜며 화제를 바꿨다.

“제일 중요한 문제를 무시하는군. 자네들이 실패하면 나는 무조건 죽어. 아니면 내가 지키는 이들이 죽거나. 했던 말 또 하기는 싫지만 난 실적을 보여야 해. 받는  있어야 나도 도와주던가 하지.”

하딘은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히콕을 바라보며 말했다.

“데려오게.”


“오 이런.”


무슨 말인지 이해한 히콕은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 바로 방을 나왔다. 레오포드하고 늑대는 대체 무슨 일인지 짐작도 안 갔다.

“카드가  있었나?”


“그런 셈이지.”


아비투스가 하딘에게 다급히 물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간신히 얻은 실마리인데요?”

“가족을 파느니 적을 팔아먹는 게 낫지.”

카르델도 여러모로 속이 복잡해 보였지만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그들의 반응을 보고 나니 눈치 빠른 레오포드도 대체 뭐가 나올지 상상도  갔다. 잠시 후에 히콕이 샤카자이아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타났다. 샤카자이아는 손목에 수갑이 걸린 채 잠에 빠져 있었다. 레오포드는 여태껏 보인 모습 중에서 가장 동요하는 표정을 지었다.

“슈슈니?! 어째서 이런 곳에?!”


하딘이 말했다.

“연방 보안관은 원주민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고 들었네. 특히 희귀한 종족이거나 문화가 남아있는 부족들을 ‘수집’한다며? 당신도  ‘수집품’  하나고.”

레오포드는 하딘 일행들이 예상한 것보다 샤카자이아에게 깜짝 놀란 눈치였다. 이상하게 늑대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동요하고 있었다. 말을 잃은 그를 대신해서 하딘이 화제를 이었다.

“이 다크 엘프는 최근에 현상금이 걸린 놈들하고도 관련된 사람이다. 원했던 형태는 아니겠지만 데려가면 실적은 실적이야. 우리를 쫓던 중에 우연히 붙잡았다고 둘러대.”

그가 멍한 얼굴로 샤카자이아의 세상모르고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이라면 생일선물이 벌써  줄 알겠지.”






레스는 자기 머리가 부서지라고 머리를 힘껏 움켜쥐고 신음을 흘렸다.


“끄… 으으으억!”

아자리도 반쯤 넋이 나가버렸고 입에서는 생기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느님 맙소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