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3권] 83화 - 절친한 동행
레스는 방금 벗어 던진 옷가지들을 챙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자리가 뒤따라가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피카니 씨한테 잡힌 척하고 안으로 들어가겠다고요?”
일행들은 가게 안으로 돌아왔다. 정황을 보고 순식간에 눈치챈 윈프리는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공사 구분 잘하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댁 같은 사람은 처음 보네.”
“여태껏 잘 썼습니다. 마담.”
빌린 물건들을 돌려주면서 그는 감사를 표했다. 이번에는 단테가 말했다.
“연극이 통할까요? 원하는 곳에 가기도 전에 보안관이 댁들을 파스낙한테 바로 넘기면요?”
피카니가 대답했다.
“레오포드가 말했잖습니까. 파스낙이 일을 시켰을 때 우리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다고. 저희에 관한 얘기는 어떻게든 파스낙만 알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리고 둘은 결속이 느슨하니까 최악의 경우가 생겨도 보안관이 바로 넘기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을 들여서 저희에게 값을 매기고 넘기겠죠. 물론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레스가 말을 거들었다.
“그놈한테 나는 그냥 흔해 터진 현상범이야.”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수긍과 불안이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아자리는 아직도 안심이 안 된다는 얼굴로 손짓을 해가며 물었다.
“레스는 그렇다 치고 당신은 어떻게 갈 거예요?”
“저 말입니까?”
피카니가 자신을 가리켰다.
“어떤 모습으로 갈 거예요? 용사 피카니? 아니면 흔해 터진 놈?”
레스가 대답했다.
“이제부터 결정할 거야.”
아자리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일이 틀어졌을 때를 위한 출구전략은요?”
“그런 거 없어. 시간도 없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피카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
“마담. 플레잉 카드 있습니까?”
윈프리는 자신한테 말이 올 줄은 몰라서 살짝 당황했다.
“물론 있지. 어디에 쓰려고?”
“점을 칠 겁니다. 이 녀석 말대로 시간이 없으니 그걸로 후딱 결정하고 떠나렵니다.”
윈프리가 카드를 꺼내는 동안 아자리가 중얼거렸다.
“신이 우리를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카드에게 운명을 맡기다니.”
“게임에서는 신도 공평한 법.”
레스가 끼어들었다.
“네가 하느님도 털어먹을 놈이기는 하지.”
“닥쳐.”
짧게 불평하고 피카니는 받은 카드를 섞었다. 손놀림이 빠르고 화려해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카드들이 서로 부딪치고 미끄러지는 경쾌한 소리가 끝났다. 그는 카드를 한 장씩 뒤가 보이게 다섯 장을 깔았다. 단테가 말했다.
“그런데 점괘는 어떻게 보는 겁니까?”
레스가 대답했다.
“별거 없어. 족보가 좋으면 길조고, 아니면 흉조야.”
피카니는 패를 펼쳤다. A K Q J 10. 문양은 모두 달랐다. 아자리가 휘파람을 불었다.
“좋은데? 가장 높은 스트레이트잖아?”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상황을 이해 못 해서 어리둥절하고 있는 아자리를 위해 단테가 설명했다.
“물론 게임을 하면서 이게 뜨면 좋기야 하지만…. 꾼들 사이에는 가장 높은 스트레이트가 불행을 부른다는 미신이 있거든요.”
피카니가 굳은 얼굴로 펼쳤던 패를 다시 섞으면서 중얼거렸다.
“다시 해보자.”
패를 펼쳤다. ♠A ♣A ♠8. ♣8. 피카니는 여기서 손을 멈추고 얼굴을 감싸 쥐며 신음했다. 아자리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리고 불평했다.
“또 왜요? 더블 페어면 괜찮잖아? 그것도 에이스가 섞여 있네.”
이번에는 윈프리가 설명했다.
“그렇기야 하지만. 예전에 유명한 총잡이가 카드를 치다가 뒤통수에 총알을 맞고 죽은 적이 있거든. 그때 그 총잡이가 쥐고 있던 패가 이거였어.”
피카니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명 ‘망자의 패(데드맨즈 핸드)’….”
레스가 상황을 정리했다.
“이제 봤으니까 놀아야지.”
◆
같은 시각. 제페토의 공방에서는 사람들이 보람찬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었다. 작업장 한복판에는 뼈대만 완성된 마차와 반쯤 만들어진 바퀴들이 완성을 기다렸다. 제페토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솜씨를 어디 저축해놨다가 왔는지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졌네! 그리고 모여줘서 고맙고!”
피부가 검붉은 원주민 남자가 손짓하며 말을 받았다.
“불러줘서 고마운 건 우리지. 공장보다는 이런 곳이 사람다운 일터거든.”
“공장 일이 그렇게 힘들어?”
“요전에 석탄을 옮기는 레일이 고장 났는데 공장주가 당장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우리더러 그 몫까지 일하라는 거야. 작업량은 많은데 바닥으로 다니면 동선이 너무 꼬이니까 다들 레일 위에서 일일이 삽질해가며 석탄을 옮겼어. 그런데 갑자기 레일이 움직이지 뭐야!”
“세상에!”
제페토가 경악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같은 곳에 있었는지 뭐라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하면 누가 보일러 속으로 떨어질 뻔했지.”
“하…. 다들 그런 일 없게 몸조심들 해. 여태껏 일감을 못 줘서 미안했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바깥으로 나가려던 사람들이 무언가를 보고는 멈칫거렸다. 제페토는 창가로 갔다. 한밤의 거리 가운데로 한 무리가 우글거리며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8명이었고 각자 손에는 총이 들려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거 헬파이터 갑옷 아니야?”
“갱들치고는 이상한데.”
광학조준경이 달린 소총을 어깨에 걸치고 머리에는 후드를 쓴 누군가가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얼굴은 은행강도처럼 복면으로 가려져 있다.
“길 좀 물읍시다! ‘블랙독’의 사무실이 저쪽 맞수?”
수상한 놈이 수상한 질문을 던졌으니 다들 당황했다. 제페토는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마 이상한 손님을 맞은 덕에 적응한 듯하다.
“길 따라서 사거리가 나오면 거기서 왼쪽이오.”
“혹시 총기 장인들이 갇혀 있는 곳도 아쇼?”
“나머지 사람들도 죄다 거기에 몰려 있을 거요.”
상대는 고맙다는 손짓을 하고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일꾼들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행렬 가운데에는 하딘이 있었고 왼쪽으로 네 명은 빈센트와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하딘의 오른쪽으로는 아비투스와 카르델, 히콕이 있었다. 마치 하나의 넓은 벽처럼 그들은 나란히 걸어가며 달빛으로 거리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딘이 빈센트에게 물었다.
“바로 들어갈까?”
빈센트가 등에 메고 있던 리엔필드 소총을 앞으로 돌려 잡으며 대답했다.
“서두르자고. 자리를 오래 비우긴 싫으니.”
“좋아.”
하딘은 허리에 찬 기병도를 고쳐잡았다.
◆
레스하고 피카니는 어두운 골목을 걸었다. 레스의 오른손과 피카니의 왼손은 수갑으로 채워져서 사슬 맞물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당연히 레스는 표정에 불만이 가득하다. 사실 피카니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는 깔끔하게 면도하고 분칠까지 한 다음 가발을 뒤집어쓴 상태다. 옷차림은 말쑥하게 중성적으로 보이도록 늘씬한 체형이 드러나도록 기장까지 줄였다. 즉, 여장했다. 최근 고생이 심해서 많이 핼쑥해진 피카니한테 윈프리 씨가 가짜 속눈썹도 붙이고 온갖 화장으로 꾸며주니 레스도 모르고 만났다면 다른 사람인 줄 알았을 정도로 잘 꾸며졌다.
레스가 말했다.
“하나 물어봐도 되냐?”
“뭔데.”
피카니가 허스키한 중성적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주변에 보는 눈이 없는데도.
“내 수배서 뒷면의 유난히 신경 쓰이던 그 죄목. 왜 사라진 거야? 따로 사정이 있는 거야 아니면 그냥 뒷면까지 인쇄하기 귀찮았던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고 피카니가 말했다.
“전에 네가 고폭탄을 쏴서 맞출 때 우리가 상당히 겁을 먹었거든. 너희들을 쫓다가 누구 하나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 널 알고 있던 나조차도 그랬으니 그들은 오죽했을까. 시간이 지나니 겁먹은 건 사라졌지만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 사실이 생기더라.”
“무슨 상관인지 짐작도 안 가는데.”
“어디까지나 만일이다. 흉악하고 빨리 뽑기로 유명한 무법자 손에 죽는 거랑 페도필리아한테 죽는 것. 어떤 게 최악이라고 생각해?”
짧고 묵직한 침묵 끝에 레스는 간신히 결론을 냈다.
“두 가지 다 합친 거?”
“너무 아쉬워하지 마. 여차하면 돌려놓을게. 앞면으로.”
“여장 취미랑 소아 성애자. 조합 끝내주네.”
“취미 아니라고!”
피카니의 입에서 평소의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레스도 질세라 저절로 언성이 높아졌다. 둘은 걸음을 멈추고 마주 섰다.
“그 꼬락서니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까놓고 말해서 즐기는 거 아니냐?! 진짜 그쪽 성향이 있다면 좀 미안한데, 우리 고향에서 그쪽 성향은 엄청난 금기야. 나야 가능하면 존중해주는 쪽이지만 그래도 받은 영향이 있어서 네 옆에 있으면 엄청나게 소름 끼친다고!”
“다른 사람인 척하려면 이게 제일 효과적이야 얼간아!”
“점점 예뻐지니까 나까지 이상해질 거 같잖아!”
“아! 닥쳐! 뽀뽀해버리기 전에!”
실랑이가 끝나고 어색한 동행은 수갑이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어졌다. 많이 어색했다.
◆
히콕이 어둠 속에서 약병을 입에 대고 내용물을 마시자 눈이 고양이처럼 빛났다. 그들은 건물 뒤편에 모여있다. 그가 광택이 안 나게 먹칠한 단도를 칼집에서 뽑으며 말했다.
“전기를 끊어.”
아비투스가 전선을 손으로 잡아 뜯어버리자 건물 안은 어둠에 휩싸였다.
◆
피카니가 우뚝 섰다. 그리고 목소리를 내리깔아 시구를 읊었다.
“‘저기 저들이 서 있다. 능선을 따라서 시작과 끝처럼 굳건하게. 밤이어서 보이지 않았으나 검은 탑은 분명했다. 그리고 총잡이는 정상에서 타오르듯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레스는 처음 들어봤지만 뭘 의미하는 구절인지 조금은 알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중앙 청사 건물이 검은 탑처럼 보였으니. 뾰족한 꼭대기에는 인류연방을 상징하는 거대한 깃발이 어두운 하늘 아래에 달빛에 비추어 휘날렸다. 청사 주변은 밤이 늦어 역마차도 돌아다니지 않아 한산했고 인력거꾼이 끌고 다니는 가마들이 말뚝에 사슬로 매여 있었다. 거리 저편에서는 시민 공원과 인공 호수에서 자연의 내음이 풍겨왔다.
레스가 까마득한 청사의 꼭대기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높은 곳은 안 좋아한다고 말해줬던가?”
“스무 번 정도. 사막이랑 초원처럼 평평한 곳에서만 살아서 적응이 안 된다며.”
“여기 진짜 마음에 안 들어.”
피카니는 손을 거칠게 들어서 수갑의 사슬로 레스의 손을 잡아당겼다.
“슬슬 들어가자. 그런데 이제 보니까 좀 허전한데?”
“나한테 운수 말고 또 허전한 게 있어?”
“아하. 잠깐 그대로 있어 봐. 입 열지 말고.”
레스가 눈을 찡그리며 시선으로 무슨 짓이냐며 물었고 피카니는 주먹질로 대답했다. 주먹에 맞은 레스가 휘청거리자 피카니도 사슬에 끌려 덩달아 바닥으로 엎어졌다. 자기 몸 위로 겹쳐 쓰러진 피카니를 거칠게 밀며 레스가 신경질을 부렸다.
“광대뼈 박살 나는 줄 알았네!”
“흉악한 놈이 붙잡혔는데 얼굴이 멀끔하면 너무 어색하잖아.”
“그럼 덜 아픈 곳으로 때리던가. 뺨 같은 데.”
레스를 부축해주면서 피카니가 말했다.
“뺨이었으면 강냉이 털린다. 혹시 충치 있으면 지금이라도 말해봐. 치과의사의 솜씨로 한 방에 해결해주지.”
“유목민도 양치질은 한다.”
그들은 마침내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불은 최소한으로만 켜져서 관공서보다는 뒷골목 술집 같은 분위기가 났다. 두 사람은 당연히 사람들의 주목을 한 눈에 받았고 피카니는 의심을 키우지 않을 정도로만 서둘리 움직였다. 종종 레스가 걸음에 맞추지 못해서 수갑의 사슬이 팽팽해지면 피카니는 의도적으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두 남자가 접수대 직원 앞까지 이르자 직원은 레스 쪽을 흘깃 보고는 조심히 말했다.
“현상금을 받으러 오셨습니까?”
“보면 알잖아.”
피카니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어투로 대꾸했다. 그의 허스키하면서도 딱딱하고 살짝 어수룩한 분위기가 레스는 그제야 샤카자이아의 말투랑 판박이라는 걸 깨달았다. 의도한 건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어쨌든 레스는 그 탓에 표정이 찡그려졌다.
직원은 손바닥을 보이며 정중하게 말했다. 상대가 여자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사실에는 그리 놀라지 않은 눈치다.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업무 시간이 끝나서 바로 수령이 안 됩니다.”
“여기. 당장. 내가 있는데 왜 안돼?”
“저도 진심으로 유감입니다만 저 혼자서는 현상금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이 정도 반응은 피카니도 예상했던 바다. 그는 자연스럽게 짐짓 표정을 능글맞게 지으며 운을 띄웠다.
“그럼 댁들 대장을 불러.”
“하지만 보안관님도 업무 시간이 끝나서….”
“아 지랄. 여기 있는 거 다 안다고. 이 녀석이 누군지 알아? 수배범 명단 한 번 봐봐. 엄청 흉악한 놈이라고. 오늘 하루에만 이 녀석 때문에 온 사방이 난리가 났지.”
피카니가 괜히 레스의 얼굴에 난 흉을 쿡쿡 찌르는 바람에 레스는 진짜로 인상이 구겨졌다. 직원은 일단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살펴보았다. 레스의 얼굴이 가장 앞장에 있었고 직원은 서류의 내용을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 번갈아서 살폈다. 한순간 두 남자는 자기들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티를 내버렸으나 다행히 상대는 눈치채지 못했다. 직원이 말했다.
“연락해보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몇 번 돌린 다음 한참을 기다리고 헨리 플러머와 연결됐다. 상대가 수화기 너머로 물었다.
[무슨 일이지?]
“현상금 사냥꾼이 수배범을 데리고 왔습니다.”
[지금 바빠. 그깟 것 알아서 처리해.]
“저도 절차는 알지만…. 그 수배범이 최근에 주의하라고 강조하셨던 놈입니다. 적혀있는 인상착의부터 그려진 몽타주까지 완벽하게 똑같습니다. 레스 알 하자르라는 자입니다.”
[뭐? 잡아 온 사람은 누구야?]
“처음 보는 여자인데 핑커튼은 아니고 혼자 일하는 사람 같습니다. 꽤 미인이라 전적이 있다면 금방 유명해졌을 텐데 조금 수상하긴 합니다. 이름을 물어볼까요?”
[어차피 가명을 대겠지. 만나보겠다.]
“그럼 올려보내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두 남자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피카니가 연회에서나 쓸법한 우아한 손짓과 함께 작별 인사를 날렸다.
“그럼. 아디오스!”
둘이 갈 길을 가려는데 직원이 불러세웠다.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혹시 변장이 들통났을까 피카니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왜?”
“무기는 갖고 가실 수 없습니다. 총은 물론 날붙이는 일절 안 됩니다.”
예상 못 한 상황에 둘은 표정이 굳었다. 피카니가 애써 태연히 대꾸했다.
“돈만 받고 갈 건데 꼭 그래야 해? 여기는 그런 쪼잔한 짓 안 한다고 들었는데.”
“낮에는 업무량이 워낙 많아서 공연하게 넘어갑니다만 지금은 예외가 없습니다.”
“싫어. 난 총이 없으면 알몸이 된 기분이라고.”
올라가고 나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무기를 뺏기기는 당연히 싫었다. 직원은 정중하면서도 가차 없었다.
“협조해주시지 않으면 몸수색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태만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으니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피카니가 갖고 있던 모든 무기를 반납하고 나서 둘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전에 봤던 엘리베이터 걸은 없었다. 승강기가 작동되자 몸이 진동으로 떨렸다. 레스가 작게 말을 걸었다.
“보안관은 총 갖고 있겠지?”
“당연하지.”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