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3권] 84회 - 준비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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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도시 외곽으로 향하는 길목에 두 명의 깡패가 망을 보고 있었다. 불만과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몇 번째인지 모를 하품을 뱉다가 그들은 불평을 터트렸다.
“완전히 시간 낭비야. 이쪽으로는 아무도 안 온다고. 어떤 미친놈이 군 주둔지로 달아나?”
“내일 일찍 일하러도 가야 하는데 자던 사람 불러서 무슨 짓이야.”
“그런데 진짜로 여기 나타나면 어쩌지? 듣기로는 그 남자하고 일당들이 우리가 봐야 하는 놈들한테 모조리 털렸다던데? 그것도 한 놈이 다 이겼대.”
“사실이든 아니든 난 바로 튈 거야. 입에 풀칠만 겨우 하는 데 목숨까지 바치기는 싫어.”
“아, 오줌 마려워 씨발.”
“저쪽에 대고 싸. 내가 보고 있을 테니.”
동료가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서 바지춤을 내리는 동안 남자는 다시 하품하며 눈은 길에 대고 목덜미를 벅벅 긁었다. 그 순간 아자리가 남자의 뒤에서 난데없이 나타나더니 상대의 뒤통수를 지팡이로 후려갈겼다. 으슥한 곳에서도 콰당하는 소리가 나더니 단테가 주먹의 관절을 피면서 그녀에게 돌아왔다.
“나도 조금은 쓸만하죠?”
아자리는 쓰고 다니던 마녀 모자는 접어서 가방에 넣고 전에 했던 차림으로 변장하고 있었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제 가면 되겠어요.”
여태껏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있던 윈프리는 루나를 업고 그들에게 합류했다. 세 사람은 방금 만난 놈들 이후로 위험한 일 없이 주둔지에 도착했다. 위병소에 있는 병사가 그들에게 총을 겨누며 불러세웠다.
“정지! 누구냐!”
윈프리는 루나를 단테에게 맡긴 다음 양손을 보인 채 빨리 걸었다. 그리고 옷깃 안쪽에 달린 탐정 배지를 보여주었다.
“핑커튼의 케이트 와르네라고 합니다. 붙잡힌 마법사를 구해왔습니다.”
병사는 루나의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바.. 바로 들어가서 저쪽입니다!”
“이쪽은 제 일행들인데 같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서두르기만 해주십시오!”
그들은 감시받기는커녕 루나를 알아본 주변 사람들의 극진한 안내를 받았다. 이 정도로 일이 잘 풀릴 줄은 몰라서 일행들이 되레 당혹스러웠다. 듣는 귀가 없을 때 단테가 말했다.
“온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다들 루나 씨를 걱정하네요.”
루나가 자기 일만으로도 바쁜 와중에 인망을 베풀었다는 의미도 됐다. 아자리가 대답했다.
“덕분에 우리도 살았고요. 확실히 피카니한테는 너무 아까운 분이에요.”
중환자들을 맡는 모아두는 텐트들이 나왔다. 아자리는 난생처음 적국의 진지 한복판을 둘러보았다. 버려진 도살장처럼 악취가 들끓고 파리와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제대로 된 약품 없이 방치되다시피 한 부상병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의술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아자리는 숨을 삼켰다.
“이게 정말 우리를 이기고 있는 군대라고?”
심정은 이해 가지만 그녀의 우려가 더 깊어지기 전에 단테는 주의를 돌려야만 했다.
“아자리 양. 우리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할 일에 집중합시다.”
그동안 윈프리는 이곳을 맡은 병사들을 만났다. 단테가 루나를 데리고 따라가자 병사들을 향해 그녀가 다 죽어가는 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병사들은 반가움과 난처함이 섞여서 서로 수군거렸다.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달라는 듯 속삭이지는 않고 들릴 만한 크기로 떠들었다.
“어디로 옮기지? 지금 마법사님을 따로 눕힐 곳이 없는데? 누구 한 명 꺼내야 하나?”
“선생님도 안 계시는데 어떻게 우리 마음대로 그런 짓을 해?”
아자리가 재촉했다.
“환부 주변에 수포까지 났어요. 응급처치는 했지만 이럴 시간 없어요!”
패혈증은 현대 의료기술로도 초기 치료가 늦어버리면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 치명적이다. 그 말까지 듣자 한 병사가 이를 악다물고 결심했다.
“저쪽으로 옮기자. 제일 깨끗한 텐트잖아.”
“하지만 거기로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시키셨는데.”
“피에르 선생님도 이해해주실 거야.”
“확실히 다른 수가 없네. 따라와 주십시오.”
병사들이 붙어서 그녀를 조심히 옮겼다. 향한 곳은 묘하게 생긴 물건들이 원형으로 빙 둘려 있는 텐트였다. 아자리같은 마법사가 아니어도 무슨 용도로 놓인 건지는 누가 보든 감이 잡힐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그들은 아자리 일행을 텐트의 경계선에서 더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정말 큰 일 해내신 겁니다. 당장은 사정이 어렵고 보수는 나중에 핑커튼을 통해서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윈프리가 능숙하게 둘러댔다.
“돈은 됐어요. 따로 계약했으니까.”
“그럼 죄송합니다만 선생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희는 들을 권한이 없어서요. 일행들과 함께 막사로 모셔드리겠습니다.”
“그것도 됐어요. 앉을 것만 있으면 좋겠네요. 적당히 구석지되 눈에 닿는 곳에 있을게요.”
병사들은 부탁대로 해주었다. 루나는 위생병들 손에 맡겨져서 레모니 소위가 있는 텐트로 이끌렸고 일행들은 빈 나무 상자에 걸터앉아 쉬었다. 단테가 말했다.
“우리가 같이 다니면서 이 정도로 일이 잘 풀리기는 처음 같네요.”
아자리는 땅에 찍은 지팡이에 이마를 기대고 노곤히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 머저리들한테 달렸죠.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마담. 우리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아직 저희 정체도 다 못 밝혔는데.”
윈프리는 당치도 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남 일도 아니었는걸. 레오하고 켈러헬도 싸우고 있는데 나만 놀 수는 없지.”
단테가 입을 쩍 벌렸다.
“혹시 마담이 그 4인방의 일원이셨습니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좀 모호하지. 애초에 4인방도 아니니까.”
아자리가 물었다.
“무슨 말이죠?”
“그저 큰 건수가 생길 때마다 실력 좋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일을 맡았을 뿐이야. 그때마다 레오하고 캘러헬은 거의 항상 있었어. 특히 레오는 가장 중요한 추격을 담당하다 보니 자연히 진두지휘를 맡았고. 어느 날 우리가 와일드번치를 체포한 날 언론은 우리를 4인방이라고 뭉뚱그려서 이름 붙였지. 그편이 더 멋있으니까.”
단테가 말을 받았다.
“그럼 실제로는 넷이서 잡은 게 아니었군요?”
“으흠. 거기에 나를 포함해서 몇 명 더. 알려진 이름도 레오하고 켈러헬을 빼면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이야. 같은 핑커튼끼리도 그 사실을 잘 모르지. 상식적으로 탐정이 자기 이름을 광고하면서 은밀하게 일한다는 게 말이 되니?”
아자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두 사람도 당연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 하지만 사무소로서는 상징이 생기면 홍보에 좋으니까 레오하고 켈러헬은 억지로 받아들였지. 캘러헬은 자기 얼굴하고 신분을 끝까지 감췄지만 레오는 자기한테 붙은 명성을 이용하는 쪽으로 전법을 바꿨고. 애초에 슌카와칸 때문에 워낙 눈에 띄어서 이미 유명했었거든.”
“영리하군요.”
“그의 인생을 생각하면 역설적이야.”
윈프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듯 가늘게 입김을 불었다.
◆
“친구분들이 오셨습니다 주인님.”
메이드가 선잠을 자고 있던 파스낙을 속삭이듯 불러 깨웠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 시각을 보니 갓 정각을 넘었다. 메이드는 주인의 초췌한 기색을 느끼고 불안해졌다.
“영양제라도 가져올까요? 괜찮으신가요?”
“오랜만에 몸을 써서 그런 것뿐이다. 약은 소용없다.”
두 사람은 방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파스낙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가며 걸을 때마다 등이 욱신거려서 이가 악물렸다. 레스한테 총을 맞은 곳은 다행히 피멍만 크게 났다. 만일 총알이 등뼈에 맞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주인님? 왜 웃으시나요?”
“내가 웃었다고?”
메이드는 쓸데없는 소리를 했음을 깨닫고 혼나지는 않을지 질겁했다. 파스낙은 그 소리 덕분에 자기 뺨과 입가가 옴죽거렸음을 뒤늦게 알았다. 겁먹은 메이드에게 그는 무념이 손짓했다.
“가서 자라. 오늘은 바깥에 다니면 위험할지도 모르니 원하면 여기서 묵어도 된다.”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른 방향으로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파스낙은 옷걸이에 걸려있던 자신의 묵직한 방탄 외투를 어깨 뒤로 늘어트리고 부하들이 기다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우두머리 총잡이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했다.
“레오포드가 알려준 장소로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술했던 흔적이 남은 거로 보아 놈들이 정말 그곳에 있기는 했던 모양입니다만….”
파스낙이 말을 끊었다.
“누가 미리 경고해준 것처럼 기막히게 자리를 떠난 거 같다고?”
“제가 경고해드리지 않았습니까.”
“부름에는 얼마나 응했나.”
“클랜턴은 그 레스라는 놈하고 쌓인 게 많아서 그런지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되는대로 모은다더군요. 롱 라이더스는 마지 못해 열 명만 왔습니다.”
“무리도 아니지. 도중에 달아나면 처리해. 연방 보안관하고 블랙독은?”
“플러머는 알겠다고만 답했습니다. 블랙독으로는 보낸 놈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보안관이 뭔가 짐작하고 더 물어보거나 하진 않았고?”
파스낙으로서는 아자리와 레스를 붙잡는 건 시간문제였고 제일 걱정되는 건 정보가 새는 거였다. 우두머리 총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지금은 관심이 다른 곳에 있더군요. 레오포드가 드디어 쓸만한 조공을 바쳤다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장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전해달라고도 했군요.”
파스낙은 눈살을 찌푸렸다.
“느낌이 안 좋은데.”
“레오포드가 바쳤다는 조공까지 신경 쓰는 건 좀 과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놈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녀석이 수작 부릴 걸 내가 예상 못 할 줄 알았나? 레오포드는 이미 처리해놨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 가능성은 적지만 최대한 멀리 달아나 봐야 주둔지가 고작이다. 포위망에만 집중해라. 그럼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될 거다.”
우두머리 총잡이는 이해하고 작게 끄덕였다. 그가 뒤에 있는 부하들하고 눈빛을 교환한 다음 물었다.
“다음은 어떻게 합니까?”
파스낙은 천천히 숨을 쉬면서 생각을 하다가 도중에 눈을 돌리며 빠르게 말했다.
“잠깐 가면하고 모자 좀 가져오겠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 파스낙은 방을 나왔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용건만 마치려고 했는데 도중에 그는 메이드를 만났다. 양손에 든 쟁반 위에는 음료수를 놓여있었다. 내내 서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가서 자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또 나가실 거잖아요. 가뜩이나 몸도 안 좋으신데.”
파스낙은 잔을 들었다. 피로에 좋은 과일을 정성껏 손수 짜서 만든 거였다. 그는 단숨에 절반을 들이킨 다음 상대를 의미심장하게 잠자코 노려보았다. 메이드는 얌전히 기다렸다.
“난 좋은 주인이니?”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메이드는 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주인님이 거둬주신 날부터 삶이 바뀌었는걸요! 비록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저는 좋은 분이라는 걸 알아요!”
파스낙은 입을 닫은 채로 헛웃음을 냈다.
“그래 봤자. 네 주인이지.”
“네?”
그는 음료를 마저 마시고 대답 대신 이제 가라고 손짓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스스로에게도 거의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파스낙이 중얼거렸다.
“친구가 아니라.”
◆
샤카자이아는 멍하니 철창에 등을 대고 창문 너머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정사각형의 어둠은 황량하고 쓸쓸하였다. 슬픔에 잠겨있던 그녀를 향해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거기. 거기 내 말 들리나?”
바로 옆에 있는 감방에도 누군가가 있었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다 죽어가고 있었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계속 고통을 참는 신음이 섞여 나왔다. 샤카자이아는 들려온 방향으로 최대한 몸을 바짝 대고 답했다.
“당신도 잡혀 왔나요?”
“그래, 조금 더 먼저. 그리고 널 잡아 온 사람이기도 하지.”
“무슨 소리죠?”
“정말 미안해 아가야. 다른 방법이 없었어. 너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어.”
그녀는 상대가 정신이 나가서 헛소리를 뱉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직감은 무시할 상대가 아니라고 그녀에게 일렀다. 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 그녀를 대신해서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난 조 아퀴라스 레오포드라고 한단다. 날 아니?”
“아뇨.”
말투가 마치 이미 아는 사람을 대하 듯 다정해서 그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레오포드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말했다.
“좋아. 그럼 ‘게안내타하 들로오.’ 이건 아니?”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녀는 깜짝 놀랐다. 스스로에게 답을 캐내듯 그녀는 혼잣말 했다.
“게안내타하 들로오... ‘준비된 새?’”
“내 원래 이름이란다. 이제 생각이 나니?”
“아뇨. 언젠가 들어봤을지는 몰라도 전 당신을 모릅니다.”
“그렇구나. 따로 말해주진 않은 건가...”
그의 목소리에 실망한 기색이 섞여서 샤카자이아는 점점 마음이 혼란해졌다.
“상황이 복잡하니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꾸나. 여기가 어디인지, 왜 잡혀왔는지 같은 것 말이다. 알고 싶은 게 많을 텐데.”
잠시 뒤에 그녀가 물었다.
“그 안경 쓴 남자는 대체 누구죠?”
“헨리 플러머는 탐험가로 출세한 가문 출신이다. 수백년 전부터 개척의 선발주자였고 그들의 발자국이 찍힌 곳은 그대로 와시추들의 식민지가 됐지. 많은 부족이 그들한테 당했어. 플러머는 더 탐험할 곳이 없어진 시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선조들의 업적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어. 그래서 놈은 골상학과 우생학에 전념하고 땅 대신 우리 같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탐험하겠다고 다짐했단다.”
“우리가 여기 갇힌 것과 상관있나요?”
레오포드는 불안해보이는 기침을 몇 번 토했다. 샤카자이아는 대답을 재촉하는 대신 걱정하는 말을 건넸다.
“괜찮으십니까? 무리해서 말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가씨가 어떻게 해줄 문제는 아니야. 그냥... 누군가로부터 견제를 받는 중이란다. 어쨌든 여긴 녀석이 우리들하고 관련된 수집품의 보관소다. 살아있는 것, 살아있지 않은 것 모두 있지. 보면 알겠지만 네가 있는 곳은 가장 정성 들여 꾸며둔 진열장이고.”
“대체 플러머가 제게 원하는 게 뭐죠?”
“본인 말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문명이 야만을 이긴다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라더군. 다른 말로는 아가씨를 자기 입맛대로 길들이겠다는 소리야. 가축처럼.”
샤카자이아는 얼이 나갔다.
“네?”
“점잖게 말하면 아가씨를 문명인으로 만드는 거지.”
“왜 굳이 저죠?”
“세속에 물들지 않은 마지막 부족에서 왔으니까. 네 아름다움도 무관하지는 않을 거다.”
그녀는 호흡이 거칠어졌다. 머리를 한손으로 쥐어짜며 뇌까렸다.
“상황이 너무 예상을 넘어서서 어쩔지 모르겠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지금 알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곧 아가씨 친구들이 올거야.”
“네?”
“소리를 보아하니 방금 엘리베이터가 보안관 사무실에서 멈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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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와 피카니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었다. 레스가 투덜거렸다.
“최신 기술이라는 거 더럽게 느리구만.”
피카니는 대꾸할 가치도 못 느껴서 수갑만 거칠게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