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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3권] 95회 - 바꾸지 못하는 미래 (95/188)



〈 95화 〉[3권] 95회 - 바꾸지 못하는 미래

만물이  사람에게 반응했다. 아자리의 눈이 달궈진 석탄처럼 붉게 빛나자 그녀 주변에 떠돌아다니는 입자에서 장밋빛 정전기가 튀었다. 파스낙의 옥색 눈이 반딧불처럼 은은히 빛나자 근처의 물안개에 비소 같은 불결한 녹색이 끼었다.

그녀가 멈췄다.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지팡이를 땅에 짚었다. 상대가 손을 이쪽으로 뻗자 파스낙도 칼을 땅에 꽂고 손을 펼쳐 보였다. 아자리가 외쳤다.


“포르차.”

파스낙도 외쳤다.


“리카인.”

두 가지 색의 파동이 서로 충돌했다. 각자의 손과 무기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색과 녹색의 광선이 뒤섞여 노란색 빛기둥이 되었다. 빛기둥은 하늘에 구멍을 뚫어버리고 색을 바꿨다. 그녀가 쏘는 붉은색의 파동은 한줄기의 흐르는 산불이자 화염의 물길이오, 파스낙이 쏘는 녹색의 파동은 흐르는 벼락이자 그 자리에 멈춘 벼락이었다.

힘과 힘이 부딪히면서 생겨난 충격파가 부스러기들을 날려내고 숲을 부쉈다.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파멸은 점점 넓어졌다. 이러다 공원이 통째로 날아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 발이니까… 각오가 서는 거야!”

체력이 떨어지면서 머리가 혼탁해졌던 아자리는 엉겁결에 온몸으로 외쳤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낼 힘을 한계까지 단번에 쏟아부었다.

순간 붉은색 섬광이 온 공원을 잠깐 물들이더니 힘겨루기의 주도권이 아자리에게 넘어갔다. 파스낙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붉은 빛을 침착하게 쳐다보며 점잖게 코웃음을 쳤다. 반은 비웃음이었고 나머지는 상대를 향한 인정이었다. 그가 한 손을 허리에 놓고 입으로 주문을 작게 속삭였다.


아자리는 갑자기 여태껏 느껴졌던 저항이 사라져 당황했다. 그녀가 손을 놓자 광선도 멈췄다. 안개는 모조리 증발했고 땅은 유리가 되어 번들거렸다. 파스낙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달궈진 허공에 일렁이는 아지랑이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천천히 걸으며 멍하니 말했다.

“설마 죽었어?”

아자리는 두려움에 빠졌다.


“당연히 그건 아니지.”


바로 뒤에서 파스낙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자리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 지팡이를 힘껏 휘두르자 충격파가 태풍처럼 온 일대를 휘몰아쳤다. 하지만 막상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는 방어할 자세를 취했다. 준비는 만반이다.

“잠깐 실례.”

땅 밑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 넘어트렸다. 그녀가 놀란 가슴을 가라앉힐 틈도 없이 파스낙이 뒤로 쓰러진 아자리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허공에 박힌 것처럼 공중에 수평으로 떠 있던 파스낙은 그녀의 지팡이를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빼앗아버렸다. 뒤로 넘어지던 아자리는 등이 땅에 닿고 나서야 무슨 일이 난 건지 깨달았다. 다음 생각을 떠올리려는데 파스낙이 그대로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붙잡았다.


마치 심해 생물한테 닿은 거처럼 아자리는 질겁했다.


“이거 놔!”

반사적으로 충격파를 날리자 의외로 파스낙은 순순히 사라졌다. 아자리는 아까 넘어지면서 벗겨진 고깔모자를 다시  다음 몸을 일으켰다. 심장박동이 정수리까지 닿았고 식은땀이 손끝까지 솟았다. 아직도 파스낙의 손길이 머리에 남은 거 같았다. 겨우 몸을 추스르는 그녀를 향해 정중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아직  끝났어 리차트라! 나와서 덤벼!”

파스낙이 그녀 바로 앞에 허공을 찢으며 나타났다. 양손에 자신의 지팡이와 아자리의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그가 팔짱을 꼈다.


“이제 어쩔 거야.”


덤덤히 묻는 그를 향해 아자리는 근처에 쓰러져 있던 나무를 염력으로 들어서 던졌다. 나무는 연기를 뚫듯이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파스낙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서 있다. 당황하는 아자리를 향해 그가 점잖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무리 만월 밤이라도 무리하면 몸에 안 좋아.”

뒤에서 들려왔다. 그쪽을 보니 파스낙이 있었다. 파스낙이 앞뒤로 있었다.  명의 파스낙이 동시에 말했다.

“선배 말은 잘 들어야지.”


갑자기 어두워졌다. 물론 밤이니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밝았던 달밤이었는데 먹구름이 낀 것처럼 빛이 사라졌다. 아자리는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어서 위를 바라보다가 굳어버렸다. 달빛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파스낙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대한 파스낙이 공포에 질린 아자리를 향해 말하자 하늘과 땅이 울렸다.

“첫 번째 가르침. 마법사는 정직하게 싸우지 않는다.”

거대한 파스낙이 한쪽 발을 들어 올리고 아자리를 짓밟았다. 공황에 빠진 그녀는 팔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웅크렸다. 고통에 온몸이 짓눌렀고 파스낙이 일으킨 충격으로 땅이 무너져 구멍이 났다. 캄캄한 구멍 안으로 아자리는 떨어졌다.

‘뭐가 일어나는 거야 무슨 일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아자리는 마침내 땅을 만났다. 얼마나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머릿속도 그러했다. 오만상을 쓰면서 일어났다. 아자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중얼거렸다.

“오.”

이제 그녀는 어느 건물의 복도에 있었다. 복도에는 온갖 종족으로 이루어진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한데 모여 아자리를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며 비웃었다. 자기 몸을 내려다보니 아자리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검은색 치마에 하얀색 프릴로 장식된 셔츠와 밤색 조끼. 그녀가 숨을 한 번 고르고 말했다.


“이제야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겠네.”


손가락 튀기는 소리와 함께 아자리를 비웃던 학생들이 얼어붙었다. 얼어버린 학생들 사이에서 파스낙이 나타났다. 지팡이 없이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가 휘적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자기 바로 옆에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파스낙이 께름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냈나 보군. 진짜 애들이 널 따돌렸어?”

“내 머릿속에서 나와. 파스낙 리차트라.”


아자리는 이빨까지 드러내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녀가 손짓하자 모든 것이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남은 건 끝없는 어둠과 하늘에 매달려있는 백열전구 하나였다. 달처럼 빛났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자리가 어둠 속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어차피 내 머릿속이니 정신만 바짝 차리면 네가 만든 환각에 당할 일도 없지.”


“정말 여기가 네 머릿속이라고 생각해?”

눈 깜짝할 사이에 아자리와 파스낙은 좁은 방에 같이 있었다. 둘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마주 앉아있었다. 그녀가 파스낙을 노려보며 지긋하다는 투로 말했다.


“가지가지 하네 진짜.”

파스낙은 서류첩을 펼쳐서 읽고 있었다. 겉에는 ‘생활기록부 : 아자리아 비온 라프라스’라고 공용어로 적혀있다.

“기초 교양 우수. 제왕학 평균 이상. 연금술 매우 우수. 호신 마법 우수. 응용 마법 평균 이하. 비행술을 낙제했다고?  날아다니던데 의외네.”

“급하면 어떻게든 되잖아. 그 또라이가 하던  보고 자극받았거든.”

“그건 정말 인상 깊었지.”


파스낙은 아주 깊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첩을 소리 내서 닫고 그가 말을 이었다.


“두 번째 가르침. 실전은 비겁해야 이긴다. 팔씨름 같은 놀이 한  했다고 이길  알았어?”

“닥쳐.”


아자리가 불량학생처럼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탁자에 다리를 턱 올렸다. 파스낙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전은  빠르거나 센 놈이 이기는 게 아니야. 더 용감한 놈이 이기는 것도 아니야. 웃으면서 등 뒤를 찌르고, 융숭히 대접해주면서 식사에 독을 타는 놈이 이기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먼저 떠올리는 쪽이.”


“나한테 괜히 이러는 까닭이 뭐야?”


그녀가 까딱까딱 체중을 옮기면서 의자를 기울였다.


“여기는 바깥하고 시간이 다르게 흘러. 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


“관심 없어.”


그녀가 탁자에 올렸던 다리를 힘껏 내리치자 그들을 둘러싼 벽이 박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파스낙을 무시하고 바깥으로 향했다. 어둠을 향해 뚜벅뚜벅 걸으면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정신 차려 아자리…. 정신만 차리면 환각은 금방 풀려.”

“대체 뭘 믿고 나대는 거지? 두고 있는 적은 무수한데 같은 편이라고는 야만족 여자하고 딱총 가진 인간 남자가 고작이야. 그렇게 해서까지 마왕이 되고 싶어?”

“왕위에는 관심 없어.”

들려온 목소리에 아자리는 대충 대꾸했다. 갑자기 어둠이 걷히고 레스  하자르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느새 그녀는 난민촌의 오두막에 있었다. 입고 있는 옷도 그 시절에 걸쳤던 누더기였다. 레스가 그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증오를 가득 담아서.

“그럼  대체  위해 싸운 거야?”

“진짜가 아니라는 거 알아!”


하지만 아자리는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레스를 밀쳤다. 다시 눈을 떠보니 이번에는 뒤집히고 불탄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불길 너머로 누군가가 불렀다. 변성기가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자리! 아자리! 도와줘!”


“아빠!”


아자리는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고 저쪽을 향해 달렸다. 불길을 뚫고 가보니 남녀 한 쌍이 머리에 포대기를 쓰고 교수대에 묶여있었다. 파스낙은 교수대를 작동시키는 막대기 바로 근처에 삐딱이 기대어 있었다.

“아. 눈물겹군. 가족 상봉 하나를 위해 저 드넓은 황무지를 건너고 반역자들을 맞서시겠다. 네 무모한 모험을 위해 목숨을 걸어준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여기까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우리 가문에는 돈이 하나도 없고 난 왕위에 오를 생각도 없어.”

포대기를 뒤집어쓴 여자가 아자리를 향해 몸을 돌리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구슬 구르듯 맑은 여자 목소리였다.


“아자리? 거기 있니? 제발 도와줘….”

파스낙이 막대기를 걷어찼다. 아자리의 부모님들은 목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꺼졌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상관없었다. 상상조차 싫었던 광경을 보는 바람에 아자리는 무릎을 꿇고 울음을 참느라 필사적이었다. 어느새 파스낙이 그녀의 곁에 귀신처럼 나타나서 말했다.


“네 부모님은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 어설프게 구하려 했다가는 이 악몽은 진짜가 된다.”


“그만해!!!”

아자리는 눈물을 쥐어짜며 소리질렀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정신 차려야 했다. 파스낙이 그녀의 멱살을 붙잡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눈 돌리지 말고 똑똑히 봐라.”


둘은 어느새 시체로 가득한 벌판에 와있었다. 구더기와 까마귀, 뒤룩뒤룩 살이  쥐 떼가 들끓었고 초목과 시체 타는 연기로 하늘이 시커멨다. 시체들은 모두 슈슈니 족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곳이 샤카자이아가 살던 마을이라는 걸 아자리는 그제야 눈치챘다.


“네가 마왕이 된다고 해도 이 미래는 절대 바뀌지 않아. 세상은 원주민들의 성스러운 땅을 폭약으로 부숴버리고 철도를 깔 거다. 불타버린 마을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아이들은 억지로 입양 당해서 전통과 문화도 사라지겠지. 사쿠라비는 다를 거 같아?”

파스낙이 손짓을 하자 풍경이 바뀌었다. 황량한 사막이었다. 해골로 덮여있었고 석유 시추탑이 빼곡히  있었다. 시추탑들은 묘비 같았다. 그리고 저 모든 시체를 거름 삼아 자라난 나무 같았다. 아자리가 발을 옮기자 바싹 마른 뼈 하나가 부스러졌다.

“이게 대체….”


“네 친구가 여기까지는 말 안 해줬지? 머지않아 전쟁이 끝나면 열강이 한데 모여  검은색 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먹으려 할 거다. 원래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어느새 레스 알 하자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우울한 뒷모습을 그들에게 보였다. 그가 아자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여태껏 본 적 없이 시체처럼 칙칙했다.


말을 잃어버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파스낙이 말했다.

“친구들이 짊어진 사명이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야 알겠어? 그런데 너는 고작 가족이랑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놈들을 부려먹고 있지! 왕관을 짊어질 용기도 없이!”


“그만해….”


“넌 치기 어린 애송이일 뿐이다. 싸구려 소설 주인공 행세나 하는 은수저.”

“제발….”


“물론 네 친구는 명예로운 사람이니 다 괜찮다고 했을 거야. 참 감동적이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그 우정이 변치 않기를.”


“아냐. 아니야! 레스는 달라!”


아자리는 절규했다. 레스가 어느새 권총을 뽑고는 무심하게 이쪽을 노렸다. 공이치기를 당기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파스낙이 입꼬리를 올리며 선고를 내리듯 딱딱하게 말했다.

“세 번째 가르침이다. 사람은 변해. 변화는 무엇보다 중요….”

파스낙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날 때처럼 아자리는 갑작스레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시내 공원에 우뚝 서 있었다. 부서진 숲이며 유리로 변한 땅도 모두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게 정말 진짜일까? 온갖 두려움 때문에 아자리는 바보처럼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어떤 생각을 해도  다른 악몽으로 이어질까  숨이 막혔다. 아자리는 파스낙이 내는 비명을 듣고 나서야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

“이… 빌어먹을! 주인을 알아보는 물건이었나!”

파스낙이 아까 빼앗았던 아자리의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마터면 손이 통째로 타버릴 뻔한 파스낙은 거기에서 손을 뗐다. 곧 지팡이는 주인을 향해 저절로 날아왔다.


“아….”

그녀가 지팡이를 손에 쥐고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냈다. 기껏 자신의 무기를 되찾긴 했으나 아자리는 이미 마음이 꺾여있었다. 맞서 싸울 생각은 들지 않고 뒷걸음질 밖에  떠올랐다. 파스낙이 화상 입은 자신의 손을 고치면서 말했다.


“아쉬워라. 조금만 더 갔으면 됐는데.”

“마음껏 아쉬워해.”

그녀는 달아났다. 달리면서 지팡이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지팡이는 제대로 떠오르질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혼탁한 탓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날아가려다가 떨어진 아자리를 향해 느긋하게 다가가며 파스낙이 말했다.

“먼저 시작해놓고 달아나면 쓰나. 승부가 나기 전에는 끝이 아니라고 네 친구가 그랬지?”


이젠 끝났구나. 그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떠올랐다. 절망에 짓눌린 그녀는 모든 감각이 희미해졌다. 피로하다. 악몽조차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이 절실했다. 두렵다. 아자리. 무슨 소리지?


“괜찮아?”

피로 흠뻑 젖은 옷을 입은 레스가 앞에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아자리는 그를 보고도 못 믿었다. 그녀가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진짜예요?”


“알았어.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괜찮구나. 일단 숨부터 크게 들이 쉬어봐.”

레스가 아자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파스낙은 레스의 피투성이 옷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데스페라도? 네 몸부터 걱정하지? 생색으로 들리는  아는데 자네 진짜 심각해.”

“그리고 너도 그렇게 될 거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샤카자이아가 시위를 놓으면서 외쳤다. 시위에 걸려있던 3개의 화살이 동시에 그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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