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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3권] 106회 - 심판의 날 (106/188)



〈 106화 〉[3권] 106회 - 심판의 날




하수도는 빗물 흐르는 소리로 가득했다. 라카키가 앞에 보이는 사다리를 가리키자 일행은 거기로 향했다. 샤카자이아가 먼저 사다리를 붙잡자 라카키가 그녀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탐이 날 속였어. 여기에는 악어가 없잖아!”

“악어는 구워 먹으면 맛있지.”

샤카자이아는 부지런히 올라갔다.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악어가 살아남을  있을 리가.”

아자리는 뒤를 따르면서 중얼거렸다. 사족으로 악어 서식지 근처에 세워진 도시의 하수도에는 종종  없는 악어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는다고 한다. 거의 다 올라오자 샤카자이아가 맨홀에 귀를 가까이 댔다. 하지만 빗소리 때문에 지금 올라가도 괜찮은지 확실치가 않았다. 라카키는 나가도 된다는 뜻으로 계속 손짓했지만 샤카자이아는 불안했다.

갑자기 맨홀이 덜컥하고 열리더니 늑대가 구멍 위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올라갔다. 레오포드와 윈프리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라카키가 늑대에게 날아들었다.

“늑돌이!”

늑대는 라카키를 쫓아서 잠깐 껑충거리며 같이 놀았다. 레오포드가 샤카자이아를 일으켜주면서 말했다.

“슌카와칸이 여기로 데려왔단다.”

아자리는 윈프리의 애정 어린 포옹을 받아주고 있었다. 포옹이 풀리자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저희는 하수도에 있었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았죠?”

“냄새를 맡은  아니라 라카키를 느낀 거야. 어쨌든 무사하다니 다행이구나.”

이번에는 윈프리가 샤카자이아를 와락 껴안았다.


“아씨가 잡히고 나서 나랑 아씨의 친구들이 얼마나 걱정했던지! 무사해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총각은 어디 있어?”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 얼떨떨해하는 샤카자이아를 대신해서 아자리가 대답했다.


“레스는 크게 다쳐서 쉬고 있어요. 캘러헬 씨랑 같이 있고요.”

윈프리는 눈을 크게 뜨면서 놀랬다.

“토마스하고?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겠네. 그런데 녀석은 마음을 잘  열어주는데, 너희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다.”


레오포드의 곁으로 늑대가 돌아왔다. 라카키는 늑대의 머리 위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들 눈에도 라카키가 보이는 거겠지. 움직이자.”

일행은 그를 따라서 걸었다. 당장은 빗발이 가랑비가 살짝 많이 내리는 수준이지만 날씨가 더 나빠질 거라는 건 명백했다. 몇 시간 전에는 구름  점 없는 달밤이었는데 이제는 하늘이 온통 회색이다. 아자리가 망토에 새로 달아둔 후드를 고쳐잡으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담은 샤키 언니의 엄마에 대해서 모르셨나요?”

윈프리는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으으응… 레오하고 토마스한테 이야기로 몇 번 들어본 게 고작이야.”

레오포드가 말을 이었다.

“마담하고는 우리가 핑커튼이 되고 나서 만났다. 그리고 우리가 핑커튼이 되고 난 뒤로는 마토아카하고 만날 일이 없었지.”


“미안해 애들아… 너희를 처음 봤을  내가 아씨를 알아봤다면 상황이 더 나아졌을 텐데. 그땐 아씨의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어.”

샤카자이아는 차분하게 위로하는 투로 말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레오포드가 멈추라는 수신호를 하면서 속삭였다. 일행은 벽에 바짝 붙었다.

“사쿠라비가 여기   건 아쉽구나. 나누고픈 이야기가 많았는데.”

“단테는 괜찮나요?”


아자리가 물었다. 지나가는 말로 꺼낸 질문이었는데 레오포드와 윈프리는 정색했다. 아자리와 샤카자이아도 자연스레 표정이 굳어갔다.






앞장을  카우보이가 허공으로 손바닥을 펼치자 다섯 명의 고용된 졸병들이 사주경계를 펼쳤다. 카우보이가 품속에서 보석으로 만든 추를 꺼내고 거기에 묶인 끈을 손끝으로 집었다. 펜듈럼의 추는 몇 차례 양옆으로 움직이다가 방향을 가리켰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추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끈이 팽팽해졌다. 카우보이는 그쪽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고 같이 움직였다.

땅이 질척거렸다. 빈민가의 악취는 비에 가라앉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하늘은 콘크리트 색이었다. 카우보이는  손에 권총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펜듈럼을 계속 들었다. 그리고 졸병들은 슬슬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긴장감은 필요 이상으로 강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입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 모두 표정에 불만이 떠올랐다.

카우보이가 들고 있는 펜듈럼이 덜덜 떨렸다. 망가진 계기판의 바늘처럼 추가 난잡하게 움직였다. 그가 허공으로 손바닥을 펼치자 졸병들은 인상을 팍 썼다. 졸병들은 따분하게 카우보이의 펜듈럼이 다시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들의 입가에 하얀 김이 짙게 피어올랐다.

그때  졸병이 여태껏 보이던 어떤 사물에 신경이 쓰였다. 그들은 잠깐 눈짓과 손짓을 주고받았다. 졸병은 골목에 있는 커다란 쓰레기통 옆에 아무렇게 놓여있던 커다란 나무상자에 다가갔다. 겉이 깨끗한 게 원래 여기 있던 물건으로 보이질 않았다. 졸병이 조심스럽게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고는 환호했다.


“이런 썅. 이것 봐!”


다른 졸병들이  말을 듣고 주목을 돌렸다. 카우보이는 나직하게 말했다.

“각자 위치를 지켜라.”


졸병들은 지시를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그들이 나무상자에 들어있는 것들을 보고 감탄을 해댔다.


“와우! 이거 오토-5잖아! 브라우닝의 신작이라고!”


“1887년식 레버액션도 있어.”


“우리가 쫓는 놈이 여기에다가 두고 갔나 봐. 이걸 전부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닐 순 없으니까. 형씨의 뭔지 모를 것이 한  했네.”


카우보이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절대. 거기에 손대지 마.”

눈앞에 차려진 고급 무기들에 정신이 팔린 오합지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카우보이가 다급하게 다시 말했다.

“거기서 물러나!”

졸병이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건드리는 순간 철삿줄 튕기는 소리와 함께 나무상자가 폭발했다. 폭음이 최대한으로 퍼지기도 전에 캘러헬은 건물 안에서 벽돌벽을 뚫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상대의 등을 향해 쏘았다. 졸병들과 카우보이는 앞뒤로 공격을 받았다.

구역에 있는 모든 사람이 폭음을 들었을  카우보이는 몸을 돌려서 캘러헬을 마주 보았다. 폭탄 파편과 C96의 소구경 권총탄으로는 카우보이가 입고 있는 외투를 뚫지 못했다. 카우보이가 쏜 45구경 철갑탄도 캘러헬이 입고 있는 외투를 뚫지 못했다.  번째 탄환은 캘러헬을 빗나갔다. 세 번째는 제대로 머리를 겨눴으나 캘러헬은 그하고 아까보다 세 걸음이나 가까워져 있었다.


캘러헬은 체중을 실어서 상대의 몸을 밀어서 넘어트리고 목을 졸랐다. 카우보이는 다른 무기를 꺼내려 허리춤에 손을 뻗었으나 손은 목적을 이루기 전에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눈을 까뒤집고 숨을 거둔 상대의 눈을 감겨주고 속삭였다.

“잭슨.”

가랑비가 소나기로 변했다. 우두머리 총잡이는 광장에 있던 병력을 골라서 폭음이 들린 곳으로 보냈다.

캘러헬은 상대가 쓰고 있던 모자로 시신의 얼굴을 덮어주고 움직였다. 살기가 그곳을 옥죄였다. 그는 골목에 있는 대형 쓰레기통 속에 숨겨둔 M1897 펌프 액션 산탄총과 탄띠를 꺼내서 몸에 매고 권총을 장전했다.


철갑탄이 들어있는 산탄총으로 무장한 카우보이 2인조가 근처에 있었다. 걷는 도중에 각자 다른 방향을 맡아서 기척은 완전히 죽이고 기다렸다. 1개 분대도 왔다. 졸병들은 빗속 너머로 근처에 죽은 사람이 있다는  냄새로 알아채고 겁에 질렸다.


그 분대를 맡은 카우보이는 근처에 있는 3층 높이의 목조 건물에 눈길을 줬다. 그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재개발만 기다리는 버려진 건물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 앞장서서 안을 살핀 카우보이는 예상치 못한 것과 맞닥뜨렸다. 더러운 옷을 입은 소년이었다.


“어? 어어어어?!”


갑작스러운 침입자들을 보고 소년은 당황했다. 옷은 젖어있지 않았다. 원래 여기서 생활하던 주민이다. 어떤 이유로 다른 주민들은 미리 알아채고 대피한 거 같은데 이 소년은 상황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카우보이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도와줘요! 제발 아무나 도와주세요!”

가만히 숨어서 상대를 기다렸던 캘러헬은 소년의 비명을 듣고 물보라가 일정도로 다급하게 뛰었다. 소리는 건물의 2층으로부터 들렸다. 그는 심호흡하고 도움닫기로 펄쩍 뛰어서 2층 건물의 목재 벽을 부숴버리며 진입했다. 그가 뛴 자리에 동그란 파형이 퍼졌다.

안에서 계단 근처와 창문에 숨어있던 졸병들은 사람이 대포알처럼 안으로 날아오자 잠깐 공황에 빠졌다. 캘러헬은 순식간에 권총을 뽑아서 보이는 대로 쐈다. 그 공격으로  명이 신음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는 나머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다른 손에 든 권총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총 버려! 버리라고! 안 그럼  죽는다!”

졸병 둘이 소년을 같이 붙잡고 권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캘러헬은 천천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마시면서 방아쇠에  손가락을 빼고, 내쉬면서 권총을 바닥으로 던졌다.


“침착해지자고 친구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등에 있는 총도 버려.”

“물론이지.”

캘러헬은 산탄총을 거꾸로 잡아서 바닥에 놓았다. 소년을 붙잡고 있던 졸병들이 바로 권총을 이쪽으로 겨눴다.

“이제 관계없는 사람은 보내줘.”

갑자기 캘러헬이 고개를 양옆으로 까닥까닥 흔들어댔다. 졸개들이 어처구니를 잃고 반사적으로 외쳤다.

“뭐 하는 짓이야?! 씨발!”


“긴장 풀자고. 웃으면서 살면 좋잖아.”

양옆으로 고개를 흔드는 속도가 어찌나 대단한지 가장 빠른 박자에 맞춘 메트로놈 같았다. 긴장이 풀리기는커녕 기괴해서 인질로 잡혀있던 소년까지 겁에 질렸다.

“봐. 재도 재밌어하잖아. 이제 슬슬….”

두 졸병이 마구잡이로 권총을 쐈다. 그리고 캘러헬은 머리에 총알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틀림없었다. 아무리 오합지졸들이라고 해도 자신들이 어디에 맞췄는지 정도는 분간할  알았다. 두 사람은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생존의 기쁨이었다.

“해냈다. 저 괴물이 죽었어.”


“세상에 믿을 수가 없네!”

두 사람은 이제 소년은 안중에 없었다. 소년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공포와 슬픔으로 울먹이면서 쓰러진 캘러헬을 보았다.


“형씨! 이제 됐어! 우리가 해냈다고!”


그들이 1층을 향해서 소리치자 대답이 돌아왔다.

“눈을 맞춰서 관통시킨 게 확실한가?!”

“그게 무슨 상관이야! 대갈빡에 제대로 박혔는데!”

1층에 있던 카우보이는 바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지원이 올 때까지 계속 거리를 벌리고 지켜봐라!”

두 사람은 피식 웃으면서 시체에 다가갔다. 다리를 잡고 아래쪽으로 끌고 내려갈 생각이었다. 저 괴물한테 걸려있는 막대한 포상금이 두 사람의 몫이 될 거라는 희망찬 미래를 떠올리며 그들은 헤죽거렸다. 자신들이 붙잡은 다리가 살아있는 다리라는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좋은 미래를 확신하고 카우보이는 급하게 2층으로 올라왔다. 우뚝 서있는 캘러헬의 이마 한복판에는 새빨간 동그라미가 찍혀 있었고 천장에는 두 명의 사람이 몸통째로 박혀 있었다. 소년은 또 겁에 질렸다.

카우보이가 캘러헬의 머리를 노려서 방아쇠를 당기자 그는 팔로 머리를 감싸고 버텼다. 카우보이에게는 총을 재장전할 여유가 없었다. 캘러헬도 바닥에 떨어트린 자신의 총을 주울 여유가 없었다. 두 괴물 사냥꾼은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맞부딪히는 순간 묵직한 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힘겨루기, 견제용 찌르기, 관절 붙잡기, 속임수 공격. 무기와 무기, 초인과 초인. 소년의 눈에는 싸우는 모습이 너무 빨라서 신기루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소년의 눈으로도 승부는 캘러헬의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가 팔꿈치로 상대의 손목을 쳐내서 공격을 흘려내고 역수로 단도를 쥐어서 상대의 몸통을 그었다. 그걸로 끝났어야 했다. 방금 베인 옷자락 사이에 나타난 건 피를 흘리는 살점이 아니라 번들거리는 비늘이었다.

카우보이는 뱀처럼 갈라진 혀를 한 번 날름거리고 다시 달려들었다. 싸우느라 흐트러진 옷깃 사이로 비늘에 덮인 몸이 드러났다. 캘러헬은 합을  번 겨루다가 거리를 벌리고 손목의 반동만으로 칼을 던졌다. 칼의 손잡이가 정통으로 카우보이의 몸에 맞았다. 캘러헬은 빈틈을 노려서 상대의 손목과 팔꿈치를 붙잡고 꺾어버렸다. 팔이 꺾이긴 꺾였는데 그가 기대한 감촉이 아니었다. 카우보이는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진 팔의 관절을 완전히 탈구시키고 뱀처럼 빠져 나왔다. 그가 팔의 관절을 원래대로 되돌리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제가 어떻게 변이했는지도 까먹었습니까? 그랜드마스터.”

캘러헬은 자신의 뒤통수를 탁탁 때렸다. 그러자 이마에 박혀 있던 권총탄이 튀어나왔다.

“머리에 총 맞아서 잠깐 까먹었다.”


“당신답군.”

그가 이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카우보이는 자신에게 아직 할  있다는 근거 없는 최면을 걸었다.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고 그는 각오했다. 그리고 주먹에 맞고 선 채로 실신했다. 뱀처럼 관절이 유연하지 않았다면 보통 사람은 그 순간 목뼈가 부러졌으리라.

캘러헬은 손가락을 갈퀴처럼 세우고 상대의 가슴에 박았다. 손가락 안으로 요동치는 심장이 느껴졌다. 움켜쥐자 바닥에 색이 맑은 피가 왈칵 쏟아졌다. 손을 뽑자 더 많은 피가 부서진 갈비뼈와 함께 튀어나왔다. 쓰러지는 상대의 몸을 받아서 정중히 눕혀주고 그가 건조하게 속삭였다.

“하이데르.”


그는 망자의 눈을 감겨주고 소년이 안전한지 확인했다. 돌아오는  경악과 공포에 질린 눈빛이었다. 캘러헬은 묵묵히 자신의 무기를 다시 챙겼다. 재정비를 마치는 순간 바깥으로부터 괴이쩍은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리에 총을 맞을 때조차 침착했던 캘러헬은 온몸으로 경련을 일으키다가 고통에 찬 얼굴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누워있던 하이데르가 그 난리를 듣고 잠에서 깨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캘러헬의 목덜미를 물었다. 뿌리치기는 쉬웠으나 물린 곳에 독이 스며들어 보랏빛으로 물들어갔다. 다시 쓰러진 하이데르는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잠에 빠졌다. 또 괴이쩍은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지자 캘러헬은 이를 악물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2인조 카우보이 중 하나가 그를 향해서 산탄총을 쏘았다. 호두알만 한 크기의 철갑탄은 캘러헬의 외투를 뚫어버리고 몸에 깊숙이 박혔다. 그는 반격하지 않고 달아나기만 했다. 반대쪽에 있던 일행이 자신에게 합류하자 카우보이는 다시 움직였다. 일행의 목에는 기괴하게 생긴 호루라기가 걸려있었다.


그들은 핏자국을 따라갔다. 서두르지 않으면 소나기에 흔적이 사라진다. 어느 정도 달리다가 한쪽이 목에 걸려있는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힘껏 불었다. 물은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질이다. 한참 멀리에 숨어서 칼로 몸에 박힌 총알을 꺼내고 있던 캘러헬은  평정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곳에 칼을 대고 말았다. 다른 한쪽이 코를 킁킁거리고 말했다.


“이쪽이다. 그 양반은 희귀 혈액형이라 빗속이라도 구분하기가 쉬워.”

“잭슨하고 하이데르도 저항할 수단이 있었을 텐데. 애석하군.”

“기회조차 없었겠지. 같은 입장이었으면 우리도 그렇게 됐을 거야.”

캘러헬은 살점을 도려내다시피 자기 몸을 난도질해서 간신히 철갑탄을 꺼냈다. 정신을 집중하자 이마에 났던 총상과 떨어져 나간 살점이 다시 차오르는  느껴졌다. 하지만 잃어버린 피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몸에 흐르는 독도 바깥으로 빠져나가질 않았다. 온몸이 점점 마비되어갔다.

“돌고 도는 순환 속에서 사냥꾼도 결국 사냥감이 되리라….”


그는 힘없이 읊조리고 일어났다. 마침 포위망을 좁혀오던 다른 분대가 그를 발견했다. 그들을 지휘하는 카우보이가 외쳤다.


“퍼부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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