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4권] 128화 - 공모
병실 안에는 있을 사람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하딘과 그의 부하들은 침상 하나를 차지해서 앉아있었고 피카니는 루나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 듯 구석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타티아나는 레스를 파이프 의자에 턱하고 밀어서 앉혔다. 구도로만 보자면 레스가 사방을 포위당한 형색이다. 그는 무릎을 직각으로 굳히고 등을 곧게 세웠다.
하딘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파이프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빙빙 돌리고 있었다. 시선을 레스 쪽으로 바꾸면서 그는 말했다.
“실감이 안 나는군.”
레스는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기분 이상한 건 마찬가지야. 인생 대부분을 쫓기는 쪽에 있었는데 처음으로 쫓는 쪽이 됐어. 그것도 친해진 사람을 쫓아야 한다니.”
하딘은 가지고 놀던 담뱃대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일어났다.
“마하라자(4천왕)라는 게 있다고 했었지. 파스낙이 구체적으로 말해준 건 없나?”
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 숙제로 남긴다면서 말을 흐렸어. 어떤 사람은 자유롭고. 어떤 사람은 이기적이고. 어떤 사람은 정의롭다. 최소한 이 셋은 아직도 살아있을 거다. 그러더라고.”
하딘은 타티아나를 바라보았다.
“소위?”
그녀는 레스의 말을 듣고 조금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파스낙하고 동업했다가 헤어진 인물이 한 둘이 아니어서 특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자유로운 사람에 대해서는 짐작이 갑니다. 아니 확신이 듭니다.”
“누구지?”
“아폴례크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분 있습니까?”
타티아나의 질문에 루나만 손을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피카니가 물었다.
“그게 누굽니까?”
“마계에서 가장 뛰어난 칼잡이라고 들었어요.”
“칼잡이?”
레스는 그런 단어가 존재할 수가 있냐는 듯 목소리가 뒤집혔다. 하딘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어떤 사람인지 조금 말해주겠나 소위?”
“어느 날 마왕이 아폴례크에게 많은 돈과 함께 기사 작위를 하사하면서 자신의 성에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폴례크는 작위를 거절하고 받았던 돈은 거지한테 모조리 줘버리고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꽤 예전 일입니다. 저도 직접 대면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비투스가 턱을 쓰다듬다가 감상을 말했다.
“확실히 자유로운 사람이긴 하네.”
하딘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레스의 근처를 빙빙 돌아다니며 중얼거렸다.
“일단 마하라자라는 게 꾸며낸 말만 아니면 돼. 당장은 그거면 충분하겠군.”
레스가 하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도 뭐 좀 물어봐도 돼?”
상대는 레스를 향해 고갯짓만 했다.
“파스낙은 어떻게 됐어? 살아는 있는 거야?”
“녀석은 살아있다. 하지만 의식은 못 차렸어. 아직도 회복을 못 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계속 잠들어있는 건지…. 일단 지켜보고만 있었지.”
“타티아나는 우리가 그놈하고 상관할 일은 없어졌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피카니가 레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시크릿 서비스가 데려갔으니까. 아직 놈한테서 캐고 싶은 게 많아서 우리도 내주긴 싫었지만 거부할 형편이 안됐어. 지금 우리가 이 병실에서나마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것도 그때 필사적으로 협상한 결과야.”
카르델이 이어서 덧붙였다.
“그런데 꼴을 보아하니 그것도 오래는 못 갈 거 같네.”
레스는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어 올렸다. 피카니가 반응했다.
“또 궁금한 게 있어?”
“창밖에서 봤거든. 저쪽으로부터 받았던 서류에 뭐가 적혀있었던 거야?”
피카니가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그거라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말해. 일단 같은 배를 타게 됐는데 모르는 사정이 남아있으면 신경 쓰인다고.”
피카니는 하딘하고 눈빛을 교환했다. 하딘은 콧김을 한번 내쉬고 말하라는 듯 턱짓했다. 피카니가 그를 향해 물었다.
“기밀인데도 괜찮겠습니까?”
“마침 마법사님도 계시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해줘.”
피카니는 루나가 의문에 찬 얼굴로 집중하는 걸 확인하고 먼저 목을 가다듬었다.
“그거 아냐. 시크릿 서비스는 위조지폐와 탈세를 단속하기 위해서 태어난 조직이라는 거.”
레스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왜 얘기가 거기로 흐르는지는 모르겠다만, 그건 국세청이 하는 일 아니냐.”
“국세청이 개척시대 당시의 무법자들을 상대로 세금을 거두거나 위조지폐를 색출하는 건 어림도 없어. 시크릿 서비스는 그런 이유로 인류 연방이 만든 조직이야. 여하튼 핵심은 놈들이 돈을 밝힌다는 거지. 그들은 헨리 플러머와 파스낙 리차트라의 재산을 압류한다고 했어.”
레스와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듣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분명한 반응을 내지 못하고 아리송한 표정만 지었다. 잠깐의 침묵 뒤에 루나가 말했다.
“얼마나 가져간다는 거죠?”
“전부요. 생각하시는 그게 맞습니다.”
피카니가 굵게 답했다.
“오 맙소사.”
루나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레스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서 루나에게 물었다.
“대체 그게 뭘 의미하는 건데요? 감옥에 갈 놈들의 재산은 당연히 압류하는 거잖아요.”
그녀는 한 손을 이마에 대고 끙끙거리면서 설명했다.
“플러머 연방 보안관하고 파스낙은 도시에서 돈을 긁어모았어요. 인프라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요. 지금 도시의 상황이 어떤지는 아까 나갔을 때 보셨겠죠 하자르 씨.”
“안 좋았죠.”
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도시의 재정이 빈곤한 상황인데 저번 싸움으로 서민들의 주거 구역과 공공시설이 대거 파손됐어요. 부패한 경찰들이나 공무원들 때문에 생긴 내부적 혼란도 아직도 수습 중일 거고요. 이 모든 것들을 처리하는 데에 돈이 빠짐없이 들어갈 거예요.”
“제국이 수습해야죠.”
그렇게 말하고서는 바로 레스는 ‘아’하고 소리를 내며 표정이 굳었다. 루나가 우울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제국에게 그럴 생각이 있다면, 플러머와 파스낙의 재산을 도시로 환원시키지 않고 굳이 정보기관을 시켜서 제국으로 가져갈까요. 오 인류여….”
루나는 신음을 참지 못했다. 레스는 사태의 심각함을 완전히 이해하고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언성이 절로 높아졌다.
“서너 달만 지나면 겨울이 될 텐데 그놈들 제정신인가? 애초에 사태가 심각해진 이유 중 하나가 연방 보안관 때문인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이곳을 내버려 둔다고?”
생각하다가 속이 쓰려진 카르델이 험악해진 표정으로 구시렁거렸다.
“저 새끼들은 실적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거지.”
아비투스는 굳은살로 다부진 손으로 자신의 눈가를 쥐어짰다.
“동화나 소설에서는 악당이 죽으면 만사가 해결되지만, 현실이란 참….”
하딘은 감정을 닫고 묵묵히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나중에 절차를 밟고서 물자를 보낸다고 하더군. 내년에야 끝날 절차를. 이게 우리가 충성하는 곳이 하는 짓이야. 문명에 온 걸 환영한다 사쿠라비.”
타티아나는 레스가 다른 말을 안 하고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려고 하기에 목덜미를 검지로 꾹 눌렀다. 난데없는 지압에 호들갑을 떨면서 레스가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는 말했다.
“이제 원래 일에 집중해. 이건 우리 손을 떠난 문제야.”
그는 혼이 나간 목소리로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웅얼거렸다.
“원래 일? 아자리 붙잡기? 맞아, 그랬었지. 네 말이 맞아. 다만… 집중이 잘 안 되네.”
“우린 아직 전진할지 포기할지 완전히 결정하지 않았어. 이대로라면 제국은 너하고 루나 씨까지 삼켜버릴 거다. 정신 차려.”
일동은 입을 다물고 레스가 생각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숨을 열 번 쉬었다. 얼굴을 한 번 매만지고 입가를 옴 죽였는데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이빨이 엿보였다. 뜸 들이기를 다 마치고 레스는 말을 토해냈다.
“우리가 출발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하딘이 대답했다.
“자네하고 마법사님 몸 상태를 무시하고 무조건 서두른다면 아마도 내일 저녁.”
“내일 저녁?”
레스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사건의 관계자로서 떠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서류 작업이 남아있어. 이것도 시크릿 서비스가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야 가능한 시각이다.”
피카니가 말했다.
“너하고 마법사님이 우리랑 같이 가야 하는 이유도 생각해둬야 해.”
레스는 한숨을 쉬고 혀를 찼다.
“일단 지도부터 펼쳐봐. 지도 있는 사람? 없어?”
그의 뒤에 있는 타티아나가 어디서 꺼냈는지 접혀있는 지도를 손에 들고는 레스의 뺨에 찰싹 붙였다. 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지도를 자기가 앉았던 파이프 의자 위에 펼쳤다. 그리고 다 같이 볼 수 있도록 앞으로 끌었다. 레스는 또 한숨을 쉬고 중얼거렸다.
“내 친구를 쫓으러 공모할 시간이군.”
타티아나가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그의 바로 옆에서 말을 걸었다.
“한숨 그만 쉬어. 명줄 짧아진다.”
“...눈감으니까 아자리나 샤키가 옆에 있는 기분이네. 왜 내가 만나는 마족 여자들은 다 나한테 불만이 많지? 매번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도 같은 체험을 하는 거 같아.”
피카니가 넌지시 말했다.
“너 진심으로 문제가 만나는 사람들한테 있다고 생각하냐?”
레스는 떫은 얼굴로 지도의 한 곳을 짚었다.
“아무튼.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이지?”
하딘이 근처에 그려져 있는 검은색 선을 가리켰다.
“이게 자네 친구들이 탈출할 때 이용했던 철로야. 기관차는 여기서 발견되었다는군.”
그렇게 말하면서 하딘은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좀 더 옮겼다. 레스가 물었다.
“그 열차 주변에서 다른 흔적은 없었답니까?”
“그날 이후로 비가 틈날 때마다 내려서 흔적이 전부 사라진 거 같다는군. 자네 친구들이 열차를 끝까지 타고 이 근처에서 내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러는 척하고 도중에 뛰어내렸을 수도 있지. 근처 주둔지로부터 수색은 철저히 하라고 전보를 보내놓긴 했는데 아직 감도 안 잡혀.”
레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하딘을 바라보면서 손짓을 했다.
“그 주둔지 위치들 좀 표시해주시겠습니까?”
“아니. 그건 기밀이야. 그건 우리만 알고 있어야지. 자넨 알 필요 없고.”
“좋아. 그럼….”
레스는 한 손의 손가락 다섯 개를 전부 써서 지도 위를 짚었다. 하딘은 몸이 움찔하다가 무표정을 굳혔다. 레스가 물었다.
“얼마나 정확한지만 말해줄 수 있어요?”
하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스는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다.
“내 친구들은 수색에 걸리지 않을 곳만 최대한 골라서 갔을 거야. 그럼 예상해야 할 범위도 많이 좁힐 수 있겠지.”
피카니는 일단 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넘어가고. 근거 있는 추측이야? 그럼 방향을 목적지인 동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크게 돌아서 가게 될 텐데. 너희 일행은 한시가 급하잖아.”
“도시에서 그 고생을 했으니 무조건 안전을 우선으로 두고 움직일 거야. 실제로도 아직 수색에 걸리지 않았다며. 일단 같이 지내본 사람으로서, 내 직감으로는 다들 그럴 거 같아.”
하딘은 끝까지 말을 다 듣고 말했다.
“목표가 확실하게 안전한 곳만 골라서 달아나는 중이라면. 우리가 고를 길이 크게 둘로 갈라진다. 큰 수확이군.”
피카니가 중얼거렸다.
“또 갈림길인가.”
하딘은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그는 지도 위에 검지와 중지를 길게 벌려서 짚었다.
“편의상 이건 경로 A라고 부르지. 경로 A는 가는 도중에 역참이나 작은 마을이 끼어 있어. 도망치면서 중간중간 휴식하려면 이쪽을 고르는 게 좋겠지.”
아비투스가 듣고 의견을 말했다.
“그래도 엄연히 전보나 현상수배가 닿는 곳이군요. 많이 구석진 곳이라서 도망치는 처지에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부담이 있군요.”
하딘은 그쪽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손짓한 다음 엄지와 약지를 뻗어서 지도를 짚었다.
“그리고 이게 경로 B다. 계곡, 숲, 평야, 황무지밖에 없는 미개발 지역들뿐이군.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 이쪽을 고르는 게 최우선이겠군.”
이번에는 루나가 손을 들었다. 하딘이 정중하게 말하라고 손짓했다.
“그쪽은 개척시대 때 프로 스펙터(금맥 탐사자)들과 모피 사냥꾼들이 헤집어놓은 곳이에요. 예전에 비버 남획과 지나친 사금 채취로 생태계가 손상됐죠. 이쪽을 고르면 추적은 피할 수 있어도 자급하기가 힘들 거예요.”
그때 가만히 있던 카르델이 끼어들었다.
“거기에는 중간에 ‘현금 출납기’가 있어.”
“현금 출납기?”
레스가 저쪽을 바라보면서 반응했다. 카르델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설명했다.
“다양한 갱단이 공유해서 은신처로 쓰던 곳이야. 깊은 골짜기에 숨겨진 동굴인데, 지리적으로 천혜의 요새라 군대라도 작정하고 끌고 오지 않으면 공권력이 손을 댈 수가 없는 곳이야. 무법자들만의 중립지역이지. 개중에는 자기 가족까지 데려와서 목축이나 농사까지 할 정도로 공동체화된 갱단도 있어.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나야 모르지만.”
하딘이 팔짱을 끼면서 레스를 바라보았다.
“자네 일행은 황무지의 지리나 역사에 대해서 잘 아나?”
레스는 조금 고민했다가 말했다.
“단테는 상인 길드에 등록된 사람이지만 밀수도 해. 예전에 황무지와 제국 사이의 국경은 뇌물로 간단하게 넘어 다녔다고 들은 적이 있어.”
카르델이 말을 받았다.
“밀수를 한두 번 한 게 아니구먼. 그럼 황무지에 대해서 어지간한 건 다 알겠군.”
하딘은 자신의 콧수염을 쓸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가능성이 큰 건 경로 B인가. 더 떠오르는 거 없나 사쿠라비?”
레스는 자신의 미간을 손톱으로 긁적였다.
“단테는… 제법 인맥이 있는 거 같아.”
“인맥이 넓다. 얼마나 넓은데?”
피카니가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받아 적듯이 말했다.
“단테의 소개로 마담 윈프리를 만났어.”
그 말을 들은 방 안의 남자들은 각자 자기만의 언어와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루나와 타티아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피카니가 어금니를 한 번 깨물고 심호흡했다.
“그 양반의 인맥이 핑커튼까지 닿는다면 작은 검문소 정도는 유유히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는 거잖아.”
“단테는 윈프리 씨의 정체까지는 몰랐지만…. 맞아. 그럴 수도 있어.”
아비투스가 억양 없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로 A의 가능성도 확 커졌어.”
레스가 헛웃음을 냈다. 눈빛과 표정에서 아무 생각이 없다는 티가 훤히 보였다.
“같이 지낼 때는 그냥 좋은 친구였는데 쫓는 처지가 되니 머리 아프게 하네.”
타티아나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대위님. 둘 중 하나를 고르기는 해야 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아. 심지어 지금 논의한 내용도 결국 다 추측에 불과하네.”
하딘의 목소리가 기어 다녔다.
“저희는 일곱입니다. 둘로 갈라질 수는 없습니다. 고를 수 없다면 동전이라도 던져야 합니다.”
아비투스가 눈을 크게 뜨면서 손을 들고 끼어들었다.
“차라리 정말로 갈라지는 건 어떻습니까?”
대부분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딘이 그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계속 말해봐.”
“일단 빈센트 중위님이 있지 않습니까. 대민 지원 때문에 바쁘시겠지만 설득하면 충분히 저희와 동행해주실 겁니다.”
하딘은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다.
“빈센트는 믿을만하지. 그 녀석까지 합치면 여덟. 넷으로 갈라져서 양쪽으로 간다? 여전히 위험해. 인원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문제가 돼.”
이번에는 카르델이 끼어들었다.
“그냥 사람을 고용하죠? 애초에 갱단들이 득실거리는 도시였으니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딘은 쓴 걸 씹은 표정을 지었다.
“우린 정예만 필요해. 어중간한 놈으로 머릿수만 늘리면 부담만 커지고 보안 문제도 생겨.”
“탐정들이 있습니다.”
아비투스가 말했다. 하딘은 아무런 감명도 느끼지 못한 거 같았다.
“핑커튼은 중립으로 남겠다고 입장을 확실히 밝혔어. 아무리 많은 돈을 낸다고 해도 우리 의뢰는 들어주지 않을 거다.”
“하지만 사쿠라비의 말은 들어주겠죠.”
그의 말은 이번에는 확실하게 파문을 일으켜 사람들의 표정을 바꾸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이 레스에게 쏠렸다. 아비투스가 덧붙였다.
“적어도 시도는 해볼 만합니다.”
루나가 조심스럽게 레스를 향해 물었다.
“도와주실 건가요?”
그는 고민 없이, 표정 변화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같이 마담에게 인사나 드리러 가죠.”
한 박자 늦게 루나는 뜻을 이해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