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5화 〉[4권] 135회 - 철의 대화 (135/188)



〈 135화 〉[4권] 135회 - 철의 대화



그 거리의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는 줄이 걸리고 거기에 하얀색 종이 등불들이 매달려있었다. 하얀색 종이 등불마다 먹물과 붓으로 꽃, 새, 구름, 강 같은 자연을 소재로  그림들이 정성껏 그려져 있다. 그 거리로 들어가는 곳에는 커다란 대문을 연상시키는 나무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데 겉에는 피처럼 붉은 칠이 꼼꼼하게 칠해져 있었다. 물론 세월의 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벗겨진 흔적도 적잖게 보였다.

그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 백인은 거의 없었다. 하나 같이 피부의 색이 거무스름하거나 검붉거나 종족이 인간이 아니었다. 가끔 보이는 백인들은 모두 그 거리를 방문한 손님이다. 거리를 이루는 가게들과 건물의 간판에는 공용어로 적힌 간판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글자 하나하나가 정교한 기하학적 그림을 연상시키는 언어로 적혀있다.


모르스는  거리로 들어가기 직전에 새빨간 나무 구조물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상의에 걸친 정장 블레이저를 한 손으로 잡고 벗은 다음 자기 어깨 뒤에 늘어트렸다.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서 거리로 들어갔다.

모르스가 들어간 방향 저 너머 어딘가에 누군가가 천막을 펼치고 등불을 켜면서 노점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오크였다. 피부는 진한 갈색에 몸집은 건장한 인간 사내를 머리 하나 차이로 내려다볼 만큼 큼직하고 턱은 사각으로 두툼하다. 머리는 수도승처럼 빡빡 밀어서 두상이 둥글고 작은 귀는 위쪽 끝이 살짝 뾰족했다. 귓불은 두툼하다. 콧대는 오뚝하면서도 위아래로 길이는 짧은 들창코였다. 밑 치열에서 굵은 송곳니 2개가 위로 삐죽 솟아 윗입술을 살짝 눌렀다.

오크가 접어둔 천막을  펼치고 미리 빚어온 요리들을 가져온 상자에서 꺼내 찜통에 차곡차곡 채웠다. 찜통 하나에 요리를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다른 찜통을 얹은 다음 다시 내용물을 채운다. 그러기를 반복하자 어느새 탑 하나가 완성됐다. 오크는 폭이 넓은 소매를 한쪽 팔 동작만으로 돌려서 팔에 감아서 정돈하고 찜통에 불을 지폈다. 그때 모르스가 오크의 노점 앞에 발이 멎었다.

오크는 그를 알아보고 발음이 서툰 공용어로 인사했다.


“인간. 대단히 오랜만에 왔다.”

모르스는 어깨에 걸어둔 재킷은 그대로 놓고 한쪽 주먹을 다른 손으로 감싸서 상대를 향해 들어 보이고 눈짓을 했다. 그가 목소리에 예의를 담아서 오크에게 말했다.


“힘든 시국인데도 여전히 정확한 시간에 가게를 열어주시는군요.”


“고향 음식 팔기. 나의 삶. 포기 못 한다.”


그때 모르스가 온 곳으로부터 정장 차림의 사람 셋이 헐떡이면서 달려왔다. 남자가 둘, 여자는 하나였다. 모두 젊었다. 금발 머리의 남자가 숨을 고르고 모르스에게 외쳤다.


“부장님! 저희만 두고 먼저 가시면 어떡합니까!”


다른 남자가 이어서 말했다. 그는 머리를 빡빡 밀고 턱에 수염을 조금 길렀다.

“저희는 여기 처음 와서 길을 모른단 말입니다!”

그리고 여자는 모르스와 오크가 차린 노점을 번갈아 보면서 감탄했다. 여자는 다른  남자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는 와중에도 홀로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심지어 여자는 홀로 봇짐까지 잔뜩 짊어지고 있었다. 윤기 나는 검은색 장발을 길게 묶었고 앞머리는 눈썹 위로 정확히 수평으로 다듬어서 인형의 머리카락처럼 단정했다.

“여기가 바로 사부의 단골집이군요.”


모르스가 여자에게 질색하는 표정을 보였다.


“릴리. 사부가 아니라 직급으로 제대로 부르라고 내가  번을 말했지?”


“죄송합니다 사부!”


여자는 몸을 경직시키고 양손을 허벅지에 붙이면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모르스는 피곤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됐다. 일과 끝났으니 너희들도 이제 한숨 돌려야지. 자리들 잡어.”


오크는 부지런히 찜통의 불을 조절했다. 주위로 따끈한 수증기와 함께 익어가는 음식 냄새가 자욱하게 안개처럼 퍼져갔다. 오크가 잠깐 모르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 세 젊은이. 인간의 제자? 새내기?”


“그런 셈이오.”

지금 모르스의 말투는 태도가 딱딱했던 낮에 일할 때와는 딴판으로 노랫가락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발음이 또렷했다. 그를 따라서 온 세 부하는 아직도 긴장한 티를 내고 있었다. 특히 여자는 양 무릎을 딱 붙이고 허리도 수직으로 곧게 펴고 있었다. 모르스가 조금 애원하는 투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릴리. 제발 편하게 있어. 불편한 티를 내면 주인장에게 실례잖아.”

“네! 편하게 있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서 릴리는 자세를 더욱 딱딱하게 굳혔다. 모르스는 살짝 한숨을 쉬고 오크에게 말을 걸었다.

“마실 것은 어떤  있습니까?”


오크가 선반 아래쪽을 살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복분자 술 한 병, 고구마 소주 한 병, 화주 한 병, 청주  병.”


모르스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행복해져서 얼굴이 환해지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금발 머리 청년이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부장님이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모르스는 넉살 좋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백인들 땅에서는 제대로 된 고향 음식 먹을 곳이 없으니까. 직접 해 먹어도 여기서 먹는 맛은 절대 안 나와.”


오크가 찜통을 살짝 들어서 안쪽을 살피고 그에게 말했다.

“요즘 재료가 신통치 않다. 만든 가짓수가 별로다. 어쩔 수가 없었다.”

모르스는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렇습니까.”


“담가둔 소이 소스(간장)도 다 떨어져 간다. 좋은 재료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모르스는 뒤로 짧게 묶었던 꽁지를 풀고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착잡한 표정으로 그는 한참 입을 다물었다. 그의 부하들도 모르스의 감정을 따라 침을 삼키고 굳었다. 오크는 묵묵히 찜통 하나를 들어서 그들 앞에 내놓았다.


“다 익었다. 항상 먹던 덤플링(만두) 모둠 한판. 양념은 소이 소스, 식초, 고추기름.”


“잘 먹겠소. 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먼저 먹는다.”

모르스는 목을 가다듬고 수저통에서 나무젓가락을 꺼내 손에 쥐었다. 마치 전사가 손에 든 무기를 시험 삼아 휘둘러보듯 그는 젓가락질을 허공에 몇 번 했다. 그리고 숙연한 자세로 요리를   들어 올렸다.

 순간 지축을 흔드는 고함이 손님들의 등을 때렸다.

“이리 오너라!!!”

그 목소리를 듣고 모르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가고 젓가락질에서 힘이 빠지면서 집었던 요리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세 젊은이가 뒤를 돌아보고 하나 같이 크게 당황했다. 머리를 민 청년이 자기가 본 것을 설명했다.

“하얀색 머리카락에 빨간 눈. 틀림없이 그 남자입니다.”


금발 머리의 청년이 이어서 말했다.


“어깨에 누군가를 들쳐멨는데. 뭣, 저거 그 사쿠라비잖아?! 병원에서 얼굴을 봤습니다. 그놈이 틀림없습니다!”


모르스는 고개를 탁자에 처박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캘러헬은 레스를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들고 있는 철봉을 땅에 찍으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고래고래 질렀다.


“덤벼라!!!”

모르스가 탁자에 처박았던 고개를 들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캘러헬을 대면했다. 상대는 스무 걸음 앞에 있었다.

“너는 언제나 상식이  통하는 놈이었지. 근데 이번에는 정말 어떤 속셈인지 모르겠다.”


“보다시피 널 도발하는 중이올시다.”

캘러헬은 땅에 찍은 철봉을 위로 들었다가 힘줘서 내려찍었다. 묵직한 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모르스는 자다 깬 사람처럼 눈을 게슴츠레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쿠라비는 왜 여기 있어?”


“웁웁! 웁웁웁웁웁!”


땅에 엎어져 있던 레스가 필사적으로 뭐라 말했으나 알아듣는 사람은 물론 없었다. 그때 캘러헬의 뒤에서 라카키가 어느 틈엔가 마법처럼 나타나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모르스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 젊은이들이 라카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르스가 침을 삼키면서 자신의 부하들에게 일렀다.

“일단 내가 상대할 테니 너희는 가만히 있어. 괜히 나서서 저쪽 자극하지 마라.”


캘러헬이 말했다.


“물론 라카키는 딱히 위험한  안 할 거야.”


“하지만 이유가 있어서 데려온 거 아니냐. 사쿠라비하고  단짝 둘 다.”

“너 이 친구 데려가야 하지? 맨몸으로 말짱하게.”

“요점만 말해.”

모르스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캘러헬이 철봉의 아랫부분으로 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도발에 응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하겠다면 이 친구의 성별을 바꿔버리겠다.”

레스와 모르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젊은이들까지 놀라서 무쇠처럼 싸늘하고 묵직한 정적이 흘렀다. 그 와중에 오크는 묵묵히 자신의 요리만 살폈다. 레스가 라카키와 캘러헬을 향해서 외쳤다.

“웁웁웁웁웁웁웁웁웁?”

라카키가 대답했다.

“정말 여자가 되는 거야. 남자 구실만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정말로.”


“웁웁웁웁웁웁우웁?!”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하면 규약을 어기는 거 아니냐고? 아하하하하.”

라카키가 활짝 웃고 이어서 말했다.


“그런 일은 없어. 왜냐면 다들 만족하거든. 만족하면 위해 행위가 아니지.”

라카키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레스는 뇌수까지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모르스를 향해 이성을 잃고 온몸으로 도움을 청했다.

“우우우웁! 우우웁! 웁! 웁웁웁!”

어처구니가 증발해버린 상대 일행을 향해 캘러헬이 으름장을 놓았다.


“데려가야  놈이 여자가 되어버리면 일이 심각하게 꼬이겠지? 안 그래?”

말을 잃어버린 모르스의 뒤에서 젊은이들이 의견을 말했다. 금발 머리 청년이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쿠라비랑 캘러헬이 손을 잡은 거 같습니다. 그냥 둘이서 짜고 치는 허세일 겁니다.”


레스가 그 소리를 듣고 격렬하게 울부짖었다. 모습이 단정한 여자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외람된 말로 들리겠지만 제 직감으로는 저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감정으로 보입니다.”


머리를  청년도  말에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라카키가 레스를 향해 말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 성별 반전은 수요가 있거든. 의외로 흔하게  먹힌다?”

“우우우우우웁!”

레스는 눈이 충혈될 정도로 부릅떴다. 그때 캘러헬의 뒤쪽에서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피카니는 기운 빠진 루나를 업고 헐떡이면서 달려왔고 타티아나가 가장 먼저 선두에 서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타티아나가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 미쳤어?! 머리에 뭐가 들은 거야!”


캘러헬은 침착하게 그녀한테 대꾸했다.


“마침 잘됐군. 심판 좀 해줘.”


“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부터 한판 붙을 건데 아무리 나라도 전력으로 주변 신경  쓰고 날뛸 생각은 아니야. 입회인이 필요해. 눈썰미 좋은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 아씨라면 딱 맞아.”

“지금 저들에게 결투를 신청한 겁니까? 무슨 이득이 있어서?”


캘러헬은 타티아나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들고 있는 철봉을  손으로 고쳐잡고 끝부분으로 상대를 노렸다.


“이대로 날 무시한다면 사쿠라비를 여자로 만드는 건 물론이고 너의 행복한 저녁 식사도 망쳐버리겠다. 어쩔래?”

짜증을 억누르고 있는 모르스의 뒤에서 머리를  젊은이가 말했다.


“쏴버릴까요? 저쪽은 총을 안 가져왔군요.”


어느새 젊은이들은 겨드랑이에 달아둔 총집에서 슬라이드형 자동권총을 꺼내고 당장이라도 쏠 기세로 살기 서린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모르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권총탄으로 쫓아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무엇보다 밥 먹는 곳에서 그딴 거 쓰지 마라. 주인장한테 실례잖아.”


“하지만….”

금발 머리 청년이 마뜩잖아하는 기색을 보이자 모르스가 외쳤다.


“총 내려. 명령이다! 결투는 화약이 아니라 강철로 치른다.”

릴리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투로 물었다.

“정말로  도발을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뭔 생각으로  건지 대충   같다. 까짓거 상대해주면 그만이지.”


머리를 민 청년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남자가 정말 이상한 짓을 저지를까요?”

“슬프게도 그러고도 남는 놈이다. 허세인 건 나도 알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캘러헬이 그 말을 듣고 자랑스럽다는 듯 으스대는 태도로 자신을  엄지로 척 가리켰다. 릴리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타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그녀가 모르스에게 말했다.

“사부가 나설 틈도 없이 제가 따끔하게 분수를 가르쳐주겠습니다. 허락해주시죠.”

상황을 지켜보던 피카니가 말했다.


“난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정신이 쫓아가질 못하겠다.”

그 등에 업혀있는 루나가 레스를 바라보면서 피카니에게 물었다.

“그보다 레스 씨는 계속 저대로 둘 건가요?”

“우웁! 웁웁! 웁웁웁!”

피카니는 싸늘한 눈으로 레스를 내려다 봤다. 싸늘하게 말하면서 그는 등에 업힌 루나를 땅에 내려주었다.

“뭐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웁! 웁! 웁! 우우우우웁!”


한편, 여태껏 가만히 있었던 오크가 모르스 일행을 향해서 말했다.

“이런 말 미안하다. 속히 해결 부탁한다. 저것 주변에 민폐다.”


모르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부하들은 그의 눈치를 보다가 다 같이 겉옷을 벗고 소매를 걷었다. 금발 머리 청년이 릴리가 메고 온 봇짐에서 칼집에 꽂힌 세이버를 꺼내고 자신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부장님은 식사부터 드시죠. 음식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캘러헬이 그걸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철봉을 양손으로 잡고 외쳤다.

“신사답게 규칙은 정하고 치르자고. 거기 새내기들은 나한테 유효타를 한 번 낸다면 내 패배로 인정하겠다. 나는 그쪽한테 한 사람씩 유효타를 세 번씩 내야 제압한 거로 쳐주지. 차례대로 와도 좋고 한꺼번에 와도 좋다. 받아들이겠나?”

금발 머리 청년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칼집에서 세이버를 뽑아 들었다.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청년은 칼집을 버리고 왼손을 허리 뒤에 대고 칼을 쥔 오른팔을 앞에 들어 중간 방어 자세를 잡았다. 캘러헬도 철봉을 양손으로 쥐고 중간 방어 자세를 잡고 상대와 대치했다.


“일단 사람 사는 동네니까 주변에 피해  가도록 신경 쓰고 나머지는 실전이라고 생각해라. 반칙 동작이나 발차기 금지 따위는 없다.”

“웁웁? 웁웁웁?”

라카키가 레스의 말에 대답했다.

“원래 수련을 목적으로 무기술 대련을 할  발차기는 금지야.”


“뭐 이렇게  이상 좋은 체험이라 생각하고 어디 구경해볼까.”

타티아나가 그렇게 말하자 레스가 뭐라고 말했다. 웁웁웁웁웁. 라카키가 대신 입을 열었다.

“넌 뭐가 그렇게 신났어? 라고 레스가 말했어.”


타티아나는 레스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한 번 비웃어 주고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절도 있는 동작과 차분한 표정을 지키며 청년과 캘러헬 사이에 우뚝 서고는 타티아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양쪽. 인사하세요.”

캘러헬이 자세를 풀고 봉을 팔 뒤로 치우면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금발 머리 청년도 얼떨결에 보폭을 살짝 좁히면서 자신의 칼을 향해 고개를 꾸벅하고 숙였다. 타티아나는 들어올린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둘은 다시 자세를 잡고 대치했다.

“웁웁웁! 웁웁웁웁웁!”


“만일 캘러헬이 결투에서 지면 당신은 어떻게 되냐고? 좋은 체험이라고 생각해.”


라카키는 해맑게 웃었다.

“우우우우웁!”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