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8화 〉[5권] 158회 -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158/188)



〈 158화 〉[5권] 158회 -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걷는 내내 특별한 일이 없어서 도중에 아자리가 시튼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는 최근에 오셨나요?”

“아뇨. 비교적 오래 머물고 있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편인데 이곳에서 겨울을 여러 번 넘겼어요. 마을 근처에 오두막을 지었죠.”

아자리가 목깃을 매만지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시튼의 곁에 서서 물었다.


“시튼 씨. 혹시 본인의 이름을  책을 출판하시지 않았나요? 방금 생각났는데 도서관에서 책등에 적힌 제목을 본 기억이 나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시튼이 쑥스럽다는 듯 머리 한쪽을 긁적였다.


“제 책이요? 두 권인가 냈죠. 앞으로도 속편을 낼 생각입니다. 옛말 중에 그러기를,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책과도 같으며 여행은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 행위이다. 전 제가 들여다본 책장을 그대로 옮겨적었을 뿐이죠.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동물들이고요.”

뒤에 있는 샤카자이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동물이 나오는 책? 재밌겠다.”


시튼이 자신의 콧수염을 잡아당기면서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제 방에 넉넉하게 쌓여있으니 관심 있으면 가져가세요.  팔린 거 쟁여놨답니다.”

아자리가 말을 받았다.

“돈 주고 살게요.”


“그냥 가져가세요. 앞으로도 읽어줄 사람이 없으면 겨울철에 땔감으로 쓸 생각이었으니까.”

그녀가 떫은 걸 씹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기가  책이라고 해도 책을 태우다니…. 너무 잔인한 말씀을 하시네요.”


시튼은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 문명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 보호나 동물 보호 같은 담론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군요. 그나마 1권은 왕창 팔렸지만.”


“왜 1권만 팔렸는데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늑대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녀석을 제가 잡은 적이 있답니다. 그 녀석을 사냥했을 때의 이야기가 거기 있거든요. 사냥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잘 먹히죠. 개인적으로는 수치스러운 기억입니다만.”


샤카자이아가 반응했다.

“늑대왕?”

시튼이 한숨을 푹 쉬고 대답했다.

“‘늑대왕 로보’. 남은 평생 내내 기억에 남을 녀석이죠. 어쨌든,  마을이 나올 텐데 혹시 모르니까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단테가 정중히 물었다.


“놀랄 일이 있나요? 아니면 뭔가 위험한 일이라도?”

“그런 건 아닙니다. 특히 그쪽 일행은 다들 마족이시니 더욱 걱정할  없을 거예요.”

의문은  늘어났으나 일행은 괜히 캐묻지 말고 일단 안내를 따라 묵묵히 따라갔다. 시튼의 말대로 숲을 나오자 수확을 앞둔 보리와 옥수수가 넓게 펼쳐져 있는 밭과 허수아비, 간단하게 지어진 건물이 모여있는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외곽의 울타리에 기대서 멍을 때리던 보초가 일행이 나타난 걸 눈치채고 쓰고 있던 밀짚모자를 고쳐 썼다. 보초가 이쪽을 향해 팔을 흔들자 시튼도 팔을 위로 들고 흔들어 인사했다. 그가 외쳤다.


“안녕하세요.”


보초도 느긋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다.


“오늘은 손님을 데려오셨네요. 선생님.”

아자리와 일행은 가까이서 보초를 보고는 놀라서 순간 걸음이 멈췄다. 옅은 갈색 피부, 입술 바깥으로 튀어나온 덧니와 뾰족한 턱, 코, 귀. 인간 성인 남성보다 한  작고 홀쭉한 체격에 단추가  개 뜯어진 남루한 군복을 대충 걸쳤고 어깨에는 군용 단발 소총이 걸려 있었다. 고블린 병사는 머리에 쓴 밀짚모자를 벗어서 자기 얼굴을 부채질하며 아자리 일행을 향해 점잖게 인사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편히 쉬다 가세요.”

단테는 눈치껏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시튼의 뒤를 따라 마을로 향했다. 샤카자이아와 아자리는 애써 놀란 티를 얼굴로 보이지 않으려고 표정이 굳어 있었다. 시튼은 속을 다 꿰뚫어 봤다는 듯 뒤를 보지도 않고 일행을 향해 말을 걸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나쁜 사람들 아닙니다.”

단테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웃통을 벗은 사람들이 밭에서 일하는 중인데 인간과 마족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마족들은 빠짐없이 군화를 신었다. 인간들은 피부가 검붉은 원주민들, 흑인, 백인에 이르기까지 인종이 고루 섞였다. 그리고 인간 중 백인들은 대부분 맨발이었다. 아자리는 그 점을 눈여겨보고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다른 방향에서는 마찬가지로 군복을 입은 고블린이 풀어놓았던 양 떼를 양치기 개와 함께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어디를 보아도 평범한 시골의 풍경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을 한복판에 다다르자 시튼이 몸을 돌리고 일행에게 물었다.


“식사나 한잔하실 생각이라면 저쪽이 식당입니다. 주민들 대부분은 공용어를  줄 아시지만 보호구역에서 나온 원주민분들은 할 줄 모르니까 알아두시고요. 제 오두막은 저쪽에 있습니다. 보이죠?”


시튼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 나무로 만들어진 집이 한  보였다. 일행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마주 끄덕이고 말했다.


“묻고 싶은 일이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나중에 제 오두막으로 찾아와주세요. 전 그 늑대 사냥에 관한 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겠네요.”

단테가 먼저 그에게 악수를 권하고 손을 흔들면서 감사를 표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일행과 시튼은 서로 손짓을 하면서 작별했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마을 행인들의 신기해하는 시선을 모아 담으면서  한복판에 남은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의논했다. 샤카자이아가 말했다.

“여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아자리가 혼란에 빠진 시선으로 주위를 재차 살피고 말했다.


“이 마왕군 병사들이 겉으로 보기에 군기는 잔뜩 빠졌어도 할 건 제대로 했어요. 마을 사방에 감시탑도 필요한 만큼 세워놔서 인원을 배치해놨고, 저기 땅 위에 천막 천으로 덮인 곳은 참호나 해자로 쓰는 구덩이를 감춘 게 틀림없어요.”


단테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냥 떠날까요?”

샤카자이아가 말했다.


“나 배고파.”


그녀의 말에 일행들 사이로 공감의 기운이 진하게 깃든 침묵이 흘렀다. 아자리가 후드를 벗고 감추고 다녔던 뿔을 드러내고  근처의 머리카락을 벅벅 긁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저희가 야생만 돌아다닌 지 2주 가까이 지났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때도 됐어요. 다른 의견 있나요?”


단테와 샤카자이아가 덤덤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자 아자리가 되물었다.

“정말로 괜찮아요? 특히 언니요. 겪은 일이 있잖아요.”

샤카자이아는 입술을 깨물고 목울대를 한  잡고 움직이면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나 배고파. 일단 먹고 나서 생각해도 돼.”

그때 일행을 향해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나이가 지긋한 흑인 남성이었는데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하고 삭발한 머리에는 새치가 짧게 자라있었다. 몸집은 보통 사람보다 조금 크고 신부복을 입었다. 시선과 표정에는 이쪽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는 듯 다정함이 엿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브리엘 신부입니다. 한참을 가만히들 계시기에 혹시 묻는 건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시는 건가요? 마을에 처음 오셨죠?”


샤카자이아는 가브리엘 신부의 옷차림과 말투를 비롯한 온갖 생소한 요소를 접한 탓에 충격을 받고 생각이 멈춘 눈치였다. 단테가 솔선해서 상대의 말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신부님. 저희 같은 마족들을 별로 생소하게 여기지 않으시군요?”

가브리엘 신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이해합니다. 많이 허기지고 지쳐 보이시는 데 먼저 찬부터 좀 드세요.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 물동이가 있으니까 세수하고 손도 씻으시고요.”


일행은 더 고민하는 걸 그만두고 결국 못 이기는 셈 치고 가브리엘 신부를 따라서 식당으로 향했다. 신부는 몸이 불편한지 움직임이 다소 느리고 엉거주춤했다. 그들은 신부의 당부대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얼굴하고 손도 깨끗한 물로 박박 씻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허름하고 소박한 식탁들과 주방이 훤히 보이는 실내가 보였다. 바닥은 그냥 흙바닥이었다. 단테가 봇짐을 구석에 놓으면서 실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말했다.


“개척시대로 돌아온 거 같네.”

“저쪽은 중세시대 같고요.”

아자리가 인간으로 이루어진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광경을 보면서 말했다. 입은 옷이 요즘 만들어진 옷이라고 보기에는 손으로 직접 짜고 수선한  허름하고 거칠었다. 옷 자체도 유행이 한참 지난 예전의 투박한 서민들이나 입을 법한 옷이었다. 주방에는 커다란 무쇠솥이 장작불 위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가 목을 가다듬고 가브리엘 신부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마을 주민 중에 인간분들은 모두 재세례파에 종사하시는 분들인가요? 아까 밭일하시는 인간분들은 신발을 안 신은 분들이 많더군요.”

가브리엘 신부가 두툼한 입술의 입꼬리를 지그시 올렸다. 그가 신발을 신은 자신의 발을 살짝 들어 보이며 덧붙였다.

“저처럼 몸이 약한 사람들은 그냥 신발을 신기도 합니다. 아, 식사하기 전에 딱히 기도 같은   올리셔도 됩니다. 저희는 그런 거 강요 안 해요.”

단테가 점잖게 웃으면서 상대의 농을 받아주고 지갑을 꺼내면서 물었다.


“식대가 얼마죠? 마족 돈하고 인간 돈 다 있는데요.”


신부는 입술을 오므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휴, 여기는 돈 같은  오가지 않아요. 돈이 의미가 없으니까요. 먼저 식사를 하세요. 더 드시고 싶으시다면 마을 일을 도와주세요.”


아자리가 눈을 크게 뜨면서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도 당장 먹을  값은 내야죠. 저희가 언제 떠날지 아시고.”

그가 양손을 모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의 커다란 몸집 덕에 묘한 위엄이 느껴졌다.

“손님에게 접대해주는 건 당연한 거랍니다. 저는 이만 가봅니다. 덕과 복이 가득하게 드세요.”


가브리엘 신부는 미소로 일행과 작별 인사를 마치고 총총걸음으로 뒤뚱거리며 식당을 나섰다. 샤카자이아는 귀신에 홀린 사람 같은 표정으로 신부가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아자리가 그녀의 손을 건드리자 샤카자이아가 정신을 되찾았다.

“응? 응! 왜?”


“밥 받으러 가요. 저희 따라와요. 저쪽에 쟁반이랑 그릇, 식기들 보이죠?”

샤카자이아는 단테와 아자리가 하는 것을 따라서 쟁반에 그릇과 식기를 담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장은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와 온몸에 덮인 흉터가 인상적인 오크였는데 어째서인지 웃통을 벗고 일하는 와중에 머리에만 고급 식당의 요리장들이나 쓸법한 하얀색 길쭉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배식 담당은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애꾸 고블린이 맡아서 일행들의 쟁반과 그릇에 스튜와 빵, 구운 감자 등을 담아주었다. 애꾸 고블린이 총상으로 보이는 목에 난 둥근 흉터를 긁적이면서 식당  곳을 가리켰다.


“마실 거는 저쪽에 있수다. 여기서 직접 기른 보리와 밀로 만든 에일. 가브리엘 신부님의 수도회 사람들이 직접 담갔지. 존나 맛있다고  남은 눈깔 걸고 장담한다.”

“고맙습니다.”


단테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고 일행과 같이 차례대로 식당에 비치된 술통의 꼭지를 비틀어서 거품 가득한 에일 맥주를 잔에 담아갔다. 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아자리가 말했다.

“제가 뭘 각오했는지는 몰라도. 이건  예상을 한참 벗어났어요.”


자리에 앉고 단테는 자기 앞에 담긴 따듯한 식사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 잘 먹겠습니다.”


일행은 드디어 찬의 첫술을 떴다. 우유와 뿌리채소, 버섯, 고기로 진하게 끓인 스튜는 풍부한 감칠맛과 농후한 감각이 목부터 뱃속까지 이어졌다. 반쯤 껍질이 타버린 구운 감자를 반으로 쪼개서 먹으니 담백하면서도 달았다. 샤카자이아는 금빛 거품이 넘실거리는 잔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입가에 잔을 대고 기울였다. 에일이 몸속으로 들어갈수록 샤카자이아의 눈꺼풀도 위로 올라가더니 이내 그녀의 눈은 유리구슬처럼 휘둥그레졌다.


“푸하아아아!”

기어코 첫입에 단숨에 잔을 다 비워버리고만 샤카자이아는 숨을 헐떡이며 입가에 난 거품 수염을 손등으로 훔치고 고양이처럼 할짝댔다. 그 모습을 유심히 구경하던 배식 담당 애꾸눈 고블린이 폭소를 터트렸다.


“아따 밥 참 맛나게 먹네! 다른 귀쟁이들처럼 점잔 안 떨어서 보기 좋구마이!”

샤카자이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일단 상대를 향해 고개만 꾸벅 숙이고 다시 먹었다. 애꾸 고블린은 그러는 모습도 귀여웠는지 또 웃음을 터트리고 자기 일로 돌아갔다. 일행들이 식사를 절반 정도 먹을 즈음 샤카자이아가 아자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가브리엘 신부님인가 하는 사람에게 재세례파냐고 물었지. 그게 뭐야?”

아자리가 감자 껍질에 남은 내용물을 수저로 긁으면서 대답했다.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유래와 역사가 복잡해지는데, 요지만 말하면 일부러 기술의 혜택을 거부하는 삶을 택한 사람들이에요. ‘아미시’라고도 부르죠.”


샤카자이아가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처럼 사는 문명인이라는 거야?”


아자리는  생각 끝에 대답했다.


“예. 와칸탕카를 다른 형태로 추구하는 사람들이죠. 문명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저런 거 처음 봤어. 이것도.”


샤카자이아가 바닥밖에 보이지 않는 잔을 미련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단테가 마저 남은 에일을  마시고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그 위폐범들이 분명 여기서 돈세탁을 했다고 했죠?”

아자리가 빵으로 스튜 그릇을 깨끗하게 닦으면서 대답했다.

“지리적으로는, 예. 여기가 확실해요.”

“하지만  모든 직감과 의심을 동원해도 이곳이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음모나 음흉한 비밀이 숨겨진 곳으로는 보이지 않은데.”

말하다가 흘깃 주방에 있는 험상궂은 주방 직원들을 흘겨보고는 그가 덧붙였다.

“애당초 양의 탈을  생각도 없어 보이는군. 그쪽 생각은 어때요?”


아자리가 설거지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깔끔해진 쟁반과 그릇을 바라보며 말했다.


“양이 모자라요.”


잔에 코를 대고 에일의 남은 냄새를 들이마시던 샤카자이아가 말했다.

“나도.”

단테가 본능적으로 이곳에서 자신이 가장 중립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희는 쫓기는 몸이잖아요. 이곳이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는 건 알지만 오래 머무르는 건 위험해요. 그걸 잊은 건 아니죠?”


샤카자이아가 넌지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양손은 아직도 잔에 달라붙어 있었다.


“단테. 있잖아.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

“예? 예. 듣고 있어요. 말하세요”

“우리를 쫓는  인간들이지? 레스를 데리고 쫓아오는 중이고.”

“그렇죠. 누가 몰라요?”

“그리고 이 마을은 마왕군이 지키고 있는 거지? 그럼 일단 쫓기는 거에 대해서는 걱정을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나타나면 이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샘 아니야?”


“아니… 아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전에 사정은 알아야죠….”

그가 검지를 치켜들고 이마를 감싸면서 말했다. 단테는 머리가 아파지려는  견디려다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쥐어짜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자리가 끼어들었다.

“그럼 당장 떠나기보다는 좀  있기로 결론이 났네요.”


단테는 체념한 듯 표정을 가다듬고 헛기침했다. 그리고 잔을 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술통으로 달려갔다. 아자리와 샤카자이아도 잔을 들고 다급하게 그를 뒤쫓았다. 단테가 꼭지를 비틀기 직전 애꾸눈 고블린이 이쪽으로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여기에 해피 타임이나 무료 리필은 없어! 더 먹으면 니들 다 설거지 행이야!”

단테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꼭지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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