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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의 귀환-5화 (5/127)

# 5

팟!

다음순간 나는 땅을 박차고 튕기듯이 달려 나갔다.

“3대나 맞아주겠다고?”

내가 재차 물으니 현진이 씨익 웃는다. 시건방지군. 이거야 말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걸까.

나는 왼쪽 어깨를 세우고 그대로 빠르게 달라붙었다.

철산고. 어깨를 이용한 대시공격이다.

<스킬: 철산고를 터득하셨습니다.>

빛의 글귀가 떠오르고 그 너머로 녀석의 비웃음 가득한 얼굴이 보인다. 완력 차이가 너무 심하다보니 녀석은 아예 내 역량을 의심도 못하고 있다. 그래, 많이 웃어라. 지금 그 웃음이 마지막 웃음일 테니.

파밧!

녀석의 몸에 닿기 직전 나는 다시 발을 내딛고 근육을 쥐어짰다. 원인치 공격. 1인치의 틈을 남겨두고 힘을 되살려 다시 공격하는 기술이다.

“······!?”

그제야 생각 외로 묵직한 공격에 차현진이 놀라서 당황한다.

동시에.

뻐걱!

“으컥, 끄아아아악!”

해머로 시멘트 바닥을 깨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녀석은 뒤늦게 팔을 올려 내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크엑, 으헉헉···!”

3대나 맞아주겠다니 1대는 약한 걸로 에누리해줬다. 그럼에도 녀석은 제대로 막지 못해 오른팔이 기괴하게 꺾인 상태. 애초에 능력치 차이가 너무 심하다.

“흐음, 신기하네. 한쪽 팔이 완전히 역방향으로 꺾였잖아. 그러게 말을 내뱉기 전에 생각부터 해야지.”

이거 살살 때린다고 때린 건데 무슨 개미보다 더 연약하다. 거의 두부나 묵을 젓가락으로 집듯이 집중했는데···.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흥분하면 힘이 더 들어간다.

현진은 얼빠진 얼굴로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끄, 끄으윽··· 뭐, 뭐야아. 어, 어째서···.”

뭐긴 뭐야. 훈육이지.

“2대 남았네.”

“아, 아니··· 자, 잠깐만!”

현진이 기겁해서 소리친다.

나는 그대로 달려가 녀석의 턱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붕권. 뿌드득! 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진이 피를 토하며 또 다시 바닥을 굴렀다.

“끄어억···! 캬아악! 허, 허억! 허억! 허억!”

턱을 부쉈으니 지긋지긋한 사과를 들을 필요도 없겠지.

현진은 두 눈을 한껏 부릅뜬 채 놀라서 공황상태에 빠진 듯했다. 기괴하게 돌아간 턱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부러진 코에선 두 줄기 핏물을 간헐천처럼 쏟고 있다.

바닥을 보니 강냉이도 좀 보이네. 이러면 또 마음 약해지는데.

“후우. 그러게 왜 입을 함부로 놀립니까. 사람 마음 아프게. 아직 한 대 남았잖아요.”

내가 주먹을 살살 풀며 천천히 다가가자 현진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꼭 겁에 질린 강아지 같다.

“자, 자까만···. 마, 마ㄹ좀···.”

“흐음.”

시각적으로 굉장히 불쌍해 보이긴 한데 밟을 땐 확실히 밟아야 한다.

두 번 다시 까불지 못하게.

‘유명 매니지먼트 사장의 아들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더 확실히 밟아줘야지.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까이 있다는 걸 돌대가리에 확실히 새겨줘야 후한이 없다.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돌에 새긴 건 천년은 족히 가니까.

나는 벌레의 날개를 찢는 유아성으로 주먹을 고쳐 쥐었다. 동시에 빠른 속도로 달려가 현진의 복부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뻐억!

“꾸! 쿠억, 쿠웩···!”

깊숙이 박힌 배의 고통에 현진이 음식물을 게워냈다.

으, 더러워. 하마터면 묻을 뻔했잖아.

“끄, 끄어억··· 흐어억, 허억! 허억!”

현진은 이제 텅 빈 동공으로 의미도 없이 천장 한구석을 쳐다보고 있다.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렀고 숨 쉬는 소리는 기괴했다.

원하는 대로 3대 모두 때렸다. 그러면 지금부턴 약간의 자기 버블을 만들 차례인가.

“현진씨.”

내가 몸을 숙여 짓뭉개진 얼굴에 대고 입을 열었다. 현진이 흠칫 놀라며 몸을 덜덜덜 떨었다.

“제가 아직도 평범한 헌터지망생으로 보입니까?”

그러자 순간 현진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단순한 놈이란 이런 거다. 잣대가 하나뿐인 놈. 놈이 가지고 있는 잣대보다 더 큰 잣대를 보이면 쉽게 굴복한다.

‘꽈배기 마냥 꼬인 놈들보다 훨씬 다루기가 쉽지.’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쐐기를 박을 차례다.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현진씨. 헌터 업계 좁아요. 오늘 일은 몬스터한테 쳐 맞은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으, 으어···.”

내 물음에 현진이 대답하려다 말고 오만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말하기도 힘든가. 어쨌든 나는 흡족했다. 반항의 찡그림이 아니라 고통과 공포에 젖은 찡그림이었으니까.

“그럼 다음부터 입 조심하세요. 앞으로도 얼굴 자주 볼 것 같은데.”

몸을 일으킨 나는 그대로 녀석을 등지고 경기장 밖으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 떠올라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아, 맞다. 현진씨”

그러자 현진이 소스라치게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마냥 교육이 잘 됐다. 만족스럽군.

“그래서 저 합격입니까? 불합격입니까?”

내 물음에 현진이 다급히 손과 발짓을 포함해 뭐라 말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 * *

“저렇게 패도 괜찮아요?”

경기장에서 내려오니 은애가 걱정스러운 듯 다가와 물었다.

“원래 패야 말을 듣는 부류가 있어. 저 녀석이 그런 부류고.”

나는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물론 이번 일로 차현진이란 사람자체가 바뀔 거라곤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 앞에선 조심하겠지. 그 정도면 만족한다.

“헤에.”

은애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 건데 오빠 진짜 말도 안 되게 강한 것 같아요.”

“그래?”

“네.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은근 슬쩍 디스 하냐?”

“아, 말 실수!”

생각 외로 끔찍한 광경이었음에도 은애는 스스럼없이 날 대해줬다.

눈을 마주친 내가 고개를 모로 돌린 채 피식 웃자 은애가 내 표정만 읽고 말했다. 느낀 거지만 눈치도 좋다.

“아, 헌터가 되면 저런 상황이 드물지만 꽤 있거든요. 목표에 따라선 동료들끼리도 죽고 죽이는 게 다반사니까. 아무래도 돈이 걸려 있잖아요. 그래서 위험한 던전일수록 안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죠. 길드의 이유가 그거에요.”

마치 충고하는 것 같다.

‘나한테 위험한 던전이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지나가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흘겨들었다.

“그런데 아까 진짜에요?”

문득 은애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물어본다.

“뭐가?”

“평범한 헌터지망생이 아니라면서요.”

아, 다 듣고 있었나.

나는 웃었다.

“당연히 구라지.”

“엑.”

뻗어있는 현진을 무시하고 우리는 길드 사냥터로 향했다.

사무실 건물 뒤편의 야트막한 야산.

그리고 그 아래에 펼쳐진 평지.

길드 사냥터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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