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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의 귀환-119화 (119/127)

# 119

내가 가진 기술들은 모두 스킬 북을 통해 얻은 것들이었다. 속성부여, 테이밍, 마나골렘, 삼연격, 탄지공, 천마신공, 천마비행술, 메테오 콜링··· 등등. 전부 천외천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스킬 북을 통해 터득한 것들이었다.

은의 검술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니 무시하고. 일단 내 의문은 이것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스킬을 만든 것일까.

천외천인들은 어떻게 스킬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일까.

칼리고와 대전을 하면서 떠오른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어떻게 스킬을 만들고 시스템을 통해 다른 사람이 전수 받게 한 것일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천외천인들이 스킬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스템이든, 개인의 능력이든, 스킬의 창조가 가능해야 남에게 스킬을 전수해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도 스킬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스킬을 전수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의문을 담아서 칼리고를 불렀다.

“이봐. 잠깐. 물어볼 게 있어.”

전투 중이었기에 칼리고의 반응은 조금 늦게 나왔다.

“왜 그러지?”

“물어볼 게 있어.”

“물어볼 게 있다고? 뭐가 궁금한데?”

칼리고는 천외장기들의 조종을 멈추고 다가왔다. 내가 물었다.

“너희들은 스킬을 어떻게 만들지?”

“스킬?”

“그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배운 스킬들은 모두 스킬 북을 통해서 얻은 거거든. 시련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스킬 북들 말이야.”

“정확히 뭐가 궁금한 건가?”

“스킬의 창조 원리가 궁금해.”

나는 그가 난색을 표하거나, 오랫동안 뜸을 들일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칼리고는 즉답했다.

“스킬은 공식 같은 거야.”

“공식?”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식이라니, 무슨 소리지?

“그렇다네. 무형의 마력을 저마다 스킬이 가진 고유의 공식을 통해서 유형으로 변경시키지. 음··· 이건 내가 말을 이상하게 했군. 그러니까 예를 들어보자면···.”

그는 근처에 행동을 멈추고 서 있는 천외장기를 가리켰다.

“넓은 개념으로 보면 저 천외장기도 하나의 스킬 공식인 셈이지. 마력을 불어넣으면 입력된 공식값에 의해서 움직이게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마력은 전기와 비슷한 거고, 스킬은 일종의 전자제품 장치 같은 건가?”

방식은 비슷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전자제품과는 다를 것이다.

내 말에 칼리고가 의문을 표했다.

“전기는 뭐고, 전자제품은 뭐지?”

설명을 하려는데 하드버가 끼어들었다.

“이 친구는 에너지와 디바이스를 말하고 있는 걸세. 지구에서는 전기로 전자제품을 사용하거든.”

에너지와 디바이스?

칼리고는 나와 달리 하드버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아, 그렇군. 이해했어. 그것과 비슷한 개념이야.”

“비슷한 개념이라고?”

“스킬은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디바이스 장치지. 계의 안에서 법칙으로 공식이 자동 입력되니까. 사용자가 마력만 불어넣으면 마법이 발현되는 법칙을 주니까 말일세.”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

무슨 개 뼈따구 같은 소리지?

“가령 이런 걸세. 에너지로 디바이스를 움직이는 것처럼, 마력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지.”

무슨 말인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그럼에도 대충 이해했기에 나는 정리해서 되물었다.

“그러니까 전기가 마력이고 전자제품이 스킬이라고 가정할 때, 전자제품마다 들어가는 전기량이 다르듯 스킬마다 소모되는 마력량이 다르고······, 전자제품마다 종류가 다르듯 스킬 또한 효과가 다르다는 소리인가?”

칼리고는 내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제대로 이해했군.”

“호오.”

갑자기 흥미가 확 솟구쳤다.

“시스템을 부여할 때 우리는 사용자의 유전자에 스킬을 공식화할 수 있는 일련의 정보 SNA를 주입하지. 그리고 스킬 북을 통해 해당 사용자가 스킬을 체득할 때마다 그의 일련 정보 SNA에 스킬 공식이 하나씩 추가되는 거네. 나머지는 인터페이스에 따라서 마력을 소모해서 그 스킬을 사용하는 거지.”

“어, 잠깐만 그 말뜻은···.”

나는 추측하듯이 되물었다.

“마법과 스킬이란 게 결국 과학의 산물이라는 건가?”

“음.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마력은 자연의 산물이니 스킬이란 건 과학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지. 요컨대, 시스템의 도움 없이··· 그러니까, 공식이 없이 스킬을 사용하는 존재들도 있으니까.”

“공식 없이 스킬을 사용한다고?”

“그렇다네. 어떤 영창도 필요 없고, 조건도 없으며, 공식의 한계로 인한 스킬의 사용의 한도도 없이 스킬을 사용하는 존재들이 있지. 대부분의 이들은 그게 제한적으로 가능하거나 불가능해서 시스템의 도움으로 스킬을 사용하고.”

“그렇군.”

칼리고의 말대로라면, 가령 내가 가진 스킬 중 ‘메테오 콜링’의 경우 조건과 사용 쿨타임을 무시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메테오 콜링]

등급 - 유니크

효과 – [기본 데미지 100] + [마력 계수 0.5]

소모 – 마력 150

제한 – 쿨 타임 300분 / (마력 계수 0.5)분

설명 – 아스트랄계에서 운석을 소환하여 원하는 표적에 떨어뜨립니다. 캐스팅 시간과 마력을 많이 소모할수록 더 강하고 커다란 운석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습득조건 – 순수 마력 능력치 100이상. 마력 량 총합 200이상.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마력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일세.”

“마력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어떻게···?”

내 물음에 칼리고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이미 이게 가능하지 않나?”

그리고 손바닥에서 마력을 뿜어냈다. 휘황찬란한 보랏빛 마력이었다.

우우웅.

마력은 완벽한 구체가 되었다가 사각형이 되었다가 삼각형이 되었다. 칼리고가 손목을 돌리자 마력은 별 모양이 돼서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이게 마력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건가?”

“그렇다네. 자네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아닌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내력을 몽둥이처럼 만들어서 휘두르거나 탄환처럼 만들어서 날린 적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스킬을 만드는 건가? 파이어볼이나 매직 미사일이나 혹은 마나 골렘 같은 소환마법 같은 것도?”

칼리고가 대답했다.

“마력은 모든 것의 근원일세. 사용자의 능력만 된다면 모든 것으로 변화할 수 있지. 불로, 물로, 얼음으로, 번개로, 때때로 흙이나 대기, 공기 혹은 빛 같은 걸로도···. 마력은 어떤 것으로든 변할 수 있다네.”

“그렇다면 마력이라는 건···.”

“창조의 힘이지.”

나는 충격에 앞서 실험부터 하기로 했다. 단 한 번도 마력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게 마력이란 기껏해야 무기를 강화하거나 스킬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마력을 집적 사용할 때도 단순히 휘두르거나 날렸을 뿐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불덩이를 떠올리고 마력을 손끝에 이끌어냈다.

화르륵.

활활 타는 불덩이가 손바닥 위에 생겨났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 어, 어!”

“역시 가능하군. 자네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건가?”

“어, 어··· 그런가봐.”

손바닥에 마력을 더 끌어모았다. 마음속으로 더 큰 불덩이를 상상했다.

화르르륵!

야구공 만하던 불덩이가 수박처럼 커졌다.

“이렇게 사용하는 거였구나.”

“흐음···. 처음이라 분명 익숙하지 않을 텐데··· 마력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다니. 놀랍군.”

이번에는 불덩이 대신 번개를 상상해봤다. 역시나 내 마음대로 스파크가 내 손바닥에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그 뒤로 얼음도 만들어 보고, 물도 만들어 보고, 흙과 바람도 만들어 봤다.

오오, 잘 되잖아.

그러다가 문득 다시 의문이 떠올랐다.

“잠깐. 물어볼 게 또 있어.”

“뭐지? 말하게.”

칼리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내 질문을 기다렸다. 어쩐지 내 질문에 대답하는 걸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식을 뽐내길 좋아하는 성격인가.

내가 물었다.

“그럼 메테오 콜링 같은 경우는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메테오를 상상해서 사용하는 건가?”

“메테오 콜링···?”

칼리고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뭐지?”

“운석을 소환하는 마법 말이야.”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칼리고가 아닌 하드버로부터 나왔다.

“그런 마법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네.”

“개념이 다르다고? 어떻게 다르지?”

하드버는 불과 얼음을 손바닥에 뿜으면서 말했다.

“일반적인 공격 마법은 사용자의 상상력에 의존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지. 시스템의 도움 없이 스킬을 사용하는 축복받은 자들도 흔히 일반적인 공격마법은 사용을 잘해. 하지만···.”

그의 손바닥에서 불과 얼음이 일시에 사라졌다.

“순간이동, 소환마법, 그리고 메테오 콜링 같은 대규모의 공격 마법은 다르네. 제 아무리 축복받은 자들이라도 상상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상상력에 한계가 있다고?”

“자네는 당장 어떤 물체를 디테일하게 상상할 수 있나?”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하드버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문자답했다.

“가령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불이나 물 같은 건 상상하기 쉽지. 축복받은 자들도 이런 작은 범위의 마법은 구현하기 쉬워. 하지만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진다면? 상상하기도 힘들뿐더러 마력의 소모도 어마어마하지. 그래서 그런 마법은 대부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네.”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고?”

“메테오 콜링 마법을 사용한 적 있는가?”

하드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외지로 돌입 오기 전 메테오를 사용해서 단숨에 폭발적인 레벨 업을 했었다. 하드버가 말했다.

“메테오나 토네이도, 쓰나미 같은 마법들은 소환마법의 파생으로 그걸 응용해서 사용한다네.”

그는 목을 가다듬고 계속 말했다.

“전 우주와 전 차원을 둘러보다 보면 수많은 곳이 있어. 그중에는 운석이 쉼 없이 떨어져 내리는 차원도 있고, 토네이도가 매일 몰아치는 차원도 있,고 해일··· 그러니까, 쓰나미가 전 지상 전역을 휩쓸고 다니는 차원도 있어. 메테오나 토네이도, 쓰나미 같은 대규모의 마법은 이런 차원의 좌표를 응용해서 소환마법을 사용하는 거라네.”

“그러니까 메테오 마법의 경우 운석 자체를 소환한다는 거지?”

“그렇다네.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에 만들어진 걸 들고 오는 게 훨씬 비용이 싸게 먹히니까.”

단숨에 이해했다.

“그럼 정령의 경우는 뭐야?”

“정령은 조금 다르지. 그들은 분명히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이니까.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네. 정령들만 산다는 정령계도 하나의 차원으로 존재하는 곳이고, 우리는 마력을 소모해서 정령을 데려오는 거니까. 그리고 우리는 계약을 통해서 정령에게 ‘마력’을 바치고 그들의 힘을 빌리는 거지.”

“정령에게 마력을 바친다고?”

“그렇다네. 정령은 마력을 통해서 성장하는 생물이지만 정령계는 마력의 희박해. 그때문에 정령들은 정령사들의 소환을 무척 반긴다네. 최하급 정령이 하급 정령으로 성장하듯이, 성장을 쉽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니까.”

나는 칼리고와 하드버를 통해 마력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깨달았다.

“만약에 상상력과 비용이 충분하다면 생명체도 창조할 수 있다는 거지?”

“물론이네. 불가능하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드버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근거는 없지만 이건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다.

나는 칼리고와 하드버를 보고 말했다.

“좋아. 그럼 일단 순간이동과 소환마법의 원리에 대해서도 가르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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