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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제 1 장. 황궁의 불편한 손님 - 4 (5/82)



〈 5화 〉제 1 장. 황궁의 불편한 손님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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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깐 들른 크실라에게 황후를 만나고 싶다고 전하니 바로 허가가 떨어졌다. 황후가 벼르고 있던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빠른 대답이라 공녀와 시밀레는 준비를 서둘렀다.

“이 옷은 어떠세요?”

“어……. 좋은 거 같아.”

벌써 10번째 드레스를 갈아입은 공녀는 황후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지쳐버렸다.
테르한은 여장을 하는 것 같은 떨떠름한 느낌으로 옷을 입기 시작했지만 귀족 소녀다운 드레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거울 속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살짝 들뜬 자신에게 경악했다.

가끔씩 공녀의 기분이드러날 때는 남자로써의 자아가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곤 했다.

부산스럽게 몸은 단장하고 옷을 몇 벌이나 갈아입으며 준비를 마친 공녀는 공작가에서 다달이 보내온다는 옷과 패물들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공작가는 공녀를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옷 몇 벌로 공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공작가에서도 손해는 아닐 테니까.’

병이  낫는다는 전제 하에 공작가의 하나뿐인 딸인 공녀는 여러모로 공작가에 도움이 될  있다. 만일에 대비해 들어둔 보험이  들어맞은 경우라고 할까.

게다가 마력 각성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작은 편법으로 써서라도 공녀를 데려가려  것이다. 파멸을 찾고 대비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공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었다.

- 그대는 걱정이 많군. 내가 몇 가지는 도와줄 수 있지.

- 분열.

방문을 나서자 분열이 말을 걸었다. 여전히 별개의 생각과 정신을 가졌지만 영혼이 동화되었다는  때문인지 제법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 도와주다니?

- 그대의 걱정은 나의 걱정이기도 하지. 우선 당장의 걱정부터 해결하겠다.

공녀의 머릿속에 지식들이 스며들어왔다. 풀잎에 맺혔다 떨어진 이슬만큼의 지식이었지만공녀는 분열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 동화?

테르한도 알고 있는 내용의 동화책. 공녀가 어렸을 적의 기억에 자주 보이는 동화책이었다.

- 그래. 그대와 내가 머물고 있는 이 불쌍한 어린 소녀는 이 동화를 읽을 때 빼고는 웃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웃는 것이 걱정인 것 같아 준비해놨지.

미소가 지어지기보다는 씁쓸해지는 정보였지만 공녀는 분열이 당당하게 동화책을 내놓는 모습에 무심코 입가가 느슨해졌다.

- 아, 역시 웃지 않는가.

분열은 그것 보라는 식으로 말했다. 묘하게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분열이 진짜 마왕인지 의심스러워졌다. 긴장이 풀린 공녀는 시밀레의 손을 잡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어제 저녁부터 준비한 인사말을 속으로 되뇌며 걸어가길 2분. 느릿한 아리에의 발걸음으로 벌써 황후의 궁에 도착했다.

“가깝다더니 바로 옆 건물일 줄은 몰랐네.”

“공녀님이 머무는 건물은 대대로 황후마마님들께 오신 손님들이 머무는 곳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손님들을 다른 곳에 신축한 건물에 모시기 때문에 비어있던 건물을 공녀님이 쓰고 계신 거예요.”

시밀레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녀는 황후의 궁에 발을 들였다.


“어서 오십시오, 제즈릭 공녀님.”

“안녕하세요.”

입구부터 사용인들이 시립해있어 살짝 긴장했지만 시녀장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시녀가 환영의 인사를 건네자 공녀는 최대한 활기차고 붙임성 있어보이게 인사를 했다. 시녀장이 다소 묘한 표정으로 크실라를 불렀다.

“크실라. 공녀님을 황후마마께 안내해드려.”

“알았어.  모셔갈게.”

시녀장에게 반말을 하는 크실라에 놀라 나중에 물어보니 그녀는 시녀장과 동기로 매우 친한 사이라고 한다.

크실라는 건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옆으로 돌아 건물 옆을 향했다. 건물 모퉁이를 지나자 생각보다 소박한 정원과 그 너머로 황실 기사단 연병장만한 크기의 공터가 보였다.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검의 소리를 듣고 공녀는 눈을 크게 떴다. 낡은 기사단 훈련복을 걸친 붉은 곱슬머리의 여인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검의 길을 걸으며 검으로 먹고살았던 테르한의 눈은 어느새 여인의 검 끝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스륵

한바탕 검무가 끝나고 검을 갈무리한 여인, 황후 미리아 블란테 체노스트라는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황후는 눈을 크게 뜨고 정신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제즈릭 공녀가 약간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 봤을 때는 두려움과 긴장감, 그 다음 만났을 때는 만사를 내려놓은듯한 처연함마저 보이던 공녀가 마치 사인이라도 받을 기세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자 괜히 뒤통수가 간지러워졌다.

“어서 오렴.”

뒤통수를 긁으며 황후가 인사하자 그 모습에 크실라가 살짝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녀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드레스 끝자락을 잡았다.

“황후마마께 인사 올립니다.”

얼마 전까지 병상에 누워 골골대던 공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인사였다. 특히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휘청거리고 불안정하던 자세가 몰라볼 정도로 안정되었다는 것을 눈여겨본 황후는 근처에 있는 테이블로 공녀를 안내했다.

황후와 공녀가 테이블에 앉자 크실라와 시밀레는 다과를 준비하러 갔다. 근처에 아는 사람이 없어진 공녀는 긴장을 풀기 위해 방금 있었던 분열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다소 긴장이 누그러진 공녀는 차분하게 황후와 마주앉았다.

“몸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었단다. 마력탈진증이 낫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데, 폐하도 궁금해 하시더구나.”

황제 얘기가 나오자 공녀는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황제와 공작의 정치싸움에 희생되었던 아리에의 감정이 겉으로 나올 뻔했지만 테르한과 분열은 그 감정을 꾹 눌러 담고 대답했다.

“전부 황후마마와 황제폐하께서 신경써주신 덕분인걸요.”

사실 황제는 공녀를 껄끄럽게 여기면서도 정기적으로 마법사와 의사를 보내 나름 관리를 잘 해준 편이었다. 비록 실험이나 관찰의 일종이긴 했지만 덕분에 공녀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후후. 그래.”

어느새 꽃잎이 몇 장 떠있는 차가 그들 앞에 놓였다. 황후는 여전히 낡은 훈련복을 입고 있었지만 컵을 들어 우아하게 꽃잎차를 음미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귀족의 정점다웠다.

귀족으로써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아리에와 애초에 귀족이 아닌 테르한의 기억을 가진 공녀는 괜히 주눅이 들어 찻잔을 매만지다가 조심스레 차를 홀짝였다.

‘으엑!’

테르한의 원래 몸이었으면 그럭저럭 참으면서 마셨겠지만 어린 공녀의 혀는 비누향이 나는 액체를 마시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왔다. 얼굴을 한껏 찌푸리던 공녀는 맞은편에서 황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하게 얼굴을 폈다.

“어머나. 미안하구나. 꼬마숙녀가 마실만한 차를 따로 준비해야 했었는데.”

황후의 말에 공녀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수치심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감정에 반항하듯 꽃잎차를 다시 입에 가져가보았지만 차의 향기만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차를 마신 뒤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게.

분열의 충고에 따라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 식힌 뒤 단숨에 들이켠 공녀는 한동안 입으로만 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본 황후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리에가 이렇게 재밌는 아이인 줄은 몰랐네.”

공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이것은 명백한 수치심이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말할 필요 없단다, 아리에.”

황후가 공녀를 대하는 태도가 제법 친근해서 공녀의 기억을 살펴보자, 황후는 공녀의 모친인 제즈릭 공작부인과 절친한 친구였던 모양이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공녀는 아까 전부터 신경 쓰이던 것을 물어보았다.

“황후마마는 검술이 정말 뛰어나신 거 같아요.”

“한때 제국 기사단 멤버였지. 아직도 틈틈이 검술 연습을 하곤 한단다.”

공녀의 말에 뿌듯한 표정을 지은 황후는 마침 다과를 들고 온 크실라에게 귓속말로무언가를 말하더니 공녀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아리에.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니? 이제 몸이 나았으니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만 하렴.”

사실상 황후의 지원 선언이었다. 그동안 황제의 묵인 하에 시녀를 비정기적으로 파견했던 수준이 아닌 공녀의 교육이나 생활을 돌봐주는 후견인의 역할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공녀는 반사적으로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려다가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마력을 각성한 자신이 마법을 배우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 아닌가? 이런 연약한 몸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봐야 평범한 검사에 불과하지 않을까? 파멸을 손수 막아야할지도 모르는데 용사도 아닌 평범한 검사가 마왕을 대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 죽은 경험도 있고.

공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머릿속의 분열이 말을 걸었다.

아니. 오히려 마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이외의 발언에 공녀는 반문했다.

- 어째서? 마력을 각성했으니 마법을 배우는 편이…….

얘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나중에 설명하지. 일단은 아무 대답이나 해라.

공녀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황후는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살아남는 것조차 힘겨웠던 아이에게 진로를 고르라는 식으로 들렸던 것일까.

그냥사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려던 황후에게 공녀가 말했다.

“죄송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정확히 말하면 해야 일이 너무 많았다.

분열의 말에 의하면 마법을 배울 필요는 없었다지만 파멸의 마왕의 낙인이 찍힌 누군가를 찾아야했고, 만일 그것이 실패하면 파멸을 막을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했다. 마법이 안 된다면 신성력이나 무력이라도.

한편 공녀의 말을 다소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황후는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 안도했다.

“그래. 생각날 때마다 알려주렴. 아. 과자 먹을래?”

황후가 건넨 과자를 받아든 공녀는 무심코 그것을 베어 물고는 그대로 몸이 굳었다.

바삭한 스낵 아래 숨어있던 달콤한 초콜릿 복병에 혀를 당해버린 공녀는 전율했다.

테르한은 초콜릿이 가미된 음식을 먹어본 적은 있었지만, 단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그냥 달구나 하는 감상만 했을 뿐이었다. 반면 갖가지 이유로 달콤한 간식 한 번 제대로 먹어본  없는 아리에의 미각에 황궁의 고급 다과는 가히 폭력적인 맛의 충격을 주었다.

눈을 빛내며 과자를 쉴 새 없이 집어먹는 공녀를 보며 황후는 흐뭇해하면서도 우선 예절 선생님을 붙여줘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과  접시를 거의 혼자 먹어치운 공녀는 뒤늦게 부끄러워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주의하라며 가볍게 타이르던 황후는 한 시녀가 다가와 귓속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녀에게 말했다.

“아리에.  손님이 와서 그런데 준비 좀 하게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니?”

황후는 자신의 후줄근한 옷을 가리켜보였다. 손님이 온다는 황후의 말에 공녀는 대답했다.

“아. 손님이 오시나보네요.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공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황후는 재빨리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눌렀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단다. 마침 네게 소개시켜주려던 손님이거든. 잠시만 기다리련?”

공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황후와 수행원들이 바람같이 사라졌고, 공녀와 시밀레만 정원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누군지 들은 것 있어?”

“아뇨. 전혀.”

솔직히 그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황후의 허락 없이 물러나는 것은 큰 실례였다. 하는 수 없이 기다리기로  공녀는 시밀레가 몰래 챙겨준 과자를 받아 아껴서 갉아먹고 있었다.

- 으음. 안 좋은 예감이 드는군.

- 분열?  좋은 예감이라니?

갑작스런 분열의 말과 함께 공녀는 오한이 드는 듯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정원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고급스러운 옷을 걸친 소년이 멈춰선  자신을 보고 있었다.

공녀 또래의 나이로 보이는 소년은 못 볼 것을 본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테르한의 기억에는 없었지만 아리에의 기억에는 스쳐지나가며  적이 있었다. 게다가 황후궁에 보호자 없이 홀로 드나들 수 있는 귀족 소년은 제국에서  손에 꼽을 수 있었다.

며칠 전 어설픈 제국 귀족 명단을 작성했을  중앙에 있던 이름 중 하나라던가.

공녀는 갉아먹던 과자를 재빨리 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늦게 소년을 발견한 시밀레는 깜짝 놀라 허리를 숙이며 공녀에게 속삭였다.

“황태자 전하세요.”

“응.”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간단히 대답한 뒤 공녀는 드레스자락을 살짝 잡아 올리며 허리를 숙였다.

기본적인 인사법 외에는 귀족간의 예의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는 공녀였지만 테르한은 귀족들을 수행할 때를 대비해서 그들을 대하는 법은 배운 적이 있었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는 함부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래서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하지는 않았다.

참 쓸데없는 예의라고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어 올린 공녀는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소년이 자신을 빤히 보는 것이 괘씸해서 마주 바라보았다.

결국 황태자가 먼저 시선을 살짝 피했다.

“크흠. 그대는 어마마마의 손님이오?”

꼬맹이가 어른 말투를 흉내 내어 질문할 줄은 몰랐기에 공녀는 멍청하게 반문을 하고 말았다.

“네?”

공녀가 반문하자 대답을 기다리던 황태자는 다음 대사를 하려다 말고 다시 질문을 꺼냈다.

“그대, 아니. 레이디의 존함을 들려주시겠소?”

레이디라니. 온몸에 돋는 닭살을 애써 무시하며 공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제즈릭 공작가의 여식 아리에라고 하옵니다.”

황태자가 어른 말투로 대화하는 것을 원하는  같으니 응해줘야겠지.
물론 테르한이었던 시절에는 또래끼리 대화할 때면 욕을 섞어가며 대화를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아리에가 가끔씩 귀족 어른들을 상대로 하던 말투를 흉내내보았다.

“제즈릭 공작가? 그렇다면 그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재단하듯 쳐다보는 황태자의 시선이 다소 아니꼬웠지만 괜히 말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공녀가 아무 말 없이 서있자 황태자는 목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공녀에게 손짓했다. 공녀가 다가가자 황태자는 대뜸 공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 아까 먹던 과자 말이오.”

“과자요?”

멍청한 반문을 한 번 더 한 공녀는 황태자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보고 황태자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말했다.

“그 달콤한 과자 말씀이신가요?”

“그렇소. 그 과자를 먹었다는것은, 어마마마와 검술 대련을 했다는 것이오?”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세 번째 반문을 하려던 차에, 옷을 갈아입은 황후가 나타났다.

아까까지 있던 기사단 OG는 어디 갔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아름다운 붉은 머리를 늘어뜨린 고귀한 황족 여인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황후는 황태자와 공녀가 귓속말을 하는 장면을 봤는지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둘이 밀담까지 나눌 정도로 친해진 모양이네?”

“어마마마,그건!”

“아니에요, 황후마마.”

황태자와 공녀가 동시에 부정하자 황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꼬마들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놀려줄 생각이 가득했던 황후는 이어지는 공녀의 말에 황태자를 쏘아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신사분께선 자기소개도 안하셨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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