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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제 9 장. 남부전선 이상 없다 - 6 (59/82)



〈 59화 〉제 9 장. 남부전선 이상 없다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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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라의 창은 양쪽에 창날이 달려있는 삼단봉으로, 중간중간 분리 결합을 하여 유연한 공격과 방어가 가능했다.

그것을 한 눈에 알아본 카디엄은 발동시켜놓았던 마석들을 몇 개 꺼트리면서까지 휴대용 방패를 전개했다.

말이 휴대용이었지, 보호 관련 마석이 몇 개 박혀있어서 전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는 훌륭한 방어구였다.

에틸라의 창이 카디엄의갑옷 사이사이로 찔러 들어왔다. 카디엄은 전신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그 틈을 찌를 수밖에 없었고, 카디엄은 방패로 에틸라의 공격을 막기 바빴다.
창보다 검의 사거리가 짧다보니 멀리서 찌르기만 하는 에틸라를 공격하기도 힘들었다.

카앙

에틸라의 창이 쉴  없이 방패에 부딪혔다. 검은 기운을 한껏 담아낸 찌르기는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에틸라의 공격이 깊게 들어오자 몸을 반 바퀴 돌려 공격을 흘린 카디엄은 창을 등으로 밀어내며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바람의 오러가 실린 검은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에틸라의 허리를 베어 들어갔다.

에틸라는 혀를 차며 창을 살짝 기울였다. 창대가 가까스로 검을 막아냈고 금속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에틸라가 옆으로 날아갔다.
카디엄이 곧장 추격하여 검을 내질렀지만 손으로 땅을 밀어내 공격을 피한 에틸라는 멀찍이 떨어져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카디엄은 남은 마력의 양을 가늠해보았다. 활성화시킨 마석을 20분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앞의 마족을 상대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지만 그러고도 두 명이 남는다.

벨로나나 마테스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녀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고 남은 두 명의 마족은 정말 강해보였다.
최소한 이번 마족을 이기고 다음 마족의 힘을 빼놓는 것까지는 하기로 마음먹은 카디엄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끼기익

에틸라는 창을 분리한  휘둘러 카디엄의 검을 막아냈다. 봉을 연결하는 사슬에도 오러를 불어넣은 그녀는 사슬로 카디엄의 검을 휘감으려 했다.
검이 붙들리기 전 빠르게 회수한 카디엄은 크게 팔을 들어 세게 휘둘렀다. 그는 에틸라가 창을 분리해서 거리의 이점이 사라진 틈을  강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카디엄의 무자비한 연격이 이어졌고 막기에 급급하던 에틸라는 검은 기운을 제법 많이 소모하며 간신히 버텨냈다. 반면 카디엄의 하얀 기운은 아직도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카디엄의 전투를 응원하던 벨로나는 뒤쪽의 마족들에게서 불온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검을 뽑아들고 준비를 마친 벨로나를 향해 비늘덮인 남성체, 크탄이 말을 걸었다.

“이봐, 어린 친구. 끼어들려는 건 아니겠지?”

자신의 거대한 주먹을 자랑하듯 맞부딪히는 그를 향해 위협적으로 검을 치켜든 벨로나가 말했다.

“그쪽이야말로 쓸데없이 움직이지 마.”

크탄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공녀는 벨로나의 어깨를 짚고 그녀를 다독였고, 괜한 신경전을 벌인 벨로나는 씩씩 거리며 화를 삭였다.

벨로나와 공녀는 다시 시선을 무대로 향했다. 어느새 결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생도시절부터 이어져온 ‘웨폰브레이커’의 별명을 유감없이 드러낸 카디엄은 머스크의 검에 이어 에틸라의 창마저 반쯤 부숴놓았다.
삼단봉 중 가운데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창을 해체한 에틸라는 양손에짧은 단창 두 개를 들었다.

카디엄은 숨을 고르고 방패를 가동시키던 마석을 꺼트렸다.
마력을 최대한 아껴서 다음 전투를준비하기 위해 효율적인 마석만을 남긴 채 에틸라에게 접근하던 카디엄은 갑자기 에틸라에게서 솟아나는 강대한 검은 기운에 뒤로 물러섰다.

에틸라의 안구가 검정색으로 물들었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더 이상 인간의 얼굴이 아닌, 검게 물든 악귀의 얼굴이 되었다.

이곳에 있는 다섯 마족 중 유일하게 에틸라만이 가지고 있는 뿔에 검은 기운이 모였다.
카디엄은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었으나, 공격을 막아줄 방패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크윽”

방패의 마석이 활성화되는 것보다 에틸라의 뿔에서 검은 기운이 쏘아져 나오는 것이 빨랐다.
카디엄이 가까스로 팔로 막아 급소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양팔이 반쯤 관통되어 너덜너덜해졌다.

인상을 찡그리며 하얀 기운을 이끌어내 고통을 경감한 카디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검을 들었다. 에틸라의 뿔에 다시 검은 기운이 모였다.
검은 기운이 한  쏘아지기 직전, 카디엄은 방패를 전개하고 검으로 그 뒤쪽에 있던 푸른 마석 하나를 부수었다.

“아!”

그 모습을 보던 벨로나가 무어라 외치기도 전에 카디엄이 착용하고 있던 모든 마석들이 활성화되었다. 에틸라의 공격은 오러를 두른 방패에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막혔다.

곧이어 질풍 같은 속도와 태산 같은 힘이 실린 공격이 에틸라를 두들겼다.
한쪽 팔이 날아가며 허리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에틸라는 옆으로 급하게 피했지만 카디엄은마무리를 위해 그녀를 추격했다.
카디엄의 검이 에틸라에게 내려떨어지기 직전,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카디엄의 몸이 날아갔다.
바닥에 형편없이 나가떨어지는 그의 모습에 벨로나가 이를꽉 물고 앞으로 달려갔다.
카디엄을 공격한 크탄은 달려오는 벨로나를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질질 끌지 말고 화끈하게 가자고……옷!”

크탄이 기세 좋게 외치던 중 벨로나의 날카로운 공격이 그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번개의 오러가 공기를 태우며 크탄의 귓가를 때렸고, 우렛소리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던 크탄은 이를 갈며 벨로나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쥐새끼만한 계집이!”

크탄의 주먹에 오러가 피어올랐다. 보통 마력이  흐르는 금속심을 매개로 발현되는 오러를 맨몸으로 발현하는 것은 마력각성자인 공녀 정도나 가능한 기술이었기에 벨로나는 내심 놀라며 경계했다.

팔이 잘려버린 에틸라와 잠깐 정신을 잃었던 카디엄이 무대에서 퇴장하고 이제 전장에는 크탄과 벨로나만이 합을 주고받고 있었다.
벨로나의 쾌검은 같은 크기의 강철만큼이나 무거운 크탄의 주먹을 상대로 있었다.

벨로나의 몸통을 노리던 크탄의 공격은 능숙한 흘리기에 모조리 무위로 돌아갔고, 물 흐르듯 보법을 밟으며 총알만큼이나 빠르게 찔러 들어간 벨로나의 공격은 벌써 크탄의 양쪽 어깨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문제는 크탄이 검은 기운을 조금 끌어내 근육을 꽉 조이자 상처가 금방 아물었다는 점이었다.
그의 초인적인 재생력에 혀를 찬 벨로나는 전략을 바꿨다.
검 끝에만 집중하던 오러를  레이피어의 전체에 두른 뒤 크탄의 공격을 기다렸다가 빠르게 뒤로 빠지며 연속으로 검을 휘둘렀다.

크탄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벨로나의 검에서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검 끝에 걸리는 느낌이 이상해 한 번 크탄의 주먹을 정면으로 막아본 벨로나는 그의 주먹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신체적으로 특이한   크기 정도인가? 손에 금속성 물질이 박혀있어.’

마력을 다루는 솜씨만으로 주먹에 오러를 발현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눈속임에 가까운 수법이었기에 벨로나는 안심했다. 아가씨만한 강자는 아니었기에 조금  공격적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방금 카디엄이 당했던 것처럼 검은 기운을 끌어낸 마족들이 어떤 변칙적인 공격을 해올지 알 수 없었기에 경계를 늦추진 않았다.
벨로나의 검에 매섭게 크탄의 팔과 다리를 노리며 쏘아져 들어갔다.

덩치가 커서 피격 면적이 넓은 크탄은 힘겨루기에 능한 타입이었지만 벨로나처럼 치고 빠지는 공격에는 취약했다.
일반적으로 빠른 공격에는 무게가 실리기 어려워 강인한 체력과 재생력으로 쉽게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벨로나는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  하나인 제국기사단의 정예였고, 레이피어는 생각보다 무게가 있는 무기였다. 크탄의 몸에 하나 둘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지직

제법 깊숙이 찌른 크탄의 오른쪽 어깨에 번개의 오러를 흘려 넣으니 그는 잠깐 마비가 된 듯 몸을 경직시켰다. 그 틈을 노려 벨로나가 급소를 찌르기 위해 검을 뽑으려는 순간, 크탄이 검은 기운을 이용해 근육을 팽창시켰다.

검이 빠지지 않았다.

두꺼운 근육을 헤치고 어깨뼈까지 찌를 정도로 깊숙이 들어간 공격이어서 그런지 크탄의 팽창된 근육에 검이 잡혀버렸다.

어이없는 상황에 벨로나는 조금 당황했다가 크탄이 자신의 검을 왼손으로 잡으려 하자 과감하게 검을 강하게 끌어당긴 벨로나는 무게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크탄쪽으로 몸이 끌려가고 말았다.

“크하학!”

그 모습을 보며 광소를 터트리던 크탄은, 땅의 오러가 가득 실려 무게가 배는 무거워진 벨로나의 무릎을 맞고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크탄의 어깨를 발로 디디고 검을 뽑아든 벨로나는 자신을 잡으려드는 크탄의 손을 피해 높이 도약해서 거리를 벌렸다.

공녀는 벨로나의 전투를 보고 감탄했다.
벨로나가 강하긴 하지만 저런 상황에서 저 정도의 임기응변을 발휘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첫 번째 전투에서 메르실라가 레무르트의 얼굴을 차버린 데에서 영감을 얻은 듯했다.

벨로나의 성장만으로도 영격을 나온 보람이 있었다.
공녀는 마테스에게 슬쩍 신호를 했고, 마테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 뒤쪽에 서있는 케톤에게 손짓했다.
마테스가 전장에 서자  손짓의 의미를 알아차린 케톤이 양 손에서 무시무시한 손톱을 뽑아들었다.  명의전사는 먼저 싸우고 있던 이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주섰다.

벨로나와 크탄, 마테스와 케톤의 전투가 각각 치러지려 하고 있었다.
인간 측에서는 공녀가 남았지만 이제 승패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어찌 보면 서로의 종족에게 걸려있는 죄악을 씻는다는 명분은 일치했다.
남은 것은 최대한 자신들의 전력을 보존해가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할 뿐.

마테스는 자신의 어깨높이까지 오는 긴 양손검을 꼬나들었다. 큰 키의 근육질인 크탄보다도 덩치가 더 큰 마테스를 본 케톤은 긴장했다.
어린 개체인 공녀조차 자신의 기습을 수월하게 막아냈으며, 인간들의 무기기술은 자신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났다. 현재 상황도 인간 기사 한 명이 자신들 한  반 정도를 상대한 상황이었다.

차라리 크탄과 겨루고 있는 여검사와 자신이 싸우고, 크탄과 눈앞의 전사가 싸웠으면 제법 상대할  했을 것이다.
속도와 기술을 중시하는 자신이 크탄을 농락하고 있는 여검사처럼  수 있을까. 케톤은 그 가정을 부정했다.

눈앞의 전사는 강했다.
느껴지는 투지나 기백이 자신보다 월등했다. 싸우기도 전에  기분이 든 케톤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찌되었든, 리자드맨의 죄업을 갚기만 하면 된다. 설령 나에게 주어진 죄업을 갚지 못하고 죽더라도 세트라님이  다음 전사들을 만드시겠지.’

자신들이 맡은 것은 장작의 역할이었다. 이 전투로 피워 올린 불씨는 마왕이 강림하는 날까지 꺼지지 않으리라.  전에 죄업을 전부 갚을 수 있다면, 리자드맨이 더 이상 마족으로 불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케톤은 결의를 다지며 오러와 검은 기운이 뒤섞인 손톱을 들었다.
마테스는 아까 전 케톤이 보여주었던 속도를 경계하며 덧갑옷에 박혀있는 마석들을 활성화시켰다. 정석적인 구성을  그의 덧갑옷은 발은 빠르게, 공격은 강하게, 방어는 튼튼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대검에 불꽃이 휘감겼다. 짙은 농도의 불의 오러를 발현한 마테스는 검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공녀가 성검의 기운을 집중시켜준 덕분에 그가 추구했던 정령검사의 모습에 조금  가까워질  있었다. 밝게 타오르는 검을 보며 마테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퍼억

“큭”

그때 옆에서는 처음으로 크탄에게 정타를 허용한 벨로나가 왼팔로 오른팔을 감싸 쥐고 뒤로 물러났다.

마테스가 걱정이 되어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비늘 덮인 마족이 눈에 들어왔다.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다 약한 반격을 허용한 모양이었다.
마테스는 그 모습에 잠깐 돌렸던 신경을 끄고 눈앞의 전사에게 집중했다.

“승부는 우리의 패배가 거의 확실하군. 그쪽은 아직 최강자가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으니.”

케톤의 말에 마테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최강자라는 거지? 공녀님?”

“물론이지. 네놈은 자신이 저 괴물보다 강하다고 말할 셈인가?”

마테스는 잠깐 시선을 뒤로 돌려 믿음직스런 교관이자 제국의 기둥인 공녀를 바라보았다.
레무르트와 카디엄의 상처를 치료한  벨로나 쪽을 심각하게 보고 있던 공녀는 마테스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마테스는 공녀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다시 앞을 보았다. 그는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케톤에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강하다.”

마테스에게서 열 걸음 정도 떨어져있던 케톤을 향해 붉은 오러가 땅을 가르며 치솟아 올랐다.
케톤은 피할 틈도 없이 검은 기운을 총 동원해  공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한쪽 다리가 잘려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케톤이 놀라 날개를 펴며 뒤로 도약하기도 전에 어느새 접근한 마테스의 거대한 검이 내리 떨어졌다.
케톤이 다급하게 손톱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손톱은 유리처럼 부서져버렸고 케톤의 몸이 그대로 양단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늪지의 마족들이 비참한 비명을 질렀다.

“케톤!”

순식간에 케톤을 처리한 마테스는 검을 툭툭 털고 검집에 집어넣었다.
벨로나와 겨루다 검은 기운을 전부 사용한 뒤 팔의 힘줄이 끊어져버리는 바람에 전의를 상실한 크탄은 케톤이 양단되는 모습을 보고는 공포에 빠져버렸다.

“끝났네. 너희가 졌어.”

 모습을 보던 공녀가 담담하게 선언했고, 그렇게 전투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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