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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화 〉제 10 장. 짧은 휴식 - 5 (65/82)



〈 65화 〉제 10 장. 짧은 휴식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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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공녀는 현재 제즈릭 공작령의 중심도시인 제페르에 머물고 있었다.
스케줄 상 여름특별훈련 기간에 생일을 맞을 것 같았기 때문에 미리 가족들과 만나러 온 것이었다.

공녀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공녀의 어머니, 제즈릭 공작부인은 바쁜데 뭐 하러 왔냐고 하면서도 공녀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잔뜩 준비해놓았다.

현재 제페르에 있는 공작의 성에는 루스카와 공작부인, 그리고 공녀의 새언니인 셀리아가 머물고 있었고, 그들은 조촐하게 공녀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공작과 루테스는 일 때문에 제도에 가있었다. 공녀는 나중에 자신이 미리 왔다가 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아리에도 조금만 있으면 열여섯이구나. 옛날 같았으면 슬슬 짝을 찾을 나이었겠지.”

“어머나, 공자님도 참.”

셀리아가 루스카를 살짝째려보았다. 결혼한 지 2년째였지만 셀리아는 아직 루스카를 공자님이라고 부른다. 다만 딱딱한 호칭이라기 보단 애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애칭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아직 둘 사이에 아이가 없는 것이 공녀는 조금 아쉬웠다.
시밀레와 하빈이 좋은 소식을 주어 조만간 조카뻘 되는 아이를 볼 수 있을 텐데, 진짜 조카도 보고 싶은 욕심이 공녀의 안에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참. 아리에한테 아직 말 안했지?”

갑작스런 공작부인의 말에 루스카가 무슨 말인지 생각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대답했다.

“네? 아, 아직 말 안했죠.”

루스카가 셀리아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고개를 돌려 공작부인을 보았다.
그의 눈에 담겨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알아차리지 못한 공작부인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공녀에게 말했다.

“아리에. 우리 가문의 일원이 늘 것 같단다.”

“어머.”

공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가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셀리아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았다.

“축하드려요, 언니.”

“고마워요, 아가씨.”

딸과 며느리가 축하를 주고받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공작부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리에. 조카가 생긴 느낌은 어떠니?”

공녀는 잠시 입매를 쓰다듬더니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고모의 위대함을 어떻게 가르쳐주어야할까 생각하니 걱정이네요. 조카가 배워야할 게 너무 많을까봐.”

공녀의 농담에 여인은 재미있다는  웃었다. 하지만 루스카는 동생의 말을 그저 농담이라고 치부하며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동생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덜 받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금요일.

공녀는 제도로 돌아와 아버지 공작과 둘째 오라비인 루테스와만나 점심을 먹었다.
공녀가 공작의 성에서이틀이나 머물렀다는 것을 들은 공작은  아쉬워했지만 딸과 식사라도 한 것에 만족해야했다.

공녀는 오는 길에 마도공학소와 양성소에 들러 다음 주 특훈에 필요한 물건들의 발주와 수령 여부를 체크한 뒤 황궁으로 돌아왔다.
공녀는 제3귀빈관에 잠깐 들러서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고급스러운 로브차림의 공녀가 향하는 곳은 황궁 구석에 자리 잡은 높은 탑.
대륙 마법의 중심인 마탑에 들어선 공녀는 경비원의 호들갑스러운 인사를 받으며 목적지로 향했다.
고급 마법사가  셰일로아는 마탑에 자신의 연구실을 마련했고, 공녀는 종종 그곳에 들러 파멸의 검은 기운에 대항하는 신종 마법 연구를 도와주고 있었다.

저번에 남부 늪지 전쟁 중 포로로 잡혔던 용인 암살자, 카트미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면서 얻어낸 데이터로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종전이 된지는  개월이 지났지만 카트미르는 정찰을 목적으로 돌아다니던 레인저들을 전장이 아닌 곳에서 암습으로 살해한 일을 구실로 아직까지 붙잡혀있었다.

전쟁 중에는 비상식적인 범죄가 아니면 서로의 죄를 묻어두는 것이 관례라 대외적으로는 우호관계를 위해 파견 나온 것으로 되어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용인들은 카트미르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지 반환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검은 기운을 전부 소진할 때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각종 실험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심지어 검은 기운을 일정량 이상 쓰는 것도 마력에 민감한 공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당하고 있었기에 카트미르의 해방은 요원했다.

물론 반쯤 협박이라고는 해도 카트미르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었기에 위법사항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들의 문물과 음식이 꽤 마음에 든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마냥 비관하지는 않았다.

“저…….”

카트미르가 입을 열자 무언가 쑥덕대던 공녀와 셰일로아가 번뜩이는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하얀 천으로  보자기만 대충 걸치고 있던 카트미르는 그 눈초리에 기겁하여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저 녀석은 어디를 찔러야 예쁜 비명을 지를까’라고 논의를 하는 정신이상자들을 보는듯하여 카트미르는 비늘을 떨었다.

“자, 카트미르. 오늘은 간단한 실험을 할 거예요. 여기 사인.”

카트미르가 제일 두려워하는 대상인 공녀가 종이를 내밀자 그녀는 찍소리 못하고 펜을 들어 그림과 닮은 조그마한 사인을 그려냈다.

글씨를 모르는 그녀에게 공녀가 리자드맨의 글을 대략적으로 가르친 다음 카트미르의 이니셜인 ‘kqa’(제국어 리자드맨의 발음기호 표기법에 준한다)에 해당하는 글씨를 집중적으로 가르쳐주었고,  결과 카트미르는 사인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이 꼭 필요한가?  목숨은 이미 귀하와 인간들에게 종속되었을 텐데.”

요즘에 배운 어려운 제국어를 애써 사용하고 있는 카트미르에게 공녀는 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렇게 해놓아야 나중에 후환이 없어요. 자, 실험이나 시작하죠.”

사인을 받자마자 카트미르를 실험장으로 끌고 가는 공녀를 향해 셰일로아조차 약간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고, 카트미르는 그저 눈물 한 방울을 속눈썹에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여름 특별훈련 전날.

다음날 새벽기차를 타고 가야했기에 공녀와 아펠은 시내에서 간식거리나 특훈에 개인적으로 쓸 물건 등을 잔뜩 사면서 놀다가 일찍 귀가했다.
귀빈관에는 그곳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사람들 중 한 명인 하빈이 와있었다.

“여어, 아펠. 아리에.”

하빈은 시밀레와 함께 응접실에 있었는데 공녀와 아펠이 들어오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시밀레의 얼굴이 새빨갰다.
공녀와 아펠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빈을 바라보았다.
소녀들의 시선을 받은 하빈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내일부터 놀러간다며?

“특훈이거든요.”

아펠이 쏘아붙이듯 말하자 하빈은 조그맣게 웃었다.

“그게 그거지, 뭐. 테르한 녀석한테 들어보니까 그냥 산이나 바다를 쏘다니는 거라면서. 그게 노는 거지, 뭐.”

산이나 바다,황무지 등을 다니면서 유격활동을 하는 레인저가 보기에는 여름특별훈련은 그야말로 애들 장난 같은 일이었다. 묘하게 자존심이 상한 공녀와 아펠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구시렁거렸다.

“아참. 시밀레. 지금부터 휴가야.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네? 하지만 이곳의 책임자인데…….”

제3귀빈관의 시녀장인 시밀레는 제국 여성 중에서 신분만으로 따져도  손가락 안에 드는 황녀와 공녀를 5년 넘게 모시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녀장이  뒤로 그녀는 지금까지 일주일 넘게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귀빈관은 기본적으로 손님을 모시는 곳이기에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담당자의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점을  알고 있는 시밀레는 2주간의 휴가를 불편해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조만간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면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이가 어느 정도  때까지는 복직이 어려울 것이다.
시밀레는 그 전에 아펠과 공녀를 최대한 편하게 모시는 것이 최근의 목표였기에 휴가를 명받은 그녀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자기는 너무 걱정이 많다니까. 공녀님께서 저렇게 말하는데아랫사람으로서 기꺼이 받아들여야지.”

하빈의 말에 시밀레는 잠시 고민했다.

“아예 쉬라는 것도 아니고  2주잖아. 그 사이에 시밀레가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테스트 해봐야하지 않겠어?”

공녀의 말에 시밀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제3귀빈관의 차기 시녀장으로 점찍은 시녀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자신이 맡은 일을 위임했던 적은 없었다.

차기 시녀장으로 꼽고 있는 사람은 황궁의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가 온 이미 장성한 아이들이 있는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시밀레를 딸처럼 여기면서도 윗사람 대우를 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미 그녀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으며 귀빈관의 생활을 꾸려온 시밀레는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황녀님과 공녀님의 호의를 받을게요.”

시밀레의 잔잔한 미소에 공녀와 아펠 또한 웃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하빈은 감사의 뜻으로 공녀와 아펠에게 목례를 한 뒤 시밀레와 함께 그녀의 숙소로 향했다.

“저녁 먹을 때까지 대련할까?”

대련을 거의 놀이처럼 여기고 있는 아펠에게 공녀가 조금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

“내일부터 실컷  테니까 오늘은 편하게 쉬어.”

“흐음. 그러지 뭐.”

아펠은 공녀의 말을 고분고분 받아들였다.
거의 자매처럼 지내기오도 했고, 공녀는 아펠에게 번째 스승이었기에 그녀의 말을 잘 따랐다. 자신의 첫 번째 스승이 공녀 안에 숨어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해 저녁은 간단하게 때운 소녀들은 일치감치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귀빈관의 경호를 담당하는 기사와 당직 하녀에게 새벽에 깨워달라고 부탁한 공녀는 알람마법이 담긴 시계까지 작동시켜놓고 잠이 들었다.

대망의 월요일.

새벽 4시가 되기 직전 공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문 밖에서 서성이는 하녀와 기사의 움직임을 감지한 그녀는 일부러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깨워줘서 고마워요.”

갑자기 문을 열고 감사의 인사를 건넨 공녀를 본 기사와 하녀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공녀에게 예의를 차렸다.

“아펠 황녀님은 제가 깨울게요.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알겠습니다, 공녀님.”

기사와 하녀가 돌아간 뒤 공녀는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짐을 우선 체크했다. 어제 저녁에 미리 챙겨둔 커다란 배낭 하나.
다른 물품들은 이미 기차 편으로 필케아에 보내놓았다.

공녀는 옆방에 있는 아펠을 깨우기 위해 희미한 조명이 켜져 있는 복도로 나섰다. 아펠의 방문을 조심스레  공녀는 눈에 빛의 마력을 머금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예상대로 아펠은 아직 꿈나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침대 옆 탁상에 놓여있는 알람시계가반쯤 찌그러져있는 것을  공녀는 한숨을 쉬며 아펠의 몸을 흔들었다.

“아펠. 갈 시간이야. 빨리 일어나.”

“으응…….”

“아펠?”

“5분만…….”

“빨리 일어나.”

공녀가 아펠의 몸을 더 크게 흔들자 아펠이 살며시 눈을 떴다. 캄캄한 어둠 속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등진 공녀의 모습은 아펠에게 묘한 착각을 일으켰다.

“엄마……. 좀만 있다가 깨워줘…….”

“누가 엄마야!”

왠지 모르게 엄마라는 소리에 민감한 공녀는 아펠을 확 뒤집었고, 아펠은 화들짝 놀란 고양이마냥 팔다리를 땅에 딛고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어, 아리에?”

“그래. 얼른 일어나. 6시까지 기차역으로 가려면 슬슬 출발해야 돼.”

“아, 맞다. 오늘이구나. 미안.”

아펠이 구르듯 침대에서 내려와 황급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자 공녀는 슬쩍 몸을 돌려 복도로 나갔다. 자신의 방에 돌아가 가방을 꺼내온 공녀는 복도에서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채비를 마친 아펠이 나왔다. 둘은 말없이 건물을 나왔다.
귀빈관 앞에는 커다란 마차가 와있었다.

“리에. 아펠. 빨리 와.”

마차에 타고 있던 황자가 손짓하자 공녀와 아펠이 능숙하게 마차에 올라탔다.

“잘 잤어?”

“네. 그럼요. 황자전하는요?”

공녀의 질문에 황자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미묘한 표정의 황자를 보며 아펠이 물음표를 띄우자 공녀는 혀를 살짝 차고는 다시 말했다.

“리안은요?”

그제야 황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잘 못 잤지. 어린아이처럼 여행 전날에 신나서 잠을  자다니. 나도 아직 어리다니까.”

잠을 못 잔 것 치고는 대답이 쾌활했기에 공녀는 살짝 눈을 흘겼다.
한편 아펠은 공녀가 황자를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보고 복잡한 심경에 빠졌다.

아리에와 오라버니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급작스럽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본 그녀는 두 사람이 조금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펠의 표정을 본 황자가 장난스러운 미소를지었다.

“아펠.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그냥 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아펠의 발끝을 조심스레 툭 찬 황자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성검에 손을 가져갔다. 눈을 굴려 그 모습을 본 아펠은 자세를 바로 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성검을 매개체로 전대 용사와 현재 용사의 대화가 각자의 머릿속에서 진행되었다.

[아펠.]

[왜, 오라버니.]

[뭔가 마음에 안 들어?]

[글쎄.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아리에랑 오라버니가 갑자기 가까워진 거 같아서 질투가 난 것 같아.]

성검을 매개로 한 대화에는 아무래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언어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본심이 조금 더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황자는 정신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어때서? 너한텐  좋은 거 아냐?]

[나한테 좋은 거라니?]

[그러니까, 너와 리에는 따지고 보면 그냥 같은 건물을 쓰는 사이지.]

[……그렇지.]

사실 아펠과 공녀는 같이 사는데다 자매나 다름없었고 제일 친한 친구사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공녀나 아펠  누군가가 황궁을 떠나면 그냥 친구로 남는 사이.

[만약에 말이야. 리에와 네가 ‘진짜 가족’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때?]

[진짜 가족?]

[예를 들어…….]

황자는 성검에서 손을 떼고 손을 살짝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자신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아직 조심스러워서 아펠에게 추측을 시키려는 것이었다.
아펠의 표정이 확 구겨지더니 차츰 본모습을 찾아갔다.

‘만약 오라버니와 아리에가 맺어진다면.’

생각하기는 조금 싫은 가정이었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황자의 말처럼 아펠과 아리에는 확실히 가족이 된다.
혈연으로는 사촌으로, 신분상으로는 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펠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암묵적인 동맹을 형성한 황자와 아펠은 공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녀는 어느새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펠은 살짝 웃으며 익숙하게 의자 아래쪽을열어 베개를 꺼내 공녀의 머리에 받쳤다.

황자와 황녀, 공녀가 탄 마차가 조용히 제도의 새벽을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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