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자본, 내 맘대로 세상 만들기-55화 (55/150)

55화 다음에 또 만나면… 너는 죽는다

“뭐? 그냥 애송이 한 명 조용히 제거하면 된다고? 내 꼬라지 보이냐? 개자식아!”

“…….”

“어차피 나는 꼼짝도 못 해. 그 더러운 칼 치우고… 대시보드 위에 전화기 보이지? 받아라.”

“…….”

“네 심장 구멍 뚫리기 전에 빨랑 받는 게 좋을 거야. 흐흐흐. 같이 죽으면 조금 덜 억울하겠네.”

당했다. 이놈들은 그냥 미끼였어.

지금 어딘지 모르지만 저격용 라이플로 내 심장을 겨누고 있는 놈이 진짜였다.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덫을 팔 정도라면… 프로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가진 놈이다. 빠져나갈 수 없다.

캐딜락에서 차명식도 이상한 낌새를 챈 것인지 차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안 돼!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꼼짝할 수 없는 입장.

파창-

아니나 다를까… 유리창이 단숨에 박살 나고, 한 발을 밖으로 걸친 차명식이 풀썩 주저앉았다. 버둥거리는 것을 보면 즉사는 아니다.

움직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무서운 놈이다.

“빨리 받아, X신아. 우리까지 다 죽게 만들지 말고. 여기 뒷좌석에 C-4 한 무더기가 실려 있어. 터지면 우린 살점 하나 남기지 못할 거다.”

“크흐흐흐, 티어원 특임대의 전설이라는 내가… 이런 쥐새끼 꼴이 되어 버렸네. 재미있어.”

“야, 전설이고 화석이고 좀 살자! 빨랑 받으라고. 저 미친 새끼가 버튼을 누르면 다 죽어!”

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제이슨의 비명처럼 뒷 좌석에 놓인 C-4뭉치에 파란 조명이 깜빡이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 받았다.”

[하하하. 어때? 괜찮았어?]

“으드득! 김시혁!”

[백정태 대리, 언제 일본으로 국적을 바꿨어? 삼송은 그만둔 거야?]

“개소리 그만하고 원하는 게 뭔지 말해.”

[반말… 그거 되게 거슬리네. 이봐, 자신 있어? 그냥 끊을까?]

“…….”

[남을 죽이려고 했을 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덤빈 거 아냐? 그 냄새나는 아가리 조심하는 게 어떨까?]

“…….”

[협박은 쎈 놈이 하는 거야. X신 쪼다 자식아. 하긴, 겁먹은 동네 똥개가 크게 짖더라.]

“원하는 게 뭐요?”

[오! 이제 조금 낫네. 백정.]

“당신이 이겼소. 솔직히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뭐든 말하면 새겨듣겠습니다.”

[그거 알아? 애초에 죽이려고 했으면 이렇게 번거롭게 안 해. 너 같은 쓰레기를 말이야.]

“…….”

[이번에는… 그래, 경고다. 경고. 가서 그대로 전해.]

“…네, 말씀하십시오.”

[기다려라. 내가 갈 때까지. 정 못 기다리겠으면 맘대로 해. 그 대신 모가지 걸고 덤벼라.]

“다 했습니까?”

[응, 가라. 다시는 앞에 나타날 생각 하지 말고… 하하하하.]

김시혁의 말이 끝나자 가슴을 겨누고 있던 빨간색 저격 스코프 표식이 사라졌다.

온몸의 털이 한꺼번에 솟구치는 섬뜩한 기분, 저놈은 웃고 있는데 왜 이렇게 춥지?

내가… 쫄았구나. 지금껏 온갖 사지를 다 헤쳐 나왔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게 몇번이던가. 하지만 그 어떤 경우도 지금처럼 털이 곤두선 적은 없었다.

확실히 쫄았구나. 백정이라고 불리던 내가.

[백정, 기억해. 다음에 만나면… 너는 죽어.]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귀에 이명이 들리듯 계속 맴도는 저 목소리!

백정태는 김시혁보다 다섯 살 더 많은 나이였다. 일찍 군에 투신해 정보사 산하 특수 임무대의 혹독한 훈련을 받은 뒤, 바로 현장에 투입될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나타낸 인물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기부로 차출되어 소위 블랙요원의 삶을 살았다.

그동안 모든 작전을 완벽히 수행함으로서 ‘백정’이라는 코드네임을 받고 전설로 군림해 왔었다.

그랬던 그가… 시혁의 죽는다는 말에 이토록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만나면 죽는다.’

시혁은 백정과 통화를 마치고 다시 윌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왜 저놈을 살려 보내라 하셨습니까?]

“윌슨, 손아귀의 살구 이야기 알죠?”

[예, 켄터키 속담입니다.]

“터트리면 그 신맛이 입에까지 느껴집니다. 먹지 않고 터트렸을 뿐인데… 저놈의 뇌 속에는 그 신맛이 각인되었을 거예요. 한번 공포를 맛본 놈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보통 단련된 놈이 아닙니다. 후환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놈이 문제가 아녜요. 신맛은 백정 저놈만 느껴서는 안 되죠. 그 뒤에서 지시를 내린 당사자, 그는 잠을 못 잘 겁니다. 후후후.”

[그런 뜻이라면 이해했습니다.]

“서서히, 하나씩 하나씩… 발톱을 뽑고, 발가락을 자르고, 발목을 뽑고, 몸통에 긴 창을 박아 넣을 겁니다. 종내에는 목을 베어 줘야죠. 그때까지 최대한 공포를 느끼도록 놔두는 것뿐이에요.”

[예. 그리고 이 허접한 두 놈 처리는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대의 뜻대로.”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놈들입니다. 서로 뒤통수를 노렸고요.]

“그래요. 이번에는 내가 이해했습니다.”

어깨 관통상을 입은 차명진을 태우고 골목을 벗어나던 백정태의 뒤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포드 자동차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막 대로로 접어든 캐딜락이 들썩일 정도의 진동이 느껴지는 엄청난 폭발이었다. 빠져나온 골목이 매캐한 연기와 화염으로 밤을 밝히고 있었다.

진짜 날려 버렸구나. 빈 말을 하지 않는 놈이다. 이만큼 확실한 경고가 또 있을까?

* * *

“삼촌, 이 길이 맞는 걸까요?”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라고 했다. 결정했으면 돌아보지 마라.”

자책하는 듯한 시혁에게 매몰찬 당부를 날리는 공사홍.

천성이 악한 아이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독하게 말을 던진 것이다. 여기서 시혁이 흔들리면 안 된다.

“무슨 뜻인지 압니다. 그래도 쉽지 않군요.”

“시혁아, 너 나한테 그랬다. 바보처럼 지배당할 바에는 차라리 악당이 되겠다고.”

“그 빌런의 길에 피가 마르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겁니다.”

“피 없는 승리가 있더냐? 지금은 약과다. 앞으로 네가 가는 길은 피가 강을 이루고, 그 피가 모이고 모여 바다로 흘러갈 거다. 다만, 선량한 피가 섞이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게다.”

“피의 바다.”

“그래, 너는 바다가 되는 거다. 세상 무엇보다 더 낮고, 깊고, 넓기에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 화엄경에 보면 이런 경구가 있다.”

“…….”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

“바다는 벼락에 맞아도 멍들지 않는 허공과 같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구는 이것이지.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네가 망설이면 강물이 멈출 것이고, 네가 미적거리면 비에 바다가 멍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삼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지금 흘리는 피 따위에 망설이거나 미적거릴 필요 없다. 너는 김시혁이다.”

공사홍은 현자… 묵묵히 시혁의 뒤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혁의 가장 큰 멘토이자 든든한 존재였다.

공사홍의 말은 시혁의 흔들리는 여린 마음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채찍질했다.

시혁과 공사홍의 두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이심전심이요 염화시중의 미소가 아닐 수 없었다.

“삼촌!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자산 정리나 한번 해볼까요?”

“음. 그래. 정확히는 나오지 않겠지만 현 시점에서 확실히 알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우선, 가장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K 글로벌 USA는 어떻습니까?”

“걸물은 걸물이다. 메리웨더가 두 교수를 끌어들인 이후 순 운용 자산이 30억 달러가 넘는다. 더 받으려면 얼마든지 덩치를 키울 수 있음에도 스스로 멈출 줄 아는 놈이다.”

“수익률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레버리지 30배를 쓰고 있다.”

“그럼 총 운용자산이 900억 달러? 후와! 배짱 하나는 끝내주네.”

“채권 양방 배팅 수익률 이란 게 극악하니까, 규모의 경제학을 택한 거지. 자신들의 투자 모델은 절대 지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자신하는 것이고.”

아닙니다. 그 모델은 외부의 급변 사태가 발생할 시 와르르 무너집니다. 메리웨더는 블랙 먼데이 사태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 10년 후 미국 전체가 통째로 망할 뻔한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요. 무려 3,500억 달러를 허공에 날릴 뻔하거든요.

우리는 당연히 먼저 빠져나가겠지만…….

“거기는 어차피 투자 원금 7억 달러와 이자까지 복리로 묻어 두기로 했으니… 회사 수익에 따른 연말 배당금은 얼마나 될까요?”

“K 글로벌 USA는 100% 지분을 버진 아일랜드의 K 미르 컴퍼니로 넘기는 작업을 마쳤다. 연말 배당이 적어도 5억 달러는 족히 나올 것 같다.”

꿀이지. 계속 눈덩이처럼 굴러가라. 메리웨더. 당신이 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바보도 알아챌 정도야. 상관없지. 나도 당신을 숟가락으로 생각하니까.

결국 당신은 나를 무한 자본으로 만들어 주고 화려하게 산화할 거란 사실…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걸?

“다음 일본의 손창의 사장 상황은요?”

“괜찮다. 아주 좋아. 미크로 소프트의 윈도어 95가 대폭발을 해 준 덕분에 은행 잔고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투자 발굴은 잘하고 있나요?”

“그건 내가 무관한 분야라서 뭐라 평가할 수 없구나. 다만, 시소코 시스템즈라는 곳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

“오! 시소코 시스템즈. 굿 초이습니다.”

“그래? 또 생각지도 않게 무슨 잡지사를 인수했다고 하는구나. 그게 돈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PC 위크(WEEK)?”

“그래, 그 이름이었다.”

“오 마이 갓! 진짜 손창의 사장 대단한 천재, 인정!”

“잡지사가 무슨 돈이 된다고 그리 감탄을 하나?”

음… 아닙니다. 삼촌. 전 세계 IT관련 종사자의 필독서라고요. 지금 플레이 보이나 포춘보다 광고수익이 더 많은 황금알이랍니다.

“하여튼 올해 말 소프트 파워에서 배당으로 거의 1억 달러는 나올 것 같다.”

“잘하고 있네요. 손창의 사장은 앞으로 걱정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인수한 컬컴과 엔바디아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컬컴은 비로소 무슨 기술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더라만… 내가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엔바디아는 추가 자금을 내년에 더 수혈해 줘야 버틸 것 같다.”

“주세요. 잘하고 있네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닐까? 네 혜안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만.”

“삼촌, 제가 메리웨더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저는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페어 컷팅을 제일 좋아한다고요. 다 깎기 전에는 그 형체의 영롱한 빛깔을 아무도 모릅니다.”

“알겠다. 네가 맞다면 맞는 거겠지. 지원 요청이 오면 군말없이 추가 자본을 보내마.”

컬컴이 드디어 CDMA(코드분할 다중 접속)를 만들었구나. 새로운 신화의 시작이다. 그러나 한동안 더 고생을 하는 기술이다. 아무도 처음 시도하는 CDMA를 받아 주는 곳이 없어서 설움을 당할 것이다.

‘내가 나선다면 그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 후 맛있게 수확하면 된다.’

또 삼촌은 IT쪽에 완전 문외한이라서 모르고 있지만 엔바디아, 폭탄 중의 핵폭탄입니다. 곧 세상은 그래픽 카드(GPU)의 가치를 알게 되거든요.

‘여기도 내년 일 년만 더 추가 지원을 하면 물방울 다이아로 환골탈태한다.’

“삼촌, 엔바디아에 지원할 예비비를 남겨 두고, K 미르 컴퍼니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됩니까?’

“아이고, 너 또 새로 일을 벌이려고?”

“예, 아직 배가 고픕니다. 이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이 됐어요. 내년에 지금 자산의 최소 열 배는 뻥튀기를 할 겁니다.”

“흐음… 한국 삼성동 K타워 건설비도 좀 빼고, 엔바디아에 일억 달러를 남기면… 가용할 돈은 3억 달러 정도 되겠다.”

“홍어 삭히듯 잘 묻어 두세요. 내년에 배팅할 돈으로 턱도 없네요.”

“엔바디아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모건 스탠리와 시티 그룹에서 의향을 물어보더라.”

“안 됩니다. 단 한 주도 넘길 수 없습니다. 죽 쒀서 개 줄 수 없습니다. 이 자식들이 벌써 냄새를 맡았네요.”

순 자산 가치로 따지면 1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 되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결과치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세계속으로 가보자.

아… 이거, 부시 대통령이 놔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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