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자본, 내 맘대로 세상 만들기-83화 (83/150)

83화 세 가지 옵션 중 선택해 봐

유엔이 최종 시한을 공표하고 세계 여론이 움직이자 난리가 난 곳이 있었다.

“지금 얼마야?”

“막 20달러를 넘었습니다. 이건 통계를 잡는 게 무의미해요. 시시각각으로 오르고 있어요.”

“그래도 사! 무조건 매수 주문부터 넣으라고.”

“X발, 팀장도 눈이 있으면 봐요. 전부 적색이야. 온통 산다는 놈만 있지, 판다는 놈은 자취를 감췄단 말입니다.”

“지저스! 이제 겨우 9월이야. 이 전쟁이 오래가면 진짜 끝장이다. 13달러에서 버티던 가격이 20달러? 하아… 문제는 이게 바닥이 아니란 거잖아. 죽겠네.”

“이러다가 전쟁이 개시되기도 전에 30달러를 돌파하겠습니다. 제3의 석유파동이 날 것처럼 난리가 아닙니다.”

“쿠웨이트 유전은 가동을 멈췄나?”

“아뇨. 출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요.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계약에 누가 돈을 지른단 말입니까?”

“제기랄, 지랄, X발, 차라리 빨리 붙어서 결론이 날 것이지. 이건 완전히 폭풍 전야네.”

“네, 팀장님. 심상치 않습니다. 역대 최고가를 갱신할 게 확실합니다. 물량이 씨가 말랐어요.”

“그래도 기존에 계약된 물량들은 출하될 것 아냐?”

“거의 90%가 이번 달 9월이면 다 소진됩니다. 10월 달 가격이 진짜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겁니다. 아아아… 그 잠깐 사이 또 3달러가 올랐네요. 차트 보기가 무서워.”

모든 석유 거래 딜러들과 수입상, 국제 중개인들은 넋을 놓아 버렸다. 이건 광기가 아니었다. 별로 쳐다보지 않던 동남아에서 소량 나오는 석유도 공시가 뜨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석유가 없는 세상?

단숨에 원시시대로 돌아간다. 아무리 잘나가는 나라라도 석유가 없으면 공장이 서고, 경제가 서고, 사람들은 촛불로 밤을 새워야 한다.

“헨리, 그 잘난 입을 좀 놀려 봐.”

“이 자식, 언제부터 너 따위가?”

“흥! 처음 킴의 거래를 다들 탐탁치 않게 생각했어. 그런데 막판에 당신이 나서서 분위기를 잡지 않았나? 우리는 거기 홀려 달려든 거고.”

“아서라. 다들 눈먼 돈을 먹으려고 배팅한 것을… 이제 와서 내 책임이다?”

“당신이 사담을 면담하고 와서 미국은 절대 참전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장관들이 젖을 정도로 물을 쳤으니 부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게 당신 아니었냐 말이다.”

“휴우! 국무회의에 킴이 참석해 대뜸 장관들을 휘어잡을 줄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나? 나는 최선을 다했어, 리처드.”

이제껏 미국과 영국에 밀려 발언권이 미약했던 프랑스의 토탈 에너지 회장이 손을 들었다.

“메이롱 회장, 말씀하시죠.”

“지금껏 우리 세븐시스터즈의 회장들이 모이는 회의는 일 년에 한 번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까지 벌써 네 번째 얼굴을 보는군요. 이 귀중한 시간을 서로 비난만 하면서 보낼 생각이십니까?”

“…….”

“헨리 회장님, 누가 뭐래도 엑슨모빌이 업계 탑입니다. 회장님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조개처럼 앙다문 입술. 할 말이 있을 리 없지. 다 X된 건 마찬가지…….

싸늘하게 식은 회의실로 엑슨모빌의 부회장이 들어왔다. 이 자리는 회장 7명 외에는 어느 누구도 배석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해 왔다. 이걸 아는 부회장이 들어왔다는 것은…….

‘놈이구나.’

나쁜 예감은 항상 정확히 들어 맞는다, 희한하게도.

“회장님! 전화 좀 받으셔야겠습니다.”

“…놈인가?”

“예, 일 번 회선입니다.”

헨리 제리코는 정말 수화기를 들기 싫었다. 목소리를 들으면 바로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 토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놈의 생각을 들어야 했다.

“예, 킴.”

[다 모여 계신가요?]

“……!”

[잘됐네요. 그 전화기 스피커폰 되죠?]

“…….”

[헨리, 앞으로 대답은 바로바로, 알았어?]

갑자기 튀어나온 거친 말… 이런 자였던가? 헨리는 스피커폰을 눌렀다.

[나는 사람을 세 가지로 구분해. 내 사람, 내 적 그리고 숟가락.]

“…….”

[내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준다. 하지만 내 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응징을 가하지. 그리고 세 번째 숟가락, 아니 그쪽에게는 포크가 되겠군. 이건 음식을 먹는 동안 만큼은 최대한 재량권을 줘.]

“…….”

[물론, 음식을 다 먹은 후에야 그 포크는 식탁에 내려 놓겠지.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대는 어느 쪽이지? 헨리?]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소, 킴.”

[와하하하! 멋지네. 그런데 그런 말은 떨지 말고 해야지. 너무 티 나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오늘 최종 유가, 확인했을 거야. 이제 일주일 남았어.]

“…….”

[그대들에게 세 가지 옵션이 있다. 5억 배럴씩 내놓던가, 배상금으로 780억 달러를 물던가, 아니면 51%씩 주식을 내놓던가.]

“…….”

[세븐시스터즈의 회사별 평균 보유량이 겨우 1억 5천만 배럴, 그것도 계약된 각국으로 출하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나? 그럼 첫 번째는 불가능하지. 그럼, 나머지 옵션은 둘뿐이네? 어떤 것을 택할 지 말해 봐.]

“지금은 어떤 답변도 드릴 수… 없소이다.”

[하하하. 나에게 자비 따위 기대하지 마. 우리는 서로 목숨을 걸고 배팅한 거야. 남의 목숨을 따려고 덤빌 때는 내 모가지가 날아갈 각오도 해야지. 헨리, 안 그래?]

“다시 통화합시다. 날짜가 도래하지 않았소.”

[좋지! 참, 10월 1일이면 내 법무 팀이 세븐시스터즈 각 회사에 공시를 할 거야.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 제목은 이렇게 뽑았어.]

“…….”

[어때? 살 떨리지?]

“왜 이러는 거요? 충분히 무섭소. 우리를 공포에 질리게 하려는 의도라면 성공했소이다.”

[살고 싶어?]

“숨겨 둔 칼이 또 있다면 경청하겠습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뉴욕으로 와. 망설이면… 진짜 죽여 주지.]

이미 엉덩이를 들썩이는 회장도 있었다. 전용기는 다 있다. 조금이라도 일찍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면 살길이 열릴지 모른다.

전화를 내려놓은 헨리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나도 당장 기장에게 연락할 거니까. 서두릅시다.”

* * *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7대의 전용기가 한꺼번에 착륙 허가를 요청하자 관제탑이 씩씩거렸다. 출발지는 모두 텍사스,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고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관제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7대의 전용기에는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초거물들이 타고 있다. 저들의 말 한마디에 경제가 들썩인다. 공항을 가득 채운 비행기의 항공유도 저들이 공급하는 것이다.

4개의 활주로가 모두 비워졌다. 이륙용 활주로조차 7대의 전용기 착륙용으로 우선 사용되었다.

이들은 각기 뉴욕 지사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한결같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줄지어 달리는 차량 전면에는 NYPD가 경광등을 울리며 길을 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들.”

“…예, 또 뵙네요. 변호사 아가씨.”

“저는 변호사 아가씨가 아니고 산드라 변호삽니다.”

“허허허, 알겠습니다. 산드라 변호사, 마이다스 킴은?”

“우선 오늘 회의는 제가 주재하게 되었습니다.”

“…….”

“안 될 이유가 있나요? 아직 전용기 엔진이 식지도 않았들 텐데, 돌아가셔도 무방합니다만.”

“…우리는 급히 오느라 변호사를 대동하지 못했소.”

“네, 헨리 회장님. 아마 다른 변호사는 필요 없지 않을까 싶어요. 따로 법률적 해석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지 않거든요. 나중에는 모르겠지만요.”

“…….”

“저희 회장님은 지금 예정에 없던 귀빈이 방문하셔서 미팅 중입니다. 본의 아니게 회장님의 의견을 제가 전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불러 놓고 초청한 사람이 안 나온다……. 아무리 우리가 곤경에 몰려 있다지만, 모욕적이외다.”

산드라는 의외로 침착한 자신이 놀라웠다. 소변도 마렵지 않았다.

내 눈이 올라왔구나. 내 심장이 담금질을 몇 번 당하더니 강해졌어. 당신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 나는 천하의 빌런을 모시고 있거든.

“자리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가실 분은 언제든 일어나시면 됩니다. 회장님의 뜻을 알고 싶지 않다면요.”

“…….”

“헨리 회장님!”

“…….”

“먼 길을 오셨는데… 탐탁치 않으시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

“저는 지금 개인 산드라 변호사로 회장님들 앞에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마이다스 킴 회장님의 대리인으로 봐주면 오늘 회의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요?”

해피 엔딩?

이 말에 모두 숨을 삼켰다. 살길이 있다는 말인가?

“헨리 회장님?”

“아니요, 산드라 변호사님. 마이다스 킴 회장님의 고견을 듣게 되어 다행입니다. 제가 성급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와아! 세계에서 제일 가는 기업인 엑슨 모빌의 총수에게 사과를 받았다. 산드라는 뿌듯한 가슴을 누르고 말을 이었다.

“사과, 정중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헨리 회장님. 그럼, 지금부터 저희 회장님의 말씀을 전해 올리겠습니다.”

“꿀꺽!”

좌중은 삽시간에 목울대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에 휩싸였다. 막바지로 몰린 입장에서 저 어린 아가씨의 입에서 나올 말이 너무 궁금한 것이다.

“어떤 경우의 수를 계산해도 7개사에서 5억 배럴씩 10월 1일에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약 이행은 물 건너 간 것이다.”

“…….”

“남은 것은 어떻게 수습을 할 수 있느냐… 총 780억 달러를 배상하면, 모든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칠 것이고, 심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지경이다.”

“…….”

“결국 7개사의 마지막 선택은 추가 조항으로 삽입한 각 회사의 주권 51%를 내놓는 것이 아닌가 한다.”

숨을 죽이며 산드라의 말을 듣던 회장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콧김을 내뿜는 회장도 있었다. BP의 리처드 회장은 의자에 머리를 묻었다. 더 듣기 힘든 것이다.

“잠깐, 산드라. 어차피 회사를 뺏겠다는 말을 길게 할 필요 있습니까? 겨우 그 말 들으려고 우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생각하오?”

“제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듣기 싫다면 가시는 길 기꺼이 배웅하겠습니다.”

K 미르 컴퍼니는 세븐시스터즈 회의와 다르다. 여러 명의 직원이 커피를 나르고, 또 산드라의 법무 팀 변호사도 몇 명 배석하고 있었다.

그들도 모두 뻑뻑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저 천하의 거물들을 앞에 두고 ‘언제든 가고 싶으면 가!’ 이렇게 내뱉는 우리 팀장님. 평소의 맹한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어. 카리스마 짱.

“잘 들으세요, 헨리 회장님. 마이다스 킴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악마를 원하면 악마를 꺼낼 것이고, 천사를 따르면 천사가 되어 주겠다고. 헨리 회장님은 어떤 것을 원하시나요?”

“으으음. 재차 미안하오. 하지만, 천사가 있기는 하오?”

“예, 지금 회장님들의 모든 주식 보유분을 다 해도 절대 51%가 안 됩니다. 제가 따로 준비한 고소장을 넣는 순간 여기 회장님들은 사기죄가 성립되는 거죠. 자신의 권한을 넘는 계약을 하셨으니까요. 그게 악마의 모습입니다.”

“천사는? 도대체 어떤 모양의 천사가 있단 말이오?”

“회장님들이 살 길을 알려 드리죠, 유일한 방법을.”

그 시간, 시혁은 82층에서 의외의 손님과 마주 앉아 있었다. 세븐시스터즈 회장들을 엿먹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왕세자님, 놀랐습니다.”

“미안하오, 특보. 내가 너무 급해서 그만.”

“아래층에 세븐시스터즈 회장들이 모여 있습니다.”

“인샬라!”

그놈의 인샬라, 모든 게 알라의 뜻대로만 외치면 다냐? 왜 왔는지 다 짐작되거든? 빨리 털어놔.

“특보, 얼마면 되겠소?”

“뭘 말하는 겁니까? 저하.”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테고… 10월과 11월 분 석유를 다 사지 않았소?”

“네. 하지만 지금은 9월입니다, 저하.”

“게임은 끝났어요, 특보. 내가 졌다는 말이오.”

“사우디아라비아는 10월과 11월 물량을 저에게 주면 됩니다. 저는 저하와 게임을 한 적 없습니다.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거래였을 뿐입니다.”

“맞아요. 인정! 그래서 온 거요.”

“저하의 진정한 뜻이 무엇입니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오. 석유를 통한 사우디의 위상이지. 특보, 계약금으로 14억 5천만 달러를 받았소. 손해 배상금이 5배니까 72억 9천만 달러 전액을 바로 드리지. 깎아 줄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뭐냐?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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